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왓은 선인장과 폐페트병으로 가방을 만드는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입니다. 기업은 많이 팔수록 좋지 않을까요? ‘안 사도 된다’고 말하는 쏘왓의 속내를 들어 봤습니다.
선인장으로 만든 가방
소설희 쏘왓 대표_출처 : 쏘왓
소설희 쏘왓 대표는 자타공인 옷 덕후였습니다. 물리학과로 진학했지만 의류학과를 복수전공한 이유죠. 졸업 후에는 옷 설계 도면을 개발하는 패턴사로 2년간 일했습니다. 나만의 옷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품은 채로요.
2018년 소 대표는 패션 기업 ‘월간마움’을 창업하고 브랜드 ‘쏘왓’을 론칭합니다. 특별한 콘셉트 없이 여성복 브랜드로 시작했기에 사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재고가 늘어났습니다. 낙심하던 그때, 친구가 환경을 주제로 한 뉴스레터 ‘지구별 편지’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옷이 지구를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목화 재배에 전 세계 농약의 35%가 사용되고 데님 원단은 폐수 수천 톤(t)을 발생시키죠. 당시 큰 충격을 받고 업계를 떠날 고민을 했다고 하네요.
선인장 가죽_출처 : 데세르토
고민 끝에 ‘선인장 가죽’을 사업 아이템으로 고릅니다. 선인장을 말려 가루로 분쇄한 후 친환경 공정을 거쳐 만드는 비건 가죽이죠. 소 대표는 선인장 가죽을 최초 개발한 멕시코 가죽업체 데세르토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소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인장의 상단 줄기만 잘라 사용해 수확 후에도 지속적인 농업이 가능했죠. 생산 과정에서 유독물질이 발생하지도 않습니다. 질감도 일반 가죽과 유사하고 열과 습기에 강해 수명도 10년 정도로 길죠.
2020년 8월 쏘왓이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캐터스백’은 1059%의 펀딩률을 달성합니다. 잇달아 ‘가치백’, ‘선인장 지갑’도 펀딩에 성공하며 국내에 선인장 가죽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여기서 끝일까요?
돌고 돌아 업사이클링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지갑_출처 : 쏘왓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합니다. 바로 소재, 선인장 가죽조차 완벽한 친환경은 아니었습니다. 소 대표는 “국내 비건 가죽업체의 연구에 따르면 선인장 가죽에도 PU(폴리우레탄) 소재가 섞여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동물 가죽보다는 친환경적인 선택이 맞지만 완전히 분해되는 것은 아니다”고 전합니다. 배송 중 발생하는 항공 탄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동물 가죽보다는 현명한 선택이긴 하지만 다른 대안을 고민해야 했죠.
소 대표는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을 떠올립니다. 플라스틱은 완전히 분해되는데 200~300년, 길게는 500년까지도 걸리는 만큼 효율적인 자원 재활용이 필수죠. 2021년 쏘왓은 플라스틱 병뚜껑을 녹여 만든 ‘노비닐 키링’을 출시합니다. 모든 플라스틱을 안 쓸 수는 없어도 최소한 비닐은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상징하죠. 키링 하나에 병뚜껑 2.5개가 사용됩니다.
병뚜껑을 업사이클링한 키링_출처 : 쏘왓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곰돌이 모양 키링은 쏘왓 최고의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 고등학교에선 아이들끼리 키링을 대량 구매하고 병뚜껑을 모아 쏘왓에 택배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내용의 편지도 함께였죠. 소 대표는 그때 감동을 받아 눈물이 날 뻔했다며 회상합니다.
같은 해 국내에서 수집한 폐페트병으로 만든 재활용 원단 플라텍스로 만든 가방 ‘리페트백’, ‘리페트백팩’도 선보입니다. 각각 폐페트병 1.5개, 4.5개가 소요됩니다. 해외에서 폐페트병을 수입해 재활용 원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재활용하려고 쓰레기를 수입한다니 황당하지 않나요? 쏘왓이 다소 비싸더라도 플라텍스 원단을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지천에 널린 친환경 아이템을 진정성으로 대했기에 사업의 저변 확대가 가능해졌죠.
안 사도 됩니다
플라텍스 원단으로 만든 리페트백_출처 : 쏘왓
지속 가능한 패션에 종사하며 소재에 디자인을 맞춰야 할 때 가장 아쉽다고 합니다. 소 대표는 “선인장 가죽은 어두운 색상만 입힐 수 있어 올드한 느낌의 제품, 플라텍스 원단은 캐주얼한 소재라 캐주얼 가방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플라텍스 원단은 자주 세탁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기에 ‘옷’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아쉽죠.
쏘왓은 새로운 업사이클링을 계속 고안합니다. 최근엔 ‘쏘왓 의류수거함’ 프로젝트를 통해 헌 옷을 직접 수거합니다. 버려진 옷으로 파우치, 패브릭백을 개발하기 위해서죠. 생분해 소재 원단을 찾기 위해 발품 파는 일도 멈추지 않습니다. 불도저 같은 결단력을 지닌 사업 마인드가 그의 전부가 아닙니다. 더 큰 꿈이 있거든요.
쏘왓은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문지, 종이테이프로 포장한다_출처 : 쏘왓
소 대표는 환경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에 생기가 돕니다. 사업체를 일구며 수익보다 ‘가치’를 추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원동력을 묻자 그는 ‘당연함’이라고 답합니다.
“저는 한번 문제를 인식하고 나면 되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에요. 모른 척하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이 불편하잖아요.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의지보다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들고 싶어요.”
필요 없다면 굳이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고도 얘기합니다.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을 오래 쓰는 것이 더 환경적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기자는 이왕 돈 쓸 일이 생기면 쏘왓을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알고도 모른 척하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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