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과 블룸버그는 왜 시타(SIITA)를 칭찬했을까요?
생분해 플라스틱 패키지가 국내 코스메틱 업계에서 범용화됐습니다. 필(必)환경 시대에 땅속에서 자연 분해된다는 점만으로도 박수갈채를 받으니까요.
깐깐하게 파헤쳐 보면 다소 모순적입니다. 55~60°C 토지에서 약 6개월간 묵혀야 생분해될 수 있기 때문이죠. 워낙 특수한 조건이 요구되는 탓에 친환경 소재임에도 일반 쓰레기와 함께 소각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세계 최초 플라스틱 퇴비화 시설을 갖춘 시타가 국내 브랜드임이 놀랍습니다. 시타의 비즈니스 모델은 심플하면서도 혁신적입니다. 생분해 플라스틱 패키지의 화장품을 판매한 후 소비자로부터 자사 공병을 수거해 퇴비로 재가공합니다. 결과적으로 제품의 흔적이 지구상에 전혀 남지 않는 겁니다. UN(국제연합기구)이 ‘세계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기업’이라 칭하고 블룸버그가 ‘환경 문제 해결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며 극찬한 이유죠.
‘세계 최초’를 탄생시킨 초등학생
2022 시타의 진정 크림_출처 : 시타
시타가 처음부터 친환경 브랜드를 표방한 건 아닙니다. 2020년 10월 설립 직후에는 사회적 가치에 무게를 실었다고요. 제품 연구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금기시하고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취약계층 후원 프로젝트에 기부하면서요. 당시 원더걸스 출신의 배우 안소희 유튜브 채널에 광고를 진행하며 ‘안소희 크림’으로 입소문이 납니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및 쇼핑 카테고리 1위에 등극하기도 했죠.
시타가 사업 초반에 출시한 안소희 크림_출처 : 시타
2021년 3월 시타는 돌연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합니다. 초등학생 고객이 남긴 ‘시타가 지구에게도 좋은가요?’라는 후기가 트리거였죠. 팀원들에겐 플라스틱 패키지의 환경 오염 이슈에 대해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됐으며 그 결과 약 1년간 생분해 및 퇴비화 시설(루프스테이션) 연구에 매진합니다. 시타 측은 “안소희 크림으로 알려졌을 때 비즈니스를 영위했다면 급성장했겠지만 공익적 가치가 불분명했기에 과감히 사업을 중단했다”고 회상하네요.
UN이 인정한 토종 테크
시타의 루프 스테이션_출처 : 시타
퍼스트 무버의 길은 험난했습니다. 루프 스테이션 구축 과정에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약 1년간 외부 전문 기관과 협업, 인력을 충원했다고 설명합니다. 거듭된 연구 끝에 시타는 강원도 양양에서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완전 퇴비화 시설 ‘루프 스테이션’을 설립합니다. 작동 방식을 간단히 살펴보죠. 환경부 산하 인증기관이 허가한 단일원료로 패키지를 제작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이후 수거한 빈 패키지를 300 마이크로 단위의 미세 입자로 분쇄합니다. 3개월 뒤 입자들이 완전 분해되면 토양에 필수적인 질소 및 칼륨 등을 첨가해 친환경 퇴비로 재가공하죠. 이렇게 완성된 퇴비는 루프 스테이션 인근 농가와 토지 복구 현장 등에 쓰입니다.
플라스틱 패키지 분쇄 과정_출처 : 시타
루프 스테이션으로 인한 탄소발자국*의 양을 물었습니다. 공정 과정에서 심각한 수준의 환경 오염이 야기되면 그것 또한 그린워싱이니까요.
*탄소발자국: 기업이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의 총량
시타의 경우 퇴비화용 천연재료 부산물과 비료를 동일 지역으로부터 수급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현저히 감소시켰다고 말합니다. 루프 스테이션에서 협업사(기업 및 단체)의 플라스틱 컵을 분해하기도 하죠. 연간 파트너십을 통해 처리하는 플라스틱 무게만 약 500톤입니다.
시타의 퇴비 가공 과정_출처 : 시타
대기업들은 왜 자체 분해 시설을 개발하지 않았던 걸까요? 설립 1년 차 스타트업보다 유리한 포지션일 텐데 말이죠.
시타는 당장 수익화할 수 없는 생산 시설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시도할 이유가 없었을 거라고 분석하네요.
시타 패키지_출처 : 시타
루프 스테이션의 활약은 수거 시스템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합니다. 소비자가 공병 5개를 모아 시타 홈페이지에서 수거 신청하면 끝! 택배비는 시타의 몫입니다. 제품을 5개 이상 구매한 고객 기준 서비스 이용률은 60%에 달하는데요. 용기 반납 과정에서 수반되는 매장 방문 및 택배비 부담 등의 번거로움을 해소시켜 준 효과라고 할 수 있죠.
올리브영엔 없어요
몽쏘 바디 로션_출처 : 시타
브랜드 근간이 된 제품의 사회적 가치에도 주력합니다. 시타의 제품군은 페이셜(크림 및 토너)과 바디(바디워시 및 로션)로 나뉘는데요. 여전히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은 비건 성분만 고수한다고요. 일례로 2022년 신상 바디 계열 제품은 업사이클링 향료를 활용해 주목받았죠. 특히 유칼립투스 잎과 장미 기반의 몽쏘 향 라인은 세계 최초 100% 업사이클링 향이 첨가된 바디케어 제품입니다.
수익금 일부를 사회 취약계층과 환경 보호 단체에 기부하는 행보도 그대로네요. 어린이 보육 시설에 한 분기 1200인분의 식료품을 정기후원한 것이 대표적이죠. 소비자는 시타 공식 홈페이지에서 상품 코드로 자세한 기부 내역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메르디에르 바디 로션_출처 : 시타
용기 반납을 장려하기 위한 택배비 지원과 기부 활동이 재정 부담으로 귀결되진 않을지 우려됩니다. 시타에게 묻자 브랜드 네트워크 구축 과정이라고 비유하네요. 자사의 시스템 안에서 업사이클링 제품 구매 및 기부와 더불어 공병까지 반납해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도록 돕는 거죠. 해당 시스템이 선순환된다면 팬덤 기반의 재구매가 늘어 영업 및 마케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신생 뷰티 업체의 데뷔 무대인 올리브영에 미입점한 이유도 환경 보호에 진심인 소비자와의 교감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입니다. 외부 유통 채널의 특성상 제품 취지를 확고히 전하기 어렵고, 브랜드에 대한 공감 없이 이뤄지는 구매가 잦아질 경우 시타 솔루션의 효율성이 감소한다는 거죠.
‘친환경이 왜 트렌드여야 하죠?’
시타의 패키지_출처 : 시타
시타는 코스메틱 시장의 친환경 트렌드를 어떻게 전망할까요? ‘친환경 트렌드’라는 단어에서부터 거부감이 든다고 합니다. 기업들이 일시적인 유행에 편승하듯 보여주기식 그린 마케팅을 일삼는다면 고객 기만 행위에 불과할 것이란 입장이죠.
“뷰티 브랜드가 환경 보호를 실천한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길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트렌드가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루프 스테이션에서 제조한 퇴비의 활용 예시_출처 : 시타
동시에 뷰티 브랜드가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내부 팀원들이 환경 보호의 필요성에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오랜 기간 신념을 지킬 수 있다고요.
이번 인터뷰를 기점으로 친환경 화장품에 대한 맹신이 깨졌습니다. 최적의 토양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생분해’라는 세 글자가 본질적인 환경 보호책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앞으로 진열대에서 친환경이란 유혹을 마주하면 시타를 떠올리며 반문해 보세요. 그 화장품이 찐.환경이 맞는지 말이죠.
이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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