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 로지 , 스토리텔러가 만든 MZ세계

가상인간은 2021년을 수놓은 키워드 중의 하나입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게 오로지(22·여·이하 로지)입니다. 그녀는 7월 '신한라이프'의 TV 광고 모델로 브라운관에 데뷔했죠. 주근깨 얼굴에 안면이 모두 망가질 정도로 웃는 그녀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매력’을 내뿜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MZ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로지는 촬영 환경에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팬데믹 시국과 맞물려 ‘신선한 얼굴’을 찾는 각 사 브랜드로부터 광고 협찬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 가상인간 열풍을 일게 한 주역입니다. 이 로지를 만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개발자나 디자이너뿐일까요? 이들은 어떤 업무를 하고 무슨 고민에 빠져있을까요?

로지라는 세계관

지금 영화·애니메이션, 게임,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분주합니다. ‘제2의 로지’를 만들려는 프로젝트가 여럿, 추진되고 있는 것이죠. 이미 제작과 유통, 기술 개발 등 각 섹터가 조합이 되는 시장 생태계 구축의 조짐도 일고 있습니다. 이런 인사를 발굴한 로지 제작진은 다음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 가상 인물을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죠. 로지의 넷플릭스 드라마 출연과 가상 인물 외주 제작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하네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내부에선 로지팀으로 통칭해 부르는 인력이 있습니다. 영업·지원을 담당하는 김진수 이사에 백승엽 대표까지 총 13명입니다. 빠듯한 수이기는 하죠? 이들은 안팎에서 쏟아지는 관심에 그들조차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된 업무는 무엇일까요? 코딩을 짜거나 디자인을 편집하는 걸까요? 아니면 사진을 촬영하는 것?
아닙니다. 그건 일부일 뿐이라고 합니다. 전체 퍼즐의 한 조각처럼 말이죠. 이들의 진짜 업무를 한 마디로 요약해보겠습니다.

로지라는 내외향적 인물과 그 배경, 그리고 그녀가 헤쳐나갈 사건을 구성하는 일입니다. 인물, 배경, 사건...뭔가 익숙하시죠? 네. 마치 소설 작품, 공상과학(SF)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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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의 인스타그램 첫 게시물_출처 : 로지인스타그램

※ 로지팀의 구조(2021년 9월 기준):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에는 로지, 정확히 말하면 가상인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두 개 팀이 있습니다. 로지의 세계관과 개성을 구축하는 크리에이티브팀이 첫번째. 그렇게 기획된 대로 실제 이미지·영상 등 제작물을 만드는 버추얼 휴먼팀이 두번째이죠. 크리에이티브팀은 일종의 기획팀입니다. 버추얼휴먼팀은 제작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각 차아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와 이유리나 감독이 팀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백승엽 대표와 이 두 팀을 지원하는 김진수 이사까지, 로지를 움직이는 핵심 인력이라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첫 가상 인플루언서 , 로지

2020년 12월, 그간 진짜 인간 행세(?)를 해오던 로지는 드디어 커밍아웃을 합니다. 로지그램(로지의 인스타그램 약칭)을 통해 자신이 가상 인간임을 공표한 것이죠. 그리고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란 타이틀을 얻습니다.

2020년 8월 로지그램을 개설한 이후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4개 월의 공백을 뒀습니다. 로지만의 정체성을 확립시키기 위해서였죠. 신기함에 구독을 누르게 하는 ‘후광효과’ 없이 첫발을 떼고 싶었던 것입니다. 로지의 일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거기서 로지만의 매력을 느낄 역사를 남기려던 의도였죠. 이 시기 로지그램의 구독자는 1만 명을 넘었습니다. 실존하는 인간이든 아니든, 로지라는 존재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는 것이 어느정도 입증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기반을 닦은 뒤 TV 광고에 데뷔한 로지는 발랄한 어깨춤과 개성 있는 외모로 대중의 관심을 얻습니다.

차아영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CD는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라고 평가합니다. 로지의 흥행에 뒤이어 다른 가상인간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죠. 조금만 늦었더라도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진 못 했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사람이 아니었다니…’ 이런 반응을 이끌어낼 만큼 기술력(디지털 더블)이 좋았던 것도 한 몫했을 것이라고 그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차아영 CD_출처 : 바이브랜드

차아영 크리에이티브 CD

차아영 CD_출처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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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로지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티브 팀을 이끄는 차 CD는 로지의 세계관을 만듭니다. 로지가 가상인간인 것을 커밍아웃한 시점 이후에 로지팀에 합류했습니다. 그녀는 ‘로지트립’과 같은 여행 게시물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반려과일’과 같은 실존 세계에는 없는 캐릭터를 구상하기도 했죠. 로지가 살아가는 현실적이면서도 가상인 메타버스의 세계를 건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를 느낀다면 사람들이 매력적이라며 끌릴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로지의 관심사로 ‘환경보호주의’를 부여했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로지만의 톡톡 튀는 패션 스타일과 여행을 좋아하는 콘셉트도 MZ 세대의 키워드입니다. 이를 충분히 담아내면 실존하는 매력적인 인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반대로 가상인간이란 특징을 살려 로지의 개성을 드러내는 설정도 기획했습니다. 현실에는 없는 반려과일도 그 중 일부입니다. 지금은 팬데믹에 사람들은 갈 수 없는 여행지를 로지가 대신해 간다든지(로지트립)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로지트립은 추후 우주여행을 가는 것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22살의 유년기는?

영원한 22살이라고 하는 로지. 그녀에겐 정말 유년기는 비어있는 시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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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로지 인스타그램

버추얼휴먼팀을 이끄는 이유리나 감독은 로지를 '잉태한' 주역 중 한 명입니다. 백승엽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대표와 함께 가상 인간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설계한 것입니다.

로지의 외모와 이름, 페르소나까지 그녀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영원한 22살'이라는 콘셉트상 로지의 유년기는 대외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그시기는 이유리나 감독의 밑그림으로 채워져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 밑그림(외모, 이름, 페르소나 등) 아래 22살 로지의 성향이나 개성이 구축된 것이니까요.

싸이더스 엑스 스튜디오로 오기 전 로커스에서 △합성팀 △아트팀 △시네마팀 △연출팀 등을 거치며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 전반을 경험했던 것이 이유리나 감독을 이런 프로젝트에 적임자가 되게 했습니다. 이 감독님은 로지의 탄생 시절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유리나 감독_출처 : 바이브랜드

이유리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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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의 시작을 만든 이유리나 감독. 인터뷰를 한 2021년 9월 14일은 이유리나 감독이 출산휴가를 떠나지 하루 전 날이었다_출처 : 바이브랜드

“백승엽 대표가 ‘버추얼 휴먼’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했습니다.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듯이 파일럿 프로젝트처럼 소규모로 시작한 것이죠. 그래서 팀을 구성하고 가상 인물의 제작 단계를 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할지, 파이프라인을 짰습니다. 로지의 얼굴 디자인부터 인격과 가치관 등을 만드는 작업을 담당했습니다. 처음에는 소규모로 3D, 2D 그래픽을 담당하는 인력에 작가 한 명, 저까지 총 4명이었습니다.”

이후 조직이 커지며 팀은 나뉘어졌습니다. 지금 버추얼휴먼팀은 크리에이티브팀에서 기획한 설계도에 따라 실제 이미지나 영상물 등을 편집하고 제작하는 것으로 역할이 조정됐습니다. 이곳에서 영상물(로커스 내 개발팀이 지원)을 제외하고 디지털 더블을 구현하는 작업도 이뤄지죠. 디지털 더블은 대역 배우(바디 모델)의 연기에 얼굴을 3D 컴퓨터그래픽(CG)로 대체하는 것 입니다. 그래서 로지가 학습할 얼굴 표정만 따로 연기하는 대역 배우도 있습니다. 로지의 풍부한 표정 연기와 맵시 있는 비주얼을 완성시키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Z 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들이 좋아하는 여러 얼굴도 분석해 조합했습니다. 표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전부 다 '나의 취향'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웃을 때 얼굴이 망가질 정도로 활짝 웃는다든지... 이목구비도 성형했을 때 나오는 완벽한 비율이 아닌 인간미 있으면서도 개성 있는 비율이 나오게 하고 싶었습니다. 눈에 띌 만큼 도드라진 얼굴은 아니면서도 '왠지 멋지다'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얼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로지를 만드는 달콤한 상상

결국, 로지는 로지팀 구성원 모두가 가꿔가는 그 자체로 하나의 가상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인공지능(AI)으로 로지 스스로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존재가 아닌 만큼, 로지의 모든 것은 그들이 결정하게 됩니다. 즉, 로지팀이 지금 하고 있는 인간적인 고민 속엔 로지의 과거와 미래가 담겨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말머리로 정리해봤습니다.

김진수 이사 및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제작진

김진수 이사

김진수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이사

로지팀 내부

사무실 전경

“마블의 헐크든 기존 캐릭터는 특정 영화, 애니메이션 안에 들어가는 배역이다. 예를 들어 로지가 마블의 영화에 들어간다면 그건 하나의 캐릭터일 뿐이다. 로지는 그 자체로 사람이다.”

“로지 자체가 그냥 MZ 세대이다. 팀원 대부분이 20대이다. 그들이 말하고 놀고 좋아하는 것을 그대로 로지가 하는 것이다. ‘이런 걸 하면 MZ세대가 좋아하겠지?’ 이런 게 아니다.”

-김진수 이사

“SNS로 자주 소통하며 팬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로지트립’이라고 (해시태그) 여행 게시물을 올리는데 지금의 팬데믹 시국에는 여행을 가지 못해 갈증을 느끼는 사용자들의 마음을 대신 풀어준다. ‘대신 여행을 가주겠다’라는 콘셉트로 시작했다. 여행지는 댓글을 통해 추천받는다. 또한 로지가 하는 인터뷰나 댓글의 톤(Tone)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통일성 있게 내보내고 있다. 로지의 정체성에 혼선이 생기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올 게시물은) 보통 한 달 치를 구성해 놓는다.”

“(촬영 과정은 진짜 인간 때와는 차이가 많이 나는가?) 기본적으로 일반 광고 영상-화보 촬영이랑 같은 단계를 거친다. 거기에 추가 업무가 생기는 구조이다. 이미지(스틸)는 대역 모델의 포즈가 중요하다. 촬영 각도별로 괜찮은 모습이 찍힐만한 대역을 찾는다. 그런데 영상은 표정이 중요하다. 그래서 감정 연기가 되는 연기자를 뽑아 그가 짓는 표정을 최대한 활용해 얼굴에 합성한다. 그래서 우린 영상 촬영을 할 때 ‘얼굴 표정을 합성했을 때 예쁠만한 것인가 아닌가’를 고심한다. 그런 판단을 잘 내리는 것도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한다. 최근에 진행한 촬영은 22시간이나 걸렸다.”

-차아영 CD

“초반에 타깃을 MZ 세대로 잡고, 그들이 열광하는 특징을 잡아냈다. 팀원들이 그 세대인데 각자가 꿈꾸는 것들을 로지라는 피사체에 녹여내고자 했다. 또한 처음 시작부터 가상 인물인 것을 밝히지 않고 4개월을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해왔다. 그때부터 팔로워를 해주신 분들은 골수 팬으로 로지의 그간 활동을 지켜봐왔다. 그렇게 처음부터 화려하게 등장하지 않고 일반 사람처럼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를 보여주며 로지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갔다. 그런 다음 가상 인물이라는 것을 공개했는데 그 사실을 듣고 로지의 인스타그램을 방문한 분들은 이제까지 쌓아왔던 로지의 행적을 확인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던 소통 방식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유리나 감독

김재형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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