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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밀키트 시장의 3가지 트렌드

레시피를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이 넘쳐나지만, 요리 초보들에게는 이마저도 어렵게 느껴집니다. 영상에서 자세히 알려준다 한들 재료 구매부터 손질, 계량 등 음식을 완성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이들에게는 부담스럽죠.

2017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형성된 ‘밀키트(Meal+Kit)’ 시장은 요리 초보들에게 희망을 제시했습니다. 패키지에 담긴 레시피 안내서에 따라 식재료와 소스를 넣고 조리하면 메뉴 하나가 금방 완성됩니다. 조리 과정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모든 식재료가 손질까지 돼있고, 간단히 볶거나 끓이기만 하면 끝이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100억 원에서 2021년 3000억 원으로 30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25년 국내 밀키트 시장의 규모가 725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집밥 문화가 확산된 영향도 있겠지만, 국내 밀키트 시장이 성장한 데에는 메뉴의 다양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요즘 대형마트의 밀키트 코너만 가도 국물 요리, 냉동 볶음밥, 생선구이 등 없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전통 맛집, 유명 셰프들과 공동 개발한 고급화 상품들도 인기죠. 매장 중심의 F&B 프랜차이즈들도 코로나19에 대한 자구책으로 앞다퉈 밀키트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백년가게의 맛도 간편하게

많은 밀키트 브랜드가 전통 맛집의 인기 메뉴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인지도는 물론 맛에서도 인정받은 맛집들과 협업해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상품을 고급화하는 전략이죠. 2021년 4월 기준 국내 밀키트 시장에서 70% 점유율을 차지한 ‘프레시지’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백년가게 세 곳의 대표 메뉴를 밀키트로 출시했습니다.

백년가게란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업력이 30년 이상 된 우수 매장들입니다. 프레시지는 경기 의정부에 있는 55년 전통의 중화요리 전문점 ‘지동관’의 깐쇼새우와 화성에 위치한 30년 전통의 낙지 요리 전문점 ‘이화횟집’의 낙지 요리, 이천에 전골 요리 전문점 ‘장흥외관’의 낙지곱창전골 등을 선보였습니다. 이후에도 연잎잡곡찰밥, 통마늘통닭, 보리굴비 등 밀키트에서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백년가게의 메뉴를 선보였습니다.

백년가게 밀키트 및 오뎅식당 부대찌게 밀키트_출처: 프레시지·피코크

리사이징_프레시지

프레시지 백년가게 밀키트_출처: 프레시지

리사이징_피코크

피코크 오뎅식당 부대찌개_출처: 피코크

이마트의 PB 브랜드인 ‘피코크’도 맛집과 함께 만든 밀키트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피코크 바이어들이 발굴한 국내 맛집과 콜라보한 ‘고수의 맛집’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예컨대 60년 역사의 의정부 ‘오뎅식당’ 부대찌개 맛을 재현한 피코크 부대찌개 밀키트는 출시 7개월 만에 18만 개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 1월~11월 동안 고수의 맛집 시리즈는 200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며,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12.3%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2020년 12월 기준 피코크 가정 간편식 매출 상위 10위 중 4개 제품이 고수의 맛집 시리즈입니다.

스타 셰프의 손맛이 담긴 밀키트

밀키트 시장 내에서 셰프들의 활약도 두드러집니다. 밀키트 브랜드들이 맛집만큼이나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유명 셰프들을 적극적으로 섭외해 온 것인데요. 2017년 신선 간편식 브랜드 ‘잇츠온’으로 밀키트 시장에 진출한 ‘hy(한국야쿠르트)’는 사업 초반 셰프와의 콜라보 메뉴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2019년 5월까지 출시한 30여 종의 밀키트 중 9종의 제품을 셰프들과 함께 기획했습니다. 외식업계에서 떠오르는 실력파 영셰프들을 섭외해 트렌디한 밀키트를 선보였죠. 대표적으로 이연복 셰프의 제자로도 알려진 중식계의 정지선 셰프와 만든 누룽지마라두부, 우육면 키트 등이 있습니다.

누룽지 마라두부 및 셰프박스 조리 예시_출처: hy·현대백화점

마라두부

hy 누룽지 마라두부 키트 조리 에시_출처: hy

셰프박스

현대백화점 셰프박스 조리 예시_출처: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의 ‘셰프박스’는 셰프와의 협업을 콘셉트로 한 밀키트 브랜드입니다. 현대백화점 식품관의 신선한 식재료와 강남 유명 레스토랑 ‘그랑씨엘’의 이송희 셰프가 개발한 레시피가 더해진 것이 특징이죠. 현대백화점이 채소, 고기, 생선, 장류 등 전국 팔도 특산물을 식재료로 공급하고 레스토랑에서 재료 손질을 맡습니다. 차돌버섯찜, 양념장어덮밥 등 10여 종의 고급 메뉴로 구성된 셰프박스는 출시 이후 6개월간 1만 7000여 개가 판매됐습니다.

레스토랑, 고급 호텔의 맛을 집에서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밀키트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습니다. 매장 내 인기 메뉴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는 2021년 5월 스테이크와 파스타로 구성된 프리미엄 밀키트 6종을 선보였습니다. 스테이크 밀키트의 경우, 빕스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던 프리미엄 스테이크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게끔 구성됐습니다. 스테이크 소스는 물론 식전 빵과 아스파라거스, 통감자 등의 가니쉬도 함께 들어있어 매장에서 먹을 때와 최대한 유사하게 즐길 수 있죠.

패밀리 뷔페 브랜드 ‘애슐리’도 매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준 삼아 인기 메뉴를 선정한 후 밀키트로 만들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애슐리 시그니쳐 스테이크 밀키트’ 상품입니다. 집에서 하기엔 번거로운 손질 과정과 소스 제조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오일, 허브 마리네이드와 저온 숙성 과정을 거친 소고기 부챗살에 빕스의 소스를 곁들인 이 제품은 출시 첫 달에만 3만 개가 판매됐습니다.

빕스 스테이크 밀키트 및 신라 다이닝 앳 홈_출처: 빕스·신라호텔

리사이징_빕스(2)

빕스 스테이크 밀키트_출처: 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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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신라 다이닝 앳 홈_출처: 신라호텔

특급 호텔들도 잇따라 밀키트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20년 8월 중식 레스토랑 ‘호경전’의 메뉴를 밀키트로 구현한 ‘조선호텔 유니짜장, 삼선짱뽕’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27년 경력의 호경전 수석 세프가 6개월간 상품화 작업에 참여헀다고 합니다. 해당 제품은 출시 후 2021년 12월까지 약 60만 개의 판매량을 달성했습니다.

‘신라호텔’도 2021년 11월 프리미엄 밀키트 브랜드 ‘신라 다이닝 앳 홈’을 론칭했습니다. 신라호텔에서 사용하는 식재료와 레시피를 그대로 활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메뉴 중 하나인 안심 스테이크의 경우, 신라호텔이 깐깐하게 취급하는 미국의 CAB 프리미엄 블랙 앵거스 비프를 활용했습니다.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유통 과정에서 냉장 상태로만 숙성된다고 하네요.

간편함과 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밀키트는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 속 유용한 먹거리가 됐습니다. 냉동식품에서 흔히 보던 메뉴들에서 시작해 전통 맛집, 유명 셰프 심지어 프랜차이즈 업계의 노하우가 더해진 메뉴들까지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죠. 밀키트로 구현 가능한 맛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앞으로도 기대해 봅니다.

이한규

이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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