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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만난 너와 나, 남의집

취향 하나로 낯선 이들을 한 공간에 모으는 커뮤니티 플랫폼 ‘남의집’. 때로는 모르는 사람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죠.

남의 집 거실에서 처음 만난 이들과 함께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상상이 가시나요? 남의집은 호스트의 취향이 담긴 공간(집, 가게, 작업실)에 게스트를 초대해 담화를 나누게 돕는 서비스입니다. 기자도 남의집을 경험한 적 있습니다. 영업을 마친 한 카페에서 5명이 여행을 주제로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죠. 서로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기에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거까지 얘기해도 될까’싶어서 가까운 이에게 꺼내기 어려웠던 사유도 술술 나왔습니다.

낯섦이 주는 안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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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 남의집 대표_출처 : 남의집

어릴 때는 곧잘 친구 집에 놀러 가곤 했지만 어른이 그러기는 쉽지 않습니다. 김성용 남의집 대표는 결혼 전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모르는 사람들과도 한 공간에서 소통하고 친구가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즐거웠던 기억을 바탕으로 2017년 1월 ‘남의집 프로젝트’의 문을 엽니다. 후배, 지인을 비롯해 개인 SNS에 글을 올려 모르는 사람을 초대하기 시작했죠. 일정 비용을 받고 공간과 콘텐츠를 제공해 소통의 장을 연 것입니다.

“과연 사람들이 올까?” 반신반의했지만 수요는 꽤 높았습니다.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남’의 취향이 묻은 공간에서 대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처음엔 김 대표의 집에서만 모임이 이뤄졌지만 점차 모임을 열 호스트도 늘어났습니다. 시시콜콜한 주제도 환영입니다. 현재 모임만 봐도 ‘취향을 업으로 만들기’, ‘심야책방’ 등 다양합니다. 근래에도 매달 1000개 이상의 새로운 남의집(남의집에서 열리는 모든 모임을 남의집이라 통칭)이 생겨납니다.

2018년 2월 김 대표는 카카오 퇴사 후 호스트와 게스트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남의집을 본격적으로 키워갑니다. 이듬해 4월엔 법인도 설립합니다.

남의집_소셜다이닝 피델리오 모임

남의집을 통해 소셜 다이닝 모임을 갖는 모습_출처 : 남의집

게스트 회비의 80%는 호스트, 20%는 남의집이 중개 수수료로 가져가는 수익 모델입니다. 회비로 수익을 내지만 돈만 낸다고 누구나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 호스트의 ‘초대’인 만큼 게스트가 쓴 방문 신청서를 보고 선별해 받는 구조로 운영합니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의 대화 장을 열었죠. 그 덕분에 게스트 리텐션율이 50% 이상일 정도로 고객 만족도도 높습니다. 단순 남녀 모임의 장으로 변질되는 문제나 불미스러운 사고도 방지했죠.

초기엔 집이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게에서 진행되는 모임은 반려했습니다. 2021년으로 접어 들며 가게, 작업실로 호스트 타깃을 확장했죠. “내 취향은 집보다 가게에 더 잘 정리되어 있다”는 가게 사장님들의 설득이 있었습니다. 모임을 경험하러 온 게스트들이 가게의 단골이 되기도 하며 새로운 마케팅 창구로 활용도 됐습니다.

로컬큐레이터가 지역의 가게들을 소개하는 ‘동네방네’로도 이어지며 지역 비즈니스 상생의 불씨도 보였죠. 이제 가게 및 작업실 호스트 비중은 70%에 이를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습니다.

‘당근로켓’타고 성장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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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남의집 페이스북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임 기반 사업들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남의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넉 달까지 네 차례나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죠. 투자금은 떨어져가는데 코로나 시국에 모임 스타트업에 투자할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김 대표가 자신의 브런치에 올린 투자 유치기는 1700여 회 공유될 만큼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때 김 대표 눈에 ‘당근마켓’이 들어왔습니다. 당근마켓의 지역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에 모임이 더해지면 시너지가 날 것 같았죠. 문을 두드린 끝에 10억 투자와 더불어 서비스 연동 제휴까지 맺게 됐습니다. 월 이용자 수(MAU) 2100만 명에 달하는 (김 대표 표현 그대로) ‘당근 로켓’에 올라타게 된 것입니다.

남의집_사운드배스 모임

출처 : 남의집

올 4월 당근마켓 ‘내 근처’ 기능과 연동하며 서울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별도 앱 설치 없이 원하는 모임에 신청할 수 있죠. 남의집을 구독하면 당근마켓 홈 피드에서 자신에게 맞는 모임을 추천받을 수도 있습니다. 서비스 두 달 만에 가입자 수가 3배 이상 늘어나며 그 위력을 톡톡히 실감 중이죠.

당근마켓이 지향하는 지역 내 ‘소통’, ‘연결’의 가치와 맞닿은 만큼 높은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는 수도권 전 지역으로 차근차근 확대했습니다. 경기도 지역의 신도시에서 수요가 대폭 늘어나고 있죠. 로켓을 탔다고 해서 안주할 생각은 없습니다. 남의집은 내년 1분기에 자체 앱도 출시하며 접근성을 보다 높일 계획입니다. 여기서 하나 의문이 듭니다. 남의집은 과연 수수료만으로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2017.01

남의집 프로젝트 시작

2019.04

법인 설립

2019.08

3억 원 규모 시드 투자 유치

2021.09

10억 원 규모 투자 유치(당근마켓)

2022.04

당근마켓 서비스 연동

남의집 프로젝트 시작

법인 설립

3억 원 규모 시드 투자 유치

10억 원 규모 투자 유치
(당근마켓)

당근마켓 서비스 연동

기업도 결국 대화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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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집 X 일룸_출처 : 남의집

김 대표는 올해 B2B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봅니다. 대개 기업이 고객 경험을 확장하고 싶을 때, 자주 쓰던 방식은 팝업스토어입니다. 문제는 부동산 임대료나 인테리어 비용 등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죠. 자연스러운 홍보가 핵심인 요즘, 다소 인위적이라는 것도 부담입니다. 결국 고객이 제품을 사용할 공간은 잘 꾸며진 팝업스토어가 아니라 자신의 집이니까요.

삼성전자, 일룸 등 대기업이 남의집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입니다. 예컨대 삼성닷컴이 호스트를 모집해 가전제품을 제공하면 이를 활용해 모임을 여는 방식입니다. 함께 영화를 보는 모임에는 미니 프로젝터 ‘프리스타일’을 협찬하죠. 일종의 PPL입니다. 제품은 생활감 넘치는 공간에 녹아들고 게스트도 궁금했던 제품을 일상에서 체험해 볼 수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회비는 무료로 진행하되 모임 후기를 SNS에 올리게 하면서 온라인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죠. 마케팅에 드는 비용도 훨씬 저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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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남의집

기업이 직접 호스트가 되어 게스트 100명을 초대하는 새로운 개념의 남의집도 열 예정인데요. 기업이 주체가 된 것도 대규모로 열리는 것도 처음이라 설렘이 크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남의집이 풀고 싶은 문제는 '대화'였는데 기업도 소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며 "대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니즈를 발견한 것이 올해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강조합니다. 일종의 광고 영역으로 넓히며 B2B 사업으로 수익 모델도 확장할 수 있었죠.

나아가 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구상합니다. 남의집은 5630개(2022년 5월 기준)의 모임을 열며 취향과 공간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 왔습니다. 이를 활용해 초개인화 시대에 뾰족한 광고, 마케팅을 기획할 수 있죠. 종종 부동산 개발업체 공간 협업 문의도 있지만 직접 공간을 운영할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선택과 집중’, 잘하는 영역에 집중하기 위해서죠.

사실 ‘남’아닌 나와 나누는

남의집_내추럴와인 까며 보드게임 즐기기

출처 : 남의집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에 따르면 사람들은 1000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각각의 관계 속에서 일종의 역할극을 구사하죠. 여기서 자유롭고 싶은 이들이 남의집을 많이 찾습니다.

남의집은 항상 일회성으로 모임을 진행합니다. 다시 안 볼 사람이니 더 솔직하게 나누는 ‘대화의 자유’를 지향하죠. 김 대표에 따르면 가장 많이 참여한 게스트는 무려 ‘56회’나 초대됐다고 하네요.

남의집이 풀고 싶은 문제는 외로움으로 귀결됩니다. 김 대표는 "사람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필요로 한다. 오랜 친구들과도 삶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서로 공감이 안 될 때가 있다"며 "취향을 나누는 새로운 관계가 필요하신 분들께 선택지가 되어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덧붙여 "외로움은 관계로 풀어야 하는데 한국인은 주로 수면, 넷플릭스·음악 감상 등 혼자 푼다. 우리의 경쟁사가 TV와 넷플릭스인 이유다”며 웃어 보입니다.

남의집_비행독서 모임

출처 : 남의집

팬데믹을 거치며 온라인으로 많은 관계가 옮겨갔습니다. 김 대표는 여전히 ‘오프라인’ 가치에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는 "호스트가 만드는 콘텐츠는 결국 본인의 공간, 즉 오프라인에서 완성된다"며 “누군가 반겨주는 ‘환대의 경험’을 온라인에서는 맞이하기 어렵다”고 강조합니다. 대화는 현실에서 만나 직접 얼굴을 맞댈 때, 최적의 만족감을 준다는 설명이죠.

앞서 말했듯이 기자는 남의집에 초대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여행지가 가장 좋았는지,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가치, 당장 내일 떠난다면 어디로 갈 것인지. 평소 생각지 않은 주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듣는 자리가 참 귀하더라고요. ‘남’의 집에서 남과의 대화를 통해 나의 마음을 열어 봤죠.

때때로 우리는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참 어렵죠. 그럴 때, 남의집에서의 짧은 만남이 일상의 환기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조지윤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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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2.08.14 승인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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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이와 나누는 속 깊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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