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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에 캔디, 소니 링크 버즈

출처 : 소니

노이즈 캔슬링이 지배하는 무선 이어폰 시장에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소니는 이렇게 말하죠. “백색소음도 소리라구요!”

음향명가의 소리요리

“뭐야, 이어팁 어디 갔지?”

첫 만남은 당황스러웠어요. 귓바퀴에 걸치는 오픈형 무선이어폰, 링크버즈(LinkBuds)와의 대면. 실리콘 피팅 서포터를 귀 모양에 맞춰 갈아끼운 뒤 이어폰을 귓바퀴에 걸어봅니다.

LinkBuds 실제 착용 이미지_출처 : IT동아

동가격대 무선 이어폰이 제공하는 기본 스펙은 보장됩니다. 최대 사용 17.5시간, IPX4 등급의 생활방수 효과, 주변 소리에 최적화되는 적응형 볼륨 제어 기능 등 최선의 기능성을 갖췄죠.

링크버즈는 독특한 외형의 무선 이어폰입니다. 1982년 세계 최초로 인이어 헤드폰을 선보인 이후, 소니는 꾸준히 오디오 분야를 주름잡았습니다. 최근엔 수영장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스포츠형 무선 이어폰을 출시하기도 했고요.

애플 생태계 못잃어?

리뷰에 앞서 잠시 애플의 노이즈 캔슬링을 짚으려고 합니다. 기자는 긴 시간 커널형 이어폰*만 사용했습니다. 무선이어폰 시대가 열리며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에어팟 프로’를 선호했죠. 아이폰을 쓴다면 iOS와의 연계가 치명적인 매력입니다. 문자 메시지가 도착하면 음악 볼륨을 알아서 낮춥니다. AI 보이스가 내용을 낭독해 주는 기능도 참신했고요.

*해설 : 원통 모양 스피커를 외이도에 삽입하는 이어폰

1)기자가 실사용중인 에어팟 프로와 링크버즈
2)충전중인 링크버즈
출처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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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실사용 중인 에어팟 프로와 링크버즈_출처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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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중인 링크버즈_출처 : 바이브랜드

*2019년 기준, 애플 무선이어폰의 시장점유율은 최대 70%대를 기록했습니다. 다른 브랜드는 애플이 안 하는 것을 시도하고, 애플이 주지 않는 경험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죠.

*발췌 :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09호

도넛 이노베이션

소니 링크버즈는 절제가 아닌 ‘포용’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웁니다. 가족과 대화할 때의 목소리나 걷고 있을 때 들리는 자연음을 헤드폰을 장착한 상태에서도 연결(link)시키는 것을 목표로 만든 제품이라고 합니다.

링크버즈 스마트폰 실사용 등록 후 사운드 최적화 과정_출처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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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버즈 스마트폰 실사용 등록 후 사운드 최적화 과정_출처 : 바이브랜드

소니 상품기획팀은 신제품 기획의도를 음악 이외의 다양한 소리를 즐기는 새로운 세대의 ‘귀’라고 설명합니다. 링크버즈 제작에 참여한 츠지(辻) 디렉터는 *인터뷰에서 “(일상)소통이나 증강현실 등 ‘앞으로의 소리’를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라고 말했죠.

도넛처럼 뻥 뚫린 스피커는 제품 기획을 반영한 결과물입니다. 음원 재생이란 본래 목적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외부 소리도 확실하게 들리는 구조가 도넛 모양의 스피커인 것이죠.

*출처 : リアルとオンラインを繋ぐ新スタイルヘッドホン『LinkBuds』が広げる、これからの“音”体験

착용하고 잠들어도 안 아파요

기자는 하루 종일 링크버즈를 차고 생활에 나섰어요. 직접 써보니 외부 자극에 예민해야 하는 환경에서 가장 큰 쓸모를 느꼈습니다.

퇴근길 한강 자전거도로가 대표적입니다. 이곳은 “지나갈게요!”라며 고함치는 일부 자전거 동호인이 느릿한 공공자전거를 금방 추월하는 곳입니다. 플레이리스트의 사운드트랙을 감상하면서도 주변 반응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죠. 뒤따라오는 자전거의 수신호를 감지할 수 없어 운전 중에는 무선이어폰을 착용하지 않지만 링크버즈만큼은 예외일 것 같더군요.

귀가 후 베갯머리에서 뜻밖의 쓸모를 발견했습니다. 커널형 이어폰과 달리 귓바퀴 안에 쏙 들어가는 덕에 고개를 돌려 비스듬히 누워도 귀를 찌르는 느낌이 없었죠. 이어폰을 찬 상태로 스르륵 잠들 수 있었습니다. 이물감을 느끼지 않고 잠들기 전까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상품기획담당 츠지(辻)씨가 링크버즈 제작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_출처: 소니​

잠들기 전, 누워서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스마트폰 앱의 음원을 켜봅니다. 검정치마의 ‘everything’을 틀어봤어요. 몽환적인 기분이 드는 밴드 사운드로 신디사이저와 기타를 활용한 음원이라 저음역대부터 고음역대까지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소니가 자랑하는 음향 기술인 ‘360 Reality Audio’의 영향인지 소리가 입체적으로 들립니다. 마치 홍대 라이브 밴드 공연장 사운드처럼 말이죠. 각기 다른 위치에서 연주된 음이 고막을 향해 하나로 뭉칩니다. 이어폰 고유의 음향효과 퍼포먼스를 선명히 경험할 수 있었죠.

소니 링크버즈 내부 칩셋과 전용 드라이버 유닛_출처 : 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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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링크버즈 내부 칩셋과 전용 드라이버 유닛_출처 : 소니​​

출근길, 5호선 열차를 탑승해 봅니다. 터널이 좁고 곡선 구간이 많아 서울 지하철 중 가장 소음이 크다고 알려진 곳이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차면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데, 링크버즈는 지하철 소음이 고스란히 귓속에 들어옵니다. 지난밤 느꼈던 음향효과는 엉망이 되는데요. 소음 차단이 절실한 상황에서는 결국 에어팟 프로를 꺼내게 됩니다.

회사에서는 팟캐스트를 틀어둔 상태로 링크버즈를 사용해 봅니다. 마감시간이 되면 부쩍 커지는 키보드 소리, 팀리더가 동료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협업을 위해 챙겨야 할 대화가 제대로 들리네요. 고음질 음원에 백색소음을 더한 이색 경험을 뒤로한 채 24시간의 청음을 마칩니다.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을 처음 느꼈을 때만큼 특별한 감흥을 느꼈죠.

하루종일 써도 좋은 무선 이어폰

링크버즈는 특유의 편의성을 고려했을 때, 무선 이어폰 착용이 일상이 된 이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동 중 대화가 잦은 영업직군이나 콘텐츠 모니터링이 주 업무인 미디어 업계 종사자가 될 수 있겠네요.

무선 이어폰 실사용 시간이 길다면 소니가 제시하는 새로운 표준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절실한 상황이라면, 에어팟 프로를 비롯한 커널형 무선 이어폰을 지지하겠지만요.

이어폰과 귀의 관계를 설명하는 엔지니어_출처 : 소니

이어폰 자체의 매력은 충분하다는 평을 내리고 싶습니다. 소니 자체 제공 앱을 통한 음향 체험 최적화는 내 귀에 달콤한 소리를 찾는 즐거움을 선사하죠. 입체적으로 들려오는 특유의 청음도 매력적입니다. 소음이 들려오지 않는 환경에서는 기기가 보장하는 최선의 음향효과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링크버즈 흥행의 관건은 소비자의 경험과 수용여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링크버즈는 시장의 주류가 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근본적으로 다른 청음 경험을 제공합니다. 기존 커널형 무선 이어폰과 달리 팁을 귓바퀴에 거는 착용 방식부터 소리를 전하는 물리적 방식까지 다르죠. 이질적인 청음 경험이지만, 그것이 꼭 필요한 상황이 있다는 것을 세련된 마케팅 전략으로 푸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년

김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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