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취미를 기르시나요?
출처 : 101 BOX
취미가 뭐예요?
살면서, 아니, 일 년에 한 번은 듣고 또 말할 법한 문장입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독서, 영화 감상을 말하는 주변인들이 절반은 넘었는데 요즘에는 물어보는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대답을 내놓습니다. 스쿼시, 영상 편집, 보석 비즈, LP 수집 등 각자의 취향에 맞는 취미를 즐기는데요.
한편으론 다들 멋들어진 취미 하나쯤은 있는데 정작 내 취미는 무엇인지, 때때로 고민되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것은 분명 있는데 이걸 취미라고 공언(!) 해도 될지, 취미라고 하기엔 너무 가벼운 게 아닐지, 혹은 과연 이게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게 맞을지.
그렇지만 사실 취미(趣味)는 즐기기 위해 하는 모든 일을 포괄합니다. 엄격한 기준을 세우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이죠. 저 역시 부담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는 취미를 탐색해가는 중인데요. 직접 경험해 본 것들 중에 함께 나누고 싶은 몇 가지를 추려 소개합니다.
홈 가드닝, 생명을 꽃 피우다
반려 식물을 아시나요?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식물을 뜻하는데요,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반려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집 안에서 정원을 가꾸는 홈 가드닝이 트렌드로 부상했는데요. 단지, 외출이 어려우니 집 안에 식물을 들인다는 개념만이 아닙니다. 직접 식물을 키워보며, 한 생명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합니다.
식물과도 교감을 할 수 있다니, 어딘가 어색하게 들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곳에 뿌리를 내렸을지라도 매일 보다 보면 잎이 좀 더 짙어지고, 키를 좀 더 키워가는 등 작은 변화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합니다. 특히, 반복되는 뻔한 일상 속에서 제자리에서 나름의 성장을 해가는 반려 식물 덕분에 함께 희망을 얻는다는 썰(!)도 종종 듣곤 했는데요. 과연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초보 식물 집사도 쉽게 홈 가드닝의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도록 많은 키트들이 시중에 나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평소 가장 좋아하는 꽃이자 겨우내 심어 봄에 틔울 수 있다고 하는 튤립 구근 키트를 통해 직접 홈 가드닝을 해보았습니다.
(1) 화분, 마사토, 배양토, 구근으로 이뤄진 튤립 키트 (2) 배양토 위에 심은 구근 (3) 구근이 안 보이게 잘 덮어주면 튤립 구근 심기 완성_출처 : 바이브랜드
(1) 화분, 마사토, 배양토, 구근으로 이뤄진 튤립 키트 (2) 배양토 위에 심은 구근 (3) 구근이 안 보이게 잘 덮어주면 튤립 구근 심기 완성_출처 : 바이브랜드
먼저 화분에다 배수층 역할을 해줄 마사토를 충분히 깔아줍니다. 튤립은 물 빠짐이 잘 이뤄져야 뿌리가 썩지 않고 잘 자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배수가 잘 이뤄지는 마사토를 아래에 충분히 깔아주고 그 위에 영양이 많이 들어간 배양토를 깔아줘야 합니다. 배양토는 튤립 구근의 2배 높이 정도로 쌓아줍니다. 그 다음 튤립 구근의 껍질을 조심히 제거하고 뿌리가 아래로 가게 해 심어줍니다. 껍질을 잘 떼어줘야 뿌리가 잘 자라나요. 마지막으로 구근을 완전히 덮지 않을 정도로만 배양토를 더 얹어줍니다.
튤립을 맞이할 준비는 이제 끝났습니다. 이제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튤립 구근은 겨우내 충분한 추위를 견뎌내야 봄에 꽃을 피운다고 해요. 찬 바람이 분다고 해서 섣불리 집 안에 들였다가는 예쁜 봉오리를 못 틔웁니다. 구근만으로는 어떤 색의 튤립이 피어나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기다림과 적절한 시련이 버무려진 뒤에야 알 수 있는 것이죠.
튤립이 활짝 피어난 모습만 봐와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직접 심어 보니 조그만 알뿌리가 추위를 이겨내고 색색의 꽃을 피워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어쩐지 우리가 겪는 설움도 꽃을 피워내기 위해 보내는 겨울이라 생각하니 되려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드네요.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예쁘게 피어 있을 튤립이 기다려집니다.
프랑스 자수, 마음의 길을 내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십자수를 놓아야 했는데 어찌나 힘들던지요. 바늘에 손이 찔리기 일쑤고 급한 성격 탓에 빠르게 완성되지 않는 자수를 보며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곤 했습니다. 자수를 놓으면 차분해진다고 하는데 되려 더 재촉하는 저를 보며 ‘내 인생에 자수란 다시는 없다’고 다짐한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1n 년이 지나고 자발적으로 자수를 사게 되다니, 세상 일은 알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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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취미를 찾던 중 프랑스 자수를 알게 됐습니다. 프랑스 자수는 수예의 일종으로 십자수와 비슷합니다. 천에 자수로 꽃, 나비 등 다양한 모양을 내는데 디자인이 같아도 기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완성됩니다. 프랑스 자수는 실도 화려하고 종류가 많은 데다가 스티치 기법도 수백 가지나 되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불을 지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 원단을 직접 사고 도안까지 직접 그려가기엔 자신이 없었죠. 다행히 여러 취미 큐레이션 플랫폼에 다양한 프랑스 자수 키트가 출시돼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노란 꽃이 그려진 도안이 있는 키트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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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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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 키트에는 자수실 3종, 바늘 1개, 도안 천, 나무수틀과 종이도안이 들어 있습니다. 도안에는 프렌치너트, 백, 리프 스트레이트와 같은 세 가지 종류의 스티치를 놓는 방법이 설명돼 있습니다. 자수를 놓는 것은 처음이라서 혼자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공방 선생님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니 차근차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도 마치 직접 자수공방에 가서 배우듯이 꼼꼼한 설명이었습니다.
아직 완성까지는 한참 남았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자수를 놓으면서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얇은 바늘과 작은 수틀에 의지해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으면서 하루 동안의 잡념이 흩어져서요. 바늘이 지날 때마다 조금씩 완성되는 자수를 보며 마음에 안정도 찾아왔죠. 실제로 ‘자수 테라피’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자수를 놓으면서 힐링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복잡다난한 일상에 잠시 틈이 필요하신 분들께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네요.
향수, 취향을 길러주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의 주인공 폴은 홍차와 마들렌 향을 맡고, 잊었던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 냈습니다. 저는 양고기 특유의 냄새만 맡으면 2018년 몽골 홉스굴에서 머물렀던 때가 눈앞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진한 에스프레소 향을 맡으면 2020년도에 자주 가던 에스프레소 바와 함께 어울리던 사람들이 아른거립니다. 특정한 향이 기억의 매개가 되는 경험은 모두에게 한 번쯤은 있겠죠.
출처 : 하트노트
그래서일까요, 자신을 향으로 기억하게끔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향수에 취미를 붙여 자신과 어울리거나 자신이 되고 싶은 이미지의 향을 모으는 것이죠. 꼭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할리우드 배우 마릴린 먼로가 샤넬 no.5 향수를 ‘입고’ 잔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맡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 병 자체로 예술감과 의미를 담은 향수병을 모으려는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향수에 입문하기는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어떤 향과 어울리는지 잘 몰라서죠.
향수 구독 서비스 ‘하트노트’는 향수 방랑자들에게 자신의 취향을 알아갈 길을 열어줍니다. 하트노트는 300개 이상의 브랜드 향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매달 8ml로 소분해서 배송하는 서비스입니다. 여타 향수 구독 서비스들은 자체 제작 향수를 다루는 것과 달리 딥티크, 조말론 등 니치 향수들도 배송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트노트는 향수 입문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구독 전 취향 퀴즈를 진행합니다. 좋아하는 계절, 원하는 분위기 등 다섯 가지 질문을 한 후에 고객의 취향에 맞는 향수를 추천해 줍니다. 그렇게 추천받은 향수를 구독할 수도 있고, 직접 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향수 설명을 통해 보다 수월하게 고를 수 있게 돕습니다. 예컨대 딥티크의 오듀엘르향을 두고는 “달콤한 바닐라 라떼를 파는 오래된 서점 같은 향”이니 “부드러운 매력을 가진 분께 잘 어울린다”라고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향수로 자신만의 취향을 다듬어가고 싶은 분들께 하트노트가 좋은 선택지가 되겠네요.
조지윤
info@buybran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