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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경험 속 가려진 구독경제의 명암

토요타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 bZ4X
출처 : Toyota Global Newsroom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한 토요타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 bZ4X. 칼로 자른 듯 날카로우며 간결하고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언뜻 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놀라운 건 매달 이용료만 지불하면 탈 수 있는 구독 서비스 전용으로만 판매된다네요. 구독경제는 우리 삶의 넥스트 레벨일까요?

느린 걸음 속 숨겨진 본심

구독 서비스 시대입니다. 대중은 고객의 입맛에 맞춘 서비스를 경험이라는 상품을 제공하고 우리는 그들의 기술을 상품으로 구입해 더 나은 삶을 누리죠. 앞서 기자가 언급한 자동차 구독은 충격에 가까웠습니다. 리스와는 다른 개념이니까요. 우선 구독경제로 신 자동차 산업을 개시한 토요타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토요타는 170개가 넘는 국가에서 100여 개가 넘는 모델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까지 다양한 동력으로 달리는 자동차 라인업을 갖췄지만 전기차는 없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는 제조사가 기술이 부족한 걸까요?

글쎄요. 오히려 토요타는 적절한 때를 기다려 온 것 같습니다. 전기차로 수익을 낼 수 있을 시점을 말이죠. 지난해 12월 토요타는 배터리로 구동되는 순수 전기차 전략을 공유했습니다. 2030년까지 최소 200만 대에서 최대 35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탄소 중립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는데요, 작은 수치가 아닙니다.

2021년 토요타가 전 세계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960만 대가 넘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어림잡아 계산하면 18년 뒤 토요타는 전체 판매량의 최대 35%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겁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닙니다. 전기차 출시만 안 했을 뿐이지 관련 기술 개발에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사장과 1997년 데뷔한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 _출처 : Toyota Global News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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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대표이사와 앞으로 출시될 전기차_출처 : Toyota Global News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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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데뷔한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_출처 : Toyota Global Newsroom

토요타는 1992년 전기차 개발 부서를 신설했고 1996년부터 2019년까지 RAV 4 전기차 버전부터 COMS, C+pod, C+walk, e-Palette, C-HR EV까지 선보여 왔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2008년부터는 배터리 리서치 부서를 새롭게 마련하고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 연구에 힘을 쏟았고요.

현재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달리 전고체 배터리의 전해질은 고체로 되어 있어, 에너지가 밀도는 높은데 화재 발생률은 낮습니다. 항속거리를 늘려야 하는 전기차에 안성맞춤 인거죠.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를 먼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출력을 높이고 주행가능거리도 늘리되 충전 시간은 단축시키는 기술의 적용과 양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최대한 없애기 위함입니다. 전기차에 비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훨씬 작으니까요. 25년 전 세상을 경악게한 프리우스처럼 놀라운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올 수 있을까요?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함께 토요타의 궁극적인 목표는 ‘High-qaulity’의 배터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안정적인 배터리 확보를 위한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파나소닉을 비롯해 GS Yuasa, 도시바 등 일본 기업뿐만 아니라 CATL와 BYD 등 중국 업체와도 관계에 신경을 쓰는 있는 이유입니다. 인하우스 제조 역량을 갖추겠다는 전력이죠.

1개월 단위 계약, 젊은 소비층 흡수

토요타는 대중화를 위해 갈고닦은 기술력을 단숨에 터트리는 대신 영리한 구독경제로 ‘얇고 길게’가려는 마케팅으로 세계인을 흡수할 태세를 갖췄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2030세대에겐 환영받을 일이죠.

국내에서도 리스와 달리 자동차 구독은 1개월 단위의 이용료만 지불하면 끝입니다. 여기엔 세금, 보험료, 주행 요금이 모두 포함되죠. 또한 구독 서비스 업체가 대신해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고 관리합니다. 사고 시 본인 보험료 인상엔 타격이 없습니다. 평소 평일 출퇴근 시 자동차를 이용하는 젊은 직장인에겐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다만 일명 ‘허 사장(하, 허, 호 번호판)’ 번호판이 붙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 경제적인 요인이 풍부한 건 사실입니다. 1개월 뒤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차로 바꾸면 되니까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기아 자동차 구독 서비스 _출처 : Hyundai Kia PR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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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동차 구독 서비스_출처 : Hyundai kia PR Center

201012 (사진) 제네시스 스펙트럼 리뉴얼 런칭

제네시스 스펙트럼_출처 : Hyundai Kia PR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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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자동차 구독 서비스_출처 : Hyundai Kia PR Center

국내 자동차 구독 서비스 시작은 제네시스였습니다. 2018년 론칭된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당시만 해도 10개월 한시적으로 운영됐었는데, 반응이 좋았던지 리뉴얼을 거쳐 진화했습니다. 공유 경제가 한창 유행이었으니, 제조사 입장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 구조의 가능성을 엿본 것일 수도 있겠네요.

2019년 시작된 현대자동차 구독 프로그램, 현대 셀렉션도 차종을 추가하고 요금제를 다양화하며 부산과 제주도까지 서비스 지역을 넓혔습니다. 가장 저렴한 엔트리 프로그램의 월 요금은 49만 원부터 시작하고 프리미엄은 99만 원에 이릅니다. 모빌리티 Add-on이 추가된 프로그램을 구독하면 킥보드, 주차, 택시 등 다른 이동 수단과 연계된 통합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을 누릴 수 있습니다.

구독경제는 넥스트 레벨일까?

제러미 리프킨의 예언처럼 ‘소유의 종말’이 도래한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러한 구독경제 발전의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경제 저성장’이 있습니다. 전호겸 경제칼럼니스트는 자신의 저서 ‘구독경제: 소유의 종말’을 통해 경제 저성장이 ‘강제적인’ 소유의 종말을 불러왔다고 주장한 바 있죠.

경제 저성장, 언제부턴가 우리에겐 익숙해진 말입니다. 전호겸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약 7%, 2010년대에는 2~3%의 성장을 보였습니다. 한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됐습니다. 이처럼 만성화된 경제 저성장은 우리의 구매 의욕까지 꺾어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소유’보다는 ‘이용’으로 눈길을 돌린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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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지난 5월 16일 구독형 전기차 충전 요금제도 론칭했습니다_출처 : Hyundai Media Center

특히 소비 주체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경제 저성장을 경험하며 성장했습니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직접 겪어 ‘성장’보다는 ‘위기’가 더 익숙한 세대입니다. 취업할 시기에 들이닥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죠.

‘가성비’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저비용 고효율이 미덕이 된 세상에서 소유보다는 향유가 트렌디합니다. 구매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여러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죠. 1인 가구의 증가도 구독경제 확산에 한몫합니다.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오는 2037년까지 대한민국 1인 가구 비중은 35.7%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나 홀로 쓰는 것이라면 구독하는 것이 가성비가 더 좋겠죠.

적은 비용으로도 삶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구독경제. 이러한 구독경제의 시작은 어쩌면 부족과 결핍일지도 모릅니다. 가질 수 없다면 함께 써야 하는 세상. 경험이라는 명목하에 개성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발 빠른 경제 전환이 선보이는 세상을 보다 첨예한 시선으로 주시해야할 인사이트가 필요한 ‘요즘’입니다. 넥스트 레벨을 향해 말이죠.

참고 인터비즈 - ‘경제 저성장 때문에 오히려 구독 경제가 발전했다고?’, 전호겸 - ‘구독경제: 소유의 종말’

이순민

이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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