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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란은 안되고
그랜저는 되는 이유

꼭 너여야만 해.

지난 10월 현대차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SDV)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맞아 소프트웨어 역량이 강화된 커넥티드 카는 그 중심에 있고요. 신형 7세대 그랜저(GN7)로 미루어 보건대 현대차의 SDV는 이미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이름값

그래픽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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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부분변경 더 뉴 그랜저_출처 : HK PR Center

1986년 출시 이래 대한민국의 고급 세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그랜저. 1999년 에쿠스(LZ), 2008년 제네시스(BH), 2014년 아슬란(AG)의 등장은 계급의 재편을 야기했지만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지위는 여전히 공고합니다.

그랜저의 지난해 판매량은 8만 9천 대. 세단과 SUV를 포함한 승용 부문에서 판매 1위입니다. 라이벌로 거론되는 K8의 판매 대수(4만 598대)는 그랜저의 1/2도 되지 않습니다. K8의 판매가 2021년 4월부터 시작됐지만 출시된 지 2년 가까이 지난 라이벌을 앞서지 못한 점은 흥미롭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정보를 바탕으로 통계 자료를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K8의 판매 대수가 그랜저보다 높았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이름값’이겠죠. 자동차 자체가 희귀하던 시절부터 그랜저는 우리 사회에서 상징하는 바가 뚜렷했잖아요.

안과 밖으로 급격한 성장과 변화를 겪던 1980년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본격적인 수입차 시장 개방(1987년)도 예고됩니다. 새로운 경쟁을 대비해 현대차는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와 함께 대형 세단 개발에 돌입합니다. 한일합작 1세대 그랜저(L1) 2.0의 판매 가격은 1690만 원. 통계청의 화폐가치 계산식을 통해 환산하면 5천만 원이 넘습니다. 또한 이 무렵 판매된 포니 2의 가격이 340만 원가량이었으니 그랜저가 소형차 다섯 대와 맞먹었던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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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 그랜저_출처 : Hyundai Worldwide

1세대 그랜저는 출시 당시 국내 최대 배기량이었던 2.4L 엔진을 비롯해 컴퓨터 조절 에어컨 시스템, 오토 라이트 컨트롤, 사륜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브레이크 등 최초로 적용된 기술을 통해 주행 성능뿐만 아니라 안정성과 편의성에서 시대를 앞선 모델로 평가받곤 합니다. 최고를 꿈꾸는 이들의 마음속에 불을 지피기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다음 세대, 뉴 그랜저(LX)는 V형 6기통 가솔린 엔진에 에어백, 액티브 ECS, ESP 등 최신 기술을 더해 본격적으로 고급 세단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합니다. 뉴 그랜저는 16만 대 이상 판매되며 1세대 대비 약 78%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합니다. 무엇보다 3500cc라는 엔진의 고급화와 딱딱함을 벗고 부드러워진 디자인은 상류층의 차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이바지합니다.

자체 플랫폼과 엔진으로 완성된 3세대에 이르러서 그랜저는 변하기 시작합니다. 다이너스티와 에쿠스 등 라인업 재편과 맞물려 곡선을 더욱 강조하며 위엄보단 세련된 멋을 추구하면서 말이죠. 쏘나타와 패밀리 룩을 구축한 4세대 그랜저(TG)는 국산 대형차 최초로 전 차종 판매 1위에 오릅니다.

신동아는 그랜저 TG의 성공을 상류층을 향한 386세대의 동경에서 찾은 바 있습니다. ‘현재 상류층은 아니지만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뿐만 아니라 마치 그 세계에 진입한 듯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그랜저의 감성적 어필이 당시 3040 세대에게 통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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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그랜저_출처 : HK PR Center

브랜드 첫 번째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담아낸 5세대 그랜저(HG)는 날렵하고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보다 젊은이들을 겨냥하기 시작합니다. 국내 최초로 적용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부터 하이브리드까지 국내 대형 세단의 저변도 넓히면서 보다 많은 이들을 향해 매력을 뽐냅니다. 그 결과, 그랜저 역사상 처음으로 판매량 50만 대를 돌파합니다.

그리고 맞이한 황금기. 6세대 그랜저(IG)는 대형 캐스캐이딩 그릴, 전륜 8단 자동 변속기, 스마트 센스 등 안팎으로 진화하며 30년 만에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달성합니다.

3주 만에 사전 계약 대수가 2만 7천 여대를 넘어서며 종전 최고의 기록(YF 소나타 1만 5973대)을 갈아치우더니, 출시 이후 2019년 상반기까지 월 평균 1만 대 이상 판매된 ‘국민 세단’으로 등극합니다.

그랜저 IG의 판매량은 62만 대가 넘습니다. 구매 연령층이 더욱 넓어진 덕분이죠. 현대차에 따르면 6세대 그랜저부터 특정 연령층에 집중됐던 구매층이 30대(약 14%), 40대(약 28%), 50대(약 33%)로 고르게 분포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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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부분변경 그랜저와 아슬란_출처 : HK PR Center

한 두세대 전이지만 그랜저 HG와 IG는 여전히 현역입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가 종합한 10월 중고차 등록 대수를 살펴보면 승용 부문에서 그랜저 HG는 1위입니다. 2위 모닝에 이어 그랜저 IG도 3위에 이름 올리면서 그랜저는 신구(新舊)를 가리지 않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바일 중고차 플랫폼 첫차의 11월 판매 순위에서도 그랜저는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시세를 보더라도 그랜저의 잔존 가치는 라이벌보다 뛰어납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자료를 보면 11월 중고차 시장에서 2018년식 그랜저 IG 2.4 프리미엄 등급은 1950만 원~2220만 원에서 가격이 형성되는데, 이는 같은 연식과 등급의 K7보다 약 150만 원 더 비싼 금액입니다.

이처럼 그랜저는 오랜 시간 동안 내적 공감대를 쌓아 올려왔고 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제네시스는 논외로 치더라도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으로 등장한 아슬란이 초라하게 퇴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차종 판매량 1위를 기록한 그랜저의 내년 판매 목표는 10만 대 이상. 꾸준히 성공을 외치던 그랜저는 지금까지 호응을 이끌어냈고 이제 다시 한번 스스로를 증명하고자 합니다.

1986

1세대 그랜저 L1

1992

2세대 그랜저 LX

1998

3세대 그랜저 XG

2005

4세대 그랜저 TG

2011

5세대 그랜저 HG

2016

6세대 그랜저 IG

2022

7세대 그랜저 GN7

1세대
그랜저 L1

2세대
그랜저 LX

3세대
그랜저 XG

4세대
그랜저 TG

5세대
그랜저 HG

6세대
그랜저 IG

7세대
그랜저 GN7

Hello, Stranger!

7세대 그랜저 실내_출처 : HK PR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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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대 그랜저_출처 : HK PR Center

기존 모델 대비 휠베이스와 리어 오버행을 늘려 아름다운 비율이 구현됐다는 신형 그랜저. 전장이 5m로 G80보다 길어졌습니다. 전면 디자인도 ‘확’ 바뀌었는데 변화의 핵심은 끊김 없이 연결된 수평형 LED 램프.

주간 주행등과 포지셔닝 램프 그리고 방향 지시등 기능이 통합된 일체형 구조가 특징이죠. 그 아래엔 좌우로 프로젝션 타입의 Full LED 헤드 램프가, 중앙엔 파라메트릭 패턴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측면엔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부분이 있습니다. 1세대 그랜저(L1)의 ‘오페라글라스’가 바로 그것. 오페라글라스는 한껏 각을 세운 C 필러에 달린 유리창으로 단단하면서도 정돈된 모습을 연출합니다.

3세대 그랜저(XG)를 통해 선보였던 프레임리스 도어도 돌아왔습니다. 옛 모습 속에서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은 최신의 느낌을 전합니다. 차급에 걸맞은 실내 정숙성을 위해 프레임리스 도어 주변엔 3중 실링 구조와 이중 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됐다고 하네요.

하나의 선으로 올곧게 뻗은 사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후면의 LED 리어 콤비 램프도 직선적입니다. 볼륨감이 강조된 후면에서 얇은 리어 콤비 램프는 전면과 디자인적 통일성을 가져가며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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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무드 램프_출처 : HK PR Center

실내 변화도 만만치 않습니다. 1세대 그랜저가 연상되는 원 스포크 스티어링 휠엔 운전자의 목소리를 인식하고 작동되는 4개의 LED 조명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이오닉 5처럼 칼럼 타입의 전자식 변속 레버도 더해졌습니다. 실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로 12.3인치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이 하나로 이어집니다.

소프트웨어에 더 눈길이 쏠립니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ccNC)’ 때문이죠. 최초로 적용된 이 시스템 덕분에 그랜저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대상 범위는 늘어났습니다.

편의 사양과 주행 성능 모두 포함되는데요. 지문 인증, 실내 무드 램프, 전동식 트렁크, 하이패스 등 개인화 및 편의성 향상과 관련된 기능들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전자 제어 서스펜션뿐만 아니라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ESC), 전자식 변속 제어(SBW)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해 서비스 센터를 방문할 필요가 없습니다.

참고로 신형 그랜저엔 이중 전원 제어 시스템으로 인해 배터리가 하나 더 들어갑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빌트인 캠, 애프터 블로 등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죠. 추가 12V 리튬 배터리도 무선 업데이트 대상입니다. 안팎으로 끊김 없는 커넥티드 카의 미리 보기, 신형 그랜저가 ‘OC’를 외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OOC? 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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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현대자동차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토종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는 승부수를 던집니다. 국내 기업과의 기술 및 자본 제휴를 청산하고 새로이 출범한 나이키의 활약 속에 설자리를 잃어가던 프로스펙스가 캐주얼 브랜드를 선보인 겁니다. 바로 ‘OOC(Out Of Class)’.

10대부터 20대까지 젊은 층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2년 넘게 활동이 없었던 가수 서태지를 메인 모델로 내세웁니다. ‘살아있다면 움직여’, ‘내 생각이 아닌 것은 태워버려’ 등 파격적인 슬로건과 기존의 틀에 벗어난 제품은 문화 대통령을 만나 브랜드 매출 상승을 견인합니다.

SUV의 열풍으로 잠시 주춤했기 때문일까요. 늘 성공을 외치던 그랜저도 이번만큼은 다른 걸 내세웁니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를 통해 ‘Outclass’ 강조하는데요. ‘상대를 압도하다’는 사전적 정의에 걸맞은 독보적 상품성이 캠페인의 핵심입니다. 확연히 다른 외모와 제품력은 OOC 광고 속 서태지의 빨간 머리처럼 파격적이지만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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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현대자동차

캠페인 영상에 등장하는 이들이 어려졌을 뿐 여전히 비싸고 화려함만을 강조한 무드가 뇌리에 남습니다. 그래서 이번 캠페인 역시 상위 문화를 향유하고 싶은 자본주의 사회의 원초적인 욕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네시스가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기에 그랜저는 과거 쏘나타가 맡던 역할을 담당한다’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의 말처럼, 지금의 그랜저는 고급차보단 국민차에 가까우니까요. 물론 신형 그랜저가 국산 준대형 세단 카테고리에서 아웃클래스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확실한 선이 그어진 지 오래입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몸은 대중을 향하지만 시선만큼은 줄곧 위로 향해 있는 그랜저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은 쓴웃음을 짓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랜저는 사회적 지위나 계급의 상징을 떠나 진보된 성능과 디자인으로 새로운 명성을 쌓아가야 할 시점을 맞이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랜저 오너들은 성공의 상징보단 명차라는 말에 더 기뻐할테니까요. 매일 아침 그랜저를 타고 회사로 향하는 기자를 포함해서요.

이순민

이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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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2.11.26 승인완료

구매내역

36년간 이어져 온 헤리티지
과거와 미래의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
스마트 모빌리티로 나아가는 SDV의 미리 보기

다른 스토리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