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아닌 감정을 쓰는 다이어리 ‘무다’
출처 : 무다 인스타그램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오늘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차분하게 써 내려가다 보면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도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그런 여유는 쉽게 허락되지 않습니다. 매일 일기 한 편을 작성하는 게 버겁다면, 느꼈던 감정이라도 쉽고 편안하게 기록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감정 기록 다이어리 ‘무다(MOODA)’는 이런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앱을 켜고 하단에 위치한 단추 모양 버튼을 눌러 9가지 감정 중 하나를 선택하면 끝인 심플한 구성이 특징입니다. 감정은 기분 최고, 평온해, 짜증나, 걱정돼, 우울해, 완전 좋아, 설레, 그저 그래, 피곤해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용자는 원하면 추가로 글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감정 일기 작성을 마치면 방금 남긴 감정에 대해 무다 캐릭터가 한 마디씩을 던지곤 합니다. 우울함을 선택했다면 “마음이 힘들 땐 그냥 슬퍼해도 돼”라고 위로를 건네는 식이죠. 마치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처럼 일기를 꾸미는 것도 가능합니다. 사진을 첨부할 수도 있고, 스티커팩에 있는 스티커를 골라 앱에 붙일 수도 있습니다. 글씨체와 속지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죠. 이 때문인지 무다는 2019년 8월 출시 이후 2주만에 아이폰 앱스토어 유료 앱 1위에 올라섰고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유저도 52만명이나 확보했습니다.
“요즘 안 힘든 사람이 없으니까요”
놀라운 것은 무다가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무다 앱을 만든 김아름 기획자는 10년간 IT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던 중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하루는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갔는데 잡지에 ‘마음이 힘들 때 일기에 자신의 감정을 기록해보면 자기 객관화에 도움이 된다’라는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당시 김 기획자의 동생은 회사일로 힘들어하던 시기였습니다.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죠. 잡지에서 문구를 발견하자 바로 동생이 떠올랐습니다. 동생처럼 힘들 때 감정을 쉽고 예쁘게 기록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처 : 무다
출처 : 무다 인스타그램
출처 : 무다 앱 캡쳐
김 기획자는 “처음 무다를 떠올렸을 때 ‘어떤 앱을 사람들이 좋아할까’나 ‘어떤 앱이 사람들에게 잘 팔릴까’와 같은 생각을 그리 하지는 않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주변에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아주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로 콘셉트를 정한 것이죠. 그러면서도 김 기획자는 “생각해보면 이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이유가 사실은 보편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고, 누구나 마음 케어가 필요한 시기니까요.
“저와 제 동생처럼 30대들은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하고, 또 한 단계 올라가야 하는 시기에요. 그러다 보니 여기서 내가 못 버티면 안 될 것 같은데,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다 더 크게 무너져 내릴 수도 있어요. 우울증이나 번아웃이 오기도 하죠. 그런데 돌아보니 30대뿐 아니라 다른 세대 사람들도 그랬던 거에요.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가지고 있고 꾸준히 돌봐야 하는 것이 바로 마음, 감정이니까요.”
이후 김 기획자는 동료들과 차를 마시며 아이디어를 설명했습니다. 감정을 기록할 수 있는 일기장 같은 앱을 만들고 싶다고 하니, 한 동료가 김 기획자에게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안다”며 개발자를 소개해줬습니다. 인디 개발자로 일기 앱과 카메라 앱을 많이 만든 분이었죠. 김 기획자의 설명을 들은 개발자는 디자이너 한 명을 데려왔고, 그렇게 무다팀이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한계 때문에 처음에는 일이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회사처럼 정해진 일정이 없다 보니 팀을 만들고 1년 정도는 아주 천천히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무다와 아주 비슷한 서비스가 곧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때부터 무다팀도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앱에 더한 아날로그 감성
초기 감정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참고해 5개로 만들어졌습니다. 기분 최고, 평온해, 짜증나, 걱정돼, 우울해 등이었죠. 초기 유저 반응을 살펴보자 감정을 더 추가해달라는 의견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무다팀은 고민 끝에 완전 좋아, 설레, 그저 그래, 피곤해 등 4가지를 추가해 9개의 감정을 만들었습니다.
출처 : 무다
출처 : 무다 인스타그램
출처 : 무다 브런치
김 기획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하나는 유저가 직접 자기가 원하는 감정을 만들 수 있는 거였고, 두 번째는 진짜 필요한 감정 몇 가지만 추가하는 거였습니다. 고민하던 무다팀은 심플한 사용자 경험(UX)을 해치고 싶지 않아 두 번째를 선택했습니다. 김 기획자는 “결국 저희는 심플한 게 중요했던 것 같다”며 “무다는 심플하고 쉽고 예쁘게 감정을 기록할 수 있는 앱이기를 바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정을 기록하는 일기장인 만큼 우리가 손으로 쓰는 일기장처럼 이것저것 꾸밀 수 있도록 다양한 요소도 추가했습니다. 디지털 앱이지만 어딘가 아날로그한 느낌을 주면 좋을 것 같아 마치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죠. 김 기획자는 “사진을 추가할 때에도 단순히 휴대폰 앨범에서 사진을 골라서 추가하는 게 아니라, 즉석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뽑아서 일기장에 붙이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앱 안에서 제공되는 스티커들도 실제로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처럼 스티커팩을 가위로 잘라 연 다음에 사용할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무다의 유저들에게 일기장에 일기를 쓰고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유저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갔습니다. 유저들은 무다 앱에 친근함을 느꼈고, 무다팀에게 여러 가지 감정으로 가득 찬 후기들을 잔뜩 보내줬습니다. 김 기획자는 “사진 추가 기능을 업데이트했을 땐 사진을 추가한 후기들을 많이 보내주셨는데, 대부분 고양이처럼 사랑하는 대상을 찍은 사진이었다”며 “일기를 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 사진인 것 같아 보면서 함께 행복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김 기획자는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았는데 실제로 만들어본 건 무다가 처음”이라며 “출시 후 예상보다 더 많은 분들이 무다를 이용해 주시면서 저희 팀도 더 큰 목표를 꿈꾸게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무다팀은 무다를 더 큰 서비스로 키워볼 예정입니다. 기존 유저분들이 원했던 기능을 중심으로 대규모 업데이트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무다팀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지금도 열심히 달리는 중입니다.
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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