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도 테크가 되나요?
두핸즈의 생존 전략

풀필먼트 테크 기업 ㈜두핸즈(구, 두손컴퍼니)는 이커머스 풀필먼트 솔루션 ‘품고'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2012년 홈리스를 고용해 자활을 돕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돼 종이 옷걸이 등 생활용품을 제조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에 가로막히자 2015년 피보팅을 통해 풀필먼트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에 성공합니다.

이제 두핸즈는 사회적기업이 아닌 풀필먼트 테크 기업으로도 자리를 공고히 합니다. 두핸즈는 사회적기업도 선한 가치뿐만 아니라 기업으로서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두핸즈는 누적 투자액 320억 원을 유치하며 꾸준한 성장을 이뤄가고 있는데요, 테크 스타트업으로도 입지를 다져가는 두핸즈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일이 꼭 필요한 사람이 일을 구할 때, 두핸즈라는 회사가 항상 선택지에 있었으면 해요. 사회의 안전망이 되고 싶은 거죠.”

강남역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난 박찬재 두핸즈 대표는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풀필먼트 테크 스타트업, 노숙인을 고용하는 착한 기업 등 두핸즈를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본질적으로는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기회의 공간을 열어줄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었죠.

박 대표가 이 같은 꿈을 꾼지는 올해로 11년째입니다. 2011년 7월, 당시 대학생이던 그는 서울역 노숙 강제퇴거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의 냉담한 시선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직접 서울역으로 가서 홈리스(Homeless, 노숙인 등의 주거취약계층)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홈리스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을 궁리했습니다. 식사 제공, 금전적 지원은 일시적일 뿐이었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일자리’였습니다. 그는 동아리 친구와 함께 지금 두핸즈의 모태가 된 프로젝트 ‘두 손’을 결성했습니다.

홈리스도 함께 일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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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옷걸이_출처 : 두핸즈

홈리스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전문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고, 익히기도 쉬운 일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가 찾아낸 일은 종이 옷걸이, 컵 홀더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제조업이었습니다. 게다가 종이로 만들기에 기존의 플라스틱, 철제로 만든 제품들보다 친환경적이었습니다. 단순한 제품 구조지만 사회적 가치는 컸죠. 2012년 7월 두핸즈는 법인(당시 두손 컴퍼니)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출범합니다.

두핸즈는 옷걸이의 틀을 감싸는 종이 지면이나 컵홀더를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일종의 B2B 광고 플랫폼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습니다. P&G, LG 생활건강, 유니클로 등 규모가 큰 의류, 생활용품사들은 너도나도 광고를 맡겼습니다. 두핸즈가 종이 옷걸이를 전국의 세탁소에 무료로 배포한 만큼 광고효과를 톡톡히 내서죠.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인 2013년 연 매출 1억 5000만 원을 달성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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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재 두핸즈 대표_출처 : 두핸즈

박 대표는 두핸즈와 연계된 쉼터의 홈리스들에게 작업을 맡겼습니다. 매출 원가의 30%를 작업비로 지급하는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홈리스들과 함께 일하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일감을 더 얻고 싶다며, 자활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대개는 상근, 파트타임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근무를 했지만 그중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은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이어졌습니다. 광고사업 특성상 매출이 일관적이지 않고 널뛰다 보니 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죠. 또한, 종이 옷걸이 사업으로는 입소문이 돌면서 점점 더 많이 몰려드는 인력을 수용할 만큼 회사의 규모를 키워가기도 어려웠습니다. 박 대표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만 했습니다.

더 많은 고용을 위한, 물류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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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필먼트 센터의 모습_출처 : 두핸즈

박 대표가 찾은 해답은 ‘물류’였습니다. 그는 2014년 한 브랜드의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디자이너들이 바닥에 앉아 물건을 포장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역량을 불필요한 데 분배하다 보니 제품 출시가 미뤄지기도 하면서 물류가 소규모 업체들의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데 장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좋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해서 성장의 기회를 잃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박 대표는 ‘상품 포장, 보관, 배송 등의 일을 두핸즈가 가져오면 어떨까?’ 떠올렸습니다. 파트너 브랜드 대표 역시 본업에 충실할 수 있게 되니 그 제안을 반겼습니다. 당시만 해도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물류 사업은 전무했습니다. 대기업 물류업체들은 주로 큰 단위의 물품들을 관리하고 배송하는 데 특화돼 소량의 물품을 잘 취급하지 않았고, 물류 대행 단가도 높았기 때문이죠. 소규모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는 물류 대행을 직접 해보기로 결심한 계기입니다.

마침 두핸즈는 2014년부터 B2C로 종이 옷걸이를 판매하면서 물류 노하우를 쌓아가던 중이었습니다. 박 대표는 “제조업을 하겠다고 시작한 회사가 아니라 (취약계층)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인 회사인 만큼, 우리가 고도화한 물류 기술을 중심으로 재편하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합니다. 두핸즈의 물류대행 브랜드 ‘품고(Poomgo)’는 2015년 2월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18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에 물류 창고를 마련했고, 직원 한 명과 함께 단둘이서만 물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적은 물량도 보관, 배송을 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4인 미만의 온라인 쇼핑업체들을 중심으로 고객사는 차츰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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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필먼트 센터의 모습_출처 : 두핸즈

물론 갑작스러운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오배송 같은 시행착오를 겪는 등 혼란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커질수록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전담 인력을 채용하고, 주변에서 나눠주는 물류 사업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사업을 고도화 할 수 있었습니다.

품고는 물류 내에서도 풀필먼트(Fulfillment.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에 집중했습니다. 기업이 제품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상품의 적재부터 제품 관리, 검수, 재고 관리, 포장, 배송까지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한 것입니다.

당시 소규모 물류 서비스가 거의 전무했던 만큼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왔습니다. 두핸즈는 제조업을 접고 물류업으로 피보팅한 첫해 매출액만 약 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듬해에는 7배 가량 늘어 약 15억 원을 달성할 정도였죠.물류 창고 역시 10개월 만에 150평 정도의 공간으로 이사했고, 2017년에는 450평 규모의 창고로 옮겨갔습니다. 2022년을 기준으로는 용인, 남양주, 일산, 파주, 음성 등 5곳에 총 1만 2000평(약 3만 9600㎡)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제조업에 비해 고용 유발 계수(생산을 10억 원 늘릴 때 신규 노동 인력을 몇 명이나 추가로 취업시킬 수 있는가를 수치화한 것)도 확연히 높았습니다. 사업을 키워서 고용을 늘리겠다는 미션에 더욱 부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었죠. 연 매출이 매해 2배씩 늘어나면서 빠르게 성장하자 고용 여력도 늘어났습니다. 이제 두핸즈는 홈리스뿐만 아니라 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아울러 고용합니다. 이 같은 선순환 모델에 힘입어 두핸즈는 2017년 대통령발 선물을 담당하는 물류업체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012.07

소셜벤처 두손(Do손) 설립

2015.02

풀필먼트 서비스 ‘품고’ 런칭

2019.05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

2021.07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 참여

2021.09

218억 원 규모 시리즈 B 투자 유치

2021.12

두핸즈(DOHANDS)로 사명 변경

소셜벤처 두손(Do손)
설립

풀필먼트 서비스
‘품고’ 런칭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 참여

218억 원 규모
시리즈 B 투자 유치

두핸즈(DOHANDS)로 사명 변경

사회적 기업도 목표는 ‘생존’

캡처

출처 : 두핸즈

사회적기업이라고 해서 사회적 가치 실현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됩니다. 박 대표는 결국 기업이라면 ‘생존’을 고민해야만 한다고 강조합니다. 비즈니스가 성장해야만 기업의 소명, 두핸즈의 경우에는 고용 확대를 이뤄갈 수 있어서죠. 두핸즈가 이제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곤퇴치’라는 소셜 미션과 함께 '이커머스 풀필먼트 솔루션’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된 이유입니다.

두핸즈는 풀필먼트 테크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습니다. 두핸즈의 핵심 서비스 품고는 e커머스 특화 서비스형 풀필먼트로 뷰티, 건강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이커머스 기업 1000여 곳(누적 고객사수)에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품고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WMS(창고관리시스템) 솔루션 ‘핸디봇’에 있습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쿠팡 등 200개 이상의 국내외 판매 플랫폼 주문이 핸디봇과 자동 연동되어 있어 고객사가 한 곳에서 판매처의 주문, 판매, 재고 현황 등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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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핸즈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_출처 : 두핸즈

두핸즈는 품고와 핸디봇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운 덕분에 풀필먼트 테크 업계에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2021년 7월 네이버가 만든 네이버 물류 협력체(NFA, Naver Fullfillment Alliance) 참여한 것을 계기로 용인에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을 위한 전용 물류공간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FC’를 만들었습니다. 같은해 9월에는 216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하여 누적 320억 원을 투자 받았습니다.

나아가 새로운 기술, 서비스 개발에도 힘씁니다. 2021년 10월에는 국내 풀필먼트 스타트업 최초로 24시까지 접수된 주문 건을 당일 새벽에 출고하는 24시 주문 마감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사회적기업이 아닌 풀필먼트 기업으로서도 역량을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올해 1월에는 물류창고용 로봇 개발 업체 플로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물류 로봇을 활용한 풀필먼트 자동화 프로세스 개발에도 돌입했습니다.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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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핸즈의 최고령 직원 조용문님_출처 : tvN '유퀴즈'

두핸즈는 비즈니스적으로 성장해가는 가운데 고용도 꾸준히 늘려갑니다. 2022년 3월 기준 230여 명의 직원의 약 30%를 취약계층으로 고용 중이죠. 내부에서는 취약계층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동료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를 담은 ‘커넥터’란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채용은 주로 상시 채용으로 이뤄지는데 홈리스 기관에서 추천받기도 하고, 직접 스카우트(!)에 나서기도 하죠.

2월 TVN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하신 지하철 택배원 조용문님께 이직 제안을 드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두핸즈에서 보다 더알맞은 환경에서 근무를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미팅을 했고, 올 3월 두핸즈에 합류하셨습니다. 조용문님은 82세로 두핸즈의 최고령 직원인데요, 체력과 업무 역량 등을 고려해 적절한 업무를 배분받아 남양주센터 품질관리 팀으로 출근 중입니다.

이처럼 업무 역량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거나 신체적인 특징이 있는 직원들에게는 맞춤형 업무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예컨대 무거운 것을 들기 어렵다면 주로 수작업을 하는 임가공 업무에, 섬세한 포장을 하는 데 무리가 있다면 완성된 마대 자루를 모으는 업무에 배정하는 식입니다.

[두핸즈] 피플실 단체 사진_2

두핸즈 피플실 직원들의 모습_출처 : 두핸즈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듯이 한 개인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가는 것도 어렵습니다. 하물며 한 기업이 10여년 전의 미션과 지금의 미션을 그대로 지켜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대학생 시절,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200여 명의 직원을 이끄는 CEO가 된 지금에도 지켜낸 원동력이 무엇인지 박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불합리함에 대한 분노’라고 단언합니다. 불합리한 구조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강렬했다는 설명이죠. 현재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한 풀필먼트 서비스 역시, 품질은 대기업 못지 않지만 인프라에 밀려 성장이 가로막힌 작은 기업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녹아 있다고 말합니다. 기업의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출발점에도 서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보는 것이죠.

박 대표는 마라톤을 출발하는 이들에게 물을 내줄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의 바람처럼, 두핸즈는 2035년쯤에는 가장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입니다. 벼랑 끝에 몰린 이에게도 일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일터가 되어주겠다는 두핸즈가 만들어갈 미래가 기대됩니다.

조지윤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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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2.04.01 승인완료

구매내역

홈리스의 자활을 돕겠다는 선한 동기로 창업
종이 옷걸이 제조업에서 풀필먼트로의 BM 전환 성공
사회적 기업의 ‘기업’으로서의 생존 가능성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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