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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사랑받는 도시로 만든 I♥NY

미국 동부의 대표적인 도시, 뉴욕은 미국의 심장부라고 불립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센터부터 브로드웨이까지 경제, 문화, 예술 모든 게 집합된 공간이죠. 그런데 이런 뉴욕이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살기 싫어서 떠나던 곳이라는 게 믿기시나요? 세계인이 사랑하는 지금의 뉴욕은, ‘I♥NY’를 통한 도시 브랜딩에서 출발했습니다.

I♥NY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1973년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제1차 석유파동이 일어났습니다. 그 충격으로 전 세계는 극심한 경제 불황을 겪었고, 미국 뉴욕 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뉴욕 주는 당시 10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 높은 실업률과 범죄율 등으로 심각한 도시 공동화(도심지의 상주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뉴욕 주의 인구 중 약 80만 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정도였죠. 남은 주민들에게서도 도시를 살리기 위한 희망을 엿보기는 어려웠습니다.

A large pile of dirty snow in front of a gift shop window in between road and sidewalk. I love New York gift shop. The sidewalk tiles look very slippery. The pavement is wet and glossy. In the background is a high-rise brick building and a modern skyscraper with glass walls. Snow continues to fall and snowflakes are visible flying in the air. Winter storm in progress and snow gathers in drifts. Very bad weather. The road is whitish because of the salt that is sprinkled on it. Midday. February 02, 2021. NYC. Midtown Manhattan. New York. USA

뉴욕 주는 돌파구로 관광을 떠올립니다. 외부인들이 도시를 많이 찾아서 활기를 띠게 하기 위해서죠. 뉴욕 주 상업국은 관광객들의 뇌리에 남길 메시지를 전하고자 1975년 광고회사 ‘웰스, 리치 앤 그린’에 도시 브랜딩을 의뢰합니다. 이 회사는 ‘I love New York’라는 슬로건을 만들어냅니다. 뉴욕 주는 1977년부터 통합 마케팅 캠페인 ‘I love New York’을 진행하죠.

이때, 뉴욕 출신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그레이저가 큰 몫을 해냅니다. 그는 아무리 좋은 문구라도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인식하게 하는 비주얼이 미흡하다면 평범한 문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Love를 빨간색 하트로 대체하고 New York의 앞글자를 각각 따서 ‘I♥NY’로 재탄생시킨 배경입니다. 글레이저가 처음 로고 아이디어를 떠올려 그린 스케치는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돼 있죠.

뉴욕 주는 브로드웨이 연극 배우들, 프랭크 시나트라와 같은 유명 배우들이 I love New York을 외치는 TV, 신문, 라디오 광고를 꾸준히 내보냈습니다. 유명 작곡가인 스티븐 칼만이 작곡한 'I Love New York'의 로고송은 마돈나 등 수많은 뉴욕 출신 유명 가수들이 불러 인기를 얻었죠. 뉴욕이 특별하며,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어줍니다.

뉴욕 주는 이례적으로 로고의 지적재산권을 포기했습니다. 누구나 I♥NY 로고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죠. 예쁜데 무료로 쓸 수도 있던 로고는 미디어와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이는 뉴욕이 세련되면서도 디자인 감각이 있는 도시로 자리 잡게 도왔습니다. I♥NY 로고를 이용한 티셔츠, 컵 등 다양한 문화 상품은 뉴욕시의 중요한 수익원이 됐습니다.

I♥NY를 필두로 한 뉴욕의 브랜딩은 뚜렷한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1977년 캠페인을 시작한 해에만 관광객이 57% 상승하고 수익은 2800만 달러(약 333억 7600만 원)가 상승했죠. 이후 1년간 관광수익만 1억 4000만 달러(약 1669억 원)가 늘었습니다. 브랜딩에 힘이 붙은 뉴욕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도시는 활기를 띠었죠.

위기의 뉴욕을 또 한 번 구해내다

2001년 9월 11일, 알 카에다의 비행기 테러가 뉴욕에서 일어났습니다. 뉴욕은 물론이고, 미국 전체의 관광 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는데요. 도시 분위기가 가라앉고, 뉴욕의 이미지가 무너질 위기를 맞이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글레이저는 다시 한 번 I♥NY 로고를 디자인합니다. 토종 뉴요커로서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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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기존 I♥NY 로고, 오른쪽은 글레이저가 재가공한 I♥NY More Than Ever 로고

그는 빨간색 하트의 왼쪽 아랫부분에 검게 불타버린 자국을 그려 넣었습니다. 테러가 벌어진 세계무역센터의 위치를 영리하게 나타낸 것이죠. 그리고 세 단어를 추가해 새로운 슬로건을 완성합니다. ‘I♥NY MORE THAN EVER’. 그 어느 때보다도 뉴욕을 더욱 사랑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글레이저는 포스터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고, 널리 퍼지기를 권했습니다. 사실 뉴욕 주는 이런 글레이저의 행보를 반갑게 여기지 않았다고 해요. 테러의 흔적을 로고에 새기는 게, 뉴욕의 이미지를 해친다고 판단했고 심지어 검은 얼룩을 상표권 침해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로고는 뉴요커들이 다시 뉴욕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구심점이 됐습니다. 테러가 터지고 8일 뒤인 2001년 9월 19일, 뉴욕데일리뉴스는 신문의 앞면과 뒷면에 이 포스터를 실었습니다. 뉴요커들은 이 진심 어린 로고에 큰 감명을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백만 부의 포스터가 뉴욕 거리 곳곳에 나붙습니다. 뉴욕 주가 공식적으로 채택된 로고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더 단결했습니다. 다시 뉴욕을 테러 이전으로 회복시키겠다는 분위기를 만들었죠.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에게도 감동을 주며, 뉴욕이 다시 회복될 수 있게 응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I♥NY은 브랜딩이 가지는 힘을 보여줍니다. 도시에 대한 이미지를 덧입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방문하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도 바꿔갔죠. I,♥,N,Y. 단 4글자로 뉴욕을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잡게 했습니다. 이제 I♥PARIS, I♥LONDON 등 다른 도시들도 I♥를 차용해 브랜딩에 나서곤 합니다.

뉴욕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기에 최근 관광객 수는 확연히 줄었습니다. 2019년 뉴욕을 방문한 관광객은 6660만 명에 달했지만 2020년 방문객은 2230만 명으로 3분의 1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뉴욕 주는 2022년 1월 실내 마스크 의무화와 백신 패스 정책을 해제하는 등, 위드 코로나에 발맞춰 다시 관광 산업을 키워갈 조짐을 보입니다. 뉴욕이 다시 한번 위기를 극복해갈 모습이 기다려집니다.

조지윤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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