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사적인 컨버스의
리버스 스토리

가격이 또 올랐네요. 섭섭하지만 또 사야겠죠. 일상으로 침투한 슈즈 브랜드, 컨버스의 한국 상륙작전을 소개합니다.

허리 아파도~♪ 나 이렇게 신어요~♬

컨버스매장_썸네일 후보이미지

출처 : 바이브랜드

“고무 밑창으로 된 캔버스화는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밝힌 의학적 소견입니다.

목동 힘찬병원 족부클리닉 박유정 원장은 ‘편평한 밑창이 발바닥의 아치를 지지하지 않아 발이 쉽게 피로해진다’고 설명하는데요. 걸을 때 발생한 충격이 발바닥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죠.

덧붙여 ‘천 소재 스니커즈는 스포츠 운동화와 달리 신축성이 떨어져 무지외반증과 같은 발 변형 질환을 부를 수 있다’면서 캔버스화 착용에 주의를 당부했죠. 신더라도 밑창에 쿠션감을 보강하거나 소재 신축성을 탁월하게 만든 제품을 찾으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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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컨버스

가격은 해마다 가파르게 치솟습니다. 캔버스화의 아이콘, 컨버스부터 살펴볼까요? ‘척 테일러 올스타 클래식 하이’는 작년까지 5만 원대였던 가격이 6월부터 6만 5천 원으로 올랐습니다. 2년 사이에 10% 이상 올랐어요.

이들은 “제조원가 상승이 반영됐다”라며 대중을 설득하지만, 현직 브랜드 마케터 염시헌씨는 가격 인상 요인을 전략적인 브랜딩이라 진단합니다. “5~15만 원대 신발값은 컨버스의 핵심 고객인 MZ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라고 분석을 전했는데요. “레트로 유행으로 클래식 캔버스화 수요가 늘며 공격적인 가격 인상이 단행됐다”라는 설명입니다.

건강에 해롭고 매년 가성비 떨어지는 캔버스화. 막상 신어보면 참 끊기 어렵습니다. 휘뚜루 입은 옷에 무난히 잘 어울리는 신발을 포기하긴 힘들죠. 그런데 대한민국이 캔버스화에 열광한 건 대체 언제부터 였을까요?

금강제화 계열사 터잡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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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컨버스 TV광고(1998)_출처 : 광고정보센터

이야기는 컨버스가 삼화스포츠와 썸 탔던 20세기 말부터 시작됩니다. 1990년대, 금강제화가 스프리스라는 이름으로 스포츠용품 전문 브랜드를 전개합니다. 해외 유명 브랜드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국내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시장 차별화에 나서려는 의도였죠.

스프리스는 1996년부터 컨버스의 독점 라이선스를 얻습니다. NBA 슈퍼스타들이 신던 운동화, 헐리우드 영화에서 봤던 그 신발이 국내에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죠.

작전명은 ‘한국형 스포츠 편집샵’, 스프리스가 ‘스포츠 멀티 스토어’ 개척자라는 점도 흥행을 견인했습니다. 컨버스를 비롯, 미국 5개 스포츠 브랜드와 독점 공급을 체결했는데요. 한 점포에서 단일 브랜드만 취급하는 게 당연했던 당시 한국 소매점에서 이색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합니다.

컨버스 동아일보기사_정방형 편집

1996년 7월 15일 경제면 보도기사_출처 : 동아일보

다양한 브랜드 속 ‘캔버스화’라는 뉴-타입 스니커즈는 젊은 소비층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죠. ‘Made in Korea’ 컨버스는 우수한 가성비와 당시 트렌드를 선도하는 스니커즈로 손꼽히며 국내 신발 시장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컨버스 신드롬의 여파로 국내 브랜드도 앞다퉈 캔버스화를 출시합니다. 당시 2~3만 원대 제품이 시장에 널리 퍼졌죠. 대전에 ‘즈려밟고’라는 브랜드가 있었는데요. ‘10만 원대 수입 신발보다 품질이 낫다’, ‘한국 기술이 만들었습니다’라며 애국심에 호소한 마케팅으로 성장한 업체입니다. X세대에게 ‘팀웍 스니커즈 기억하냐?’고 물으면 추억에 잠길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컨버스와 2인자들 간의 치열한 점유율 전쟁을 통해 시장 전체 규모가 커집니다. 승자는 컨버스를 쥔 스프리스. 창립 첫 해 27억 원 매출을 기록했는데요. 2004년 매출액을 929억 원까지 높이며 공식 라이선스의 은총을 톡톡히 누렸습니다.

이별사유 : 로열티

홍만

2008년 에버라스트 모델로 활동한 바 있는 최홍만_출처 : 스포츠동아

스프리스와 컨버스는 호시절을 뒤로 한 채 이별을 준비합니다. 2004년 먼저 헤어지자 말한 쪽은 스프리스였지만, 계기는 미국 본사가 만들었습니다. 스프리스에게 로열티 500% 인상을 요구한 것입니다. 실망한 스프리스는 두말없이 라이선스 계약을 끊었죠.

당시 국내 신발 시장에서 위세가 대단했던 스프리스는 새 짝꿍 ‘에버라스트’를 출시합니다.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이 홍보했던 추억의 美 스포츠용품 브랜드죠.

다른 연인과 같은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순 없는 걸까요? ‘독점 라이선스+국내생산’을 앞세운 스프리스의 흥행공식은 더 이상 시장에 먹히지 않았습니다. 스프리스는 컨버스와 헤어지고 차츰 시장 지배력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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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X 컨버스 에어맥스 협업 모델 _출처 : 컨버스

당시 컨버스는 외롭고 배고팠습니다. 공장폐쇄와 파산신청을 맞이합니다. 짝꿍과 이별을 감수하고 로열티를 올려야 받아야 할 속 사정이었죠.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벗어나려면 불가피한 변화였습니다. 그때 나이키가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데요. 2003년 컨버스를 3억 1500만 달러에 인수하며 컨버스 본사는 대대적인 경영구조 개편에 나섭니다.

스프리스 이후 EXR이 로열티를 감수하고 한국 단독 라이선스를 이어받았는데요. 계약기간 만료 후 나이키 글로벌이 2014년 ‘컨버스 코리아’를 설립했습니다. 위탁운영이 아닌 직영으로 ‘나이키 DNA’를 주입하며 현행 체제를 완성했죠.

1996

금강제화 계열사 SPRIS
‘컨버스 독점계약-국내 첫 론칭’

2003

나이키, 컨버스 인수
(*인수가 3억 1500만$)

2004

SPRIS, 컨버스 미국 본사와 라이선스 재계약 포기

2015

‘척 70 클래식’ 출시

2022

스투시 X 컨버스 ‘척 70’ 협업 모델 발매

금강제화 계열사 SPRIS
‘컨버스 독점계약-국내 첫 론칭’

나이키, 컨버스 인수
(*인수가 3억 1500만$)

SPRIS, 컨버스 미국 본사와
라이선스 재계약 포기

‘척 70 클래식’ 출시

스투시 X 컨버스 ‘척 70’ 협업 모델 발매

작고 소중한 변화, 쿠셔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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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verse Non-Skid All Stars, 1923_출처 : Photograph courtesy of The Converse Archive​

영리한 브랜드는 역사에서 장밋빛 미래를 발견합니다. 물건을 만든 최초의 목적에서 개선점을 찾아내죠.

반스는 스케이터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으로 디테일 보강에 나섭니다. 프로선수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고, 보더를 제작 과정에 참여시키죠. 케즈는 최초의 여성 전용 테니스화를 생산한 역사를 토대로 여성화 전문 브랜드를 표방하며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컨버스도 ‘세계 최초 기능성 농구화’라는 정체성에 헌신합니다. 원류에 충실하되 기능성을 보완한 신제품 출시는 나이키 인수 이후 강력한 변화 중 하나죠.

스프리스

제작 : 바이브랜드

‘척 70 클래식’이 대표적입니다. 1917년부터 출시된 ‘척 테일러 올스타’ 디자인을 70년대 기준으로 복원한 제품입니다. 컨버스에 이식된 나이키 쿠셔닝 시스템은 신는 순간 체감할 수 있는 차별점이죠.

가격은 9만 9천 원으로 올랐지만 더 편리한 캔버스화를 원하는 고객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마련하죠. 기능성 운동화에 비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스포츠 웨어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죠.

나이키는 웃고 있습니다. 컨버스의 유산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고 경영한 결과는 달콤합니다. 포브스 자료를 확인해 보니 약 20억 달러를 기록한 2019년도 매출이 눈에 띄는데요. 3억 1500만 달러에 인수한 컨버스가 6배나 되는 돈을 1년 만에 벌어다 주는 셈이죠.

협업으로 대세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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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시 X 컨버스 협업 에디션_출처 : 컨버스

백 년 넘게 독보적인 브랜드 헤리티지를 지키는 컨버스지만 주력상품인 캔버스화는 양산이 쉬운 신발입니다. SPA 브랜드의 유사제품, 무단복제품과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죠.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어가는 컨버스가 오늘날 팬덤에게 주고자 하는 경험은 ‘협업’입니다.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와 리미티드 에디션을 파는 것이죠.

최근 협업 에디션은 빠른 속도로 솔드아웃을 띄우며 컨버스와 파트너 브랜드의 힘을 실감케 합니다. 2022년 6월, 스투시 협업 신제품은 시그니처 캔버스화 ‘올스타 하이’를 다루는데요. 올스타 로고를 재해석한 스투시의 디자인 감성이 눈길을 끌고, 미국 웨스트-코스트의 자유로운 무드를 룩북에 담아내며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수년 전 칼하트와의 협업은 캔버스 천을 대체할 고기능성 원단을 신발 외피에 둘러칩니다. 워크웨어 브랜드 특유의 실용성을 불어넣은 스니커즈가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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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 데 가르송 X 컨버스 협업 에디션_출처 : 컨버스

컨버스는 점점 비싸집니다. 나이키도 원가 상승 앞에서 무력한 걸까요? 국내 대형 캔버스화 생산업체, 케이맥스산업 이제한 대표에게 캔버스화 제품 원가를 물었습니다.

이 대표는 말을 아꼈지만 “캔버스화 시장구조는 컨버스와 반스가 업계 전체에 입김이 세다”라고 밝혔죠. 덧붙여 “나이키 덕에 원가절감이 유리할 컨버스가 가격을 조정하면 나머지 브랜드가 따라갈 수밖에 없다”라는 설명입니다.

산업 전체를 지배하는 신발 원가를 따지는 게 무력하단 생각이 듭니다. 가격이 아니라 문화적 상징에 닻을 내려야겠어요. 컨버스가 전 세계에 주입한 디자인은 백 년의 일관성이죠. 국내외 셀럽은 올스타 스니커즈로 멋진 코디를 해내고 사람들은 만능 패션화가 된 컨버스에서 창조적 영감을 얻습니다.

패션 걱정 덜어주는 고마운 신발. 그것이 계속 신발장에서 컨버스를 꺼내는 이유 아닐까요?

그래픽 이정아

김정년

김정년

info@buybran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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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장소
승인일시
거래유형

바이브랜드 22.06.26 승인완료

구매내역

스프리스 시절부터 쌓은 브랜드 헤리티지
나이키가 이식한 기능성 강화
세계적인 브랜드와 펼치는 콜라보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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