사이버 가수 아담을 기억하시나요? 사랑하는 연인의 곁에 있고 싶어서 사이버 세계를 떠나 현실 세계로 왔다는 그의 절절한 사연 덕분인지, 이전에 국내에 없던 가상 인간이어서인지 그는 많은 인기를 모았습니다. 그가 발매한 첫 번째 음반만 20만장이 팔릴 정도였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때문이다, 군대(?)에 갔다 등 무수한 소문만 남겼죠.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요즘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의 관심을 등에 업고 아담의 후예들이 전 세계적으로 활약 중입니다. 2021년 현재 활동 중인 가상 인플루언서만 5000여명이 넘는다고 해요.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가상 인간을 만든 ‘진짜’ 인간들은 누구일까요. 한 명의 인간을 창조하기 위해서 그들은 어떤 노력을 쏟았을까요. 가상 인간을 잉태한 주역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로지 ; 국내 최초의 가상 메가 인플루언서
국내 산업계를 들썩이게 한 신예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날카로운 눈매의 고양이상 얼굴이지만 웃을 때면 온 얼굴이 망가질 정도로 귀엽게 웃는 그녀, 가상 인간 오로지가 그 주인공입니다. 촬영 환경에 제약을 받지 않는 로지는 팬데믹 시국과 맞물려 국내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습니다. 한국 국적의 가상 인플루언서 중에 최초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10만 명을 넘기며 메가 인플루언서로 등극하기도 했는데요.
로지를 만든 싸이더스 엑스스튜디오 내부에는 ‘로지팀’으로 통징해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로지의 외모부터 시작해서 성격, 취미, 가치관, 심지어는 유년시절(!)까지 만들어낸 사람들이죠. 그들은 최근 정신없이 시간을 지내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서도 고민에 빠져있다고 하는데요. 로지팀이 들려준 현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고민들을 여러분께 전합니다.
한 사람을 구성하는 것은 단지 얼굴, 몸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걸어온 자취, 삶을 대하는 태도 등 인격적인 면을 모두 포함합니다. 여기, 7인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 기술로 만들어낸 세상에 없는 얼굴이 있습니다. 이 얼굴을 한 사람은 오직 인터넷에서만 만날 수 있죠.
그런데 과연 이 사람을 가상 ‘인간’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까요? 얼굴만 바꾼 것이라면 ‘극도로 발전한 보정 기술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요. 가상 인간 루이를 만들어낸 디오비 스튜디오의 제작진들이 루이가 가상인간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브랜드와 꼭 맞는 모델을 발굴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힘들게 찾아냈더라도 모델의 사생활 리스크때문에, 브랜드 이미지까지 함께 추락하는 경우도 있어왔죠.
그래서일까요? 가상 인플루언서를 새 얼굴로 내세우는 브랜드들이 많아졌습니다. 분홍색 단발머리를 한 이마(Imma)가 이케아의 일본 하라주쿠 매장에서 3일동안 먹고, 자고, 놀며 그녀의 일상을 전시한 것도 그 일환이었죠. 기업들은 신선한 브랜딩 전략을 찾기 위해 가상 인플루언서들에게 러브콜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