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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으로 가방을 만든다고? 플리츠마마

버려진 페트병으로 패션 제품을 만드는 플리츠마마에겐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 폐페트병의 출처가 한국이라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국내 재활용품을 쓰던 곳이 왜 없었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실 것도 같습니다. 비용도, 국내 환경을 보호 하는 데에도 한국산이 더 나을텐데… 이전까지 그런 곳은 없었다고 하는데요. 2017년 11월 문을 연 플리츠마마는 왜 폐페트병에 주목했을까요.

기왕에 ‘착한 소비’를 한다면, 그 혜택이 내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로 먼저 돌아갔으면 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효성을 비롯해 국내에도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패션의 소재가 되는 ‘원사’를 만드는 곳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전까진 그 출처가 모두 외국이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재활용 플라스틱의 분류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원사로 만들기엔 너무 깨끗하지가 않았던 것 입니다.

메이드인, JEJU

왕종미 대표

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_출처 : 바이브랜드

2020년 플리츠마마가 내놓은 패션 아이템 ‘제주 에디션’은 그래서 좀 남다릅니다. 제주도산 페트병을 원사로 탈바꿈 시킨 점이 그렇습니다. 국내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첫 패션 제품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플리츠 마마는 재활용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굳이 해외에서 들여오던 플라스틱을 어떻게 제주도로, 순식간에 원산지를 바꿀 수 있었던 걸까요.

제주도에는 투명 폐페트병을 지정된 장소에 배출하는 제도인 ‘클린하우스’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제주에디션은 이를 놓치지 않았던 왕 대표의 감각이 빛을 발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13명 안팎의 직원 밖에 없는 플리츠마마가 원사까지 직접 뽑아낼 순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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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플리츠마마

왕 대표는 효성티앤씨를 끈질기게 설득합니다. “어떤 품질로 나오든 원사를 전부 사겠다”는 왕 대표의 열정과 확신에 효성티앤씨는 그의 손을 잡습니다. 여기에 제주도까지. 대표 관광지로 사랑받으면 받을수록, 더 많은 쓰레기가 생겨나는 문제에 골머리를 앓던 제주도는 플리츠마마가 제안하는 방식대로라면 조금이나마 경감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죠.

그렇게 삼자가 협업해 만든 ‘리젠 제주’ 원사는 가방과 플리스자켓, 티셔츠, 패션 아이템 등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소비자 반응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제주 에디션은 질리지 않는 컬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플리츠마마는 서울로 눈을 돌립니다. 3월 선보인 러브서울 에디션은 100% 서울에서 발생한 폐페트병을 활용했으며, 라인업도 레깅스와 맨투맨, 조거팬츠 등으로 넓힙니다.

굳이, 폐플라스틱을 왜?

플리츠마마_플리츠백 키비주얼

출처 : 플리츠마마

그런데 궁금하지 않나요? 왕 대표는 왜 폐플라스틱에 주목했던 걸까요?

먼저 살펴볼 게 있습니다. 리젠은 버려진 페트병의 성분을 추출해 만들어진 친환경 폴리에스터 원사입니다. 페트병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셔츠와 운동복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에스터 원사도 70% 이상이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원사를 만드는 방법도 폴리에스터 원사를 만드는 것과 흡사합니다. 옷감용으로 제공되는 플라스틱을 녹여 사용하느냐 기존에 있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느냐의 차이가 날 뿐이죠.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패션업계 생태계는 폴리에스터 원사를 원재료로 쓰는 것으로 체계가 잡혀져 있습니다. 그런 체계를 벗어나 폐플라스틱을 쓴다는 건 그래서 사업자로선 모험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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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플리츠마마 유튜브

이건 왕 대표 본인의 창업 스토리를 살펴봐야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왕 대표는 원래 패션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회사가 어려워져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죠. 그렇게 회사 창고에 무수히 쌓여있는 원단을 보고 왕 대표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열심히 다니던 회사가 없어진다는 것도 속이 쓰렸지만, 사용처가 사라진 8~10억원 대의 저 원단을 폐기시켜야 한다는 것도 그를 허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아깝다’는 생각에 버려질 게 뻔한 그 원단으로 가방을 하나 만듭니다. 의외로 예뻤고, 또 튼튼했죠. 그러자 왕 대표의 생각은 이렇게 확장합니다. “버려진 원단으로 이렇다면, 아예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원단을 만들어보자!”

2017.11

플리츠마마 설립

2020.04

내용효성티앤씨와
'리젠 제주' 출시

2021.03

내용효성티앤씨와
'리젠 서울' 출시

2021.06

내용효성티앤씨로부터
전략적 지분 투자 형태로 Pre-A 투자 유치

2021.11

내용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

플리츠마마 설립

효성티앤씨와
'리젠 제주' 출시

효성티앤씨와
'리젠 서울' 출시

효성티앤씨로부터
전략적 지분 투자 형태로
Pre-A 투자 유치

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

‘착한 소비’의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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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플리츠마마

이미 예쁜 가방과 의류는 시중에 넘쳐납니다. 다만, 그 중에 친환경 제품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았죠. 가방과 의류를 원하지만, 환경 보호에도 관심 많은 소비자들에겐 대안이 없었습니다. 이들에게 그 선택지를 만들어주겠다는 게 플리츠마마의 비전이자 철학입니다.

이에 맞게 플리츠마마의 공정 또한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으로 설계됐습니다. 제품 생산부터 소비까지 쓰레기 배출량을 최소화하자는 것이죠. 그런 차원에서 가방을 만들 때 천을 잘라 붙이는 재단 방식이 아니라 원단을 뜨개질하는 니트 기법을 사용합니다. 왕 대표는 “니트 기법의 경우 원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뜨개질하기 때문에 자투리 원단이 1g도 남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제품을 고객에게 보내는 과정에서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사업 초기에는 별도의 박스와 완충재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낱개 포장시 자가접착식 완충포장재를 사용해 배송용 박스와 별도의 완충재가 생기는 걸 방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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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플리츠마마

물론 일반적이지 않은 포장이다 보니 시간과 비용은 더 들어갔습니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를 추구하는데 택배를 받았을 때 상자를 뜯어야 하고, 안에 비닐이 들어있는 모습은 고객들이 아이러니하게 느낄 것이라는 게 그런 부담을 기꺼이 떠안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비록 지금은 배송 과정에서의 유실 문제 때문에 박스 패키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포장은 최소로 줄이고 있습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KITA)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2014년 1억5000만 달러(약 1800억 원)에서 2020년 1억7000만 달러(약 2030억원)로 약 16.6% 성장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날이 갈수록 더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간 패션 업계에서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 친환경 제품을 내놓으려는 시도를 했죠. 플리츠마마는 그 중 하나입니다. 리사이클링 제품만 취급하면서도 매년 매출액 2배 이상씩 일궈내는 결과도 내고 있죠. 무엇보다 국내 폐플라스틱을 활용하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플리츠마마의 이야기에 더 눈길이 갑니다.

서정윤

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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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021.12.10 승인완료

구매내역

국내 폐플라스틱 활용한 '제주에디션'
생산·유통 과정에 미니멀리즘을 적용
패션 시장에도 '착한 소비'의 대안 선택지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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