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안 해도 괜찮아,
폭스바겐 골프

심플한 디자인과 탄탄한 기본기밖에 없지만 충분합니다. 골프라면.

이렇게 설렌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습니다. 6년 만에 컴백한 골프를 마주하게 됐거든요. 8세대 골프의 국내 출시가 1월이었으니 좀 늦었죠. 꿈꾸던 자동차를 만난 소감을 전합니다.

흔들리는 유럽 챔피언?

World premiere of the new Golf, October 24th, 2019 in Wolfsburg

'2021 독일 올해의 차' 콤팩트 부문 베스트 카로 선정된 골프_출처 : Volkswagen Newsroom

지난해 유럽에서 가장 많이 등록된 차는 골프(약 20만 대)*였습니다. 2019년과 2020년에 비해 각각 50%, 27%가량 하락한 수치였습니다. 2위는 푸조 208(약 19만 대)로, 1위와의 격차를 약 8천 대로 줄이면서 챔피언을 바짝 추격했습니다.

유럽에선 1985년 이후 처음으로 가장 낮은 등록 대수(약 1175만 대)를 기록한 가운데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중은 19%(약 225만 대)로 증가했습니다. 작년 유럽에서 등록된 차 5대 중 1대는 전기차라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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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보다 큰 폭으로 변한 실내_출처 : Volkswagen Newsroom

경쟁 모델의 빠른 성장과 전동화의 흐름 속에서 2008년부터 자동차의 본고장에서 베스트 카로 군림해 온 골프도 이제 물러날 때가 온 걸까요? 아니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직렬 4기통 엔진만으로도 유럽 챔피언의 ‘클래스’를 느끼기 충분했으니까요.

*자동차 산업 정보를 제공하는 JATO Dynamics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기반한 통계입니다.

8번의 고집, 8번째 변화

1세대부터 8세대까지_출처 : Volkswagen Newsroom

Golf 1: 1974 - 1983

1세대 골프_출처 : Volkswagen Newsroom

비틀의 바통을 이어 받아 1974년 등장한 골프. 수랭식 엔진이 앞쪽에 배치된 새로운 레이아웃 위에 ‘각’ 잡힌 디자인이 입혀졌습니다. 가로로 길게 뻗은 그릴과 반듯하게 세워진 C 필러 등 직선이 강조된 변화였죠. 이를 두고 클라우스 비숍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은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기교나 과시가 없는 단순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콤팩트 카 디자인의 핵심은 8세대에서도 이어집니다. 언제 어디서라도 환영받을 셔츠와 치노 팬츠의 조합처럼 정제된 디자인은 반세기 가까이 계속된 골프만의 헤리티지이자 강점입니다.

큰 틀에서 변화는 적지만 디테일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신형 골프엔 꽤나 호화스러운 장비인 ‘IQ.라이트’가 탑재됩니다. IQ.라이트는 총 44개의 LED 모듈이 주행 상황에 따라 최적화된 빛으로 도로를 비추는 최첨단 시스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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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대 골프_출처 : Volkswagen Newsroom

지능형 조명 제어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와 회전할 때 진행 방향에 따라 길을 비춰주는 ‘다이내믹 코너링 어시스트’도 포함됩니다. 선을 그리는 듯한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도 들어가고요. 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에만 적용됩니다.

얇아진 그릴도 미래 지향적입니다. ‘라디에이터 그릴 라이팅’이 좌우 헤드라이트도 이어주고요. 빛도 디자인 요소로 활용되는 최근 트렌드를 챙긴 모습입니다. 측면은 전형적인 해치백 형태로 도어 손잡이를 가로지르는 라인을 제외하면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국내에선 17인치 휠만 장착됩니다.

후면의 ‘GOLF’ 레터링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티록·티구안·아테온 등 최근 출시된 모델들과 궤를 같이 합니다. 머플러는 장식입니다. 대중적인 브랜드의 콤팩트 카에 많은 걸 기대하면 안 되겠죠.

신기술이 피워낸 디지털花

디지털화로 한층 발전된 실내_출처 : Volkswagen Newsroom

[현장사진] 폭스바겐 신형 8세대 골프_인테리어 (2)

이노비전 콕핏_출처 : 폭스바겐 코리아

실내의 변화는 큽니다. ‘이노비전 콕핏’ 때문입니다. 여기엔 10.25인치 계기판(디지털 콕핏 프로)·10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MIB3)·조명 제어 패널이 포함됩니다.

하드웨어보단 소프트웨어가 인상적입니다. 특히 변경하고 싶은 부분을 ‘단어’가 아닌 ‘그림’을 누르는 인터페이스가 쉽고 편합니다.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고 해상도 또한 뛰어나죠. 반응 속도도 빠르며 그래픽 이동 또한 자연스럽습니다.

물리 버튼의 수는 확 줄어들었습니다. 조명부터 실내 온도와 음량까지 모두 터치 슬라이더로 조정 가능합니다. 오버헤드 콘솔에 있는 선루프 개폐도요. 외관에서 IQ.라이트가 호화스러운 장비였다면 실내에선 윈드 실드 타입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그렇습니다. 많은 정보를 담진 못하지만 골프와 비슷한 급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면 컴바이너 타입이 대부분일 테니까요.

[현장사진] 폭스바겐 신형 8세대 골프_인테리어 (4)

시프트-바이-와이어_출처 : 폭스바겐 코리아

‘시프트-바이-와이어’로 불리는 변속기는 이름만큼이나 생김새도 새롭습니다. 기계적 연결 없이 전자 제어되는 변속 시스템입니다. 하이그로시 소재가 많이 쓰인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운전자의 시선과 손길이 많이 가는 곳들이죠.

시트는 직물 소재입니다. 소재보단 전동식 시트가 아니라는 게 아쉽죠. 프레스티지 트림에선 그나마 운전석은 자동 조절과 메모리 기능이 지원됩니다. 그래도 몸을 지탱하는 기능이 뛰어납니다. 모양새부터 범상치 않거든요. 마사지 기능도 훌륭한 편입니다.

2열 공간은 성인이 타기에 부족하진 않지만 넉넉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등받이 각도 조절도 안됩니다. 짐을 싣는다면 세단보단 공간 활용성이 더 좋겠네요. 뒷좌석을 접으면 적재 공간이 381L에서 1237L까지 늘어나니까요. 대시보드를 따라 공간을 세련되게 가로지는 1열과 달리 2열에 위치한 송풍구는 올드합니다. 뒤에 사람 태우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일지도.

빠지는 곳 없는 꽉 찬 육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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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6D 규제를 충족하는 EA288 evo_출처 : Volkswagen Newsroom

국내 출시된 골프엔 폭스바겐 그룹에서 널리 쓰이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직분사 터보 차저 엔진과 7단 DSG(듀얼 클러치)가 맞물립니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평범하죠. 하지만 불편하진 않습니다. 낮은 엔진 회전 구간(1,600rpm)부터 발현되는 최대토크로 답답함을 느낄 겨를이 없으니까요.

신형에 탑재된 ‘EA288 evo’엔진은 트윈도징 기술이 더해져 친환경적으로 진화했습니다. SCR 촉매 변환기가 두 개로 늘어나면서 질소산화물을 더욱 효과적으로 걸러내기 때문이죠. 성능부터 효율 그리고 친환경성까지.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중개자 역할을 맡은 골프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몸놀림은 무척 가볍습니다.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걸까요. 메르세데스-벤츠의 진중함이나 BMW의 쫄깃함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저속에서 듀얼 클러치 특유의 꿀렁임이나 변속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디젤 엔진음도 어느 정도 걸러져 쾌적한 주행을 이어가죠.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세가 쉽사리 흐트러지지 않아 민첩한 움직임이 구현됩니다.

Volkswagen Golf GTI Clubsport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8세대 골프 GTI_출처 : Volkswagen Newsroom

오른발에 힘을 조금 더 실어봅니다. 0-100km/h 가속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8.4초. BMW 118d와 동일한 성능입니다. 다른 차에 비해 떨어지는 수치는 아니지만 차체에 비해 인상적인 가속력은 아닙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더라도 가속 페달 초기 반응을 제외하곤 크게 달라지진 않습니다. 이런 아쉬움은 역동적인 성능에 더욱 초점을 맞춘 ‘GTI’나 ‘R’이 채워줄 수 있겠죠.

앞바퀴 굴림 해치백, 골프가 보여주는 고속 안정성은 우수합니다. 운전석에서 체감되는 속도는 빠르게 올라가는 계기판 바늘과는 다릅니다. 후륜 구동 고급 세단만큼은 아니더라도 직진 안정성은 평균 이상입니다. 무게중심이 낮은 차체의 특성 때문인지 코너링도 안정적이죠. 속도를 높여 진입해도 밀리지 않는 거동은 차에 대한 믿음을 심어 주기에 충분합니다.

골프의 역사만큼 숙성된 기술과 노하우 덕분이겠죠. 10년 전 7세대 골프에 처음 도입됐던 ‘MQB 플랫폼’도 정점을 향해 가는 것 같습니다. 8세대에서도 동일한 플랫폼이 사용된 이유는 세부적인 것만 바꿔도 충분했기 때문이었겠죠. 엔트리나 다름없는 4기통 디젤 엔진을 달고도 발현되는 민첩함과 안정성은 플랫폼 덕도 있으니까요.

1974

골프 1세대
비틀의 후계자

1991

골프 3세대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도입

2003

골프 5세대
7단 DSG 탑재

2012

골프 7세대
MQB 플랫폼 적용

2019

3500만 대를 넘어선
골프 판매량

골프 1세대
비틀의 후계자

골프 3세대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도입

골프 5세대
7단 DSG 탑재

골프 7세대
MQB 플랫폼 적용

3500만 대를 넘어선
골프 판매량

내비게이션은 시작 중?

Joachim Löw, coach of the German national football team and moderator Anna Fleischhauer.

월드 프리미어에 참석했던 요하임 뢰브 전 독일 국가대표 감독_출처 : Volkswagen Newsroom

2019년 8세대 골프를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에서 랄프 브란트슈타터 브랜드 최고운영책임자(現 승용차 부문 CEO)는 ‘디지털화·연결성·직관적 운영이라는 키워드 아래 해치백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말했었죠. 골프는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발전해 온 모델이라고 강조하면서요.

그의 말대로 골프는 ABS 브레이크(2세대)를 비롯해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3세대), ESP(4세대), 7단 DSG(5세대), 운전석 무릎 에어백(6세대), MQB 플랫폼(7세대) 등 신기술과 대중을 연결한 매개체였죠.

8번째 진화 속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Car2X’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Car2X는 반경 800m 이내의 주행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군집 지능입니다. 한층 높은 수준의 교통안전 실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독일에서요.

IQ. DRIVE

IQ.드라이브 설정 화면_출처 : 바이브랜드

국내에선 끊김 없는 연결성이 돋보입니다. 내비게이션이 없어서 ‘차아일체’가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10인치 모니터엔 ‘내비게이션은 시작 중’이라는 문구뿐입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의 무선 연결이 가능하니까 없어도 그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3천만 원이 넘는 차에 내비게이션이 없다니. 통풍 시트도 없는데 말이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IQ.드라이브’는 쓸 만합니다. IQ.드라이브의 핵심은 ‘트래블 어시스트’인데요, 시속 210km 이내에서 차선 중앙 유지는 물론 도로 위 앞 차와의 거리를 파악해 속도를 조정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유용하지만 변수가 많은 도심보단 출퇴근길 고속도로에서 마음이 더 놓이더라고요.

초롱이와 켄짱의 성공 방정식

1-2

출처 : 바이브랜드

이제는 전설이 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인 이영표 선수에 따르면, 경기에서 실점의 95%는 잊지 말아야 할 기본을 최소한 다섯 번 이상 지키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고 합니다. 기본만 잘 지켜도 경기에서 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라 켄야 일본 디자인센터 대표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에서 강조했던 것은 본질이었습니다.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 기본을 제대로 갖춘 본질이 곧 완벽이라는 거죠.

2-2

출처 : 바이브랜드

주행·제동·조향만 놓고 보자면 골프처럼 기본기가 뛰어난 차는 드뭅니다. 이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에 단점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빈자(貧者)’의 포르쉐라는 별명은 칭찬이 아닐까요. 물론 골프의 고성능 버전을 두고 한 말이겠지만 가성비 좋은 포르쉐라는 뜻이잖아요. 골프가 3시리즈나 S클래스처럼 특정 세그먼트에서 기준이 되는 자동차로 평가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죠. 화려한 기술보단 기본. 특출나게 내세울 건 없어도 충분합니다. 그게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해치백, ‘골프다움’이니까요.

이순민

이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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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2.08.06 승인완료

구매내역

8세대까지 이어진 헤리티지
디지털화로 진일보한 실내
여전히 뛰어난 주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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