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제주 구좌읍에 문을 연 ‘해녀의 부엌’은 제주도 최초의 극장형 레스토랑입니다. 해녀의 삶을 다룬 연극과,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해녀의 부엌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로컬 콘텐츠로 주목받으며 오픈 1년 만에 1만 명의 방문객 수를 달성했습니다. 2019년 기준 연매출 2억 2000만원을 달성하며 흑자를 내는 데도 성공했죠. 2019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해녀의 부엌의 기업 가치를 약 15억 원으로 산정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해녀의 부엌을 2020년 올해의 지역가치 창업가 중 거점 브랜드 분야 최우수팀으로 선정했습니다.
해녀들의 손맛이 담긴 음식을 맛보고, 해녀의 인생을 다룬 연극을 감상합니다. 무대의 막이 내리면 이야기의 주인공인 해녀와 함께 자유롭게 대화하기도 합니다. 인생 이야기부터 해산물 손질 방법 등 다양한 질문이 오고 가죠. 해녀의 부엌이 손님들에게 선사하는 제주에서의 경험입니다.
해녀의 부엌은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바닷가 옆에 창고로 방치됐던 활선어 위판장에서 탄생했습니다. 공간을 리모델링한 후 해녀를 중심으로 한 연극과 식사 등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채워 넣었죠.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이 레스토랑은 제주 해녀들과 청년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녀들의 경우, 50세~89세까지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던 김하원 대표는 해녀들이 힘겹게 잡은 해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해녀의 부엌을 창업했습니다. 해녀를 중심으로 한 로컬 콘텐츠로 해녀의 노력과 해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것. 그것이 해녀의 부엌이 탄생한 이유입니다.
배우 지망생에서 제주도 창업가로
김하원 해녀의 부엌 대표_출처: 해녀의 부엌
김하원 해녀의 부엌 대표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해녀들과 자랐습니다. 고등학생이었을 때 연기에 빠진 김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진학하며 본격적인 서울 살이를 시작했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제주에 사는 어머니로부터 해녀들이 캐온 해산물이 평가 절하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특히 심각했던 것은 뿔소라였습니다. 제주 해녀들이 1년간 채취한 약 2000톤의 뿔소라 중 80% 가량이 일본으로 수출되는데 엔화의 가치가 떨어져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거죠. 어린 시절부터 해녀들의 노력을 지켜봐 온 김 대표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예종 연기과 학생이 제주도 창업가로 진로를 바꾼 계기가 됐죠.
김 대표가 처음으로 떠올린 아이디어는 제주 해녀를 소재로 한 연극을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해녀들의 삶을 알리며 자연스레 이들이 채취한 해산물의 가치도 공유하는 전략이었죠.
해녀의 부엌 매장 전면_출처: 해녀의 부엌
한예종 동기, 선배들과 뜻을 모아 여러 콘텐츠 지원 사업에 도전하던 김 대표는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운영 가능한 사업 모델의 필요성을 느꼈고 지금의 해녀의 부엌을 만들었습니다. 공연만으로는 꾸준한 수익 창출이 어려우니 제주의 맛을 보여줄 수 있는 음식을 접목한 것인데요. 브로드웨이 배우 지망생들이 서빙하며 연극도 선보인다는 미국의 한 레스토랑의 사례도 자극이 됐죠.
제주도 최초의 극장형 레스토랑이 되는 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컨셉이 생소하다 보니 어촌계의 허락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죠. 김 대표와 팀원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연극과 식사 메뉴를 구성한 후 베타 테스트를 선보이며 제주도에 오랜 고민이던 해산물 평가절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끝내 해녀의 부엌 팀원들은 어촌계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어촌계뿐 아니라 해녀문화유산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3월
해녀의 부엌 매장 오픈
2020년 4월
오픈 1년만에 방문객 수 1만 명 돌파
2020년 6월
문화관광부 주관 관광벤처사업
공모전의 대표 혁신 사례로 선정
2020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올해의
지역가치 창업가 중 최우수팀으로 선정
2021년 1월
새로운 프로그램 부엌 이야기 론칭
해녀의 부엌 매장 오픈
오픈 1년만에
방문객 수 1만 명 돌파
문화관광부 주관
관광벤처사업 공모전의
대표 혁신 사례로 선정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올해의 지역가치 창업가 중
최우수팀으로 선정
새로운 프로그램
부엌 이야기 론칭
관객을 몰입시키는 제주 해녀의 삶
해녀의 부엌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제주 해녀_출처: 해녀의 부엌
해녀의 부엌은 제주 해녀들과 관련된 연극과 다이닝 메뉴를 선보입니다. 연극의 각 에피소드는 해녀들의 인생 이야기를 다루며 다이닝 메뉴는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로 만들어지죠.
이러한 해녀의 부엌 프로그램은 해녀 이야기와 부엌 이야기라는 2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식사와 함께 연극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같지만, 연극의 진행 방식이 다릅니다.
해녀 이야기의 경우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해녀들이 연극에 직접 출연합니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해녀의 삶을 숙명으로 살아온 90세 최고령 해녀의 이야기를 비롯해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공부를 포기하고 물질을 시작한 해녀의 이야기 등 다양한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해녀의 부엌 매장 내부_출처: 해녀의 부엌
해녀의 삶을 투영한 연극을 만들기 위해 해녀의 부엌 팀은 각 인물의 이야기를 꼼꼼히 수집합니다. 해녀와의 인터뷰 과정만 한 달이 소요될 때도 있습니다.
연극이 끝나면 해녀가 관객들과 직접 소통합니다. 공연 에피소드를 주제로 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거나 생생한 제주 방언을 들려주죠. 해녀가 직접 해산물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도 합니다. 군소, 뿔소라, 성게, 우뭇가사리 등 생소한 제주 해산물의 손질법과 레시피는 물론 채취 방법, 암수 구별법 등 오랜 시간 다져온 물질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합니다.
2021년 1월 론칭한 부엌 이야기는 해녀 대신 배우가 연극을 이끄는 것이 특징입니다. 80대 해녀의 인생을 풀어내며 그가 만들어 온 다양한 제주 음식을 함께 보여주죠. 프로젝션 맵핑 기술 기반의 화려한 영상미도 특징입니다. 무대 배경이 바다 속으로 바뀌는 등 극적인 효과가 더해져 관객들을 몰입시킵니다.
제주 해녀의 정성과 비법이 담긴 메뉴
해녀의 부엌 테이블_출처: 해녀의 부엌
해녀들이 직접 캐온 해산물로 차려지는 식사는 두 프로그램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입니다. 재료 준비부터 조리까지 해녀의 정성이 담겨있는데요. 싱싱한 해산물에 해녀들만의 비법 레시피를 더해 만든 물회, 갈치조림 등 제주도스러운 메뉴 구성을 자랑합니다. 식사에 만족한 손님들은 레스토랑에서 제주 해산물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연극부터 음식까지 제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로컬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해녀의 부엌의 경쟁력입니다.
제주 해산물로 만든 해녀의 부엌의 메뉴_출처: 해녀의 부엌
다녀간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2021년 기준 해녀의 부엌은 체험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에서 4.9점(5점 만점)의 평점을 달성했으며, 에어비앤비에서는 제주도에서 꼭 방문해야 할 명소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문화 플랫폼을 활용한 유통 판매 비즈니스. 해녀의 부엌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제주다운 로컬 콘텐츠를 통해 해녀의 노력이 담긴 다양한 해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죠. 해녀의 부엌이 제주 해녀들과 만들어 갈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앞으로도 기대해 봅니다.
이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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