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여행 좋아하세요? ‘컨비니’와 함께라면 스마트폰 하나로 충분합니다.
신논현역 인근에 위치한 컨비니 사무실. PD가 카메라와 마이크를 챙깁니다. 촬영지는 제주도의 감귤 농장. 황태를 찾으러 강원도의 해발 650m 산을 오른 적도 있다고 합니다.
2019년 설립된 컨비니는 ‘발견형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온라인 매거진 형식의 상세페이지가 특징이죠. PD·에디터·포토그래퍼가 식품에 얽힌 이야기를 풉니다. 그 보따리 속에는 생산자의 경력, 창업 동기, 차별화된 제조 과정이 가득하네요. 모두 전국 산지를 돌며 발견한 이야기입니다.
컨비니에 입점한 누적 생산자 수는 총 3800명. 지난 5월에는 사옥 옆에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설립 3년 차 커머스지만 ‘시리즈B’ 투자까지 유치했죠.
컨비니의 조유경 대표와 콘텐츠팀 송광범 매니저를 만났습니다.
3040이 반한 스토리텔러
출처: 컨비니
온라인 커머스의 경쟁력이라고 하면 최저가와 빠른 배송이 떠오릅니다. 특이하게도 컨비니가 강조하는 것은 ‘이야기’. 시장 흐름에 역행할수록 단골은 늘었습니다. 타 커머스에서 보기 힘든 제품별 비하인드 스토리가 구매 욕구를 자극했거든요.
30년 경력의 밤 가공 전문가가 개발한 맛밤이 대표적입니다. 지금도 이곳의 베스트셀러인데요. 입점 당시에는 대기업의 맛밤만 인지도가 높았습니다. 상당수가 중국산인데도 말이죠. 국내 전문가와 충남 부여 밤이란 배경은 소구점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컨비니의 베스트셀러 맛밤_출처: 컨비니
이야기를 지닌 상품이 쌓일수록 입소문도 빠르게 퍼졌습니다. 컨비니는 장인 정신이 담긴 식품을 선호합니다. 좋은 원료와 번거로운 제조 과정을 고수하는 생산자들을 ‘컨비니언’이라 칭하죠. 그만큼 가격대가 높지만 이야기에 공감한 고객들은 꾸준히 찾아옵니다.
주 고객층은 3040대. 카드사 분석에 따르면 이중 약 20%가 고소득층입니다. “컨비니의 소비자들은 최저가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훌륭한 먹거리에 선뜻 투자하죠.”
깐깐한 암행어사
출처: 컨비니
컨비니의 입점 절차를 듣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제안서를 적는 것조차 호락호락하지 않더군요. ‘식품의 인증 내역, 장단점, 생산자의 경력, 제조 과정’ 등을 기입해야 합니다.
상품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제 먹어볼 차례. 시식단을 꾸려 검증위원회를 진행합니다. 맛에서도 합격점을 받으면 PD가 현장으로 출동하죠. 생산 환경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될 경우 입점할 수 없습니다.
고바다수산의 김성진 컨비니언_출처: 컨비니
통과했다고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암행어사 제도’가 남았거든요. 입점사를 주기적으로 재방문하는 시스템입니다. 부정적인 CS(고객문의)가 많거나 별점 관리가 미흡한 브랜드도 입점 철회됩니다.
“소비자들은 컨비니에게 믿을만한 식품을 선정해 주는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기대해요.” 최근에는 입점 문의를 받지 않고 직접 찾아 나섭니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제안서가 많이 온다고 하네요.
각본 없는 드라마
황금원의 김영준 컨비니언_출처: 컨비니
상세페이지는 컨비니의 핵심입니다. 동영상·텍스트·사진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요리에 관심 많은 기자가 빠져들 수밖에 없었죠. 먼저 눈길이 향한 곳은 동영상. 생산자가 약 1분 동안 제품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화려한 그래픽 효과가 없어서 생산자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현장감을 살린 톤 앤 매너가 재밌네요. 실제 컨비니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디자인 작업을 지양합니다. 이야기를 적기에는 색종이보다 순백의 도화지가 적합하니까요. 필수 촬영 장비인 조명도 챙기지 않습니다.
“인터뷰이가 미용실을 다녀오면 영상은 망해요.” 자연스러운 현장감을 중시하는 두 사람의 우스갯소리입니다. 촬영 전 생산자에게 아무 준비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고 합니다. 사전에 질문지도 공유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답변일수록 고객 반응이 미비하니까요. 긴장한 듯한 말투와 어색한 미소가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법이죠.
컨비니 유기농 누룽지의 상세페이지_출처: 컨비니
영상 1개를 완성하기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모든 상품에 콘텐츠를 더할까요? 템플릿으로 제작 과정을 간소화한 것이 비결입니다. 예를 들어 영상용 템플릿을 불러오면 지정된 위치에 로고와 자막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특허까지 출원한 컨비니의 기술력이죠. 하루에 PD 1명이 최대 8개의 영상을 작업한다고 하네요.
상세페이지 작업 방식도 효율적입니다. 디자이너가 전담하는 업계의 관행과 달리 팀원 누구나 편집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게시물을 올리듯 칸에 따라 사진과 텍스트를 입력하면 됩니다.
컨비니는 상세페이지를 종합 예술에 비유합니다. 영상과 텍스트 중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뜻이죠. 첫 시선을 사로잡는 건 영상이지만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건 텍스트입니다. 바이브랜드처럼요.
언덕 위 푸드 페스티벌
컨비니 그로서리 스토어_출처: 컨비니
그로서리 스토어는 컨비니의 콘텐츠 감각이 집약된 곳입니다. ‘상품, 가격표, 미디어 월’까지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습니다. 상세페이지를 오프라인에 옮겨놓은 듯했죠. 언덕을 오르면서 땀이 났지만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매장 한 면을 차지한 미디어 월이 아우라를 풍깁니다. 지난번 취재한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점만큼의 스케일은 아니지만 영상미는 못지않네요. 신제품 소식과 브랜드 홍보 영상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미디어 월 코너_출처: 컨비니
왼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컨비니 PB 코너가 있습니다. ‘고구마 말랭이, 아몬드 초콜릿, 팝콘, 육포, 누룽지’ 등 베스트셀러의 패키지를 리브랜딩한 버전이죠. 앞서 소개한 맛밤도 있네요.
뉴욕 마트에서나 볼 법한 시리얼 패키지가 연상됩니다. 장인의 식품과 지역 농산물도 힙할 수 있음을 보여주죠. 기자는 고구마 말랭이를 든 채 사진을 찍는 커플을 봤습니다.
컨비니 PB 코너_출처: 컨비니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경험도 선물합니다.
가격표마다 부착된 QR 코드를 인식하면 제품의 상세페이지를 볼 수 있습니다. 기자는 왼손에 초콜릿을 들고 오른손으로 콘텐츠를 감상하며 쇼핑을 즐겼습니다. 결국 구매하고 말았네요.
컨비니는 매장을 토크쇼 무대로서 활용할 예정입니다. 생산자가 출연하는 이벤트를 기획 중이죠. 백화점에서 입점 제안이 온 만큼 추가 출점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컨비니 그로서리 스토어_출처: 컨비니
“달콤한 신혼을 카카오 공부로 채운 쇼콜라티에 부부, 팝콘을 독학한 아빠 농부, 어머님을 위해 고구마 말랭이를 만든 효자 생산자까지 다양한 상품, 그 뒤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그로서리 스토어의 영수증에 적힌 편지입니다. 유난히 긴 영수증에서 이야기꾼의 진심을 느꼈죠. 전국 산지를 누비는 컨비니의 발걸음이 바빠질수록 우리의 입은 즐거울 것 같네요.
끝으로 바이브랜드의 영수증도 여러분에게 기억되길 바랍니다.
이한규
info@buybrand.kr
결제완료
컨비니에서 구매한 내역입니다
구매장소
승인일시
거래유형
바이브랜드 22.07.31 승인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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