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복식사의 변하지 않는 가치, 이스트로그

이스트로그는 한국에서 10년 넘게 한 우물만 파며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낸 패션 브랜드입니다. 빈티지웨어를 재해석하고, 밀리터리 아카이브를 파고들어 브랜드 고유의 패션철학에 입각한 시즌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죠. 이들은 ‘만듦새가 좋은 옷’을 추구합니다.

잘 만든 옷이 곧 아름다운 옷이며, 그런 옷을 사랑하고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위해 옷을 만듭니다. 의류를 바라보는 독자적인 기준이 있고, 기준에 따라 만든 의류 샘플이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를 때까지 조정하죠. 이는 작은 패션 브랜드가 대기업의 지원 없이도 독자성장하게 된 결정적인 브랜드 파워가 됐습니다.

2000년대 후반, 진로고민에 심취했던 한국청년이 시애틀로 연수를 떠납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던 이동기 대표였죠. 그는 패션디자인보다 의류제작에 흥미를 느끼는 자신의 취향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꾸준히 이어갑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은 어디에도 없던 새로움이 아니라 ‘이미 존재했던 아름다움’에서 비롯된다는 걸 깨달았죠.

디자인보다 메이킹이 즐겁던 패션 전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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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이스트로그 이동기 대표_출처 : 라이어트

잘 만들어진 옷을 보면, 그 옷이 어떻게 만들어졌을지가 가장 궁금했던 이 대표는 의류제작을 업으로 삼아보기로 결심합니다.

‘East(동)’와 ‘Logue(이야기)’, 동양에 자리한 브랜드가 세계 각지의 복식을 재해석하는 작업에 나서겠다는 뜻을 담아 2011년 패션 브랜드 이스트로그를 탄생시킵니다. 이 대표는 브랜드의 시작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내가 만들어 보고 싶은 옷은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는 데서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미 있던 옷을 들여다보는 거죠. 그러다 복식사에 대한 연구를 해보니까, 결국 남성복식사의 뿌리부터 시작하게 된 거죠. ‘과거에는 누가 어떤 옷을 입었었지’라는 얘기부터 메이킹을 시작한 겁니다.”

이스트로그 사이즈 조정

시즌컬렉션 아이템 설계 도면_출처 : 라이어트

이 대표는 직원 없이 홀로 3년을 버텼습니다. 원단 수배부터 공장섭외, 발주수량 결정까지 도맡아야 했죠. 또 기성패턴을 쓰지 않고 직접 종이옷본을 뜨는 등, 이 대표의 치열했던 3년은 브랜드를 더욱 세련되게 만들었습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만듦새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립하는 일에 커다란 자양분이 됐죠.

“점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접점을 찾았던 거죠. 그리고 저는 그냥 남성복이라고 하는 것 자체에 ‘아름답고 멋있다’라는 감흥을 느꼈어요.”

제가 생각하는 의복의 멋짐, 남성복의 멋짐을 하나씩 표현하면서 시작했던 게 이스트로그라는 브랜드로 연결됐고, 매 시즌 꾸준히 표현을 하다 보니 클래식보다는 캐주얼한 해석을 선보인 거 같습니다.”

해외수주회에서 만난 패션 브랜드, 그리고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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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이드 쇼 현장 부스_출처 : 라이어트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자락 한국에서 시즌 컬렉션을 만들고 있지만, 브랜드 반등의 기점은 머나먼 서쪽 나라에서 찾아왔습니다. 2013년부터 이스트로그는 파리와 뉴욕에서 열린 트레이드 쇼에 참가했습니다. 업계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세계 각국의 패션 바이어에게 직접 세일즈 할 수 있는 기회였죠. 이 대표는 당시 트레이드 쇼에 참여하는 한국 패션 브랜드가 지극히 드물었다고 회고합니다.

“해외 트레이드 쇼를 10년 가까이하다 보니, 티는 내진 않지만 다양한 해외 브랜드의 디렉터들과 바이어들이 친구가 된 것 같아요. 그런 인연 덕에 벨기에 니트 브랜드 하울린(HOWLIN)과 협업도 진행했죠. 같은 공간에서 같이 트레이드 쇼를 진행하는 친구들이다 보니 가볍게 대화하면서 협업을 시작하기도 해요.”

트레이드 쇼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패션 브랜드는 이스트로그에게 커다란 영감을 불어 넣었습니다. 타 브랜드가 추구하는 제품 퀄리티를 직접 확인하며 자사제품의 장단점을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체크했고, 동종 업계 선배들의 솔직한 피드백도 수렴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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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바이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해외 트레이드 쇼 현장_출처 : 라이어트

아버지 삼촌 뻘 되는 분들이 본인들 기준에서 ‘멋진 옷’을 직접 만들고, 잘 만든 옷을 엄선해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이스트로그의 브랜딩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합니다.

“5년 전, 빔즈 플러스(BEAMS+)의 총괄 디렉팅을 하셨던 ‘쿠사노 켄이치’씨를 만났는데 저한테 Next Generation 이라 말하셨어요. 저는 이 표현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다음 세대로 흐름이 넘어가면서, 저희 같은 후발 브랜드가 더 잘해야한다라는 의미로 느껴졌는데, 사명감 같은 게 들었죠.

빔즈도 남성복식사에 충실한 패션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단순한 복각을 추구하는 곳은 아니였죠. 계속 해외시장에 나가서 견문을 트고, 새로운 것을 가져와 선보이잖아요.

쿠사노씨는 저희와 동시대의 교집합으로 묶이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선배라고 표현할 분들이 해외에도 많이 계신 거 같아요. 「같은 업계에서 같은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선후배가 되는 듯 합니다.”

2011

이스트로그 브랜드 설립

2013

해외 패션 트레이드 쇼 참가​

2018

뉴발란스 X 이스트로그 협업 에디션 발매

2021

연간 매출액수 70억 원 달성

2022.02

직영 편집샵 FR8IGHT 목동점(4호점) 신규오픈

이스트로그 브랜드 설립

해외 패션 트레이드 쇼 참가

뉴발란스 X 이스트로그 협업 에디션 발매

연간 매출액수 70억 원 달성

직영 편집샵 FR8IGHT 목동점 (4호점) 신규오픈

이스트로그만의 브랜드 감성은 ‘재해석’에서 나옵니다. 원류(ORIGINAL)가 되는 옷에서 핵심 디테일을 차용하되, 원단 소재에 변화를 주거나 계절에 맞춰 형태를 살짝 바꿔준 옷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옛 복식을 느끼면서도, 다른 옷으로 보이게 끔 만드는 작업이 시즌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이며 브랜드를 돋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이 대표 자신이 추구하는 패션철학입니다.

표현 방식이 브랜드 정체성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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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을 입은 아이들_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10년 간 시즌 컬렉션을 통해 드러낸 일관성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 대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스트로그라는 패션 브랜드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은 남성 복식에 그 자체에 있다고 봐요. 바꿔 말하자면 ‘변하지 않는 가치’인데, 저는 이 말이 지금도 여전히 좋아요.

남성복은 19세기 후반부터 형식적으로 자리를 확실하게 잡은 거 같고, 저는 그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진다고 보거든요. 그것은 옷 자체의 디자인, 비주얼적인모양새를 말하는 건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을 근간으로 저희가 재해석을 하고 옷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죠.

핵심은 좋은 옷을 가늠하는 기준을 인지한 상태에서 옷을 만드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도면 안에서 논리적으로 진행되진 않아요. 소재나 원자재의 물성에 따라 어떤 디테일은 좀 내려놓고, 어떤 부분은 좀 더 보태는 식으로 꾸미고 다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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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로그 21FW LOOKBOOK _출처 : 라이어트

“옷을 만드는 과정도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메이킹 과정이 패션 브랜드로서 차별화를 만드는 거죠.

저희가 조금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승부처라 판단하는 부분은 ‘패턴’입니다. 원단을 옷 모양에 맞춰 자르기 위한 종이도면을 신경 쓰고, 실로 꿰매 봉제했을 때의 결과나 체형에 따른 핏을 조금씩 조정하는 거죠. 샘플 단계에서 계속 조정에 나서고요.

이런 게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옷의 완성도나 만듦새가 좋아지는 거죠. 개인 체형에 따른 호불호나 유행에 따라서 패턴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자체적으로 세운 패턴의 기준이 있고 거기에 맞춰 컬렉션 메이킹을 진행합니다.”

이 대표가 10여 년간 지어올린 일관성은 패션 커뮤니티에서 종종 증언됩니다. 이스트로그의 옷을 구입한 소비자로부터 헤비 아우터에 강한 브랜드, 의류 공정을 제대로 아는 브랜드 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데요. 패션 브랜드 고관여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브랜드 팬덤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습니다.

‘잘 만든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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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서울에서 열린 이스트로그 기간한정 팝업스토어_출처 : 바이브랜드​

브랜드 운영도 어느새 10여 년 차, 매출이 탄탄해지며 안정기에 접어든 이스트로그는 유통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외부 온라인 패션 플랫폼 거래처를 줄이고, 자사 직영몰을 늘리는 등,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러 이스트로그가 추구하는 감성을 조금 더 말로 표출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을 들어요. 콘텐츠화 될 수 있는 말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도 계시겠죠. 하지만 브랜드가 전하는 감성은 느끼는 사람 나름의 몫이라고 봐요. 브랜드는 새로운 가치나 가능성을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창출하는 역할을 할 뿐이지, 우리가 어떤 패션을 선보인다고 말을 얹는 건 저희의 몫이 아닌 거 같아요.”

이들은 직영 편집샵인 프레이트(FR8IGHT)를 중심으로 세일즈 역량을 모으고 있는데요. 온라인 웹페이지는 21년 겨울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고, 오프라인 스토어는 현대백화점과의 협업으로 매장을 4호점까지 늘리는 등, 팬덤과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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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로그 20FW LOOKBOOK _출처 : 라이어트

창립자 혼자 모든 걸 해결하던 브랜드가 어느새 30여 명의 임직원을 둔 소감이 궁금해졌습니다. 한국에서 10년 정도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건 어떤 의미인지 물었는데요. 이 대표가 신중한 목소리로 운을 땐 응답에 이스트로그라는 패션 브랜드의 정체성이 농밀하게 담겨있습니다.

“저는 옷 만드는 걸 배웠고, 제 기준에서 멋진 옷을 만들고 싶었고, 그 기준은 남성복식사를 짚었을 때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옷이었어요. 그걸 꾸준히 하다 보니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더라고요. 골방에서 혼자 옷을 만들다가 직원이 생기고 팀원이 생겼고, 그러다 다른 회사와 협업까지 하게 됐죠. 그냥 그뿐입니다.”

그는 이스트로그의 성장은 ‘의도적으로 기획된 브랜딩’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패션에 대한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매 시즌마다 작업물로 풀어내고 좋은 평가를 받으면 브랜드를 계속 해나갈 수 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한국에서 대중성보다 만듦새에 힘을 쏟는 패션 브랜드도 오래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이스트로그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김정년

김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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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2.03.03 승인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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