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리그램’은 2018년 홍대 작은 공방에서 문을 연 단백질 바 브랜드입니다. ‘저당류 단백질 바’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꾸준히 성장했죠. 1인 창업으로 시작했지만 성장세는 가파릅니다. 웰빙 간식을 찾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2021년 기준 월 매출 2억 5000만 원을 달성했습니다. 직원 수도 6명으로 늘고, 최근 들어 GS25를 비롯해 여러 유통 채널에도 입점하며 어엿한 푸드 스타트업으로 도약했죠.
런닝 후 배가 고파 들린 GS25. 고민 없이 평소 즐겨 먹던 에너지 바 코너로 향했습니다. 이렇다 할 변화가 없던 에너지 바 코너에서 새로운 제품이 눈에 띕니다. 1900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 탓에 고민했지만 ‘솔직단백’이라는 후킹한 제품명이 끌려 먹어봤습니다. 꾸덕한 다크초코 맛이라고 적힌 설명 그대로, 진한 초콜릿의 맛과 색다른 식감을 자랑하던 이 제품. 11g의 단백질도 함유돼 있다고 하네요.
솔직단백의 뜻을 검색해보니 ‘내 몸에 솔직한 단백질 바’라고 합니다. 기존 제품들보다 당류를 1/4 수준으로 낮춘 저당류 단백질 바라는 점도 알게 됐죠. 종류도 다양합니다. 쿠키앤크림, 블루베리치즈케잌, 카카오 등 단백질 바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8가지 맛이 눈에 띄었죠.
눈치채셨겠지만 솔직단백은 뉴트리그램의 제품입니다. 제품의 관심이 생기자 이를 만든 브랜드도 궁금해졌는데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뉴트리그램의 이지우 대표를 찾아갔습니다. 누구나 쉽게 건강한 식습관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 이 대표가 밝힌 뉴트리그램의 미션입니다. 그는 누구보다 현실적인 브랜드 운영기를 들려줬는데요. 홍대 작은 공방에서 시작해 월 매출 2억 5000만 원의 푸드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뉴트리그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영양사를 쫓아다니며 완성한 레시피
뉴트리그램이 시작된 홍대 작은 공방_출처: 뉴트리그램
대학 시절, 이 대표는 식습관에 대한 강박이 심했습니다.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한 탓에 거식증과 폭식증 등 각종 식이장애를 앓기도 했죠. 그는 달달한 디저트가 생각날 때 간편하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고민하던 중 ‘단백질 바’를 떠올렸습니다.
입에 맞는 단백질 바를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단백질 바가 생소했을뿐더러 수입 제품들도 대부분 건강 상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거나 운동 마니아인 소비자들에게 맞춰진 단백질 보충용에 가까웠죠. 간식으로 즐기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여기서 이 대표는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고, 영양 밸런스도 잘 갖춰진 단백질 바를 만들어볼까?”
대학 시절 모아놨던 500만 원이 유일한 사업 자금이었습니다. 이마저도 대부분을 홍대에 공방을 얻는 데 사용했죠. 대형 조리기구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자그마한 공간이었습니다.
공간이 생겼지만 문제가 많았습니다. 조리 시설을 갖추는 것부터 쉽지 않았죠. 국내에는 단백질 바 조리 기구가 없는 탓에 빵틀 등 평소 사용하던 도구들로 대체해야 했습니다.
뉴트리그램이 플리마켓에 진출했을 당시 사진_출처: 뉴트리그램
한편 대학 시절 식품공학과와 식품영양학과를 복수전공하며 쌓은 지식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영양소와 각 재료에 대한 이해도를 살려 이 대표 혼자서도 여러 차례 레시피를 테스트할 수 있었는데요. 해외 논문을 찾고, 주변 영양사들을 졸졸 쫓아다닐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고 합니다.
2018년 12월 레시피의 틀을 잡은 뉴트리그램은 플리마켓에 도전합니다. 제품의 시장성을 살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평소 뉴트리그램의 창업 일지로 쓰이던 SNS 계정의 팔로워들이 부스를 찾아줬고, 솔직한 피드백을 들려줬습니다.
뉴트리그램의 레시피는 피드백을 반영해 보완됐습니다. 핵심은 최대한 당도가 낮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인데요. 이를테면 치즈라고 해도 종류에 따라 당도가 다양합니다. 그중 원가를 맞출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치즈의 풍미가 있으면서도 당도가 낮은 종류를 택하는 것이죠.
기본적인 단맛은 천연재료로 채웁니다. 포도와 무화과에 존재하는 알룰로스와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프락토올리고당이 대표적이죠. 이 대표는 극단적으로 단 맛을 줄인 것이 아닌, 기존에 과했던 단백질 바의 당도를 조정한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에서 가능성을 보다
크라우드 펀딩에서 선보였던 솔직단백_출처: 뉴트리그램
저당류 단백질 바로 입소문이 난 뉴트리그램은 영양 간식을 찾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할 당시, 홍대 공방의 생산량이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죠. 일주일 치 생산량이 하루 만에 완판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설비를 무턱대고 늘리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의 예상 선호도를 파악하고 싶었죠. 그가 택한 해결책은 크라우드 펀딩. 펀딩액을 보면 제품 선호도를 예측할 수 있고, 이에 맞춰 설비를 늘리면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 판단한 겁니다.
2019년 뉴트리그램은 크라우드 펀딩의 준비 과정을 돕는 프로젝트의 후원 스타트업으로 선정됩니다. 이후 약 4개월간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했죠. 제품 콘셉트에 맞춰 패키지를 수정하고 맛을 보완하는 등 디테일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에서 선보였던 솔직단백_출처: 뉴트리그램
펀딩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뉴트리그램은 총 8330만 원의 펀딩액을 달성했습니다. 펀딩 후원자들에게 발송해야 할 물량만 4만 개가 넘었죠.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성과였습니다.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선 이 대표는 설비를 늘리기로 결심합니다. 공장에서 생산을 대행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만들어진 계기였죠.
“사실 공장에 생산을 맡기면 카피 제품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뉴트리그램의 생산 대행업체 측에 솔직단백과 똑같이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많았다고 합니다.
뉴트리그램은 카피 제품을 방지하고자 공장과의 협업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주기적으로 공장을 방문해 생산 과정을 체크하고, 공장 측과의 회의를 통해 생산 이슈를 같이 해결했죠.
2018
홍대 공방에서 레시피 개발
플리마켓 도전
2019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진행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입주
2020
뉴트리그램 법인 설립
2021
프라이머 투자 유치
GS25 편의점 입점
2022
오와플 출시
홍대 공방에서 레시피 개발
플리마켓 도전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진행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입주
뉴트리그램 법인 설립
프라이머 투자 유치
GS25 편의점 입점
오와플 출시
“편의점이죠? 솔직단백 입고 좀 해주세요”
GS25에 입점했던 솔직단백 꾸덕한 다크초코맛_출처: 뉴트리그램
2021년 뉴트리그램은 자사 홈페이지를 넘어 GS25로 유통 경로를 넓힙니다. 다양한 채널 중에서도 편의점을 택한 이유는 접근성에 있습니다. 소비자가 간식이 당길 때마다 솔직단백을 쉽게 구매할 수 있으려면, 편의점에 입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죠.
편의점이란 채널 특성에 맞춰 제품도 리뉴얼했습니다. 기존 솔직단백의 경우, 개당 2700원이라는 높은 가격 탓에 편의점에서 판매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죠. 뉴트리그램은 희망 판매가 1900원을 맞추기 위해 편의점용 제품 라인을 2가지 맛으로만 한정 지었습니다. 대중적으로 호불호가 낮은 초코와 치즈였죠.
론칭 초반 솔직단백을 발주한 GS25 점포 수는 800개에 불과헀습니다. 낮은 제품 인지도 때문이었습니다. 가맹점이 직접 발주하는 시스템인 만큼, 제품 인지도가 낮으면 발주량을 늘리기가 어려웠습니다.
랜선영업팀 홍보 포스터_출처: 뉴트리그램
뉴트리그램은 소비자들로 구성된 랜선영업팀을 만들어 상황을 타개합니다. GS25에 솔직단백 입고를 요청하고, 실제 진열된 솔직단백을 촬영해 SNS에 인증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었습니다.
랜선영업팀원들에게는 솔직단백 제품을 포함한 1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증정했습니다. 20명을 선발하는 공고에 1시간이 채 안 돼 100명 이상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죠. 선발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입고 요청을 하는 소비자도 많았습니다.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랜선영업팀 운영 이후 솔직단백을 발주하는 가맹점 수가 800개에서 2500개까지 늘었습니다. 솔직단백의 마니아층이던 랜선영업팀원들의 입장에서는 자주 가는 편의점에 입고시켜 추후 자신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고, 경품도 받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성실히 임할 동기부여가 됐던 겁니다.
아이돌 부럽지 않은 두터운 팬덤
오트밀 음료 플라하반과 기획한 이벤트 이미지_출처: 뉴트리그램
브랜드에게 두터운 팬덤만큼 든든한 경쟁력은 없습니다. 브랜드 팬덤이 있다는 건 제품을 꾸준히 구매하고, 주변에 홍보해 주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뉴트리그램도 창업 이후 꾸준히 팬덤을 쌓아왔습니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1.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뉴트리그램의 팬덤은 그간 소비자와 꾸준히 소통하며 마케팅을 펼쳐 온 결과입니다. 특히 다양한 건강 간식 브랜드와 콜라보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콩으로 만든 부각 ‘콩드슈’를 비롯해 그릭요거트 ‘오거트’, 무설탕 두유 ‘소이밀크’ 등 여러 브랜드가 뉴트리그램과 함께 했죠.
뉴트리그램은 솔직단백과 어울리는 제품 위주로, 때로는 소비자들에게 희망하는 콜라보 제품을 물으며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이를테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솔직단백의 단짝으로 오트밀 음료가 꾸준히 언급되는 점을 반영해 오트밀 음료 브랜드 ‘플라하반’과 콜라보 이벤트를 추진했죠.
계정 팔로우 및 댓글 작성만으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오트밀 음료에 솔직단백을 시리얼처럼 말아 먹는 레시피 사진을 공개해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당첨자들에게는 솔직단백과 오트밀 음료 세트를 경품으로 제공했죠. 그간 진행한 콜라보 이벤트 모두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됐습니다. 솔직단백에 건강 간식 이미지를 더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출처: 뉴트리그램
뉴트리그램은 공식 서포터즈인 ‘뉴포터즈’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시식해 SNS에 리뷰하고, 제품 보완에 필요한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입니다. 뉴포터즈에게는 최대 10만 원 상당의 쿠폰과 다양한 신제품이 제공되죠.
뉴포터즈 대부분이 뉴트리그램의 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팬의 입장에서는 제품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니 브랜드가 더 좋아지고, 뉴트리그램 입장에서는 홍보와 동시에 제품 개발에 필요한 양질의 의견을 수집할 수 있죠.
사업 초반 뉴트리그램은 소비자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나 운동하는 동그램과 SNS 상에서 식단 관리를 함께하는 그램 챌린지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에도 집중했습니다.
“팬덤이야말로 뉴트리그램의 가장 큰 자산이자 성장을 이끄는 주축이에요.” 사업 초반과 달리 국내에도 저당류 단백질 바가 많아진 상황에서 맛있는 제품은 기본, 그간 쌓아온 팬덤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누구나 쉽게 건강한 식습관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 팬덤을 갖춘 단백질 바 ‘뉴트리그램’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이한규
info@buybran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