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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스타벅스 창원NC파크R점 2층 풍경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야구장과 골프장에 커피 매장이 들어섰습니다. 해당 브랜드의 굿즈를 증정하는 프리퀀시 이벤트도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고요. 매장 전면에 부착된 한글 캐치 프레이즈는 놀라운 변화입니다. 그렇습니다, 스타벅스가 달라졌습니다. 올해부터 갑자기 시도된 변화라는 인식도 많은데요.

달라진 이유를 묻기 위해 ‘스타벅스 코리아’를 찾아갔습니다. 회사랑 가까워서 좋더군요.

결론부터 말하면 급작스러운 변화가 아닙니다.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의 전략은 2년 전부터 시작됐죠. 당시 기획했던 활동들을 지금도 실행 중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 머릿속에 ‘현지화’란 키워드가 떠올랐습니다. 현지화는 글로벌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특성에 맞는 전략을 펼치는 방식으로 ‘표준화’와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디자인팀 갖춘 유일한 지사

스타벅스 코리아의 ‘e-프리퀀시’ 행사는 대표적인 현지화 사례입니다. 매년 여름과 겨울에 일정 기간 총 17잔의 음료를 마신 소비자에게 굿즈를 증정하는 행사인데요. 다이어리, 캐리백 등의 굿즈가 매년 품절 대란을 빚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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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여름 프리퀀시 굿즈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내부 마케팅팀과 디자인팀이 제품 기획을 맡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전 세계 지사 중 유일하게 인하우스 디자인팀을 운영합니다. 디자인팀이 마케팅팀의 기획안을 초안 삼아 그린 후 미국 본사와 의견을 조율하며 제품을 완성합니다. 관련 인력 모두가 내부에 있다 보니 의사소통이 빠르고 본사 측에도 국내 트렌드에 맞춰 기획한 콘셉트를 명확히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한글이 새겨진 머그잔과 텀블러를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기획 과정은 평균 1년. 최근 공개한 ‘2022 여름 프리퀀시 굿즈’는 작년 초부터 구상한 제품입니다. 2023 라인업도 현재 기획이 끝난 상태죠. 트렌드를 분석해서 반영하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작년 초 2022 프리퀀시 굿즈를 논의할 당시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며 다가올 여행 시즌을 대비하자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그 결과, 공항에서 유용한 파우치와 휴양지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후디 의류 등이 탄생했습니다.

2022 여름 프리퀀시 굿즈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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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여름 프리퀀시 굿즈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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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여름 프리퀀시 굿즈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2021년 e-프리퀀시 행사는 ‘온라인 판매’라는 변화를 맞이합니다. 매장에서 펼쳐지던 오픈런과 웨이팅 광경도 사라졌는데요. 지난 16일 ‘SSG닷컴, 지마켓, 옥션’은 2022 여름 프리퀀시 굿즈 판매에 돌입했습니다. 매장에서 챌린지하듯 따내는 것이 e-프리퀀시의 묘미인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프리퀀시 굿즈를 원하는 소비자 모두가 단골이 아닌 점을 고려해 구매 장벽을 낮췄다”는 것이 스타벅스 코리아의 설명입니다. 굿즈만 사고 싶은 이들에게는 17잔 음료를 마시는 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으므로 판매 채널을 다각화한 거죠. 지난 20일부터 매장에서도 프리퀀시 예약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2일 만에 예약률 90%를 달성하며 온라인 판매 시 희소성이 없어져 제품의 가치가 낮아질 거란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스타벅스의 랩실이 된 야구장

‘서울 종로구를 점령하며 인지도를 높인다.’ 국내 진출 초반 스타벅스 코리아의 상권 전략입니다. 최근에는 범위를 넓혀 야구장과 골프장에도 매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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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랜더스필드점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프로야구 팀 SSG랜더스와 NC다이노스 구장에 입점한 것이 한 예입니다. 2021년 오픈한 ‘스타벅스 SSG랜더스필드점’은 한국 지사 최초로 야구장에 선보인 매장입니다. 구단의 팬덤이라는 마케팅 요소가 상권의 매력을 높입니다. 매장 오픈 기념 이벤트인 스타벅스 데이에 맞춰 SSG랜더스와 제작한 유니폼 ‘랜더스벅’은 구단 온라인샵에서 판매 시작 3분 만에 300장이 완판됐죠. 승리를 기원하는 스페셜 음료 ‘스타벅스 슬래머’도 호평받은 바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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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NC파크R점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창원NC파크R점’은 경기를 볼 수 있는 테라스석이 특징입니다. 리저브 커피와 푸드로 구성된 테라스 세트 3종이 관람의 재미를 증폭 시킵니다. 이외에 골프장에 입점한 ‘여주자유CC점’, 북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루프탑이 마련된 ‘더북한강R점’도 인기입니다.

이색 매장은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전하기 위한 스타벅스 코리아의 실험입니다. 도심의 경우 매장 수가 많은 데다 소비자에게 익숙하므로 미개척지인 근교를 공략한 겁니다. 2020년 7월에 오픈한 ‘더양평DTR점’이 계기가 됐습니다. 남한강변을 비추는 통유리창, 차량 방문 고객을 위한 드라이브 스루, 스페셜 푸드 19종 등 상권에 특화된 콘텐츠가 모인 무대였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주변에 카페가 많아도 꾸준히 인파가 몰리는 매장을 보며 근교 상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순서대로 더양평DTR점, 더북한강R점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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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양평DTR점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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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북한강R점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점포 수 확대’란 카페 프렌차이즈에게 양날의 검입니다. 특색 없는 매장이 늘수록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고객은 누구보다 영리하니깐요.

스타벅스 코리아는 직영점 체제 하에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합니다. 근교 매장 기획 시 초반부터 마케팅팀, 디자인팀, MD팀이 모여 상권 특성을 반영한 메뉴와 굿즈 등을 꾀합니다.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가능한 더북한강R점의 굿즈인 강아지 백팩과 사료 그릇, 골프장에 위치한 여주자유CC점의 볼 파우치 등이 그 결과물이죠. 모든 근교 매장에 특별한 콘텐츠를 더하는 건 아닙니다. 활용할 만한 요소가 있다면 놓치지 않죠.

근교는 도심에 비해 접근성이 낮으므로 장소 선정에도 공을 들입니다. 전국의 상권 개발팀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고객들이 주변 요소를 누릴 수 있는 장소를 선별합니다. 강을 끼고 있는 상권이면 강을 바라보기에 가장 좋은 위치를 찾는 식입니다.

고객이 좋아하는 걸 우리도 좋아해

국내에서 단독 진행 중인 중장기 브랜드 캠페인도 있습니다. 2021년 시작된 이 캠페인의 명칭은 ‘FIND YOUR TASTE’.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내포하죠. 올여름에는 매장 전면에 한글 캐치 프레이즈 ‘좋아하는 걸 좋아해’를 부각시켰습니다. 이는 스타벅스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통해 나만의 레시피를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앞으로도 좋아하라는 응원이 담긴 중의적 표현입니다.

좋아하는 걸 좋아해 포스터 및 광고 스틸컷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좋아하는 걸 좋아해

좋아하는 걸 좋아해 포스터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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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걸 좋아해 광고 스틸컷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너무 파격적이다”, “스타벅스 같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모든 소비자가 브랜드 메시지에 공감할 수 없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일각에서는 FIND YOUR TASTE 캠페인의 캐치 프레이즈로서 적합하다고 말하는 고객들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소비자의 취향을 눌러 담아 메뉴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2021년 약 50만 명이 참여한 음료 제작 이벤트의 결과물인 ‘바밀카쿠(바닐라 밀크 카라멜 쿠키 프라푸치노)’, 약 40만 명의 입맛이 모여 탄생한 ‘별의별 샌드위치’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4월에 전개된 ‘PICK YOUR DRINK’ 이벤트도 화제였습니다. 소비자 투표를 통해 선정된 테마, 토핑, 맛을 토대로 만든 신메뉴가 오는 6월 중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직접 만든 메뉴를 맛보는 경험이 소비자에게도 가치 있는 만큼 매년 유사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바밀카쿠 및 별의별 샌드위치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바밀카쿠(3)

바밀카쿠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별의별 샌드위치

별의별 샌드위치_출처: 스타벅스 코리아

지금까지 언급한 스타벅스의 다채로운 실험은 ‘현지화’를 위한 요소입니다. 정확히는 현지화를 가속화하는 추세라고 할 수 있죠. 프리퀀시 굿즈를 온라인에서 사고 근교 여행에서 스타벅스 매장을 마주치며 유리창을 가득 채운 큼지막한 메시지를 감상하는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갑작스러울 수 있습니다. 멀리 내다보면 카페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진 오늘날 스타벅스에게 필요한 과정이죠.

더 한국스럽게 나아갈 스타벅스의 진화가 커피 민족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해집니다.

이한규

이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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