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을 지배하는 레고 왕국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게 만드는 장난감 회사 레고. 이들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수집하게 만들까요?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가 어린이날 100주년에 맞춰 개장했습니다. 이날 무려 1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운집했습니다. 이곳을 들여다보면 21세기 레고의 브랜드 전략이 보입니다.

레고랜드에 걸었던 부푼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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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아트 위에 직접 브릭을 꼽는 관람객 가족_출처 : 바이브랜드

지난 5월 5일, 기자는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에 다녀왔습니다. 테마파크 마니아로서 기대가 컸는데요. 이유는 공간기획, 레고랜드는 어트랙션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국내 최대-국내 최장’ 같은 수식어를 쓸만한 자극적인 놀이기구가 없어요.

레고랜드가 심혈을 기울인 건 레고라는 장난감의 물성을 테마파크 안에 녹여 온 가족이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죠.

공원 정중앙 미니랜드 구역. 레고브릭 조형물에 가까이 가면 일부는 움직입니다. 해외 전문가팀이 달라붙어 100만 개의 브릭을 써서 만들었다는 한국의 일상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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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과 동아일보사, 종로 일대를 재현한 디오라마_출처 : 바이브랜드​

도로 위 인부가 드릴로 아스팔트 바닥을 쿵쿵 두드리거나 물 위로 고기잡이배가 둥둥 떠다니더군요. 레고브릭의 아기자기한 디테일은 보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을 선사합니다.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공들여 제작한 레고 조형물에 거미줄이 제거되지 않아 미관을 해치는 섹션도 많았고 개인 승용차 없이 방문하기엔 교통편도 좋지 않았습니다. 또한 입장객 약 1만 명이 이용하기엔 너무도 적은 물품보관함 갯수. 피크타임이 되자 발디딜 틈 없이 붐비는 쉼터시설과 오픈을 미룬 숙박시설까지. 수준높은 대한민국 국민의 문화 시설에 대한 평가는 냉정합니다.

어린이날 100주년에 맞춰 개장을 서두른 탓이었을까요? 향후 글로벌 테마파크에 걸맞는 운영 최적화를 순조롭게 마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창조적 영감을 조립하는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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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피겨 마켓, 레고랜드 전용상품과 커스텀 미니피겨를 구입할 수 있다_출처 : 바이브랜드

건물 스케일이 작고 공간감이 탁 트인 개방형 테마파크에서 나만의 놀이규칙을 만들어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것. 이것이 레고가 춘천에 구현해둔 브랜드 경험입니다.

소비욕구를 부추기는 익스클루시브 아이템이 테마파크 곳곳에 흩어져 있어 보물찾기하는 기분으로 놀 수 있죠.

2004년 레고가 파산위기에 몰렸을 때 구원투수로 임명된 크누스토르프 CEO가 신경영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그는 핵심가치로의 회귀를 주문했는데요. 레고 회사이름의 본 뜻인 ‘잘 논다(Leg Godt)’를 잊지 말 것을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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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미니피겨를 조립중인 어린이들_출처 : 바이브랜드

쉽게 구할 수 없는 애장품을 내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수고로움도 놀이처럼 여기는 게 인지상정이죠. 레고의 모태는 조립형 블록이며 블록을 조립하며 느끼는 물리적 감흥이 레고를 향한 충성심을 만듭니다. 테마파크는 엔터테인먼트 브랜드의 최전선입니다. 레고랜드에서 관람객은 언제 어디서든 블록과 미니 피겨를 만나며 놀이를 즐기죠.

직접 손발을 움직이며 놉니다. 인류와 문화를 주제로 한 형상을 만납니다. 추상에 형태를 부여할 때 느끼는 창조적 영감, 이게 레고가 테마파크를 통해 선보이는 핵심 브랜드 정체성이자 소비자의 수집욕을 건드리는 재미요소 아닐까요?

1968

덴마크 빌룬 ‘레고랜드’ 개장​

1996

‘레고닷컴’ 웹사이트 공식런칭​

2004

파산위기와 구조조정

2014

‘레고무비’ 전세계 동시개봉​

2022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개장

덴마크 빌룬 ‘레고랜드’ 개장​

‘레고닷컴’ 웹사이트 공식런칭​

파산위기와 구조조정

‘레고무비’ 전세계 동시개봉​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개장​

홀아비 뚝심에서 시작된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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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의 바다’ 구역에 설치된 레고 조형물_출처 : 바이브랜드

1932년 레고 창업자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세계대전 후 경제불황을 견뎌낸 가장입니다. 아내의 이른 죽음으로 어린 아들 넷을 홀로 키우며 신사업을 시작합니다. 목수였던 그는 나무 장난감을 만들어 팔기로 결심했죠.

장난감 만큼은 몇 년을 갖고 놀더라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품고 레고를 설립합니다. 1942년, 화재를 겪어 레고 작업장과 제품 도안이 모두 소실되기도 했지만 뚝심있게 사업을 운영합니다. 40년대부터 영국에서 수입한 플라스틱 사출 성형기로 만든 자동차 장난감을 팔며 승승장구했죠.

덴마크 목수의 신사업은 셋째 아들 ‘고트프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물려받습니다. 그는 레고의 수성군주였고 오늘날 레고 장난감의 근본기틀을 닦았습니다. 1958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특허출원서를 제출합니다. 합이 서로 정교하게 맞물리는 플라스틱 네모기둥, ‘레고브릭’의 탄생을 알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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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타운 시스템(1955)_출처 : vintageandclassiclego.com

고트프레는 브랜드 핵심가치인 ‘레고 시스템’의 창시자입니다. 놀잇감의 호환성을 높이고, 레고 놀잇감의 모든 부품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기획이죠.

자동차 놀잇감을 만들면 자동차가 다닐 도로도 함께 팝니다. 도로에 세울 교통표지판과 마을 건물은 다른 패키지에 담겨있죠. 아이들은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더 크고 멋진 마을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고트프레의 비즈니스 아이디어였습니다.

엄마아빠가 어린 시절 썼던 ‘해적선’ 브릭이 아들딸이 사달라 조르는 ‘닌자고’ 시리즈에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유아용 제품군 ‘듀플로’ 브릭은 일반 제품군의 건물기둥으로 쓰일 수 있죠. 놀이꾼은 놀잇감에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부여하며,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레고만의 브랜드 파워를 만듭니다. 레고 브랜드의 소비수명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힘이죠.

시대와 세대를 잇는 브랜드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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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어트랙션 ‘드라이빙 스쿨’_출처 : 레고코리아 페이스북

반백년 레고 시스템의 힘을 레고랜드 안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레고랜드 코리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시티 테마존. 카트체험을 할 수 있는 어트랙션 앞에서 성인관객의 감탄이 쏟아집니다. 어린 시절 레고 카탈로그에서 봤던 주유소 장난감이 건물로 지어져 있었죠.

건물 위에 새겨진 적녹색 로고는 옥탄octan이라는 가상기업의 로고입니다. 90년대 레고 시티 시리즈에서 첫선을 보인 오리지널 콘셉트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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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어른이 레고블록 모양 카트에 탑승해 도로를 달리는 놀이기구다_출처 : 바이브랜드

올드레고를 수집하는 성인 팬에게는 향수를 부르는 선물이고 21세기 아이들에겐 본적 없는 새로운 시리즈인 셈인데요. 3040세대의 추억이 아이들에게 바톤터치되는 흐뭇한 현장입니다. 주변을 취재하며 많은 관람객이 옥탄 어트랙션 하나를 놓고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레고 시스템은 이제 제품에 깃든 단순한 디테일이 아니라 백년기업 레고에 깃든 유서깊은 세계관이자, 고유의 지적재산권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레고는 제품 규격과 특허기반 결합구조를 엄격하게 통일시킵니다. 표준화 된 생산기반에 맞춰 디자인과 콘셉트만 변주할 뿐이죠.

레고의 라이벌은 장난감이 아닌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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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내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장난감_출처 : MBC

레고는 2000년대 중반 전자 오락에 밀려 파산위기에 봉착했던 옛 교훈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본질이 놀잇감이 아니라 ‘놀이’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에 걸맞는 브랜드 경험을 제시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죠.

21세기 레고의 경쟁상대는 뽀로로나 다른 장난감 회사가 아닙니다. 지난 해 레고사업을 이끄는 수장이 한국예능에 출연해 흥미로운 소신을 밝히기도 했죠.

“(레고의) 경쟁상대는 한국 교육 시스템이다. 아이들이 공부에 쏟는 시간이 너무 많다. 한국 놀이시장을 키울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 같다. 한국에 더 많은 놀이문화가 생기면 좋겠다.”

실제로 21세기 레고는 시대변화에 발맞춰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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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의 경쟁상대를 묻는 질문에 응답하는 ‘마이클 에베센’ 레고 코리아 대표_출처 : MBC​

2005년 레고 스타워즈 디자인을 활용한 비디오게임을 출시한 이후, 영화나 TV쇼를 기반으로 한 종합엔터사업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요. 특히 장편 애니메이션 레고무비는 2014년 전세계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010년엔 ‘레고 유니버스’라는 멀티 플레이어 온라인 게임을 선보입니다. 가상공간에서 미니피겨 아바타를 조작하며 모험을 떠날 수 있었던 시기였는데요. 레고 유니버스는 게임 ‘마인크래프트’에게 밀리며 가상세계에서 실패를 순순히 인정해야 했죠.

성공을 위한 실패를 견뎌내기 위해 온오프라인 곳곳에 놀잇감을 던지죠. 놀이문화가 위축되는 21세기 레고는 과연 어떤 놀잇감을 대중 앞에 던지게 될까요? 제품을 쫒는 게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려는 포부를 선포한 레고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김정년

김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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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2.05.08 승인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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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브릭을 활용한 창조적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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