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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손글씨 를 써본 게 언제인가요?

해외를 1년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도시에 갈 때면 매번 엽서를 사고 그 도시에서 떠오르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를 쓸 때면 그곳이 카페든 숙소든 아니면 공원 벤치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일정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고 장시간 버스를 타느라 몸이 고단해도 그 순간만큼은 오롯이 눈앞 빈 공간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써 내려간다는 건 생각을 정화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상에선 그런 시간을 내기 쉽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럼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거겠죠. 주변에 종이와 필기도구가 있어도, 그건 그저 익숙한 책상 풍경일 뿐입니다.

글월과 흑심은 잠시나마 우리의 시각을 바꿔주는 곳들입니다. 편지와 연필에 집중한 공간은 갑자기 연필을 들고 뭔가 쓰고 싶게, 주변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게 만듭니다.

종이에 연필로 생각을 꾹꾹 눌러 담는 시간

편지 가게 글월은 편지와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곳입니다. 글월은 편지를 높여 부르는 말이자 순우리말 표현이라고 합니다. 연희동 골목길 한 오래된 빌딩 4층에 자리하고 있는 글월에 들어가면 차분한 분위기에 말소리를 줄이게 됩니다. 편지를 위한 공간답게 직접 제작한 편지지와 엽서, 그리고 편지를 위한 도구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벽면에 책이나 영화 속 편지 내용을 필사해 붙여놓아 찬찬히 읽게 되기도 하고요.

문구점처럼 편지지만 사러 온다면 글월의 매력을 반도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글월의 진짜 모습은 편지를 쓰는 행위에 있습니다. 글월에선 편지 관련 세 가지 서비스가 운영 중입니다. 레터 서비스, 1월에 쓰고 6월에 받는 편지 그리고 펜팔.

잡지사 에디터 출신인 문주희 대표는 인터뷰 형식의 기록 서비스를 위해 2019년 여름에 글월을 열었습니다. 대화를 나누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내주는데 ‘편지’란 형식이 어울리겠단 생각이 들어 편지 콘셉트의 서비스와 공간을 구성하게 됐다고 합니다. 편지를 보내야 하니 자연스럽게 편지지와 봉투가 필요해 만들게 되었고요.

주제를 잡고 대화를 신청하면, 글월에서 일대일로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문 대표는 그것을 바탕으로 그날의 분위기와 대화 내용을 정리해 한 달 뒤 편지를 보냅니다. 당시의 생각을 되새기고, 타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자신의 모습 확인할 수 있는 재미있는 서비스입니다.

‘1월에 쓰고 6월에 받는 편지’는 새해 자신의 다짐들을 한해 중반부에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합니다. 글월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차분히 지금의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죠.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펜팔’도 재미있는데요, 글월 내 펜팔함에 편지를 넣어두고 가면 다른 사람이 가져가 볼 수 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감동을 받기도 한다네요.

출처 : 글월, 흑심 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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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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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심 내부_출처 : 흑심 인스타

흑심은 연남동에 자리한 작은 연필가게입니다.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빈티지 연필들을 만나고 또 직접 써볼 수도 있습니다.

왜 연필일까. 흑심을 운영하고 있는 박지희 백유나 대표는 “예뻐서”라고 답합니다. 원래 예쁜 걸 좋아했는데 우연히 본 오래된 연필 상자가 아름다워서 그때부터 반하게 되었다고. 오래된 연필 디자인에 담긴 이야기들을 좇다 보니 어느새 ‘연필 수집가’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습니다.

이곳엔 수 십 년에서 길게는 100년이 된 연필들도 있는데, 곳곳에 붙어 있는 연필에 대한 설명들이 호기심을 더합니다. 뜯어볼 게 없이 단순해 보이지만 이야기를 알고 나면 그렇지 않습니다. 페룰(연필과 지우개를 잇는 부품)만 해도 시대에 따라 그 디자인이 다양하거든요. 스토리가 탄탄한 연필 브랜드를 수집하기 때문에 가게를 둘러보면 시간 여행을 하는 듯 다양한 시대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흑심은 연필의 지난 이야기에만 주목하지 않습니다. 그러모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빈티지 몽당연필 홀더세트’ ‘라이팅 데스크 박스(Writing desk box)’ 등이 그 결과물입니다. 연필이 주는 아날로그 정서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게 하고자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냈다면, 넷플릭스 대신 종이를 꺼내 연필로 오늘의 생각들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박은애

박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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