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 뷰티 인사이드 앤아더스토리즈
출처 : 앤아더스토리즈
“여성에게 힘을 부여하라”는 메시지로 성장한 뷰티·패션 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otherstories)를 만났어요. H&M 그룹이 가성비를 포기하면 사람들이 열광합니다.
출처 : 앤아더스토리즈
앤아더스토리즈는 스웨덴 H&M 그룹이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를 구상하며 시작됐습니다. 남성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2013년 봄 첫 론칭을 마치고 2017년 압구정 로데오에 아시아 최초 매장을 열며 국내 고객과 교감하기 시작했죠. H&M보다 비싸고 COS와 엇비슷한 가격대입니다.
디자이너 중심 아틀리에를 구성하며 기존 H&M 산하 브랜드와 선을 그었습니다. 아틀리에는 총 3곳인데요. 스톡홀름은 북유럽의 실용적인 미학을 담은 컨템포러리 스타일, 파리는 폭넓은 개성표현을 강조한 ‘페미닌 룩’, LA는 ‘자유로움, 길들여지지 않은 자기 주장’을 주제로 캐주얼 스타일을 디자인합니다.
언니보다 나은 동생?
‘의류, 슈즈, 백, 주얼리, 란제리’ 등 패션 컬렉션도 인기지만 앤아더스토리즈를 특별한 패션편집숍으로 인식시킨 건 뷰티 라인입니다. 브랜드 기획 자체도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한 계획에서 출발했었죠. 뷰티 제품을 인하우스에서 기획·생산하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대형 패션브랜드 업계관행을 깬 결정이었죠.
브랜드 런칭당시 바이레도 설립자에게 조향 관련 자문을 구하거나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리사 버틀러를 영입해 스킨케어, 컬러 제품을 발전시켰죠. 유튜브나 뷰티 커뮤니티 후기를 살펴보면 앤아더스토리즈의 H&M 산하 브랜드의 가장 과소평가된 제품군이라는 평을 접하게 됩니다.
의류 컬렉션보다 뷰티제품 가격대가 저렴합니다. ‘옷장 속 보석’같은 아이템을 디자인한다는 앤아더스토리즈의 뷰티 제품이 궁금해지더군요.
출처 : 앤아더스토리즈
기자는 앤아더스토리즈 담당자에게 브랜드의 뷰티 콘셉트를 물었습니다. “여성 개개인에게 영감과 자신감을 주기를 원한다”라는 보도자료용 코멘트는 너무 뻔하다 느꼈거든요. 그는 ‘차이를 낳는 포뮬러와 향’이라 운을 텄습니다. “앤아더스토리즈의 뷰티 컬렉션의 사용재료는 분명한 목적을 지녀요. 모든 제품의 이름, 질감, 향, 외형과 느낌은 ‘감각’에 초점을 두고 디자인됩니다.”
조향사 칸타빌레
컨디셔닝 로션은 사용자에게 두 가지 감각을 부여합니다. 거친 손에 윤기를 선사하는 수분감과 피부 위에 감도는 향기. 두 감각이 브랜드의 개성이 됩니다. 앤아더스토리즈의 시그니처 핸드크림은 젤에 가까운 묽은 제형이 특징입니다. 매트한 질감에 익숙한 사람들이 선호하는 크림은 아니지만 피부에 바르면 촉촉한 느낌이 일품입니다. 건조한 계절과 궁합이 잘 맞는 물성입니다.
1)마이애미 뮤즈 핸드 크림 (Miami Muse Hand Cream)
2)플뢰르 드 미모사 핸드 크림(Fleur de Mimosa Hand Cream)
출처 : 앤아더스토리즈
마이애미 뮤즈 핸드 크림 (Miami Muse Hand Cream)
출처 : 앤아더스토리즈
플뢰르 드 미모사 핸드 크림(Fleur de Mimosa Hand Cream)
출처 : 앤아더스토리즈
조향은 바이레도에서 맹활약한 ‘제롬 에피네뜨Jerome Epinette’가 맡고 있다고 해요. ‘고급스러움’을 연상시키는데 주력합니다. 그가 앤아더스토리즈에서 즐겨 쓰는 연출기법은 대조인데요. 첫 향과 끝 향을 서로 이질적으로 묶어 강렬한 후각체험을 의도합니다.
인기제품인 ‘플뢰르 드 미모사’는 옅은 감귤내음으로 향기연주를 시작합니다. 제주의 감귤향기를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가본 적 없는 플로리다 오렌지 향을 맡는 경험이라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죠. 이어서 풍부한 꽃다발내음과 시달우드의 그윽한 나무향이 변주됩니다. 니치향수에서 느낄 법한 향의 3중 변화가 가벼운 발림감을 지닌 크림과 만나는데요. 대중은 이러한 내음을 고급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앤아더스토리즈 핸드크림 제품군에서 그들의 뷰티 콘셉트를 가장 효과적으로 체험할 수 있죠.
발색이 ‘발군’
색조화장품은 “발색이 좋다”는 평으로 앤아더스토리즈 뷰티 라인을 뒷받침합니다. 파우더 블러셔의 경우 가루날림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대와 풍부한 컬러웨이가 코스메틱 매니아를 유혹합니다.
앤아더스토리즈는 주고객을 ‘패션을 사랑하고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여성’이라 밝히는데요.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다양한 뷰티 제품, 개성표현에 방점을 찍은 코스메틱 라인업을 구축합니다.
‘크림 블러시(Cream Blush)’라인_출처 : 앤아더스토리즈
최근 ‘크림 블러시(Cream Blush)’도 눈길을 끄는데요. 여름철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합니다. 광택이 살짝 감도는 액체형 제품으로. 크림 타입 제형은 블렌딩이 쉽고 빠른 데다 특유의 매트한 질감으로 긴 시간 발색력을 잃지 않습니다. 색과 밝기 그리고 농도에 따라 분위기가 천차만별인 핑크 컬러가 한국시장에서 인기라고 하네요.
보디 케어에 담은 가치
앤아더스토리즈의 보디 케어 라인은 ‘1만 원 안팎의 가격대’과 ‘고급스러운 향’을 무기로 재구매율을 높인 효자상품입니다. 최근 보디 케어 라인에서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가 두드러지죠.
‘비건 보디 케어 라인(New Vegan and Natural Body Care Range)’라인_출처 : 앤아더스토리즈
2020년 출시된 비건 보디 앤 배스 제품을 살펴볼까요? 브랜드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향을 선별해 스웨덴의 자연을 주제로 새 이름을 붙였습니다. 세계 최초인 영국 비건협회(Vegan Society)에서 인증을 마쳤죠. 포장·보관용기도 영구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도입했습니다.
앤아더스토리즈의 목표는 2030년까지 전제품에 리사이클 또는 지속가능한 소재만을 사용하는 겁니다. 알루미늄 튜브, PCR 플라스틱, 유리 소재 용기를 사용해 환경보호를 위한 비전을 담아냅니다. 뷰티 제품 공병을 매장에 가져오면 10% 할인 바우처를 제공하는 재활용 캠페인을 상시 진행하며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에 힘쓰고 있습니다.
비건·친환경·지속가능성은 뷰티 산업의 고민거리입니다. 앤아더스토리즈의 노력이 특별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H&M 그룹처럼 규모가 큰 글로벌 그룹이 실천하는 것이라면 사회에 미치는 메시지는 더욱 묵직할 것입니다.
출처 : 앤아더스토리즈
앤아더스토리즈 담당자는 뷰티라인업이 패션과 따로 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스토리텔링, 패키지 디자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하나로 뭉쳐 ‘원스톱 스타일링’이라는 브랜드 미션을 달성한다는 것이죠. 패션을 사랑하고 나만의 스타일을 창조하는 여성이 브랜드 안에서 모든 걸 다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겁니다.
패스트 패션이란 장르가 확산되며 초창기 SPA브랜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품 생산에만 열심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ESG 경영 열풍으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합니다. 지구와 상생하는 노선으로 대중을 흡수하죠.
국내엔 ‘Massimo Dutti, ZARA’ 등 세계 유수의 SPA브랜드가 저마다의 컬러를 입힌 뷰티 라인을 선보이며 사업 확장에 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뷰티 라인을 늘린다는 건 엄청난 자연훼손을 감수해야 합니다. 섬유산업만큼 어려운 기업의 도전과제죠.
앤아더스토리즈는 영리하게 친환경 플랜을 통해 인류의 아름다움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전략을 공표했습니다. 칭찬 할만한 가치죠. 내 몸에 맞는 옷보다 중요한 화장품을 통해 기업과 고객이 함께 ESG를 맞춰 나가는 과정이야말로 국내외 뷰티기업이 당면한 과제가 아닐까요.
김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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