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성수동에서 창업한 ‘한강주조’는 전통 막걸리를 재해석한 새로운 막걸리를 선보였습니다. 탄산과 감미료라는 업계의 틀을 깨고 2030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며 막걸리의 올드한 이미지를 개선했죠. 설립 2년 만에 ‘2021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탁주 부문 대상 수상. 2021년 매출액은 2019년 대비 약 30배 증가합니다. 그간 패션 매거진 GQ, 곰표 등과 함께 막걸리 업계에서 보기 드문 힙한 콜라보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공장 지대와 힙플레이스가 공존하는 성수동 한 켠에는 한강주조의 양조장이 있습니다. 2019년 이곳에서 탄생한 나루 생 막걸리는 고문헌에 기록된 전통 막걸리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입니다. 막걸리 특유의 탄산감을 없애고, 감미료 대신 쌀 함량을 높여 단 맛을 냈죠.
한강주조 고성용 대표의 이력은 독특합니다. 창업 이전에 주류 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전무하다고요. 막걸리의 올드한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일념 하나로 창업에 뛰어들었죠. 쌀 내음이 가득한 양조장에서 그와 함께 한강주조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카페 사장님이 막걸리에 주목한 이유
고성용 한강주조 대표_출처: 한강주조
고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5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카페를 창업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카페를 운영하던 중 확장성이 더 높은 브랜드를 꿈꿨다고 하는데요. 그에게 확장성이란 2가지 의미였습니다. 첫째, 매장에 오지 않아도 즐길 수 있고 둘째, 사업 영역을 다양하게 넓힐 수 있는 브랜드였죠.
사업 아이템을 찾던 고 대표는 국내 전통 문화에 주목합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 된다면 지금보다 더 사랑받을 만한 문화들이 보였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전통 문화를 재해석해서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자”는 브랜드 비전을 수립하죠.
한강주조의 나루 생 막걸리_출처: 한강주조
첫 번째 목표는 우리나라의 전통주인 막걸리의 올드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었습니다. 창업 당시만 해도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막걸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는데요. 즐기는 술이 아닌 벌칙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고 쉽게 친해질 수 없는 한 잔이란 이미지가 팽배했죠.
이러한 인식은 젊은층도 즐겨 마실 수 있는 막걸리를 만들겠다는 창업 계기로 이어집니다.
2019년
한강주조 설립, 나루 생 막걸리 출시
2020년 3월
공식 홈페이지 오픈(온라인 판매 시작)
2020년 9월
한국 전통주 베스트 트로피 그랑골드상 수상
2021년 3월
곰표와의 콜라보 제품 표문 막걸리 출시
2021년 7월
2021 대한민국 주류대상 생막걸리 부문 대상 수상
한강주조 설립,
나루 생 막걸리 출시
공식 홈페이지 오픈
온라인 판매 시작
한국 전통주 베스트 트로피
그랑골드상 수상
곰표와의 콜라보 제품
표문 막걸리 출시
2021 대한민국 주류대상
생막걸리 부문 대상 수상
100번의 연구 끝에 완성한 서울의 막걸리
쌀을 발효하기 전 열기를 섞어내는 과정_출처: 한강주조
막걸리 지식이 전혀 없던 고 대표는 8개월간 한국가양주연구소를 다니며 고문헌에 기록된 전통 막걸리를 체득합니다. 쌀 맛이 살아있어 익숙하면서도 단맛이 나고, 탄산감이 없어 목넘김이 부드러운 전통 막걸리의 매력에 빠졌다고요. 과한 단맛과 진한 질감만 보완하면 지금의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죠.
1년간 레시피 연구에 돌입합니다. 적은 탄산감, 좋은 목넘김, 쌀에서 나오는 은은한 단맛 등 표현하고 싶은 맛의 목표치를 잡고 꾸준히 레시피를 보완했습니다. 약 1년간 여러 제조 이슈를 해결하며 100번의 수정을 거친 후에 최종 레시피를 완성하죠.
한강주조의 콘셉트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로 연결하는 양조장입니다.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속 가능하도록 만든다’는 브랜드 비전에 기반한 것인데요.
한강주조의 나루 생 막걸리_출처: 한강주조
한강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한 것도 이 떄문입니다. 한강이 우리나라의 중심인 서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강이기 때문이죠. 성수동에 양조장을 만든 이유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지역의 상징성을 고려해서입니다.
제품 콘셉트를 기획할 당시, 서울의 지역 특산주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패키지에 서울이 표기된 제품들조차 대부분 수입산 쌀을 사용하거나 서울에서의 브랜딩 활동이 적은 편이었죠.
실제 나루 생 막걸리의 주 원료는 서울에서 재배한 경복궁 쌀입니다. 쌀 함유량을 평균 대비 2배 이상 높여 감미료 없이도 단 맛을 낸 것이 특징. 제품명은 강을 오가는 사람들이 교류하며 문화가 지속된다는 나루터의 역할을 차용했습니다.
과감히 포기한 유통망, 막걸리답지 않은 홍보 전략
한강주조의 양조장 내부_출처: 한강주조
한강주조는 2019년 3월 첫 제품인 나루 생 막걸리를 출시한 후, 9개월간 주점 및 식당에 직접 납품하는 방식으로만 판매했습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일반 유통 채널을 과감히 포기했죠. 이는 각 매장으로부터 손님들의 반응, 판매량 등을 꾸준히 듣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막걸리의 특성상 사계절 동안 피드백을 반영하며 생산해 봐야 계절별 품질 관리 방법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각 매장과 자주 소통하는 방식을 활용한 것입니다.
한강주조는 직접 납품 방식으로만 판매할 당시에도 많은 도매처로부터 거래를 제안받았지만 유통망을 넓히지 않았습니다. 9개월간 품질 관리 역량을 갖춘 후 2021년 3월 홈페이지를 만들어 비로소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죠.
성수동에서 운영한 한강주조 팝업스토어_출처: 한강주조
한강주조는 막걸리 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홍보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막걸리의 올드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중시했기 때문인데요. 팀원들이 다른 주류 포스터를 패러디하거나, 짧은 광고 영상을 찍어 올리는 등 막걸리 브랜드 답지 않은 신선한 SNS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한강주조는 나루 생 막걸리의 원료인 경복궁 쌀의 재배 농가를 방문해 모내기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농민분들의 모내기를 돕고 막걸리 시음회를 진행했죠. 또한, 성수동 내에서 소소한 규모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한강주조는 브랜드 컬러를 활용해 인테리어를 꾸미고, 현장에서 소비자들과 막걸리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작은 공간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매거진, 곰표와 함께 만든 힙한 행보
직휴 막걸리_출처: 한강주조
한강주조는 다양한 콜라보 제품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또한 막걸리에 힙한 이미지를 더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막걸리가 이런 브랜드와도 협업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한강주조의 목표였습니다.
한강주조는 콜라보를 결정할 때 양사 이미지가 모여 새로운 막걸리를 완성할 수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예컨대 GQ와 출시한 직휴 막걸리의 경우, 한강주조가 GQ에 먼저 콜라보를 제안했습니다. 패션을 비롯해 문화 전반에 걸친 콘텐츠로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GQ의 이미지를 반영해 힙한 막걸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표문 막걸리_출처: 한강주조
곰표와 출시한 표문 막걸리는 막걸리를 만들고 싶다는 곰표 측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한강주조는 당시 다양한 양조장을 알아보던 곰표 측에 적극적으로 자사를 어필했습니다. 젊은 층 사이에서 레트로한 이미지로 알려진 브랜드인 만큼, 놓칠 수 없는 기회였죠. 양조장의 규모는 작지만 막걸리 하나만큼은 잘 만들 수 있다고 어필하며 곰표와의 콜라보를 성사시켰고 1년 가까이 테스트를 진행한 끝에 표문 막걸리를 출시했습니다.
한강주조는 앞으로도 막걸리가 익숙하지 않거나, 막걸리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 2030 소비자들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나아가서는 향후 막걸리 외에도 다양한 전통주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인데요. 앞으로 한강주조가 보여줄 힙한 행보가 궁금해지네요.
이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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