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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끝난 공간에 새숨결 ‘개항로프로젝트’

개항로프로젝트는 민간 주도 도시재생사업인데요. 인천 구도심인 배다리와 신포동을 잇는 2차선 도로와 골목길을 주목합니다. 목적이 사라져 사람이 떠난 건물에 터를 잡아, 레스토랑이나 편집샵을 열어 사람을 불러모으죠. 가게마다 지닌 독특한 개성과 기존 노포와 상생하는 모습이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전하고 있습니다.

역할이 끝난 공간에 2020년대 한국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기획해 운영하는 로컬 브랜딩 프로젝트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개항로프로젝트는 16인의 크루가 느슨하게 묶여 움직이는 로컬 콘텐츠 크리에이터입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린 사업을 모태로 매력적인 상업공간을 만들어 자영업에 나서죠. 개항로프로젝트 크루는 부둣가 옆 양조장 사장님이 있고, 젊고 야심찬 쉐프도 있고, 디자이너도 있죠.

이 멤버의 구심점은 인천 출신 경영 컨설턴트였던 이창길 대표. 그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버려진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펼쳤었다는데요. 제주로 귀농한 부모님을 위해 낡은 귤 창고를 집으로 개조한 이후, 공간기획사업을 통해 조금씩 경력과 인맥을 다졌고,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로컬 브랜딩에 착수합니다.

영국에서 발견한 항구도시의 잠재력

개항로 로고이미지 후보

출처 : 개항로프로젝트

개항로프로젝트는 인천항과 맞닿은 신포동 입구에서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이르는 1km 남짓한 2차선 거리를 주목했습니다. 항구도시의 중심번화가였던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된 곳이었죠. 특히 조선 말기부터 번화가였던 곳이라 병원, 회사, 영화관 등 건축적으로 가치있는 근대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이창길 대표는 영국에서의 유학경험이 사람들과 뜻을 모아 새롭게 공간을 가꾸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회고합니다.

“해외유학 갔을 때, 지도를 사서 방에 붙여두곤 했어요. 영국 지도를 샀는데 이걸 방에서 누워있다 옆에서 바라보니까 영국 지도가 대한민국 지도랑 똑같더라구요. 지역이 절묘하게 포개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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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개항로프로젝트

“영국지도를 뒤집어서 보면, 리버풀 위치가 인천이예요. 비슷하게도 항구도시고, 정체성도 좀 비슷하게 느껴져요. 머릿속에서 스르륵 인천이랑 닮은 다른 도시는 어딜지 짝을 맞춰본거죠. 리버풀 런던 뉴욕 요코하마가 닮은꼴이더군요.

공통적으로 산업이 흥했던 도시였고, 산업이 지고 흥했던 자리에 다른 시설이 들어섰어요. 요코하마나 뉴욕의 수많은 공장이나 창고는 다 문화 시설로 바뀌었잖아요. 그 다음은 인천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항로도 도보로 15분만 걸어가면 바로 바다가 나와요. 지금은 철조망이 쳐있지만 산업시설이니까 이런 것들이 곧 열릴 거란 생각이 들었죠.”

개항로는 노포와 젊은 기획이 서로 어울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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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개항로프로젝트

그렇게 2018년 2월, 오래된 이비인후과를 복고풍 콘셉트로 개조한 카페공간 '브라운 핸즈'를 시작으로 개항로 거리에 10여개의 상점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개항로 일대의 구옥을 함부로 헐지 않고, 건축물의 개성을 드러내는 상점들이었죠.

개항로 일대 건물을 임대-매입하는 것은 각자 알아서 하되, 이창길 대표와 권순만 디렉터가 ‘플레이스랩’이라는 법인을 만들어 개항로 로컬 브랜딩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16인의 크루가 자율적으로 개항로프로젝트를 움직이고 있는데요. 이들은 각자 개항로 주변 소식을 추려 SNS에 전달하고,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각자의 감성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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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개항로프로젝트

이창길 대표는 이런 개항로프로젝트의 취지를 단순한 애향심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도시특성을 고려한 공간기획과 구세대와 신세대를 잇는 연결이라 봅니다.

“인천 구도심이 전국에서 규모가 제일 커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인천땅은 40~50%가 매립지예요. 다른 도시는 구도심을 날리고 동네를 새로 만드는 게 비용이 저렴했던 거고, 인천은 물가에 흙을 덮어 땅을 확보해 신도시를 만드는 게 낫죠. 그 덕에 구도심은 100년 가까이 누적된 모습이 보존될 수 있던 거예요.”

협업으로 부흥시킨 골목길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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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개항로에는 백년 묵은 건물이 많아요. 과거엔 번영하는 시내 중심부였고, 그 덕에 남게 된 묵직한 건물이 많아요. 상가건물도 있고, 병원으로 썼던 커다란 단독주택도 있죠. 이건 카피를 뜨더라도 100년이 지나야 비슷한 분위기가 나올거예요. 독보적이죠.

또 이곳에는 건축물만 있는 게 아니라 콘텐츠가 있어요. 40년 이상 된 노포가 60개 넘게 있어요. 걸어갈 때마다 노포를 만나는 거죠. 이곳 노포지기분들은 이곳이 전성기였을 때 돈을 열심히 벌어 터를 잡은 분들이거든요. 직접 조사해보니 70~80%는 자가건물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없는거죠.

저희 크루도 개항로를 중심으로 사업을 잘 해보려 애쓰지만, 인근 노포 어르신과 상생하려 해요. 노포가 수익을 많이 올려야 2세 3세가 물려받잖아요. ‘개항로맥주’는 상생을 위한 협업의 대표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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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로고 디자인은 배다리에서 목공예만 50년 하신 <전원공예사> 전종길 사장님이, 포스터 모델은 동인천에서 벽화미술을 하는 최명선 어르신이, 맥주제조는 항동 부둣가에서 양조장을 하는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가 맡아요.

다 만들어진 맥주는 개항로 인근 슈퍼마켓이나 식당에 유통되고요. 이렇게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세대를 초월해 개항로라는 공간을 매개로 연결되는 거죠.”

이렇게 도시특성을 고려한 젊은 창작자들의 공간기획이 수년간 차근차근 자리잡기 시작하며, 또다른 창업가가 골목에 모여들었고, 이는 점점 개항로에 모인 구세대와 신세대를 잇는 단단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개항로프로젝트는 관광콘텐츠 기획이나 전시행사에 이르기까지 지역색을 드러내는 사업을 다방면으로 펼치고 있죠.

2018.02

개항로 프로젝트 1호 가게
카페공간 '브라운 핸즈' 오픈

2018.11

일광전구 브랜드 스페이스
'라이트 하우스' 오픈

2018.12

개항로 노포 소개 사진전시회
<개항로 이웃사람> 개최

2019.04

2019 도시재생산업박람회
국무총리상 수상

2020.10

칼리가리 브루잉
'인천맥주' 제작유통 시작

개항로 프로젝트 1호 가게
카페공간 '브라운 핸즈' 오픈

일광전구 브랜드 스페이스
'라이트 하우스' 오픈

개항로 노포 소개 사진전시회
<개항로 이웃사람> 개최

2019 도시재생산업박람회
국무총리상 수상

칼리가리 브루잉
'인천맥주' 제작유통 시작

대체불가능한 공간, 새로운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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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개항로프로젝트의 미션은 “세상에 둘도 없을 공간을 발굴해,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다”로 정리됩니다. 그 목표를 추구하는 가게는 개항로 곳곳에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공간은 역시 개항로통닭입니다.

많은 세대가 한꺼번에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개항로프로젝트의 대표 레스토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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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개항로에는 일제시대 때 지어진 튼튼한 벽돌건물이 많습니다. 이곳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킨 대로변 근대건축물인데요.

90년대 이후, 인천 구도심 상권이 몰락하며 수십년 간 공실로 남아있던 곳으로, 건물 내부가 겉보기와는 달리 제법 넓고 뒤에는 넓은 마당이 있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적합했습니다.

보편적인 노래를 너에게 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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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이런 위치에 어울리는 먹거리로 낙점된 것이 바로 전기구이 통닭! 이는 닭강정과 더불어 인천의 로컬푸드기도 했습니다. 동인천 인현통닭과 주안 서문통닭을 드나들며 맛본 전기구이 통닭은 진입장벽 없이 동네 어른까지 포섭할 수 있는 메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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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 어깨를 부딪칠만큼 좁은 골목을 파고들어 가게 문을 열면, 온갖 골동품이 가게 안을 가득 채웁니다. 여기서 잠깐 이창길 대표의 말을 옮겨봅니다.

문득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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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골목에 이끌려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인테리어 요소가 중요해져요. 남녀노소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게 핵심인데, 다들 적당히 미소 지을 정도면 된다고 봤어요. 산들바람, 무지개, 구름 이런 단어 떠올렸을 때 싫어하는 사람이 없겠죠. 그 정도 감흥을 건드리는 소품을 하나씩 구하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인 소품이 사진이예요. 장소에 얽힌 공통된 기억이 있다면, 그 기억을 공유했을 때 서로 어색하지 않고 말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거예요. 저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인천에서 나고 자라면 소풍이나 단체사진을 많이 찍어요.”

“특히 수봉공원-청학풀장-자유공원-인천대공원' 처럼 다들 꼭 들러보게 된 장소가 있죠. 그런 장면이 큼지막한 액자에 걸려있으니까. 다들 한마디씩 낄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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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개항로프로젝트

기억을 더듬다보면 햇갈리기도 하니까 테이블 위에서 말도 풍성해져요. 어른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낄 수 있는 거죠. 사진 뿐만 아니라 만국기나 오징어게임 그린 바닥, 오래된 라디오까지.

누구나 보편적으로 써봤을 법한 감정을 건드리는 오브제를 60개 이상 비치해둔게 개항로통닭의 메인 콘텐츠인거죠. 전기구이 통닭은 오히려 서브 콘텐츠고요.

그리고 개항로통닭을 연 건물이 1937년에 지어졌어요. 문화재급이잖아요. 지붕을 트니까 층고가 7m 가까이 나오는데요. 여기에 앞마당과 골목까지 갖고 있죠. 이런 공간은 요즘 짓는 건물에서는 쉽게 느끼기 힘들어요.”

카피되지 않는 공간, 새로운 콘텐츠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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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개항로프로젝트

개항로통닭을 비롯한 신규공간이 성공적으로 지역사회에 안착하며, 공간의 원래 쓰임새를 고증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개항로통닭이 운영된 건물에 실제로 통닭집이 있었다거나, 지금은 카페가 된 산부인과 건물에서 태어난 사람이 가족과 함께 개항로 일대의 가게를 즐기기 시작한 거죠.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개항로를 독보적인 로컬 브랜드 스팟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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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여기에 얽힌 이창길 대표의 의견을 보태며 이번 스토리를 마감할게요.

“제가 도시재생사업에 힘쓰면서 결론 내린게 있어요. 「시간이랑 철학은 카피가 안된다」는 거죠. 정보가 워낙 빨리 흘러가는 시대고 서울에서 유행한 걸 부산에서 바로 만날 수 있어요. 그러다보니 지금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카피가 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김정년

김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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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완료

개항로프로젝트 에서 구매한 내역입니다

구매장소
승인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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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1.12.31 승인완료

구매내역

카피되지 않는 근대건축물의 아우라
남녀노소 모두 어울리는 콘셉트 스토어
정교하게 배치한 오브제가 만드는 아련한 옛추억

다른 스토리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