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돈 버는 베어베터

‘착한’ 기업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ESG(환경·사회·지배 구조)가 경영 트렌드로 대두됐지만 여전히 이윤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임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자폐성 및 지적장애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을 1순위로 삼고 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2년 6월 발달장애인 5명 채용을 시작으로 창립한 베어베터는 2021년 9월 기준 발달장애인 241명을 고용 중입니다.

자칫 복지센터로 착각하기도 있지만 베어베터는 엄연한 회사입니다. 일년에 두 번 있는 공채를 통해 곰 청년(베어베터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직원을 부르는 말)을 선발하고, 각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업무를 배정합니다. 베어베터는 그들을 배려를 받아야 하는 약자가 아닌 한 명의 성실한 사회 구성원으로 대우합니다.

서울 여의도 빌딩숲 곳곳에서는 곰 청년들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장애인 사업장이 드물었던 여의도 증권가에도 베어베터 발 순풍이 불어왔습니다. 지난 3월 KTB 투자증권을 시작으로 NH투자증권까지 베어베터를 통해 사내 카페를 조성한 것입니다.

베어베터 카페의 메뉴판은 간소합니다. 10가지 남짓의 커피와 음료 메뉴가 적혀 있습니다. 베어베터에서 모든 주문은 키오스크를 통해 이뤄집니다. 키오스크가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던 2014년부터 베어베터는 모든 사업장에 키오스크를 도입했습니다. 포인트 적립, 할인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은 계산 업무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서죠.

‘발달장애인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란 의문에 베어베터 이진희 공동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춰서 각자의 역량에 맞게 분업하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연계고용제도 통한 B2B 모델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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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베어베터 브랜드 필름

베어베터 김정호 공동 대표는 네이버 창업 멤버 출신으로 갑자기 큰돈을 얻게 됐습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이 돈을 사회에 이롭게 쓸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때, 김 대표와 함께 네이버에서 일을 하던 이 대표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정표를 제시했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일본의 이화학공업이란 회사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어느날 이웃 주민이 지적장애가 있는 딸을 일하게 해줄 수 없느냐고 호소해 사장이 고용을 결심했대요. 불량 검출 작업을 맡겼는데 제대로 일을 못해 문제가 발생했대요. 몇 cm 단위로 규격에서 벗어나는 걸 정확히 골라내기 어려웠던 거죠.”

”그 사장님은 해고하지 않고 규격품과 똑같은 모양의 막대를 만들어 줬어요. 측정에서 비교로 일을 단순하게 바꾼거죠. ‘못한다’라고 평가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안 되면 이 사람한테 맞는 방식으로 보완해보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반가웠어요.”

이 대표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고 있었죠. 문제의식을 제기한 지 단 2개월 만인 2012년 6월, 둘은 의기투합해서 베어베터를 창립합니다.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고용 방식도 정하지 않았지만 ‘발달장애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캡처

출처 : 베어베터 브랜드 필름

초반에는 헤매기도 했지만 연계고용의 존재를 알고 난 후부터는 사업은 순풍을 탔습니다. 연계고용 제도란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는 기업이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거래를 하고, 그 거래금액의 절반까지 고용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장애인 표준 사업장은 전체 직원의 30% 이상이 장애인이며, 상시근로자의 15% 이상을 중증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등의 요건을 갖춘 사업장입니다.

베어베터는 현재 전체 직원의 80% 이상을 중증 장애인으로 고용 중인 장애인 표준 사업장입니다. 장애인 고용 의무가 있는 기업 및 기관이 베어베터와 거래를 하면 거래 금액의 50%까지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죠.

물론 베어베터 이전에도 연계고용을 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있었지만 대개 인증 필수 요건인 30%선을 지켰습니다. 고용부담금 감면액도 10~20%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베어베터는 인쇄업으로 시작해 제과, 카페, 꽃 배달, 매점 등 발달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모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 중입니다. 현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화 등을 포함해 450여 개 기업과 연계고용계약을 맺었습니다. 기업들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마련해 직접 장애사원을 고용하게끔 HR 컨설팅도 제공합니다.

이처럼 탄탄한 거래처를 터놓은 덕분에 코로나19의 타격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도 흑자를 냈습니다. 매출액이 2019년 대비 다소 줄긴 했지만 82억 원 선을 지켰습니다.

일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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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베어베터 브랜드 필름

일본 회사의 사장이 규격에 맞는 막대는 만들어 일할 수 있도록 독려한 것처럼, 베어베터도 발달장애인들의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고용 매뉴얼을 마련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3개월 간 직접 편의점을 운영하며 계산, 매대관리 등 업무를 익혔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발달장애 사원에게 맞는 방식을 고안하고 직원 훈련을 거쳐 지금과 같은 형태의 고용 모델을 완성했습니다.

그렇다면 베어베터는 어떻게 곰청년들을 뽑을까요? 여타 회사와 마찬가지로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칩니다. 면접에선 딱 두 가지를 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출퇴근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일할 의지가 있는지. 회사에 지원을 했다면 일할 의지가 있는 게 당연할 것 같지만 예상외로 회사 이름도 잘 모르고 면접을 보러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이 대표는 “‘돈 벌어서 내가 사고 싶은 거 사고 싶어요’ 이정도 의지만 보여줘요 충분해요. 어떤 회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면 아직 준비가 안 됐구나 싶어서 돌려보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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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베어베터 브랜드 필름

면접에서 합격한 곰 청년들은 3주 동안 직무 훈련을 받습니다. 사실상 긴 기간 동안 심층 면접을 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발달장애인들은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려서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서입니다.

3주 동안 그들은 인쇄, 제과 등 6개 부서를 조금씩 경험하면서 각각의 부서에서 주어지는 일들을 할 수 있을지를 평가받습니다.

안 될 가능성이 높아보여도 일단 훈련기를 갖게 합니다. 발달장애인들에겐 직접 회사에서 일을 해보고 훈련을 받아볼 기회 자체가 중요해서입니다. 업무를 경험하며 고쳐야 할 부분은 안내하는데, 3주 동안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면 채용을 하기도 합니다.

업무 능력보다도 베어베터에서는 열심히 일할 의지, 동료들과의 조화를 더 중시합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요구되는 조직의 ‘핏’과 맞는지가 여기서 통용되는 것이죠.

2012년

법인 설립
복사 설비 도입
발달장애인 사원 최초 채용

2013년

제과 사업팀 신설
사내카페 서비스 시작

2016년

발달장애인 사원 총 200명

2018년

연계고용 계약 업체 300개 돌파

2020년

HR컨설팅 서비스 신설

법인 설립
복사 설비 도입
발달장애인 사원 최초 채용

제과 사업팀 신설
사내카페 서비스 시작

발달장애인 사원 총 200명

연계고용 계약 업체
300개 돌파

HR컨설팅 서비스 신설

고용의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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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베어베터 브랜드 필름

베어베터는 매출이 늘면 직원 고용에 투자하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인 만큼 매출액이 늘어남에 따라 고용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2012년 발달장애인 직원 5명과 함께 시작해 2020년에는 총 238명의 발달장애인 직원을 고용 중입니다. 9월 한 달 동안만 해도 7명의 발달장애인을 추가로 채용했죠.

이 대표는 베어베터를 하면서 힘든 순간이 없었냐는 물음에 “늘 베어베터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스스로가 참 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장애를 전혀 모르고 살았었는데 아들로 인해 장애를 알게 됐고, 언젠가는 아들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안고 살았는데 김 대표가 판을 열어준 덕분에 막연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경험을 해왔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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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베터 사원들이 쓴 롤링페이퍼_출처 : 베어베터 브랜드 필름

베어베터는 창업 이래에 홍보를 따로 진행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고용이라는 명확한 회사의 목표를 열심히 수행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먼저 베어베터를 찾습니다.

베어베터는 앞으로도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그들의 꿈은, 더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것이니까요.

“항상 무언가를 시도할 때, 안 될 이유는 정말 많아요.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되고 그 안 되는 이유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목표를 향해가야 해요. 그 과정에서 목표를 잃어버리면 갈 수 없어요 목표를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조지윤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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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1.12.13 승인완료

구매내역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 위한 창업
연계고용제도 통한 탄탄한 B2B 모델 구축
매출이 늘면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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