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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담긴 스시를 내는 오노 지로

영화 <지로의 꿈> 스틸컷_출처 : 네이버영화

‘장인’이란 단어를 들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은발의 노인이 주름진 손으로 만들어낸 작품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이죠. 한 가지에 천착해 최고를 만들어내겠다는 집념을 가진 사람, 그들이 장인이 아닐까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스시를 만들고 손님을 대접하는 오노 지로는 장인이라는 단어에 딱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오바마 만찬 장소로 선택된 10석짜리 식당

2014년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했습니다. 초밥을 좋아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특별히 고른 만찬 장소는 도쿄 긴자에 있는 한 초밥집. 좌석이 10개뿐이고 화장실도 가게 안에 없어 건물 공용을 사용해야 하는 작은 가게입니다. 정상들의 식사 장소로 적합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 가게를 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스시 장인’이라 불리는 오노 지로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오노 지로(1925~)는 7살 때부터 식당에서 더부살이하며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초밥 일을 시작한 건 26살. 그때 이후로 70년 가까이 초밥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일생은 2011년 다큐멘터리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출처 : 백악관, 플리커(city foodsters)

오노지로

오바마 국빈 초청 만찬 장소로 선택된 스키야바시 지로_출처 : 백악관

스시야

스키야바시 지로 외관_출처 : 플리커(city foodsters)

1965년 문을 연 스키야바시 지로는 ‘미슐랭 가이드 도쿄’가 처음 발간된 2008년부터 미슐랭 3스타를 받았습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3스타는 가장 높은 등급의 평가로, “이 식당에 가기 위해 그 나라에 갈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다만 일반 예약이 어려워지면서 2020년부턴 미슐랭 가이드에서 제외되었다고 합니다. 누구나 갈 수 있는 식당을 소개한다는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네요.

“먹을 때마다 놀라워서 평점 별 셋을 받아 마땅한 유일한 식당이다” - 미슐랭 평가단

스키야바시 지로는 별도의 메뉴판 없이 주인이 만들어주는 대로 식사하는 ‘오마카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매일 재료에 따라 메뉴의 구성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식사에는 20~40분 정도가 소요되고 약 20점 내외의 초밥을 맛볼 수 있습니다. 가격은 1인당 3만 8000엔(약 40만 원) 이상입니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예약이 쉽지 않습니다. 일본 총리 관저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접대를 위해 일주일 전에 예약 전화를 걸었을 때도 “두 달 전에 예약이 모두 끝났다”며 거절당했을 정도라고. 결국 예약 손님을 모두 응대한 뒤에야 두 정상을 맞이했다고 하네요.

같은 일을 반복하며 발전할 뿐

이곳에서 수습생으로 있었던 미즈타니 씨는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 인터뷰에서 오노 지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는 유명해지기 전에도 언제나 무척 열심히 일했다. 매일 쉬지 않고 그저 일을 했다. 그런 분이 장인이다. 장인은 매일 똑같은 일을 해 숙련된 사람이다. 구태여 특별해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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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로의 꿈> 스틸컷_출처 : 네이버영화

스키야바시 지로에서 요리를 배우려면 오노 지로과 똑같은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합니다. 수습생 나카자와씨는 반 년의 시간 동안 똑같은 달걀 요리를 200여 번 만들었습니다. 오노 지로로부터 “이제 됐다”는 평을 받았을 때, 그는 기쁘다 못해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오노 지로는 초밥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릴 정도의 실력과 명성을 얻었지만, 자신의 기술이 완벽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정상이 어딘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매일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할 뿐이죠.

조리 방법을 바꾸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과거엔 새우를 아침에 미리 익혀 냉장고에 두었다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손님이 오면 새우를 익힙니다. 문어 요리 방식도 질감과 향을 살리는 방향으로 개선했다고 합니다. 80세 넘어 장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기존 방식을 바꾸는 건 큰 결단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는 지금까지도 잘해왔지만 여전히 기술을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손님에게 우리 집 최고의 맛을 드린다

오노 지로가 매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건 ‘최고의 맛’을 선사하기 위해서입니다. 재료 역시 그가 꼼꼼히 챙깁니다.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커피도 마시지 않습니다. 문을 열기 전 수습생들이 준비한 재료의 맛을 보고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오노 지로가 만족하지 않으면 그 재료는 절대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는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로 살리는 방식으로 요리합니다. 예를 들어 다랑어는 가스 불이 아닌 쌀 볏짚을 태워 굽습니다. 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게 한쪽에 숯불을 피워놓고 김을 굽습니다. 준비 과정이 번거롭지만 볏짚으로 훈제해야 다랑어 비린내를 잡을 수 있고, 숯불로 구워야 김 맛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영화, 플리커(city food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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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로의 꿈> 스틸컷_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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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야바시 지로_출처 : 플리커(city foodsters)

10개 좌석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인기가 높아지면 매장을 확장할 법한데 예전 모습 그대로입니다. 눈길이 닿는 곳에 손님이 있어야 제대로 신경 써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소신 때문입니다.

오노 지로는 손님 모두에게 눈길을 주며 한 명 한 명에게 세심하게 신경 씁니다. 손님이 왼손잡이라면 초밥을 왼쪽 방향으로 내죠. 방향이 잘못된 경우엔 접시를 닦은 뒤 다시 초밥을 손님에게 맞는 방향으로 냅니다. 식사 속도도 살핍니다. 먹는 양이 적거나 속도가 느린 고객에게는 초밥을 조금 작게 만들어 제공합니다. 일행과 속도를 맞출 수 있도록요.

오노 지로가 만든 초밥에는 인생과 삶에 대한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최고의 맛을 만든 비결은 수 십년 간 부단히 자신을 단련해온 그의 ‘노력’이 아닐까요.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그 일에 반해야 합니다. 이게 안 돼 저게 안 돼 하면 평생을 한들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기술을 익히겠다고 생각했다면 평생 노력하며 기술을 연마해야 합니다. 그게 성공의 비결이죠. 또한 길이길이 남들로부터 존경받는 비결이라 하겠습니다.” –오노 지로

* 이 글은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2011, 데이빗 겔브 감독)>, EBS 다큐 <직업의 세계 일인자 - 일본 초밥 명인 오노 지로>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박은애

박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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