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서비스로 본 영화는 편리했지만 심장을 뛰게 만들진 못했어요. 잘 지은 영화관 하나, 열 OTT 안부럽더군요.
출처 :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는 극장용 영화 배급 플랫폼입니다. 글로벌 시청각 기술업체 돌비 래버러토리스(Dolby Laboratories)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특수상영관이죠. 생생한 색감을 구현하는 첨단 영상 기술인 돌비 비전(Dolby Vision)과 공간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를 결합한 프리미엄 시네마입니다.
국내에선 메가박스가 전국 5개 상영관을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평일 성인 입장료는 1만 7000원으로 동시간대 일반관 입장료와 비교하면 3000원을 더 내야 합니다. 아시아에선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개관했죠.
이 상영관은 올 상반기 <탑건 : 매버릭> 흥행으로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영화관 시트가 마치 전투기 콕피트처럼 느껴진다는 관람객 입소문에 높은 좌석 점유율을 보였죠. 기자도 돌비 시네마에서 탑건을 시청했습니다. 펍에서 ‘Great Balls of Fire’를 열창하는 신참 파일럿들의 노랫소리도 어쩐지 평소보다 흥겹게 들립니다. 관람을 마치고 지인에게 “영화 어땠어?”라고 묻는 게 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틈새시장 공략한 고스펙 상영관
코돌비의 터널형 입구, 상영작 관련 영상을 커브드 디스플레이에 띄운다_출처 : 돌비코리아
‘이렇게 놀라운 상영관이 왜 전국에 다섯 개 밖에 없을까?’ 취재하지 않을 수 없네요. 돌비코리아와 메가박스 실무자를 만났습니다.
메가박스는 CGV나 롯데시네마보다 상영관 수는 적지만 영화팬 사이에선 틈새시장 공략에 능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 수급(해외 공연 실황, 재패니메이션 단독상영) 퀄리티가 높아 마니아층이 탄탄하거든요. 음향에 특화된 MX관이나 좌석 편의성을 개선한 컴포트관도 강점. 돌비 시네마 상영관 도입 역시 ‘극장경험 향상’이란 기존운영 노선을 반영한 결정이었죠.
돌비도 메가박스를 최고의 파트너로 인정합니다. 돌비 시네마 사업 담당 이미지 부장은 ‘음향 관련 협업을 하며 쌓은 신뢰가 결정적이었다’라고 설명하죠.
무대인사 자리에서 바라본 코돌비 _출처 : 돌비코리아
“메가박스는 스크린, 사운드, 시트를 신중하게 다루는 극장입니다. 기존 국내 상영관 구축 당시 사운드 밸류를 꼼꼼하게 따지는 파트너사였거든요. 당시 업계 표준이었던 5.1/7.1에서 벗어나 신설 음향 기술을 도입하는 시도로 인연을 맺게 됐죠.”
2020년 7월, 코엑스점이 첫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팬데믹이란 악재를 맞이했지만 지난 2년간 140여 개 영화를 꾸준히 상영했죠. 수도권을 넘어 지방까지 범위를 넓혀 돌비 시네마를 새롭게 구축합니다.
그 결과 <탑건 : 매버릭>의 2022년 돌비 시네마 단독 관람객은 13만 명을 돌파했죠. ‘압도적인 영화경험’에 매료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SNS에 바이럴을 만들며 돌비 시네마는 IMAX(아이맥스)의 대항마로 급부상했습니다. 메가박스는 기자에게 시네마 애칭과 5개 상영관 별 특징을 귀띔했어요(그래프 참고).
코돌비
국내 최초, 서울 내 유일
안돌비
신축 전용관, 경기 동남부 최초 PLF 상영관
남돌비
신축 전용관, 전국 5관 중 관객에게 가장 큰 인기
대돌비
신축 전용관, 대전충청권 유일
동돌비
경상권 유일, 좌석점유율 ↑
국내 최초, 서울 내 유일
신축 전용관, 경기 동남부 최초 PLF 상영관
신축 전용관, 전국 5관 중 관객에게 가장 큰 인기
신축전용관, 대전충청권 유일
경상권 유일, 좌석점유율 ↑
창작자의 뜻을 온전히 전하는 PLF
우측 상단에서 내려다 본 코돌비_출처 : 돌비코리아
IMAX와 돌비 시네마 같은 상영관을 ‘PLF(Premium Large Format) 플랫폼’이라 부릅니다. PLF와 일반 상영관과의 차이는 ‘몰입감 향상’입니다. 기술적으로는 대형 스크린과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의 결합이 특징인데요. 돌비 시네마는 전문 팀이 직접 좌석 설계와 단차 같은 세부 디테일을 조정하여 콘텐츠 경험을 극대화시키죠. 그리고 차세대 영상 기술인 극장용 돌비 비전 HDR로 마스터된 컨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PLF는 현재 돌비 시네마가 유일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IMAX의 경우 사람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최대 시야폭의 고해상도 스크린을 구현합니다. 웅장한 규모를 통해 관람객의 몰입을 유도하는 것이죠. 돌비 시네마와 IMAX와의 차이가 궁금해지네요.
‘돌비 시네마’는 돌비 직영 품질관리를 더했습니다. 영화관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돌비가 제시한 기준에 맞춘 영화관 조성이 의무화됩니다. 상영관 설비가 끝나면 전문 엔지니어가 영화관 소속 영사기사와 함께 상영관을 관리한다는 점이 특별하죠.
최상의 영화체험은 최첨단 기술과 전문가의 손길에서 탄생한다는 것이죠. ‘어느 좌석에 앉아도 시야각이 확보되는 영화관’, ‘명당 구분 없이 동일한 시네마 체험’이 공간디자인 철학이라고 하네요.
출처 : 돌비코리아
“돌비 시네마의 목표는 창작자의 뜻이 정확하게 관객에게 전달되는 겁니다. 예컨대 ‘소울’의 감동은 뉴욕 하늘이 상영관 안에서 의도된 색감과 온전한 명암비로 표현됐을 때 고스란히 느껴지죠.”
돌비 시네마 사업 담당 이미지 부장은 ‘창작자 친화적 영화경험’이 기존 PLF와의 차별점이라 설명합니다. 촬영감독이 만족하는 영상미, 음향감독이 의도한 사운드 경험은 현재 돌비 시네마가 타 PLF상영관 보다 앞선다는 것이죠.
이 부장은 음악영화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공연 장면을 연출할 때 음향감독은 모든 소리를 신중하게 통제한다고 합니다. 제작진은 편집 과정에서 소리 하나하나를 의도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데요. 돌비 시네마는 자사 공간음향기술인 돌비 애트모스를 활용해 창작자의 청각 디자인 의도를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죠. 결국 영화감독의 뜻은 언어가 아니라 오감으로 전해진다는 겁니다.
기자는 이 해설을 로큰롤 음악영화 <엘비스>에서 실감합니다. 저음과 고음이 명확히 구분된 상태로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사운드트랙을 듣자니 마치 콘서트장에 온듯한 기분이었죠. 등장인물이 어둠 속에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면 그들의 목소리가 상영관 측면 스피커에서 울립니다. 배우가 연기하는 미세한 감정 변화가 전해지네요. 고 스펙 장비가 알맞게 배치되면 창작자가 표현하려는 바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음을 깨달았죠.
탑건 떠나고 아바타 오네
2022년 9월 리마스터링 개봉을 예고한 아바타(2022)_출처 : 돌비코리아
메가박스 마케팅팀 정태민 팀장은 극장영화 관람 본연의 재미를 제공하는 것으로 국내 단독 PLF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합니다. 2022년 하반기 기대작인 ‘아바타’ 시리즈가 좋은 예라고 강조하네요. 하반기 <아바타 : 물의 길> 개봉에 앞서 HDR버전으로 편집한 <아바타 리마스터링>을 돌비 시네마에서 상영할 계획입니다. 10년 전 아바타를 놓친 이들과 진보된 영화체험을 기대중인 n차 관람객까지 사로잡을 전망이죠.
정 팀장은 추가로 ‘명작 큐레이션’을 예고했습니다. 최신 인기작 상영에 그치지 않고 돌비 시네마 전용 콘텐츠를 기획전 형식으로 선보이겠다는 것이죠.
라라랜드(2016) 촬영현장 스틸컷_출처 : 네이버 영화
반짝기획전이 아니라 배급사와 ‘돌비 시네마 전용 콘텐츠’ 보급을 두고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8월, 메가박스 홈페이지에서 ‘돌비 시네마에서 보고 싶은 영화 VOTE’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영화광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라랜드> <듄> <1917> 등 압도적인 영상미나 빼어난 청각경험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여섯 편을 기준으로 진행된 투표였죠. <탑건 : 매버릭> 흥행 이후 기세를 탄 돌비 시네마의 인기는 킬러 콘텐츠 확장에 달려있다고 전하네요.
영화팬 눈 높인 n차 관람
돌비 시네마 유니버설 트레일러_출처 : 돌비코리아
돌비 시네마에 가면, 작품 상영 직전 3분 가량의 트레일러 영상을 상영합니다. 고화질 색표현을 뽐내는 영상기술 시연과 인상적인 음향효과를 경험할 수 있죠. 메가박스는 극장 운영 실무와 돌비의 기술력을 뒷받침할 콘텐츠 배급으로 지원사격에 나서는데요.
이처럼 진보된 극장 인프라는 영화팬의 눈높이를 올리고 있습니다. 입장료 인상과 OTT서비스 보급으로 관객은 극장가 출입에 신중해진 상황이죠. 엔데믹 이후 영화산업에서 돌비 시네마의 존재감은 앞으로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명작을 좋은 환경에서 볼 수 있다면 관객은 n차 관람을 마다하지 않게 됐거든요. 지금은 외국영화가 돌비 시네마 콘텐츠 주류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훗날 국산영화와 손잡은 돌비 시네마 콘텐츠도 기다려 봅니다.
김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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