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을 지키는 히어로, 필립스 프레스티지
필립스 SkinIQ 9000 프레스티지_출처: 필립스 코리아
기자에게 ‘아이언맨’의 색깔은 레드가 아닌 그레이입니다. 토니 스타크가 자택에서 최초로 완성한 슈트 ‘마크 2’를 상징하죠. 하이테크 영웅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생생한데요.
최근 그 놀라움을 다시 경험했습니다. 영웅의 이름은 ‘SkinIQ 9000 프레스티지(이하 프레스티지)’. 필립스의 전기면도기입니다. 턱수염을 물리치는 기술력을 갖춘 마크 2를 사용해 봤습니다.
면도를 바꾼 네덜란드 메카닉
전기면도기는 작동 방식에 따라 왕복식과 회전식으로 구분됩니다. 왕복식이 면도날을 위 아래로 반복해서 이동시킨다면 회전식은 빠르게 돌려 절삭합니다.
1939년 필립스는 세계 최초로 회전식 면도기를 개발했습니다.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채 100여 개국에서 사업을 영위 중이죠. 1891년 제라드 필립스가 아인트호벤의 공장을 인수하며 출범했습니다. 이후 네덜란드 왕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고 의료 장비와 라디오 및 텔레비전으로 사업을 다각화합니다. 면도기를 개발하기까지 기술력을 갈고 닦았죠.
최초의 회전식 면도기 '필리쉐이브' 체험 현장_출처: 필립스 코리아
2020년에 공개된 SkinIQ 테크놀로지는 사용자의 수염 밀도에 맞춰 최적화된 면도 경험을 선사하는데요. 예컨대 센서가 초당 500회씩 수염을 분석, 사용자에 맞게 모터 속도를 조절합니다. 기자가 체험한 프레스티지는 SkinIQ 시리즈의 플래그십 모델입니다. 가격은 구성품에 따라 49~50만 원대.
가격과 디자인을 살피니 30대 비즈니스맨에게 어울리는 제품입니다.
친절하게 손잡는 아이언맨
프레스티지의 회색빛 유광 소재가 눈길을 끕니다. 마크 2가 처음 세팅되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본체 가운데에는 아크 원자로가 아닌 전원 버튼이 자리합니다. 기기에 화장실 조명이 반사되면 고급스러움이 극대화됩니다. 패피들에게 그러하듯 프레스티지에게도 화장실 거울은 셀카존인가 봅니다.
제품 곳곳 그립감을 높이는 장치도 마련됐습니다.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검지 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굴곡과 고무 소재를 더했죠. 전원 버튼 및 터치 스크린도 엄지와 가까워 사용감을 높입니다. 백팩 브랜드 로우로우를 취재할 때 들은 명언이 생각나네요. “모든 디자인에 기능을 담습니다.”
프레스티지 외관_출처: 필립스 코리아·바이브랜드
프레스티지 외관_출처: 바이브랜드
프레스티지 옆면_출처: 바이브랜드
얼굴 위의 곡예
기자는 친구들과 ‘날면도기vs.전기면도기’ 논쟁을 펼칠 때마다 전자의 편을 들었습니다. 깔끔히 깎이는 손맛은 날면도기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죠. 전기면도기를 사용할 땐 주로 가볍게 원을 그리듯 스냅을 이어갑니다. 동일한 부위에 날이 스치는 빈도를 높이기 위함인데요. 쥐고 있는 붓이 프레스티지라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일직선을 그리듯 이동해도 특수 나노 코팅된 72개 면도날이 분당 16만 5천 회 커팅을 시연합니다. ‘초밀착 쉐이빙’이라 불리는 SkinIO 테크놀로지의 필살기입니다.
수염 양에 따라 3단계 강도를 지원하는 퍼스널 컴포트 세팅 기능도 유용합니다. 초반에는 3단계로 다듬다가 1단계로 부드럽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손목 힘이 아닌 터치 한 번으로 조정 가능하다니 참 편리하죠.
프레스티지 외관 및 헤드 내부_출처: 필립스 코리아·바이브랜드
출처: 필립스 코리아
프레스티지의 헤드 내부_출처: 바이브랜드
곡선을 따라 자유로운 비행 실력도 뽐냅니다. 360도 회전 가능한 헤드*와 다각도로 움직이는 3개의 면도날 망이 활약합니다. 턱 아래에 수염이 많이 나는 기자에겐 고마운 협공입니다. 날면도기를 쓸 땐 베일까 봐 조심스러웠던 동작이 과감해지네요. 턱을 치켜드느라 한껏 못생겨지던 고충도 해결됩니다. 움직이는 건 프레스티지뿐, 고개 각도를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헤드: 면도날이 장착된 부분
디테일한 리뷰 시작, 평소 민감성 피부 탓에 쉐이빙 폼을 듬뿍 바릅니다. 날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죠. 이번에는 과감히 건식 면도에 나섰습니다. 폼이란 방패막이 없음에도 따갑지 않더군요. 100만 개의 미세 입자로 특수 코팅된 헤드 덕분입니다. 이전 프레스티지 라인 대비 피부 마찰력을 50% 낮춘 비결이라고 하네요.
강력한 절삭력과 낮은 자극도는 습식 면도에서도 빛을 발휘합니다. 건식 면도 때와 동일하게 3단계에서 1단계 순서로 진행했는데요. 풍성한 거품 위에서도 기술력은 유지됐습니다. 부드러움 또한 극대화됐죠. 잘 밀리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자극적이지 않더군요. 폼을 걷어내고 깔끔히 정돈된 턱을 마주할 때 의심은 말끔히 사라집니다.
헤드 물세척 과정_출처: 바이브랜드
아무리 하이테크라 해도 관리하기 어렵다면 쉽사리 손이 가진 않을 겁니다. IPX 7 방수 등급이란 프레스티지의 또 다른 무기를 꺼낼 차례죠. 물만 틀어 놓으면 세척이 가능합니다. 원터치 버튼으로 헤드 커버를 연 후 물로 씻어내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단 1분. 가장 센 수압으로 세척해도 특수 코팅된 날의 방어력은 굳건합니다. 기기 전체에도 10초간 물을 뿌려봤습니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니 이상 없이 작동하네요. 가격 때문에 조심히 다루고 싶다면 헤드만 분리해서 세척할 수도 있습니다.
프레스티지의 전원을 처음 눌렀을 때 놀랐던 부분은 소음입니다. ‘윙’ 소리와 함께 존재감을 과시하는 여타 제품들과 달리 조용한 젠틀함을 뽐냈죠. 회사 화장실에서 사용하기에도 눈치 보이지 않았습니다. 3단계 강도까지 올리자 볼륨이 커지기보단 소리의 속도만 빨라졌죠. 내연 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 온 기분. 정확한 비교를 위해 소음 측정기 앱을 활용했습니다. 1단계 강도는 57 데시벨, 3단계일 땐 최고 60 데시벨까지 측정되네요. 분석 사항에 적힌 설명은 ‘조용한 사무실’.
충전할 때도 포기 못하는 엣지
Qi 충전 패드_출처: 필립스 코리아·바이브랜드
프레스티지 Qi 무선 충전 패드_출처: 필립스 코리아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무선 충전 패드_출처: 바이브랜드
프리미엄 제품답게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았습니다. 세계 최초로 전기면도기에 Qi 무선 충전 패드를 적용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Qi란 충전기에서 발생한 전파를 스마트폰 배터리의 안테나로 연결하는 방식인데요. 사용자가 할 일은 본체를 패드에 올려놓는 것이 전부라는 거죠. 물기를 가볍게 털어낸 뒤 얹어도 무방했습니다. 면도기에 물이 과하게 묻지 않은 이상 연동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헤드를 오픈한 채 건조시키면서 충전 가능한 것도 장점. 홈페이지에 명시된 완충 소요 시간은 3시간이지만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5분 가까이 사용했음에도 배터리 소모량은 3%에 불과했습니다.
스마트폰도 호환됩니다. 갤럭시 s21과 아이폰 13 pro 기준 약 1시간 동안 40%가 충전됐죠. 반면에 무선 패드를 사용하려면 콘센트가 필요하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콘센트가 마련되지 않은 화장실도 많으니까요.
기기에 내장된 디스플레이는 똑똑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면도날 교체 및 세척 주기는 물론 배터리 잔여량까지 알려줍니다. 토니 스타크를 보조하던 AI 시스템 ‘자비스’ 같은 역할이랄까요. 면도날 교체 시기를 자주 놓쳐 트러블이 나는 기자에겐 필요한 배려입니다.
출처: 필립스 코리아
30대 비즈니스맨이 자신을 위해 고용할 만한 히어로. 프레스티지의 한줄평입니다. 면도가 지겨운 이들에겐 충분히 새로운 경험이니까요. 30대로 한정 지은 이유는 가격 때문입니다. 20대 소비자가 면도기에 최대 50만 원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죠. 같은 연령대인 기자에게도 높은 진입장벽이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중저가형 제품으로 만족하고,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에게 선물할 것을 다짐했죠.
실제 기자는 A사의 8만 원대 전기면도기를 사용 중입니다. 가격대를 감안해 낮은 절삭력과 잦은 충전 빈도와는 타협했습니다. 이러한 아쉬운 경험이 있기에 프레스티지의 진가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은 아닐까요?
이한규
info@buybran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