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 삶이 바뀐다, 트레바리 책으로 맺어진 인연을 아시나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수천 년 전부터 철학자들의 화두였습니다. ...
누군가 그러더군요. 사치란 ‘자신이 관심 없는 분야에 타인이 돈을 쓰는 행위’라고. 게이즈(Gaze)는 독특한 시선(Gaze)으로 선별된 제품을 통해 사치를 유발합니다.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만 특별히 골라서 말이죠.
대놓고 비싸고 쓸데없는 물건을 판다고 말하는 이주연 게이즈 대표는 ‘지루한 일상에 재미를 주는 것’에서 브랜드의 당위성을 찾습니다. ‘테크(Tech)’, ‘디자인(Design)’, ‘펀(Fun)’이라는 핵심가치를 아우르는 제품을 통해서 일상을 특별하게 바꾸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겁니다.
꽤나 설득력 있는 경험이었을까요. 2013년 게이즈 브랜드 론칭 후, 2014년 갤러리아 명품관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등 국내 백화점 9개 지점에 입점했고, 2018년 온라인 스토어도 오픈했습니다. ‘옴니채널’*로 보자면 국내에 경쟁자가 없다고 자신하는 이주연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옴니채널(Omnichannel)은 소비자가 오프라인·온라인·모바일 등 여러 경로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사고 싶은 물건을 인터넷에서 보고 매장 가서 구매하는 거죠. 그 반대도 가능하고요.
통일성보다는 다양성, 효율보다는 낭비
갤러리아 명품관 WEST 5층 게이즈샵_출처 : 게이즈
갤러리아 명품관 WEST 5층, 게이즈의 오프라인 스토어 ‘게이즈샵’이 다이슨과 삼성 사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층의 테마는 라이프스타일입니다. 광교, 타임월드, 센터시티 등 갤러리아의 다른 지점에서도 게이즈샵은 리빙, 전자제품, 가구 및 테크 섹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다릅니다. 모두 남성 패션과 함께 묶여 있기 때문이죠. 특별한 이유가 있겠거니 했는데,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백화점의 제안이었다고 합니다. 아내 혹은 여자친구 쇼핑에 따라온 남자를 위한 공간으로 낙점받은 것이죠.
이른바 ‘그루밍족’이 떠오른 때입니다.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여성의 비중은 줄어들고 남성의 비중이 올라가던 시기죠. 이에 따라 백화점은 30~40대 남성을 겨냥한 새로운 구성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니언즈 캐릭터 데이브의 크롬 버전 베어브릭_출처 : 게이즈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2014년부터 남성관 현대 멘즈를 오픈했고,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 이어 본점에 명품 남성 전문관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남자라면 좋아할 만한 술과 구두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쇼핑뿐만 아니라 즐길 거리도 준다는 전략이었죠. 게이즈샵 또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이 대표는 예나 지금이나 게이즈샵의 제품에 젠더는 없다고 합니다. 오직 큐레이션의 대상만 있을 뿐.
매장마다 상품 구성이 다른 이유입니다. 약 8년 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매장별 소비자 선호도에 맞춰 다른 큐레이션을 하는 거죠. 예컨대 게이즈의 모든 백화점 매장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군은 음향 기기인데,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찾는 이들은 ‘수집’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컬렉션 토이 중 하나인 ‘베어브릭’이 매장을 가득 채웁니다. ‘매니저피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은 전국에서 베어브릭 신상이 가장 빠르게 입고되는 곳 중 하나입니다.
까비네 101 액세서리 스탠드형 보관함_출처 : 게이즈
커플이나 부부 단위의 방문이 많은 갤러리아 센터시티점 매장은 스틸 인테리어 브랜드 ‘까비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판매량은 낮지만 주변 매장에서 다루지 않는 철제 가구라는 점, 화사한 컬러감,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품질이 젊은 부부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죠.
트렌드의 격전지 중 한 곳인 현대백화점 판교점 게이즈샵은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와 유행에 민감한 소비 성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입점 상품 개편과 다양한 체험 공간 마련에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고 합니다.
게이즈샵 온라인 스토어 매거진 섹션에서 제공되는 콘텐츠_출처 : 게이즈
온라인 스토어는 어떨까요. ‘효율’보다는 ‘낭비’에 초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시간과 돈 낭비에요. 제품 선택부터 구매까지의 과정은 최단거리가 아닙니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더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방문자의 홈페이지 체류시간을 길게 만들어 예정에도 없던 ‘뽐뿌’를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게이즈샵은 텍스트와 비디오 콘텐츠를 통해 트렌드와 인사이트도 전합니다. 단순히 소비에 그치지 않고 가치 있는 것을 전하는 것이 큐레이션 플랫폼의 역할이라 생각하는 이 대표는 게이즈의 영역을 점점 더 넓혀가고 있습니다.
2013
GAZE
브랜드 론칭
2014
GAZE SHOP
갤러리아 명품관 WEST 입점
2015
GAZE LAB
디자인 연구소 설립
2018
GAZE SHOP
온라인 스토어 오픈
2021
GAZE SHOP
온라인 스토어 리뉴얼
GAZE
브랜드 론칭
GAZE SHOP
갤러리아 명품관 WEST 입점
GAZE LAB
디자인 연구소 설립
GAZE SHOP
온라인 스토어 오픈
GAZE SHOP
온라인 스토어 리뉴얼
수면욕, 식욕, 성욕 그리고 소비욕
브리온베가 rr-226 라디오포노그라포_출처 : 게이즈
1,690만 원. 게이즈샵에서 판매되는 브리온베가 rr-226 라디오포노그라포의 가격입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쓰임새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산업 디자이너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손길을 거친 프리미엄 오디오죠. 루악, 제네바, 브라운 등 하이엔드 오디오부터 라문, 올루체, 아르떼미데와 같은 조명까지 게이즈샵에는 다양한 장르의 고가 장비들이 넘쳐납니다.
비싸다는 것 외에 아름다운 디자인과 탁월한 품질은 의심할 여지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죠. 비싼 물건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믿는 이주연 대표는 제품을 선별할 때 품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합니다. 게이즈샵의 고객은 ‘대중’이 아니라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디테일의 차이에서 오는 만족에 지출을 꺼려 하지 않죠.
지난달 온라인으로 진행된 ‘컨퍼런스G 2022’의 기조 연설에 나섰던 세스 고딘은 주간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불특정 다수보다 로열티가 있는 소수’에게 집중해야 하고, ‘대중적인 히트작 기획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이죠. ‘팬덤’입니다.
콜러 목시 핸드 샤워기와 하만 카돈 무선 스피커의 조합_출처 : 게이즈
게이즈의 행보는 2018년 미국마케팅협회(AM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마케팅 구루의 생각과 일맥상통합니다. 20년 전 세스 고딘이 강조했던 ‘퍼플 카우(Purple cow)’도 있습니다. 소가 보라색이라면 눈에 띄겠죠? 이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차별성이 두드러진 제품과 서비스를 의미하는 퍼플카우는 오늘날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통합니다.
가성비보다 감성비에 초점을 맞추고, 무난함이 아닌 독특함을 통해 유쾌함을 선사하는 제품들로 채워진 게이즈샵의 공간에는 ‘보랏빛 소’가 가득합니다. 다채로운 이미지를 빛으로 표현해 주는 LED 백팩, 콜러와 하만카돈의 협업으로 완성된 무선 스피커 핸드 샤워기, 실제 사자 사이즈와 동일하게 제작된 사자 조명처럼요.
게이즈샵의 제품을 두고 누군가는 속된 말로 ‘돈지랄’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동시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을 거고요. 세스 고딘은 고객을 섬길 줄 아는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는 공감을 주문했었는데요, 이들은 공략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채워주기 위해서는 마음을 헤아리라는 뜻이죠.
공간을 채우는 사욕
사이즈별로 가격이 상이하나 100만 원이 넘는 올루체 아톨로 램프_출처 : 게이즈
35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4조 4124억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홈퍼니싱 물품 수입액이기도 합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1년 의자·조명·침구·책상 등 집 꾸미기 관련 품목 수입이 2020년 대비 15% 증가했습니다. 또한 일부 품목이 소폭 감소했던 2020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모든 품목에서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대비 적게는 14%에서 많게는 30%에 이르는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유럽산 제품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과 베트남 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이탈리아와 덴마크 제품의 수입이 각각 30%, 35% 증가했기 때문이죠. 높아진 거주공간에 대한 관심과 투자의 방증입니다. 아마도 팬데믹으로 인한 ‘집콕’이 주요한 원인이겠죠.
허세의 피라미드, 들어봤나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허세 등급인데요, 피라미드 정상에는 가구가 있습니다. 인테리어와 집을 제치고 말이죠. 재미로 보는 거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 가구와 인테리어 모두 자신만의 공간을 전제로 하니까요. 들인 비용에 비해 자랑하기도 쉽지 않죠.
남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자신만의 만족을 위한 것. 개별 오브제가 도드라지는 인테리어의 유행 속에서 사는 재미, 꾸미는 재미, 모으는 재미를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제공한다는 점에서 게이즈의 시선을 응원하는 팬덤은 앞으로 더 탄탄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게이즈 PB 상품인 G/DOG 차량용 방향제_출처 : 게이즈
게이즈는 PB 상품으로도 색다른 소비 경험을 전하고 있습니다. 2015년 디자인 연구소 게이즈랩을 설립 이후 여러 제품을 디자인하고 출시해왔죠. 투 휠 전동 보드 ‘G.WALK’를 시작으로 차량 용품 ‘GAZE CAR’, 무선 충전 ‘GAZE ON’, 복합 무선 충전 ‘GAZE TRAY’등 자체 브랜드도 꾸준히 확장해왔습니다. 여기에서도 테크, 디자인, 펀은 중요한 요소지만 이에 못지않게 이주연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소비자 반응.
게이즈는 구매자의 마음과 행동을 면밀히 파악합니다. 게이즈샵 온라인 스토어의 베스트 상품을 클릭하면 첫 라인에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한 제품이 딱 두 개 있습니다. GAZE CAR 차량용 무선 충전 거치대와 G/DOG 차량용 방향제인데요, PB 상품입니다. 게이즈샵의 모든 매니저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G/DOG 차량용 방향제는 세련되고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물건들이 즐비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매출 기여도가 상당하다고 말이죠.
예상치 못했던 반응으로 인해 게이즈는 신기술에 집중했던 이전과 달리 소비자 선호도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죠. 현관 너머 자동차라는 또 다른 개인적인 공간으로도 게이즈의 유쾌한 소비 경험이 확장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공간을 채우는 하나하나가 오브제가 되는 시대, 게이즈의 시선이 앞으로도 기대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선은 넓지만 관점은 좁고 명확하니까요.
이순민
info@buybrand.kr
결제완료
게이즈에서 구매한 내역입니다
구매장소
승인일시
거래유형
바이브랜드 22.06.11 승인완료
구매내역
'테크·디자인·펀'이라는 확고한 핵심가치
대중이 아닌 소수를 향한 명확한 타깃 설정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옴니채널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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