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클은 잡지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2007년 런던에서 창간한 ‘모노클’은 비즈니스와 디자인, 문화 등에 관련된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월간지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소식을 알고 싶은 비즈니스 종사자들이 모노클의 타겟이죠. 2007년 당시, 대부분의 잡지사가 폐간할 정도로 업계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모노클은 꾸준히 독자를 확보하며 오늘날 세계적인 잡지로 도약했습니다. 모노클의 성공 스토리를 보면 꽤나 파격적입니다. 경쟁사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잡지를 제작하고, 편집숍과 카페 등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는 등 업계에 역행하는 전략을 펼쳤죠.

아이러니하게도 모노클이 창간한 2007년은 전 세계적으로 잡지 업계가 위기를 겪던 때였습니다. 온라인 콘텐츠의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잡지의 판매량이 감소하던 시기였죠. 당시 영국 내 잡지 판매량은 2006년 대비 13% 이상 줄었고, 북미 시장에서는 591개의 잡지사가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모노클은 달랐습니다. 창간 4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2017년 기준 약 8만 부 이상의 월평균 발행 부수를 기록했죠.

모노클을 창업한 타일러 브륄레는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첫 커리어가 기자였던 그는 세계 각국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했는데요. 기자 생활 중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진 브륄레는 1996년 디자인 잡지사 월페이퍼를 창업했습니다. 디자인 전문 에디터들과 함께 디자인 트렌드와 이슈를 엮어낸 잡지를 만들었죠. 창간 직후 큰 인기를 얻은 월페이퍼는 1년 만에 230만 달러(약 28억 원)에 영국의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에 인수됐습니다.

2002년 월페이퍼 경영진에서 물러난 브륄레는 광고 에이전시 윙크 미디어를 창업합니다. 언론사와 잡지사를 거치며 쌓인 광고에 대한 궁금증이 창업의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광고 기획자로서도 탁월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디자인 및 편집 전문가들을 채용해 기발한 광고들을 선보이며 아디다스와 BMW 등 대형 광고주들을 확보했죠.

이후 브륄레가 세 번째로 창업한 브랜드가 모노클입니다. 잡지 업계에 역행하는 모노클의 전략은 어쩌면 다양한 분야를 거쳐 온 브륄레의 커리어가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주제를 다양하게, 누구보다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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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진열된 모노클_출처 : 모노클(MONOCLE)

“대부분 비슷한 잡지들 사이에서 반대로 하면 승산이 있어 보였습니다.” 브륄레가 말하는 모노클의 성공 전략입니다. 앞서 말했듯 모노클은 비즈니스 종사자들을 타겟으로 다양한 주제를 전하는 월간지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비즈니스 잡지가 패션, 인테리어 등 특정 산업군의 주제만을 다루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형식이었죠.

여기에는 비즈니스 잡지를 볼 때마다 브륄레가 느꼈던 아쉬움이 반영돼 있습니다. 그는 비즈니스 지식을 쌓으려는 독자들이라면 다양한 분야의 소식에도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패션 업계 종사자가 시장 트렌드뿐 아니라 섬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이슈도 궁금해하는 것처럼 말이죠. 브륄레는 비즈니스 종사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카테고리를 추가해 모노클만의 형식을 만들었습니다. 대표적인 카테고리로는 글로벌 이슈를 전하는 Affair를 비롯해 Business, Culture 등이 있죠.

예컨대 디자인이 주제였던 호의 Affair에서는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 도시가 사랑받게 된 배경을, Business에서는 디자인 시장에서 테스트 마켓으로 홍콩이 주목받는 이유를, Culture에서는 이용률이 높은 각국의 유명 도서관들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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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클 편집실_출처: 모노클(MONOCLE)

다른 잡지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주제와 깊이 있는 내용. 모노클이 담고자 하는 콘텐츠입니다. 이를 위해 자금이 넉넉하지 않던 사업 초반에도 해외 취재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죠. 실제로 사업 초반 모노클의 잡지 생산 비용 중 많은 부분을 교통비가 차지할 정도였는데요. 2017년 한 해 동안 모노클의 에디터들이 다녀간 국가의 수만 약 90개국에 달합니다. 비용 부담이 높았지만, 다른 매체보다 더 빠르고 깊이 있게 이슈들을 다루기 위해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었죠.

세계적인 잡지로 자리매김한 지금 모노클은 뉴욕, 도쿄, 홍콩, 토론토 등에서 글로벌 지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약 30명의 해외 특파원이 각국의 이슈를 본사에 빠르게 공유하면 본사 직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다룰만한 주제들이 추려지죠.

모노클은 편집 과정에서 에디터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인쇄 직전 검수 과정에서도 CEO인 타일러를 비롯해 모든 에디터가 팩트 체크 및 내용 구성을 살펴보고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합니다.

책처럼 보이는 잡지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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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크 디자인을 차용한 모노클_출처: 모노클(MONOCLE)

심플하면서도 특색 있는 디자인은 모노클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입니다. 광고 제작자 출신인 브륄레가 디자인에도 공을 들인 결과였죠. 그는 잡지가 가볍게 소비되는 이유 중 하나가 무난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부 비슷한 표지인데다, 분량도 적어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해 보였죠.

브륄레는 잡지와 서적의 특성을 결합한 ‘무크(Mook: Magazine+Book)’ 디자인을 차용했습니다. 무크란 책처럼 보이는 잡지를 뜻하는데요. 실제 모노클 한 권의 평균 분량은 300 페이지에 달합니다.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얇게 제작하던 당시 잡지사들의 전략과는 정반대였죠. 늘어난 분량만큼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할 만한 콘텐츠를 채워 넣는 것이 모노클의 전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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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클 표지 제작 과정_출처: 모노클(MONOCLE)

사업 초반, 모노클은 서점 가판대에서 유난히도 눈에 띄는 잡지였습니다. 모노클의 시그니쳐라고 할 수 있는 일러스트형 표지 때문이었죠. 심플하면서도 원색이 강조된 일러스트형 표지는 실사 이미지를 활용한 다른 잡지 표지들 사이에서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일러스트형 표지는 모노클 디자인팀의 작품입니다. 월호 주제에 따라 디자인팀이 일러스트를 자체 제작하며, 종종 유명 아트 디렉터들과 협업하기도 하죠. 덕분에 모노클은 소장용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모노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품절된 이전 호가 정가보다 두 배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2007

모노클 창간

2010

해외 지사 확장 및 특파원 운영

2012

런던에 모노클 호텔숍 오픈
도쿄에 모노클 카페 오픈

2013

런던에 모노클 카페 2호점 오픈

2015

키오스카페 오픈

2022

모노클 151호 발행

모노클 창간

해외 지사 확장 및
특파원 운영

런던에 모노클 호텔 오픈
도쿄에 모노클 카페 오픈

런던에 모노클 카페 2호점 오픈

키오스카페 오픈

모노클 151호 발행

독특한 광고 조건과 가격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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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을 논의 중인 모노클의 에디터들_출처: 모노클(MONOCLE)

잡지사의 주요 수익원은 광고입니다. 잡지 한 권에 최대한 많은 광고를 노출시키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었죠. 모노클은 이마저도 거부했습니다. 광고도 독자들이 읽을만한 콘텐츠로 재가공했는데요. 모노클은 광고 계약 시 2가지를 중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잡지에서 다루는 주제(디자인, 문화, 비즈니스 등)에 관련된 광고만을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독자들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관심 분야에 맞을법한 광고만을 노출시킨 것이죠.

모노클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광고를 싣는 것이 두 번째 조건입니다. 실제 모노클에는 광고 담당 에디터 팀이 존재합니다. 광고 주제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모노클의 톤앤매너에 맞춰 광고를 재가공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입니다. 문체와 사진 구성 등 모노클만의 톤앤매너를 입혀 광고를 하나의 콘텐츠로 표현하는 것이죠.

모노클 컨퍼런스

모노클 컨퍼런스 현장_출처: 모노클(MONOCLE)

모노클은 가격 정책마저 독특합니다. 정기구독을 하면 낱권으로 구매할 때보다 저렴한 것이 일반적이지만, 모노클은 그 반대입니다. 사업 초반 모노클 한 권당 가격이 5파운드일 때, 1년간 10권을 제공하는 연 구독료가 75파운드였습니다.

다소 터무니없는 가격 정책에도 2018년까지 모노클의 정기 구독자 수가 연평균 15%씩 증가했던 이유는 ‘컨퍼런스’입니다. 정기 구독자는 모노클이 주최하는 ‘퀄리티 오브 라이프 컨퍼런스’를 1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도시에 대한 이슈를 다루는 컨퍼런스인데요. 각 컨퍼런스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도시와 관련된 3가지 주제를 다룹니다. 주제에 따라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해 청중들과 자유롭게 대화하죠. 이를테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컨퍼런스의 경우 모빌리티와 리테일의 미래, 부동산 개발업의 방향성, 도시 농업 플랫폼이라는 3가지 주제에 맞춰 진행됐습니다.

모노클을 닮은 편집숍과 카페

모노클 숍 외부

모노클 숍 외부_출처: 모노클(MONOCLE)

모노클은 브랜딩 전략의 일환으로 편집숍과 카페를 운영합니다. 잡지 이외에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모노클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는 브륄레의 가치관이 반영된 공간들이죠.

편집숍인 ‘모노클 숍’은 2008년 11월 런던 본사 인근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9평방 피트 짜리 이 작은 매장에는 모노클 잡지를 비롯해 국가별 도시의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해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인 에디터들이 각 도시에서 큐레이션한 제품들도 있죠. 잡지와 컨퍼런스 등을 통해 국가별 도시의 이슈를 전하는 모노클의 역할이 반영된 공간인 셈입니다.

모노클 숍

모노클 숍 내부_출처: 모노클(MONOCLE)

모노클 숍에서는 모노클이 다양한 브랜드와 진행한 콜라보 제품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가방, 다이어리 등 잡지를 읽을 때 유용한 라이프스타일 제품들로 구성돼 있는데요. 첫 번째 콜라보 제품인 가방 브랜드 ‘포터’와 만든 도트백은 2년간 8000개 이상이 판매됐습니다. 도트백을 사러 온 이들로 매장 앞에 긴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도 펼쳐졌죠.

모노클 마니아들에게 상징적인 공간이 된 모노클 숍은 현재 런던, 도쿄, 홍콩, 토론토 등 다양한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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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클 카페_출처: 모노클(MONOCLE)

모노클 본사 1층에는 ‘모노클 카페’가 있습니다. 모노클을 읽기에 최적화된 곳으로, 매장 내부에는 모노클의 이전 호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손님들은 커피 한 잔을 즐기며 모노클을 읽기 위해 이곳을 찾죠. 특히 평일 점심시간에는 모노클을 읽는 이들뿐 아니라 주변 직장인들로도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모노클 카페의 연장선인 ‘키오스 카페’는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모노클의 정체성이 반영된 공간입니다. 모노클 잡지를 비롯해 전 세계 150개 잡지와 2500종의 신문을 만나볼 수 있죠. 특히 신문의 경우, 원하는 언어를 설정한 후 프린트기에서 바로 출력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모노클 숍처럼 글로벌 이슈를 전하겠다는 브랜드 비전이 담긴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키오스 카페 내부

키오스 카페에 비치된 국가별 신문_출처: 모노클(MONOCLE)

모노클의 성공 요인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잡지 업계를 역행하는 방식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었고 둘째, 편집숍과 카페 등 잡지와 관련된 완성도 높은 공간을 선보여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다졌죠.

온라인 콘텐츠의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잡지를 비롯한 오프라인 콘텐츠의 설자리가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독자들과 공유하는 전략이 뒷받침된다면 오프라인 콘텐츠의 경쟁력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입니다. 잡지사들이 위기를 겪던 때에 창업한 모노클이 세계적인 잡지로 부상한 것처럼 말이죠.

이한규

이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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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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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2.03.19 승인완료

구매내역

잡지업계가 위기를 겪을 때 창업한 도전정신
업계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만든 차별화된 잡지
편집숍, 카페에서 공유되는 브랜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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