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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갑 마이크로브랜드 워치

출처 : 제임스홀튼

10만 원대 가격으로 럭셔리 브랜드 시계 디자인의 제품을 구할 수 있다면? Don’t worry, 짝퉁이 아닙니다. 시계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마이크로브랜드 이야기입니다.

혹시 마이크로브랜드 시계라고 들어보셨나요? 사전적 의미가 있는 용어는 아닙니다. 소규모로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를 의미하죠. 인스타그램에서 '마이크로브랜드 시계'를 검색하면 수 천개의 태그가 뜹니다. 영어로 검색하면 20만 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오고요. 유럽과 미국에선 영향력 있는 시장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오데마피게의 로얄오크, 롤렉스의 서브마리너를 비롯해 오메가의 씨마스터의 디자인을 채용한 제품은 마이크로브랜드(이하 마브)에선 흔한 일이죠. 가격은 1/10? 아닙니다. 이보다 낮은 10만 원대 제품도 많답니다. 짝퉁은 아닙니다. 그들은 오마주(프랑스어로 ‘존경’을 의미하는 단어로 음악, 패션, 영화 분야에 쓰임)라는 명분으로 대중에게 가성비가 돋보이는 만족감을 선사하거든요.

기막힌 시계사

마이크로브랜드는 변화에 능숙합니다. 대중성 높은 시계 모델의 장점만을 흡수, 그들만의 정체성을 살짝 가미하죠. 최근 인기몰이 중인 ‘티파니블루’가 좋은 예입니다. 이 세계는 디자인이 아닌 컬러도 가능합니다.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인 티파니앤코를 상징하는 티파니블루 컬러는 실제 공식 컬러로 등록된 바 있죠. 다만 남성 소비재의 상징, 시계와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컬러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컬러가 시계 시장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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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블루 컬러와 흡사한 터콰이즈 블루 다이얼 시계(739만 원)_출처 : 롤렉스

2020년 롤렉스는 ‘오이스터 퍼페츄얼 OP41 터콰이즈 블루’ 모델을 출시합니다. 티파니블루 컬러를 쏙 빼닮은 다이얼로 세간의 화제가 됩니다. 제품 구하기가 아파트 청약 수준인 브랜드였기에 터콰이즈 블루의 가치는 가격으로 증명됐죠. 매장가는 739만 원이지만 시계 거래 커뮤니티 및 중고 제품 사이트에선 약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방점을 찍는 일이 다음 해 찾아옵니다. 주인공은 스위스 하이엔드 워치의 대명사로 불리는 파텍필립. 티파니앤코와 협업해 단종된 ‘5711 노틸러스’ 모델을 부활, 티파니블루 다이얼을 입혀 한정판 시계(170점)를 선보입니다. 출고가는 6천200만 원. 독일 3사의 중형 세단 가격과 맞먹는 가격입니다. 워낙 적게 생산된 제품이었기에 출시 직후 필립스 워치 경매에 오릅니다. 얼마에 낙찰 됐을까요?

쓰면서도 믿기지 않는 76억8000만 원에 낙찰됩니다. 시계 한 피스의 가격입니다. 국산 대형 세단의 자존심, 제네시스 G90을 약 80대 구입할 수 있는 돈이네요.

티파니블루, 브랜드가 된 컬러

색깔이 마케팅이자 브랜드가 됐습니다. 마이크로 브랜드는 재빨리 포인트를 캐치하죠.

네덜란드의 노스게이트는 올여름 국내에서 주목 받는 마브 중 하나입니다. 5711 노틸러스 다이얼 컬러와 유사한 제품(Northgate St. Barth Azur)을 지난해 출시했거든요. 갈수록 국내 시계 커뮤니티에서 구입 후기 인증샷과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가격은 한화로 약 47만 원. 다이얼 쉐잎 역시 천재적인 시계 디자이너로 꼽히는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오데마피게의 로얄오크와도 닮았습니다. 시계 한 피스에 두 개의 하이엔드 브랜드의 특징을 담은 게 짬자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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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만 원 이상의 제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30만 원대 제품_출처 : 쉐어홀더

쉐어홀더도 티파니블루 컬러의 다이얼 시계(influencer I-BLS-F)로 최근 뜨고 있는 해외 마브입니다. 가격은 약 35만 원으로 노스게이트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요.

먹거리를 찾는 마브의 레이더망,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괜찮은 대안이 된 건 분명하지만 무턱대고 지갑을 열 순 없죠. 확실하지 않은 필드니까요. 업계 전문가를 만나 국내 외 마이크로브랜드 시계의 흐름과 상품 선별법을 들어봤습니다.

오마쥬냐? 재해석이냐?

“많은 마이크로브랜드가 단종됐거나 인기 있는 브랜드 디자인을 채용, 오마주 개념으로 제품을 선보인다. 많은 소비자가 멋진 시계를 부담스럽지 않도록 경험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시계 시장의 또 다른 장르다.”

지난 2018년 설립된 제임스홀튼의 김법모 대표는 저렴한 비용으로 멋진 시계를 세상에 노출하는 역할이 마이크로브랜드의 특징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서부의 한 도시에서 여유롭게 지내는 중산층의 가상 인물(제임스홀튼)이 이곳의 정체성이라고 하네요.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마브는 저렴한 가격을 지양합니다. 국내 기준 마브에선 구동 방식(오토매틱, 쿼츠)에 따라 가격이 벌어지지만 평균적으로 20만 원에서 80만 원대로 형성됐습니다.

1) 문페이즈 워치 SELEN
2) 파일럿워치 1945
출처 : 제임스홀튼

SELEN #1

문페이즈 워치 SELEN_출처 : 제임스홀튼

AMBLE #3

파일럿워치 1945_출처 : 제임스홀튼

과거 제임스홀튼은 중국에서 부품을 주문, 종로3가 내의 시계 수리 업체에서 조립과 검수를 마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엔 높아진 국내 수요에 맞춰 중국에서 디자인과 조립 과정을 진행한다고 하네요. 여타 마브도 비슷한 방식이지만 A/S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꼬리표가 될 수 있죠.

“소비자가 마브 제품 구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는 수리에 대한 걱정이다. 이곳의 경우 1년간 무상으로 수리를 진행 중이다. 창업 멤버 중 한 명은 스위스 시계 학교 유학까지 준비했을 정도로 시계 분해 및 조립에 능하다.” 이어 김 대표는 국내 마브 역시 본인의 이름을 걸고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사후관리에 대한 우려는 접어도 좋다고 귀띔했습니다.

덧붙여 “무브먼트 고민에 앞서 디자인만큼은 예쁜 걸 손목에 올리고 싶다면 괜찮은 소비 경험이 될 것이다. 물론 티쏘나 세이코, 시티즌 외에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브랜드도 많지만 한 번쯤 모험해 봐도 좋은 시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00만 원대 예산으로 뽐내기

‘자동차는 연봉, 시계는 월급에 맞게 구입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어림잡은 수치로 자리 잡은 셈법이죠. 본인 월급이 200만 원이라면 해밀튼과 오리스가 좋겠죠? 100만 원대 가격으로 롤렉스 못지않은 긴 역사를 지닌 브랜드이며 트렌디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시계를 살 수 있으니까요.

마브는 알아주는 이가 드뭅니다. 그런데도 도전하고 싶다면?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마브 중 하나로 꼽히는 ‘티셀’ 그리고 ‘제임스홀튼’, 영국 브랜드인 ‘크리스토퍼와드’, 프랑스의 ‘발틱’, 미국의 ‘필리포로레티’가 까다로운 한국 시계 마니아에게도 인기입니다. 10만 원대에서 100만 원 사이의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1) 킥스타터 마케팅으로 성공한 필리포로레티
2) 빼어난 비주얼로 사랑 받는 발틱
출처 : 필리포로레티 / 발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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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킥스타터 마케팅으로 성공한 필리포로레티 2) 빼어난 비주얼로 사랑 받는 발틱
출처 : 필리포로레티 / 발틱

여전히 시계하면 ‘롤렉스다’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돈이 있어도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시계로 주목받고 싶다면 ‘롤오까(롤렉스, 오메가, 까르띠에)’가 좋겠지만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마이크로브랜드를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쇼핑하는 시간만큼은 무더위를 잊게 해줄지 모릅니다. 소비가 주는 기쁨은 소소함에서 나오니까요.

유재기

유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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