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더피치는 축구문화를 다루는 컬처 브랜드입니다. 축구팬을 위한 의류 브랜드, 굿즈를 파는 오프라인 스토어, 브랜딩을 위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죠. 특히 축구업계와 펼치는 협업이 눈에 띕니다. 오버더피치는 축구계에서 필요로 하는 브랜딩 작업에 참여하며 업계에서 입지를 쌓았습니다.
리브랜딩에 나선 구단에 브랜드 정체성을 고려한 아트 비주얼을 공급합니다. 또 수백 벌 이상 모은 풋볼클럽 유니폼 수집경험을 바탕으로 구단 굿즈 제작대행에 나서기도 하죠. 마니아의 사적인 취미는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장착했는데요. 호나우두를 미치도록 사랑했던 축구광의 진심이 어떤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들어봅니다.
진심 + 축구문화 + 예술
브라질 축구영웅 호나우두 버블헤드 피규어_출처 : 서울메이드매거진
오버더피치 설립자 최호근 대표. 그는 브라질 축구영웅 호나우두의 유니폼만 100벌 넘게 가지고 있습니다. 13살부터 저지, 축구화, 굿즈, 풋볼 매거진 등 상품화된 축구문화를 열정적으로 수집하는 축구광이었죠.
그림 솜씨가 예사롭지 않던 소년은 결국 미술대학로 진학. 군 입대 전 유럽여행에서 현지 축구문화를 접하며 강렬한 영감을 얻게 됩니다. 바로 예술작품으로 표현된 축구문화였죠.
슈퍼스타가 시간이 흘러 구단을 떠나더라도, 클럽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구장 곳곳에 위대한 선수를 기념하는 아트워크를 남겨뒀습니다. 그라피티, 동상, 설치미술 등 곳곳에서 축구문화를 다루는 예술작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합니다.
오버더피치 설립자 최호근_출처 : 서울메이드매거진
군복무를 마친 최 대표는 일평생 축구문화에서 접했던 감흥을 시각예술로 구현하는데 집중합니다. 축구선수를 주제로 한 드로잉, 유니폼 디자인 아트워크 등 다양한 작업에 나섰고, 누적된 작업물은 작은 전시회를 열만큼 축적됐죠.
지독한 축구광이 선보인 비주얼 아트는 결국 업계 관계자와 마니아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브랜드 팬덤에게 ‘시각화된 정체성’(visualized identity)을 선사한 것입니다.
최 대표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얻어낸 브랜드 미션을 ‘저변확대’라 말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축구문화와 스포츠산업을 일상적인 영역으로 끌어오자는 목표가 생겼다는 것이죠. 오버더피치는 2010년대 중반 웹매거진을 시작으로 온오프라인 스토어, 브랜딩, 클라이언트 대상 외주의뢰수행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유니폼은 비싸서 안 사는 게 아니라 ‘못 생겨서’ 안 산다
출처 : 오버더피치
축구를 향한 애정과 더불어 오버더피치가 추구한 사업 철학의 주춧돌은 '아름다운 제품을 생산한다'는 모토였습니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구단에서 뚜렷한 기획의도 없이 마구 찍어낸 유니폼이 팬들이 소비할 수 있는 굿즈의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프로스포츠MD의 꽃인 유니폼은 공장에서 획일화된 디자인으로 찍어낸 저품질 의류가 많아 악명이 자자했죠.
오버더피치는 ‘자체제작 유니폼’을 선보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대구FC가 채택한 유니폼이 대표적인데요. 이들은 스포츠웨어 브랜드 포워드(FORWARD)를 런칭해 아마·프로구단을 위한 디자인 중심 의류를 선보였죠.
오버더피치가 커스터마이징에 특화된 스포츠웨어 생산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상업적 성공이 아니었습니다. 풋볼클럽의 정체성을 어떻게 해야 탁월한 시각디자인 요소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었죠. 국내외 풋볼클럽의 구단 유니폼을 살펴보며 다양한 개선요소를 찾아냅니다.
유니폼을 향한 미학적 접근에 나선 오버더피치, 이들의 노력은 2019년 새로운 결실을 맺습니다. 프랑스 명문구단 파리 생제르망(PSG)의 공식협업 파트너십 제안을 받은 것입니다. 구단측 아시아 담당파트를 통해 구단 수뇌부와 수차례 미팅을 거친 끝에, 오버더피치는 PSG의 한국 공식 파트너가 됐죠.
출처 : 오버더피치
PSG는 슈퍼스타가 모이는 구단이기도 하지만,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풋볼클럽입니다. 해외투어에 나서면 로컬특성과 어울리는 이벤트를 기획해 팬들과 교감합니다. 예술 친화도시인 미국 마이애미에서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PSG는 구단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개최했는데요. 지역 명물인 아트 디스트릭트에서 열린 행사에는 구단 대표 선수가 모두 참여했고, 구단관계자와 팬이 서로 허물없이 축구문화를 주제로 한 아트워크를 즐겼죠.
최대표는 풋볼클럽과의 협업이 PSG의 마이애미 전시회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예술가의 크리에이티브를 존중하면, 제약없는 디자인이 가능합니다. 작가는 더 좋은 결과물을 탄생시킬 수 있죠. 클라이언트가 파트너 선정을 까다롭게게 하되, 작업물은 파트너에게 일임하는 것이 몹시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오버더피치는 PSG로부터 디자인 자율성이 보장된 굿즈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광복절 기념 티셔츠 저지에서는 과감한 아트워크를 선보였는데요. PSG 엠블럼을 해체해, 컬러를 임의로 바꿔 태극기를 연상시켰죠. PSG는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자율성을 존중받는 유니폼 제작경험을 누적시킨 오버더피치. 이후 국내 유명 스트릿 패션 브랜드 카시나(kasina)와 협업에 나서는 등, B2B 브랜드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탄탄하게 구축하기에 이릅니다. 문화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협업을 펼치며 브랜드는 다방면으로 도약의 계기를 맞이합니다.
2014
자사 축구의류 브랜드 포워드 런칭
2016
성남FC 매치데이 포스터 협업
2019
파리 생제르망과 공식 파트너 계약 체결
2020
오버더피치 2호점 오픈
2021
울산 현대 리브랜딩 프로젝트
자사 축구의류 브랜드 포워드 런칭
성남FC 매치데이 포스터 협업
파리 생제르망과 공식 파트너 계약 체결
오버더피치 2호점 오픈
울산 현대 리브랜딩 프로젝트
클럽 정체성을 다시(Re:) 디자인하다
리브랜딩 아트워크로 새롭게 꾸민 울산 문수구장_출처 : 오버더피치
오버더피치가 2021년 겨울부터 준비한 협업은 컬처 브랜드의 새로운 방향성을 예고합니다. K-리그의 명문구단 울산 현대에서 리브랜딩을 위한 시각화작업을 오버더피치에게 맡겼죠.
이는 구단에서 사용하는 모든 비주얼 디자인을 개선하는 작업입니다. 시각디자인요소의 범위를 정해 가이드라인을 설계하는 작업으로 여태까지 펼쳤던 프로덕트 중심 브랜드 디자인보다 넒은 범위를 다뤘는데요.
울산 현대의 수십년 역사를 살펴, 역대 사용된 그래픽 아트나 키컬러를 통합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기하학적 도형을 활용하고 채도를 낮춘 컬러를 도입하며 키비주얼 이미지를 완성시킵니다. 구단 임직원이 모두 똑같이 지켜야 할 디자인 규칙도 차근차근 정했죠.
울산현대 2022시즌 키비주얼 아트워크_출처 : 오버더피치
키비주얼을 중심으로 정해진 통합 브랜드 디자인은 구단 전체 실무자에게 퍼져 202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활용됩니다. 구장에 걸리는 대형현수막, 신규 유니폼, 구단MD, 홍보용 콘텐츠 등 시각디자인 요소가 필요한 곳에 골고루 보급됐죠.
오버더피치가 울산 현대와 펼친 협업은 단순 제품 제작이 아닌, 디자인 중심 브랜딩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프로스포츠구단의 리브랜딩(Rebranding)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상황인데요. 디자인 중심 리브랜딩에 힘을 준 국내프로스포츠산업의 선구적 사례가 됐습니다.
트렌드 변화를 고려해 브랜드 이미지를 일신하고, 구단이 팬들과 함께 만들어낸 정체성이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는 리브랜딩 이후의 후속 프로젝트에 달려있습니다.
확장가능성을 탐색하는 컬처 브랜드
오버더피치가 수집한 풋볼클럽 올드 유니폼_출처 : 오버더피치
업계관계자는 오버더피치의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진단할까요? 축구전문지 「베스트 일레븐」 김유미 기자는 컬쳐 브랜드의 ‘확장성’을 언급했습니다. 마니아중심 서브컬처를 좀 더 대중적인 문화로 만드는 실천에 브랜드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이들의 흥미로운 행동이라는 것이죠.
“국내 축구문화 팬덤은 산업적으로 규모(pie)가 작았는데, 판을 넓히는 동시에 지분을 많이 가져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일례로 오버더피치는 해외시장에서 클래식 유니폼을 구입해 마진을 남겨 파는 유통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는 리셀가를 띄우기 때문에 직접구매를 선호하는 마니아층에게 비난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문 브랜드로서 양품을 검수해서 라이트 팬층에게 편리한 구매를 돕기도 한다. 이것이 스포츠산업 전체를 키운다.”는 의견입니다.
한편 이들이 대중성 확장에 늘 성공했던 건 아닙니다. 롯데백화점의 러브콜로 역세권 입지로 스토어를 옮겼지만, 오픈 1년 만에 매장운영을 포기하고 직영스토어 운영 체제로 전환합니다. 첫 매장을 열었던 마포구로 돌아와 합정동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었죠.
오버더피치의 합정동 오프라인 스토어_출처 : 오버더피치
오버더피치가 머물렀던 곳은 대형백화점의 혁신거점입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1층에 명품브랜드유치를 포기하고, 복합문화공간을 구성했는데요. 이는 백화점 공간구성도식을 깬 파격으로 다양한 고객을 유치하자는 최근 대형유통가의 신경영전략이 반영된 곳이었습니다. 오버더피치는 함께 입점한 슬로우스테디클럽이나 아웃오브스톡 등 다른 패션 스토어와 달리 영등포점에서 가장 먼저 철수한 파트너사가 됐죠.
최 대표는 2호점에 얽힌 시행착오를 두고 “검증된 메이저 유통채널이지만,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없어 답답했다”고 전합니다. 대형백화점은 브랜드에게 높은 유동인구를 활용할 기회를 열어주지만, 컬처 브랜드로서 선보이는 창조성에 제동이 걸린다는 설명입니다.
축구문화라는 틀 안에서 디자인 중심 사업모델을 장착하는 그들의 시행착오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요? 오버더피치는 브랜드를 꾸려가는 사람들 모두가 축구문화에 깊게 관여하는 열성팬입니다. 축구문화를 즐겁게 향유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죠.
이들은 미학적 소비에서 해답을 찾아내 다양한 놀잇감을 선보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브랜드를 알리고 컬처 브랜드로서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김정년
info@buybran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