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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헤어지지 말자, 파파이스

지금 가장 핫한 Hype chicken.

평일 저녁 6시 20분. 매장을 나서며 잠시 돌아 본 키오스크엔 '대기시간 약 40분'이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매장을 가득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아무리 한파라 할지라도 치킨은 포기할 수 없죠.

배 타고 돌아온 뽀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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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교역에서 운영하는 스시 브랜드 '신라다랑원'_출처 : Darangwon

이곳은 파파이스입니다. 지난 12월 16일 문을 연 강남점엔 오픈 후 3일 동안 약 5천 명 사람들이 방문했다고.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 치킨에 대한 그리움만큼이나 궁금증도 많았나 봅니다. 2년 전, 파파이스가 한국에서 철수할 때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그나저나 누가 파파이스를 다시 데려왔을까요?

2021년 12월 신라교역(넌럭셔리어스컴퍼니)은 글로벌 치킨·버거 프랜차이즈 파파이스 운영사인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널(RBI)과 한국 독점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부진한 실적으로 2020년 철수했던 파파이스의 복귀 소식에 반가움보단 의아함이 앞섰던 이유죠. 신라교역은 참치로 유명하잖아요.

파파이스 관계자에 따르면 신라교역의 '브랜드 운영 전문성'이 RBI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3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스시 브랜드 ‘신라다랑원’이 그중 하나입니다. 신라교역은 동화청과를 통해 농산물 수탁 판매업에서도 오랜 시간 활약해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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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단위로 주문할 수 있는 파파이스 치킨_출처 : popeyes

매출의 대부분은 참치 어업에서 발생하지만 성장 한계를 인지한 신라교역은 이처럼 사업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에 힘을 쏟아 왔습니다. 파파이스 또한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고요.

그런데 왜 하필 패스트푸드였을까요? 햄버거만 보더라도 쉐이크쉑의 확장과 고든 램지의 등장 그리고 파이브가이즈의 참전이 예고된 한국에서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는데 말이죠. 바로 시장의 잠재력 때문입니다. 해외 프랜차이즈와 국내 브랜드의 양강 구도에 특색 있는 소형 매장들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어 왔으니까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가 9년 전만 해도 1조 9000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 햄버거 시장이 내년 5조 원대 규모로 성잘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죠. 팬데믹을 맞아 포장·배달과 혼밥에 용이한 간편식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었고요. 즉, 선수가 많아진 만큼 무대도 넓어진 셈입니다.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도 전하겠다는 파파이스. 기대해도 좋을까요?

성공적인 영점 조준?

Alvin Copeland

1979년 뉴올리언스 매장 앞에 선 앨 코플랜드_출처 : TIME

파파이스는 여전히 '출신 지역'을 강조합니다. 파파이스는 1972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교외 지역, 아라비에서 시작된 레스토랑입니다.

설립자 앨 코플랜드는 처음에 미국 남부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요리한 치킨을 판매했었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자 매운맛이 가미된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치킨으로 메뉴를 바꿉니다. 영화 '프렌치 커넥션'의 주인공(Popeye)의 이름을 따서 가게 이름(Popeyes)도 새롭게 짓고요.

이후 파파이스는 뉴올리언스 스타일을 고수하며 1976년 첫 번째 프랜차이즈를 시작으로 1985년 500번째(메릴랜드주 랜도버), 2011년 2000번째 매장(테네시주 멤피스)을 오픈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3700곳이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파파이스는 성장의 원동력을 ‘요리적 유산’에서 찾습니다. 루이지애나의 풍부한 케이준 풍미 위에 만들어진 그것이요.

케이준은 인디언 말로 아카디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의미하는데요, 프랑스 이민자의 후손을 뜻하기도 합니다. 북미 지역에서 영국과의 전쟁에 패하고 미국 남부로 쫓겨난 이들은 낯선 환경에서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데요.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환경 때문에 야생의 것들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냄새를 지우기 위해 허브처럼 강한 향을 발산하는 것들을 곁들어 먹었고요.

강남점 구로점

파파이스 강남점(위), 구로디지털점(아래)_출처 : popeyes

케이준 스타일 음식이 특유의 향으로 입보다 코를 먼저 자극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동시에 파파이스를 다른 브랜드와 구분 짓는 특성이자 정체성이 되었고요. 지금도 파파이스는 글로벌 본사에서 직접 개발한 시즈닝과 레시피 대로 음식을 제조하며 루이지애나의 전통을 고수합니다. 글로벌 메뉴 그대로 한국에 들어왔고요.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한 'K-버전'도 있습니다만 옛날 파파이스의 치킨휠레버거, 닭달버거 등 정체 모를 네이밍이 사라지면서 정체성은 더 뚜렷해진 듯합니다.

먹는 것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주황색을 베이스로 청록색과 보라색이 가미된 새로운 컬러로 꾸며진 매장은 한층 쾌활하고 역동적인 느낌입니다. 화려한 색깔로 눈길을 사로잡는 루이지애나 지역 축제 '마르디 그라(Mardi Gras)'가 떠오를 만큼요. 파파이스는 루이지애나 감성이 깃든 매장을 표현하기 위해 컬러에 집중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모던한 인테리어와 함께 이전과 다른 세련되면서도 이색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타 브랜드와 별반 차이 없던 빨강과 노랑의 조합에서 벗어난 새로운 컬러 조합은 브랜드 차별화에도 한몫합니다. 국내 1호 비주얼 머천다이징 박사인 이랑주 위박스브랜딩 대표는 '색'을 브랜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인간이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할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감각은 시각이기 때문이죠. 이처럼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더 집중하기로 한 파파이스의 선택은 더 지켜볼 일이지만 조준점과 탄착점이 일치되는 지점을 찾은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Help yourself

파파이스 구로디지털점(1)

12월 20일 오픈 당시 파파이스 구로디지털점_출처 : popeyes

직접 먹어 볼 차례. 파파이스의 메뉴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됩니다. 버거, 치킨, 사이드 그리고 음료. 버거의 핵심은 치킨 샌드위치입니다. 12시간 동안 루이지애나 시즈닝으로 숙성한 닭다리 통살을 버터밀크로 튀긴 치킨 패티에 마요네즈와 버터가 들어간 브리오쉬 번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죠.

미국에선 닭 가슴살이 사용되지만 한국에선 선호도가 높지 않은 부위라 통다리살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국산 냉장 닭만 사용한다고 하네요. 덕분에 씹고 넘기는 맛은 거부감이 없습니다.

또 다른 한국 특화 제품도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디럭스 치킨 샌드위치. 시각적 풍성함에도 민감한 한국인들을 위해 양상추, 베이컨, 치즈 등이 추가된 겁니다. K-치킨 샌드위치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매콤 달콤한 맛이 특징이고요. 물론 케이준의 풍미가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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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치킨&K-치킨 샌드위치, 클래식 치킨, 비스킷, 레모네이드, 소스_출처 : popeyes

5시를 넘지 않은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치킨의 일부 메뉴는 품절입니다. 파파이스의 치킨은 12시간 시즈닝 후 마리네이드도 거칩니다. 향미와 수분을 보충한 덕분일까요. 얇은 튀김 속 부드러운 속살은 루이지애나의 ‘겉바속촉’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바비큐 소스에 디핑한 스모크 바비큐 치킨은 품절이라 사이드 메뉴인 볼드 바비큐 소스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소스도 여러 가지인데 머스타드와 유자 칠리소스도 있습니다. 물론 비스킷과 찰떡궁합을 보여주는 딸기잼도 있고요. 바삭한 케이준 프라이를 비롯해 케이준 라이스, 코울슬로는 추억 속 맛 그대로입니다. 레모네이드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케이준 특유의 향에 자극된 후각과 미각을 ‘새로고침’ 해주어 끊김없이 먹을 수 있도록 해주거든요. 참고로 루이지애나에선 케이준 치킨을 먹을 때 레모네이드가 빠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스킷과 케이준 라이스 그리고 코울슬로도. 이전보다 단출해진 메뉴지만 먹을 건 더 많아 보입니다.

You can be the one

파파이스 굿즈

파파이스 강남점 오픈 당시 선착순 100명에게 증정된 굿즈_출처 : popeyes

맥도날드는 12월 해피밀 프로그램으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선보였습니다. 8년 전 2030을 매장 앞에 줄 세웠던 장본인이죠. 당시 슈퍼 마리오 해피밀 토이는 판매 가격(해피밀 세트 가격)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중고 시세(7000원~1만 원)를 형성하기도 했었죠. 롯데리아도 포켓몬을 활용한 굿즈로 키덜트를 정조준합니다. 하루에 한 장씩 찢어 쓰는 포켓몬 일력은 20일 출시 이후 빠르게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파파이스도 이러한 협업 계획이 있을까요? 강남점과 구로점 오픈 당일 선착순 100명에겐 증정된 선물을 보니 기대가 되었거든요. 현재는 ‘외부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브랜드를 전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대신 젊은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활동은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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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이스 강남점_출처 : popeyes

그 시작은 인스타그램. 파파이스 매장이나 음식 등 브랜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업로드하면 추첨을 통해 루이지나 행 비행기 티켓과 엽서를 선물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유튜브를 통한 다양한 소통도 시작할 예정이고요. 하도 사람들이 많아 기다리는 장소가 되어버린 포토존도 매장 한 켠에 마련되어 있답니다. 누군가에겐 상투적인 것들로 비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기대감을 갖는 이유는 파파이스가 미국 하면 떠오르는 캘리포니아나 뉴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루이지애나 그 자체로 신선하잖아요. 불필요함은 거르고 본질은 갈고닦아 돌아온 파파이스. 영화 '라라랜드'에서 치킨은 포기 못하겠다던 세바스찬의 외침이 떠오르네요.

'난 불사조처럼 다시 날 거야'

이순민

이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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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2.12.24 승인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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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역사의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 스타일
새로운 비주얼 아이덴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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