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폴리 꼬또, 오뚜기가 만들었다고?
출처 : 바이브랜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조용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빨간 벽돌 건물을 만나게 됩니다. 일부러 찾아온 사람이든 우연히 지나가다 마주친 사람이든 일단 발길이 멈추게 되는 외관이죠. 하지만 한눈에 정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롤리폴리 꼬또(rolypoly cotto)’라고 써 있을 뿐입니다. 이마저도 얇게 흘려 쓴 글씨라 한참을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창이 없어 밖에선 염탐도 불가능합니다.
다가가 눈사람처럼 생긴 노란색 손잡이를 밀고 들어가면 5개 남짓한 테이블과 바 형태의 자리가 있는 식당이 나타납니다. 쓱 둘러보고 ‘인테리어에 신경 쓴 새로운 식당이네’라고 생각했다면 답을 절반만 맞춘 것. 롤리폴리 꼬또는 식품회사 오뚜기가 2020년 11월 선보인 브랜드 숍입니다. 자사 라면과 카레로 신메뉴를 만들어 판매하고 오뚜기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공간으로, 회사 소유의 두 건물 사이 유휴 공간을 리모델링해 만들었습니다. 주목도 높은 뜨는 동네에 브랜드 숍을 내는 것과 다른 모습입니다. 대신 여러가지 재미 요소를 공간에 심어두었습니다.
발견의 재미
롤리폴리 꼬또는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공간입니다. 대놓고 ‘오뚜기가 만든 곳’이라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오뚜기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이 이곳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먼저 이름부터 그렇습니다. 롤리폴리는 오뚜기의 표준어인 오뚝이의 영문명, 꼬또는 이탈리아어로 ‘벽돌로 만든 집’을 뜻합니다. 알고보면 ‘오뚝이 벽돌집’이라는 아주 직관적인 이름인데 정체를 감추고 있습니다. 이후 주변을 둘러보면 왜 이렇게 노란색을 많이 썼는지, 입구 손잡이부터 천장 조형물까지 모두가 왜 오뚝이 모양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됩니다.
순두부 열라면_출처 : 롤리폴리꼬또 인스타그램
육회 진 비빔면_출처 : 롤리폴리꼬또 인스타그램
이곳의 메인 메뉴는 단연 라면과 카레입니다. 하지만 메뉴판에 ‘진라면’, ‘3분 카레’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그렇겠거니 추측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됩니다. ‘피자도 안 파는데 왜 테이블마다 핫소스 브랜드인 타바스코가 있지?’, ‘이북식 손만두는 왜 팔까?’ 이런 식이죠. 검색해 보면 오뚜기가 타바스코 수입사고, 오뚜기에 만두 브랜드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봐야 라면이나 카레지, 뭐가 특별하겠어?’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롤리폴리 꼬또에서는 인기 레시피로 만들어진 라면과 주기적으로 바뀌는 한정 메뉴를 맛볼 수 있습니다. 2020년 12월에는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순두부열라면’을, 2021년 1월에는 일본 홋카이도 지방의 ‘스프카레’를 판매했습니다. 3월에는 타바스코 소스를 넣은 ‘타바라면’을 판매하기도 했죠. 가격은 모두 800원 단위로 끝이 납니다. 마스코트인 오뚝이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커피 샷추가 가격도 800원입니다.
인증샷을 부르는 사진 맛집
롤리폴리 꼬또는 크게 2개의 공간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정원이 있는 공간입니다. 입구 반대쪽 공간으로 쑥 들어가면 정원으로 통하는 계단이 나옵니다. 밖으로 나가면 앉아서 차를 마시며 쉴 수 있습니다. ‘슬로프’로 명명된 계단이 있는 공간에는 이현정 작가의 형광색 오브제들이 배치돼 있어 사진을 남길 수밖에 없죠. 한편에는 토마스 헤더윅의 스펀체어가 놓여 있습니다. 누구든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는 의자에 앉아볼 수 있습니다. 마치 오뚝이를 닮은 의자는 자연스레 오뚜기를 떠오르게 합니다.
출처 : 롤리폴리꼬또 인스타그램
출처 : 롤리폴리꼬또 인스타그램
굿즈를 파는 공간도 마련됐습니다. 독립 건물에 전시회처럼 롤리폴리 꼬또의 굿즈가 진열돼 있는데, 오뚝이 형상은 따왔지만 오뚜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슬로프에 올라가 앉으면 건물 꼭대기에 설치된 정체불명의 물체가 정면으로 보입니다. 창립 초기 인스턴트 스프 제조용으로 도입돼 생산 단계에서 20년, 시험 연구용으로 14년간 사용돼 수명을 다한 ‘브이믹서(V-mixer)’입니다. 투박한 기계를 건물 위에 올려 예술 작품처럼 보이게 연출했습니다.
롤리폴리 꼬또는 직접적으로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탐색하며 오뚜기를 떠올리게 하는 재치있는 공간입니다. 또한, 브랜드가 소비자 반응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도 갖습니다. 주기적으로 메뉴를 바꾸는데, 다양한 레시피 실험은 향후 오뚜기 신제품 개발로 이어질 거라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이는 롤리폴리 꼬또가 바짝 인기를 누리고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써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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