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바속촉, 테팔 에어프라이어 체험기
출처 : 테팔
에어프라이어 머신의 진화. 증기기관처럼 뜨거운 김을 뿜어내는 신형 제품에 여러 가지 음식을 넣어봤어요.
스팀이 주방을 구원할지니
에어프라이어는 홈 쿠킹의 혁신입니다. 20세기 전열 조리기구의 혁명 전자레인지와 비교해 볼까요? 전자레인지는 사용은 간편하지만 마이크로웨이브가 음식 속 분자를 마찰시켜 조리 시간이 길수록 수분과 향미 손실이 큽니다. 금속용기나 계란 투입이 불가능해 제약도 많고요.
열풍 가열로 전자레인지의 불편함을 일부 덜어냈지만 에어프라이어도 불가피한 향미 손실이 벌어집니다. 여러 브랜드가 대안을 모색중이죠.
스팀 기능을 갖춘 이지프라이 그릴 앤 스팀_출처 : 테팔
2011년 에어프라이어 대중화 이후 10년이 흘렀습니다.
키친 테크 명가 테팔은 ‘증기기관’에서 진화의 답을 찾았죠. 이지프라이 그릴 앤 스팀(이하 그릴 앤 스팀)이라는 중형 에어프라이어를 출시했는데요. 20~30만 원대 5중 열선 탑재 머신의 표준 스펙을 갖췄고 손잡이가 달린 정육면체 디자인은 타 브랜드 기성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관입니다.
지글지글 보글보글
차별점은 제품 상단의 수통입니다. 탈착식 구조로 1.25L 안팎의 물을 저장하는데요. 제품 작동 시 수통의 물이 증기로 바뀌어 고온 조리에 활용됩니다. 기기 하나로 튀김 요리와 찜 요리를 만들 수 있죠. 고기 요리에 특화된 기능도 눈에 띕니다. 레스팅*이나 베이스팅** 같은 이색고기 요리법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장치를 구현했죠.
* resting : 고기를 굽고 난 뒤 상온 또는 60~70℃의 워머 위로 재료를 옮겨 10~20분가량 휴지(休止)시키는 기술
** basting : 스푼으로 고기나 음식물에 녹인 버터나 지방을 끼얹어 음식 표면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는 작업
에어프라이어 상단에 부착된 수통을 통해 기기 전체에 증기를 보급하는 구조다_출처 : 바이브랜드
기자는 1주일 간 퍼포먼스 검증에 나섭니다. 재료가 필요하겠죠? 먼저 마트를 방문해 에어프라이어기 특화 식품*을 잔뜩 챙겼어요. 그릴&스팀이라는 주제를 검증할 수 있도록 반조리식품 위주로 선별했습니다.
*리뷰에 사용된 식재료 : 크루아상 생지, 양념 감자, 프랑크 소시지, 냉동 김치볶음밥, 냉동 만두, 순대, 델리 코너 오징어 튀김, 델리 코너 훈제 삼겹살, 미국산 소고기 윗등심, 브로콜리, 고구마
브로콜리 너마저
스팀 기능을 활용한 요리가 가장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했습니다. 순대나 만두처럼 촉촉한 물성을 지닌 식재료는 실로 탁월. 분식집 찜기에서 갓 건져낸 음식처럼 따끈따근한 상태로 조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1)스팀 모드에서 조리한 브로콜리
2)스팀모드에서 조리한 순대
출처 : 바이브랜드
스팀 모드에서 조리한 브로콜리_출처 : 바이브랜드
스팀 모드에서 조리한 순대_출처 : 바이브랜드
증기를 활용한 의외의 미식은 브로콜리입니다. 소금을 살짝 뿌려 스팀 모드에 10분간 돌리니 일반적으로 뜨거운 물에 데친 브로콜리에서 맛볼 수 없는 식감이 인상 깊었습니다. 턱에 흐물흐물한 느낌이 없습니다. 잇몸에 적절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탄탄한 물성이었죠. 아스파라거스나 파프리카처럼 가열 조리 시 식감이 강화되는 야채와 궁합이 잘 맞을 듯합니다.
7종의 자동 조리 모드에 만두 전용 모드가 탑재. 열풍 가열 직전 10분 간 증기 가열이 선행되는 것이 특징_출처 : 바이브랜드
여기서 모드를 전환해 열풍 가열을 더하면 겉바속촉이 미덕인 요리에서 강점을 나타냅니다. 샤오룽바오(小籠包)처럼 속이 육즙으로 꽉 찬 만두는 표면을 의도적으로 바삭하게 구워줄 때 식감이 살아나더군요. 냉동밥처럼 조리 후 찰기가 미덕인 음식도 찰기와 윤기를 불어넣습니다. 물론 인스턴트식품의 한계를 초월한 퀄리티를 기대하면 곤란합니다.
고르게 퍼지는 열기
다음은 냉동 크루아상 생지를 차곡차곡 채워봅니다. 열풍이 식재료에 효과적으로 침투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바스켓에 딱 10장이 들어가네요. 180℃에서 최대 18분간 지속되는 베이킹 모드를 선택합니다.
1)바스켓에 담긴 크루아상 생지
2)베이킹 모드를 마친 크루아상
출처 : 바이브랜드
바스켓에 담긴 크로와상 생지_출처 : 바이브랜드
베이킹 모드를 마친 크로와상_출처 : 바이브랜드
결과는 성공적. 모든 빵이 균일한 크기로 노릇노릇하게 부풀었어요. 열이 고르게 퍼졌다는 증거겠죠? 생지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요리가 끝난다는 점에서 가장 간단한 쿠킹이었습니다. 200℃ 미만 홈베이킹은 문제없을 것으로 보이네요.
1)델리 오징어튀김 조리 결과
2)냉장식품 조리 결과
출처 : 바이브랜드
델리 오징어튀김 조리 결과_출처 : 바이브랜드
냉장식품 조리 결과_출처 : 바이브랜드
조리시간 10분, 최대 온도를 200℃로 맞춰 비교 실험을 진행합니다. 집에서 델리 푸드 전용으로 사용하던 기성품(시메오 DK-20/다이얼 조작/최대 온도 200℃)에 같은 요리를 투입했어요. 폐점을 앞두고 반값 할인에 들어간 오징어튀김을 넣었을 때 가장 큰 차이가 벌어집니다.
차이는 튀김옷. 그릴 앤 스팀은 눅눅한 튀김옷을 보다 바삭하게 만들더군요. ‘양념 감자’ 같은 냉장식품을 투입했을 때는 차이를 경험하기 어려웠지만, 튀김류나 닭강정 같은 델리 푸드 재가열 시 진가를 발휘하는 테팔의 기술력이었습니다.
후끈 달아오른 철판
고기 요리 실험을 위해 바스켓 내부의 일반 그릴을 주물 그릴로 바꿔봅니다. 테팔의 대표 주방용품인 ‘열센서가 달린 주물 프라이팬’을 기억하시나요? 열 보존율이 탁월하다며 어머니가 애정한 물건이었는데요. 그릴 앤 스팀은 전용 알루미늄 그릴이 따로 제공됩니다.
델리 통삼겹 조리결과_출처 : 바이브랜드
받침 교체 후 그릴 모드를 누르면 200℃에서 15분간 예열이 진행됩니다. 특히 그릴이 달궈지길 기다리는 동안 고기 밑간을 하다 보면 어느새 알람 소리가 울리며 준비 완료. 고기를 넣고 시간과 온도를 조율하면 요리가 끝납니다.
델리 통삼겹살 단면_출처 : 바이브랜드
델리 통삼겹살 단면_출처 : 바이브랜드
실제로 넣어보니 기름기를 머금은 고기와의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대형마트 델리코너에서 파는 훈제 삼겹살처럼 초벌 요리가 된 요리는 그릴에 착 달라붙어 있습니다. 두툼한 통살을 썰어 한 점씩 맛보면 극강의 겉바속촉을 느낄 수 있죠. 그릴의 빼어난 열 보존력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기름기가 적은 생고기와는 궁합이 나쁘다는 인상입니다. 특히 두툼한 구이용 쇠고기를 통째로 요리했을 때, 퀄리티 향상이 난감했습니다. 온도를 높이면 식감이 나빠지고, 온도를 낮추면 조리시간이 배로 늘어났죠. 직화구이가 나은 부위는 고온에 달군 프라이팬에 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22 마더스 어워드
주방공간을 왜 이리 많이 차지하냐며 기자를 타박하던 여동생은 수일간 실험에 나서니 마음을 점점 엽니다. 기기가 무겁다는 점 말고는 딱히 흠잡을 게 없는 모델이라는 평인데요. 주방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어머니에게 세 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와 별점을 부탁해 봅니다. 별첨부록으로 시식 과정에서 얽힌 생활언어를 간단히 보태겠습니다. 자나 깨나 식구들 끼니 걱정부터 하는 사람의 무의식적인 반응은 이 제품의 성능에 대해 아주 많은 걸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테팔
최고의 식재료 : 만두
“아들~테팔로 저번처럼 만두 다섯 개만 더 쪄봐”
★★★★★
최고의 자동 조리 모드 : 베이킹
“크랜베리 잼 사놨으니까. 아침에 샤워하기 전에 생지 넣고 미리 돌려서 먹고가~”
★★★★☆
최고의 레시피 : 소금 살짝 뿌린 브로콜리 + 스팀 모드 10분
“물에 데친 브로콜리보다 훨씬 맛있다 얘.”
★★★★★
뒤통수 조심하세요
실사용 시 뒷공간을 넉넉히 확보한 상태에서 사용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에어프라이어가 뿜어내는 열기가 대단하네요. 특히 스팀 모드를 사용하면 환풍구 주변에서 김이 마구 샘솟습니다. 마치 사우나처럼요. 열기 관리가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아 참! 자동 세척 기능을 잊지 말아야 할 텐데요. 요리를 마치고 키친타월로 기름기와 이물질을 간단히 닦은 뒤, 물방울 아이콘을 누르면 수통에 담긴 물을 활용해 간단한 세척이 진행됩니다. 받침과 바스켓의 분리가 간편한 편이라 요리 후 설거지가 비교적 쉽다는 게 그릴 앤 스팀의 실질적인 장점으로 체감됩니다.
스팀 기능을 작동시킨 모습_출처 : 테팔
개인적으로는 불(火) 속성 물건에 물(水) 속성을 결합시키려는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평하고 싶네요. 테팔의 신형 에어프라이어는 까탈스러운 델리 마니아의 취향을 저격합니다.
매주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하는 가정이라면 바삭함과 촉촉함을 아우르는 스팀을 활용한 요리로 퇴근길을 웃음 짓게 할 아이템으로 보입니다. 단 주방이 넓어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스팀 발생으로 화재경보기가 작동할 수 있으니까요. 앞서 언급했지만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1인 가구라면 거치를 신중히 고려하시길 바랍니다.
김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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