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올겨울 뉴욕 어때, 파리 어때, 오사카 어때.”
30초도 안 되는 CM송이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의 올겨울 캠페인 영상은 공개 2개월 만에 조회 수 약 2000만 회를 달성했는데요. 유튜브 프리미엄 때문에 광고를 볼일 없는 기자도 찾아 들었죠. 입소문에서 그친 모양은 아닌 듯합니다. 2022년 11월 기준 여행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수에서 1위(715만 대)에 올랐습니다. ‘여행회복(트래블질리언스, Travel+Resilience)의 해’로 점쳐지는 2023년을 앞두고 칼을 단단히 별렀죠.
부산 가듯 다낭으로
2022년 12월 30일 여행객으로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_출처 : 동아닷컴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간 막혀 있던 하늘길에 대한 갈증이 컸기 때문인데요.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제선 항공권을 구매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68%, 전월 대비 10%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전인 2019년 같은 달과 비교해도 14% 많은 수치입니다. 국내 여행지의 ‘숙박비 바가지’도 한몫했습니다. ‘엔저’현상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일본이나 물가가 싼 동남아로 눈길을 돌렸죠.
여기어때는 지난 2022년 5월 해외 항공권 판매를 시작으로 해외여행으로 체질 전환을 본격화합니다. 이미 경쟁사가 많은 가운데 후발주자로서 ‘한방’이 필요한 때. 항공권과 숙소를 결합한 자체 기획상품 ‘해외특가’를 출시한 배경입니다. 기존 패키지여행이나 에어텔(항공권+호텔)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이에 중간단계를 없애 가격경쟁력을 높인 것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는 지난해 10월 창사 이래 첫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보다)20~30% 정도 또는 그 이상의 가격 차이를 만들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국경을 넘나들며 하는 관광이 보편적입니다.
비행시간 3시간 내외의 근거리 여행지에만 집중한 점도 눈에 띕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오래 계획을 세워 장기간으로 여행을 가는 것보다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지 짧게라도 떠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12월 국내와 해외 평균 숙박일 수는 2.2박, 3박으로 비등했죠. 유럽 국가들이 서로 손쉽게 오가는 것처럼 한국과 일본, 동남아도 ‘여행 생활권’으로 묶겠다는 큰 그림을 그립니다.
제품을 마련했으니 마케팅이 뒤따라야겠죠. 새 출발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11월 브랜드 캠페인 ‘해외갈 때 여기어때’를 공개합니다. 아이들 민니, 그렉, 파비앙 등 유명인들이 대거 등장하고 후킹한 멜로디의 ‘여기어때송’으로 금세 화제가 됐습니다. ‘광고맛집’이라며 담당자를 찾는 댓글이 북적이는데요. 마케팅과 관련한 업무 전반을 관리하는 김용경 브랜드 실장을 만나 기획 과정을 상세히 들어봤습니다.
덕업일치러들의 모임
김용경 브랜드 실장_출처 : 여기어때
“150명이 넘는 후보들의 이미지를 회의실에 깔아두고 2주간은 조합하는 데만 집중했죠.”
김 실장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말합니다. 여러 명이 등장하는 만큼 유명인 한 명의 인지도에 탑승하기보다 조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했죠. 모델들이 CM송도 직접 부르고 와이어를 사용한 촬영도 있어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해외여행을 강조하기 위해 각 국가를 대표하는 외국인들이 여행지를 소개하자는 의견은 만장일치였습니다. 고심 끝에 다양한 국적의 8명의 모델을 선정했죠.
웹예능 ‘튀르키예즈 온더 블록’을 진행하는 개그맨 이용진을 튀르키예 대표로 캐스팅하거나 여행자 역할로 ‘대한외국인’ 파트리샤를 등장시키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의사결정권자들 가운데 유튜버 ‘마츠다 부장’ 등을 모르는 경우도 있어 설득 과정이 어려웠다는데요. 다행히 지난해 여름 캠페인에 유튜버 ‘빠니보틀’을 기용했을 때, 대중 반응이 긍정적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에 새로운 인플루언서를 발굴해 활용하는 것이 유의미하다는 합의가 이뤄졌죠.
DJ 요일바(J.E.B)는 섭외 메일을 썸네일로 유튜브를 올리기도 했습니다_출처 : 여기어때
캠페인의 킥인 ‘여기어때송’을 쓰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는데요. 1년간 메인 CM송으로 사용한 만큼 이번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다만 신사업을 소개하는데 브랜딩까지 바꾸면 과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죠. 아직까지는 ‘진부하다’는 반응보다 ‘재미있다’는 호응이 더 크기도 하고요.
신선한 캠페인을 태어난 기저에는 ‘사심’이 깔려있다고 말하는데요. 김 실장은 “좋아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할 때에 프로젝트의 퀄리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캠핑, 액티비티 등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자신의 취향을 일에 녹이면 서비스가 자연스레 개선된다”고 강조합니다.
예컨대 평소 EDM 공연을 즐기는 직원이 DJ 요한 일렉트릭 바흐가 여기어때송으로 믹싱한 것을 듣고 직접 메신저를 보내 협업을 이끌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누구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필수죠.
2014.04
중소형 호텔 검색 서비스
여기어때 시작
2016.12
종합숙박 서비스 확장
2019.10
글로벌 PE CVC 캐피탈에 인수
2020.04
여기어때컴퍼니로
사명 변경
2022.05
해외 항공권 예약 오픈
중소형 호텔 검색 서비스
여기어때 시작
종합숙박 서비스 확장
글로벌 PE CVC 캐피탈에 인수
여기어때컴퍼니로 사명 변경
해외 항공권 예약 오픈
10년 만에 돌아온 ‘처음’
북한산, 관악산 등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청소 웹예능 쓰봉크럽_출처 : SSLDLAB
여기어때는 지난 2014년 설립돼 이제 10년 차를 바라보는 기업이지만 다시 ‘시작’을 말합니다. 해외여행 진출은 처음인 만큼 잃을 게 없어 두려운 것도 없다는 야심찬 포부도 함께이죠.
‘야놀자’가 MAU와 누적 가입자 수에서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고 ‘아고다’와 ‘트립닷컴’ 등 기존 강자들이 버티는 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최저가 경쟁으로 승부하는 것도 잠깐. 항공사와 숙박업체는 대개 항공권 및 숙박상품을 모든 플랫폼에 비슷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만큼 1만 원 언저리의 차이로 고객의 발길을 매번 붙들 수도 없는 노릇이죠.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도 OTT처럼 ‘오리지널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보는 까닭입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한사랑산악회’와 플로깅(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하는 웹예능 ‘쓰봉크럽’을 기획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생분해 봉투, 스포츠 타월 등 굿즈를 제공하고 현장에서 한사랑산악회 멤버들과 함께 플로깅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이번 달 말에는 빠니보틀이 사람들의 여행 버킷리스트를 이뤄주는 콘텐츠를 송출할 예정입니다.
2020년 여름 캠페인을 기점으로 콘텐츠 친화적인 광고를 만들어 갑니다_출처 : 여기어때
오직 여기어때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자체 기획 상품에도 심혈을 기울이는데요. 항공권과 숙박, 공연 관람권을 포함한 ‘여기어때 콘서트팩’이 대표적입니다. 제주 섭지코지에서 열리는 가수 로꼬와 미노이의 프라이빗 콘서트를 포함한 1회차는 곧장 완판 기록을 세웠습니다.
여행과 문화를 결합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지난 2020년 캠페인 ‘취향대로 머물다’에서 가수 안지영과 폴킴이 칵테일 사랑’, ‘여름아 부탁해’ 등 대표적인 여름 곡을 편곡해 부른 것도 주목을 끌었습니다. 김 실장은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광고를 피하는 시대”라면서 “유효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친화적으로 변모해야만 했다”고 설명합니다.
올 상반기가 되면 해외여행 각축전에 뛰어든 플랫폼들의 성과가 차례로 눈에 보일 테죠. 흥겨운 멜로디로 머릿속에 ‘해외여행 여기어때’라는 메시지를 각인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과연 현실적인 결과물로도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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