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공간은 각자 따로, 거실이나 주방처럼 공용 공간은 더불어 쓰는 주택, ‘코리빙 하우스’를 아시나요? 해외에서 시작된 ‘코-리빙’(Cooperate+Living) 트렌드가 국내에 조금씩 자리잡고 있습니다. 공유주거 서비스를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맹그로브는 임팩트 디벨로퍼 MGRV가 런칭한 ‘공유 주거 브랜드’입니다. 이들의 브랜드 미션은 청년 주거 경험 개선으로, '자아실현'을 소중하게 여기는 청년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지하철역 4번 출구 앞에 우뚝 선 20층 호텔건물은 수백명이 모여 사는 공유주거 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2021년 봄부터 ‘맹그로브 신설’이란 이름으로 코리빙 하우스가 운영중이죠. 이곳에서 최근 공유주거 문화를 좀 더 친근하게 알리기 위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어요. 손님을 크리에이터가 꾸민 방에 초대하려는 목적이죠.
그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전시행사의 이름은 ‘Knock. Knock’, 한 층 전체를 쇼룸으로 꾸며 전시를 열었습니다. 예진문, 송시영, 김겨울, 장스터, 요나 .. SNS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라이프 스타일 인플루언서의 개인소장품으로 꾸며진 방을 취향껏 구경할 수 있었죠.
타인의 선명한 취향에서 '나다움'을 찾다
디자이너 예진문의 704호 쇼룸, 출처 : 바이브랜드
경이로운 사물이 방문자의 호기심을 북돋는 방, 혹은 그런 호기심을 북돋을 사람이 모이는 곳. 맹그로브의 전시는 타인의 취향을 탐색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관객의 시선을 뺏는 룸 오브제를 빼곡하게 배치해, 집주인의 개성을 과장해서 드러냈죠. 화가의 방은 침대 위에 드로잉 스케치 종이로 가득차 있고, 뮤지션의 방에는 온갖 음향장비가 어지럽게 늘어서 있습니다. 방에서 실제로 일상생활을 한다면, 이정도로 방에 물건을 채워넣긴 힘들겁니다.
허나 모든 쇼룸은 집주인의 개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순간을 재현합니다. 다섯평 남짓한 공간에 타인의 삶이 농밀하게 압축되어 있었습니다. 시네필의 서랍을 열면, 영화포스터를 그린 뱃지와 티켓이 들어있습니다.
서브컬쳐 매거진 디렉터 최장민의 707호 쇼룸, 출처 : 맹그로브 ©Siyoung Song
포토그래퍼의 방 안 옷걸이에는 아웃도어 옷가지가 가지런히 걸려 있었죠. 그 속엔 룸 호스트가 SNS를 통해 애착이 깊다고 밝힌 브랜드 컬렉션이 숨어있었습니다. 오브제를 통한 과장된 취향전시가 외려 방주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맹그로브의 전시는 관람객이 타인의 취향을 구경하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되짚게 만드는 구성으로 꾸준히 사람을 불러모았습니다. 전시가 끝난 뒤, 맹그로브는 펀딩 플랫폼에 숙박권을 올려 손님을 초대하거나, 창작자를 위한 레지던스 공모이벤트를 여는 등, 코리빙 하우스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사를 펼쳐, 더 많은 사람에게 공유주거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인생은 생애주기에 맞춰 유연하게 살아야 한다
400여명이 머무르는 국내 최대규모 코리빙 하우스 , ‘맹그로브 신설’, 출처 : 바이브랜드
공유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맹그로브의 브랜드 미션은 ‘생애주기 별로 겪는 주거문제 해소’입니다. 특히 청년주거 문제를 겨냥하는데요. 이는 맹그로브의 모회사인 HGI의 영향입니다.
맹그로브는 현대家 3세 정경선씨의 임팩트 비즈니스에서 시작됐습니다. 임팩트 비즈니스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만드는 사업을 뜻하죠. 정경선 대표는 HGI라는 벤처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사내에서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독립사업제안이 구체화되며, 공유주거를 위한 부동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24세대가 입주해 모여사는 코리빙 하우스 , ‘맹그로브 숭인’, 출처 : 맹그로브
2018년 9월, MRGV라는 이름으로 자회사가 꾸려져 팀이 독립했고, MRGV팀 전원이 수년 간 서울 시내에 공유 주거 서비스를 브랜딩하는 데 힘썼죠. 그 결과 2020년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첫 코리빙 하우스를 만들며, 공유 주거 브랜드 맹그로브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됩니다.
맹그로브는 코리빙 하우스 2곳을 통해 원룸 자취나 고시원 이용 등 한국 청년이 보편적으로 겪는 획일화 된 주거경험을 개선하고, 청년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라이프 스타일 솔루션을 제시하며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2018.09
엠지알브이
HGI로부터 분사
2020.07
1호점, ‘맹그로브 숭인’ 오픈
2021.07
2호점 ‘맹그로브 신설’ 오픈
2021.07
라이프 스타일 인플루언서
쇼룸 전시 'knock knock'
2021.09
스테이폴리오 x 맹그로브
‘에디션 룸’ 프로그램 협업
엠지알브이
HGI로부터 분사
1호점, ‘맹그로브 숭인’ 오픈
2호점 ‘맹그로브 신설’ 오픈
라이프 스타일 인플루언서
쇼룸 전시 'knock knock'
스테이폴리오 x 맹그로브
‘에디션 룸’ 프로그램 협업
사회초년생에게 제안하는 ‘제3의 주거 대안’
출처 : 맹그로브
맹그로브는 누가 와서 살까요? 타깃은 뾰족합니다. 일정 기간을 도시 한복판에서 머물러야 하는데, 불안정한 주거환경을 꾸려나가야 하는 젊은 청년을 설득합니다. 교육이나 근무 때문에 도심과 부도심 사이를 거점으로 삼아야 하는 청년층에게 새로운 편익을 주는 주거서비스를 기획한 것입니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증금은 300만 원으로 고정시켰습니다. 보증금 없이 머무를 수 있는 고시원과 평균 보증금이 1000만 원 내외인 서울 대학가 원룸 사이에서 제3의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출처 : 맹그로브
실거주 비용은 월평균 70~80만 원 내외로, 최근 서울 청년 역세권 주택 월평균 거주비용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국내 코리빙 하우스 거주비용을 기준으로 따지면, 평균에서 중간 이상을 웃도는 정도인데요. 대학가 인근과 서울 내 부도심 교통요지의 건물을 중심으로 입주자에게 지리적인 혜택을 주는 코리빙 하우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나답게 사는 지름길은 소유가 아니라 ‘경험’
‘맹그로브 숭인’의 주거공간, 출처 : 맹그로브
맹그로브가 브랜드로서 제공하는 편익은 소유가 아닌 ‘경험’입니다. 사회초년생이 이용할 시설과 서비스를 정교하게 구축해 라이프 퀄리티를 높이는 공유주거 공간을 구성합니다. 공간에서 누리는 다양한 선택지가 ‘커리어 성장’과 ‘개인의 성숙’을 이끄는 것이죠.
입주자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맹그로브 운영진이 전문가를 초빙해 싱잉볼 사운드로 집단 명상 액티비티를 열기도 하고, 홈시어터 시설에서 입주자를 위한 단체영화감상회를 공지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이웃과 함께하는 취향 기반 사교모임이죠.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삶이 의도된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해 촉진됩니다.
이렇듯 맹그로브는 청년시기에 누려야 할 것은 비싼 집이 아니라 ‘삶의 충만함’이라고 말합니다. 나홀로 안락하기보다는 남과 더불어 행복하기를 바라는 삶을 강조합니다. 건물 지하나 엑스트라 룸에 전문기관에 의뢰한 책을 모은 큐레이션 도서관이나 입주자의 자기관리를 돕기 위한 웰니스룸은 이런 의도를 살리는 공간디자인 요소입니다.
‘맹그로브 신설’의 주거공간, 출처 : 맹그로브
맹그로브는 지점별로 조금씩 공간 구성이 다릅니다. 1호점은 번 돈으로 자기만의 취향을 다지는 2말3초 사회초년생, 2호점은 대학가 인근 생활거점을 토대로 나만의 취향을 탐색하는 20대 초중반에게 적합한 공간 디자인을 드러냅니다. 청년생애주기를 고려한 다양한 공간 설계. 이것이 맹그로브가 공유주거 브랜드로서 강조하는 핵심편익인 셈이죠.
다만 넘어야 할 벽도 만만찮습니다. 바로 ‘부동산 시장’입니다. 법률이나 규제 문제도 있지만, 특히 실수요자의 고정관념이 문제입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집은 비용을 최소화시켜 세입자가 시드머니를 쥔 채, 자산으로 매입해야 할 ‘소유’ 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 주택 시장에서 주거를 경험 중심 ‘서비스’로 접근하는 고객은 한정되어 있죠.
그럼에도 맹그로브는 잠재 수요층을 겨냥한 뾰족한 브랜딩과 구체적인 편익을 제안하며 주거시장에서 새로운 실수요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 도심 한복판에 고시원이나 오피스텔 이외의 주거서비스를 구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요. 이들이 그리는 ‘청년 주거경험 개선’이라는 꿈이 과연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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