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가구를 만드는 페이퍼팝

종이가구의 대중화. 2013년 문을 연 소셜벤처 ‘페이퍼팝’이 내건 목표입니다. 그런데 친환경 시대에 종이를 원재료로 쓴다고 하니, 왠지 꺼림칙합니다. ‘나무를 더 많이 베어야 하니 환경이 더 나빠지는 거 아닌가?’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가 주목한 건 재활용률입니다. 어차피 다른 가구도 주원료로 목재를 씁니다. 둘 사이의 차이라면, 종이로 만든 가구는 폐기 시 최대 95%를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집에 책 놓을 공간이 없더라고요. 그때 눈에 띈 게 박스였어요.”

페이퍼팝은 불편함을 해소하려던 박 대표의 노력에서 시작됐습니다. 집에 책 놓을 공간이 없자 박 대표는 4년간 종이박스 회사에 다닌 경험을 살려, 박스에 도면을 그리고 직접 책장을 만들었습니다. 만들어진 제품은 예상보다 튼튼했죠. 몇 달 쓰다 버릴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수년간 애용한 것입니다. 박 대표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특허를 신청했고 2013년 페이퍼팝을 세웠습니다.

박 대표가 창업할 당시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길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가구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박 대표는 골판지로 재활용이 가능한 가구를 만들면 환경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페이퍼팝이 처음부터 소셜벤처였던 건 아닙니다. 창업 초기에는 디자인을 예쁘게 하기 위해 접착제도 사용했습니다. 박스를 만드는 사업도 따로 진행했죠. 그러다가 문득 ‘이게 맞나’ 싶은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단지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에 그치는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찾고 싶다는 생긱이 들었던 것이죠. 페이퍼팝이 2018년 KT&G 상상 스타트업 캠프에 참여해 소셜벤처로 거듭난 까닭입니다.

재활용률 최대 95%

9e29736d5af53a6bc2c612a95a565ad8

페이퍼팝에서 개발한 공구 없이 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연결 부재_출처 : 페이퍼팝

페이퍼팝의 제품은 분해했을 때 90~95%가량을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품을 조립할 때에도 접착제나 별도 공구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종이 가구용 플라스틱 연결 부재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연결 부재를 회수해 다시 업사이클링(버려지는 물건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가진 제품으로 만드는 것) 하는 것도 계획 중입니다. 이미 노트북 거치대에 사용하는 스토퍼는 병뚜껑, 부러져서 못쓰는 종이가구 부품을 분쇄해 만들고 있습니다. 친환경 패브릭, 고철 등 재활용할 수 있는 다른 소재도 접목할 방안도 고민하고 있죠.

9c76fe507c6ac406cbb0d54a4404b2c5

업사이클링을 통해 만든 노트북 거치대_출처 : 페이퍼팝

종이가구라고 해서 오로지 종이로만 만들기 보다는 더 친환경적으로,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얼마든지 응용합니다. 박 대표는 필환경 트렌드가 시장에 반영된 것을 실감한다며 이렇게 설명합니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엠디에프(MDF)’ 가구랑 종이 가구가 비슷한 가격이면 그냥 MDF 쓰고 버리는 추세였는데 요즘에는 많이 바뀌었어요. 포장에도 비닐을 빼달라는 요청이나 ‘이게 정말 친환경적인 소비가 맞냐’라는 질문도 늘었어요. 세대가 바뀌면서 확연히 가치소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듯해요.”

“보여주고 싶어서” vs “가성비로”

종이 침대

출처 : 페이퍼팝

자주 이사 하는 사람은 좋은 가구를 사서 오래 쓰기보다는 저렴한 가구를 사서 쓰다가 집을 옮길 때마다 이를 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일반 가구에 흔히 쓰이는 MDF 소재는 나무 부스러기와 접착제를 섞어 만든 탓에 재활용이 어렵죠. 종이 가구는 분해만 하면 그대로 골판지(!)로 돌아와 재활용하기 쉽습니다.

가벼워서 1인 가구 여성 혼자서 처리하기도 수월합니다. 최대 300kg까지 견딜 수 있다는 페이퍼팝의 종이 침대 무게는 10kg입니다. 1인 가구가 많은 2030 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도 합니다.

페이퍼팝 박대희 대표

페이퍼팝의 제품 '종이책장’과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오른쪽)_출처 : 페이퍼팝

페이퍼팝은 4050세대는 주로 합리적인 가격에 끌려 종이가구를 이용한다고 분석합니다. “어차피 나만 볼 건데 기왕이면 가성비 높은 것으로 사야지!”

재미있는 사실은 오히려 2030세대는 친환경 소비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종이가구를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소비 행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출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트렌드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2013

페이퍼팝 설립

2014

첫 제품 종이 책장 출시

2018

소셜벤처로 전환

2020

종이 침대 '보리' 출시

2021.6

일본에서 크라우드 펀딩 시작

페이퍼팝 설립

첫 제품 종이 책장 출시

소셜벤처로 전환

종이 침대 '보리' 출시

일본에서 크라우드 펀딩 시작

B2B로의 확장

페이퍼팝6

야외용 등받이 의자_출처 : 페이퍼팝

2019년까지만 해도 페이퍼팝이 주력으로 하던 것은 B2B 사업이었습니다. 전시, 행사에 사용되는 가벽이나 의자를 종이로 만드는 식이었죠. 돗자리 대신 쓸 수 있는 야외용 등받이 의자는 한강 밤도깨비시장,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등 축제에서도 수요가 높았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팬데믹의 영향으로 제품 판매량이 10분의 1로 줄어든 것입니다.

박 대표는 인도어(Indoor) 제품을 선점하는 것으로 위기를 헤쳐나갔습니다. 코로나19 예방용 종이 가림막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난해 기업 및 관공서를 중심으로 가림막 수요가 급증했지만 아크릴 가림막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한 대기업은 페이퍼팝에 종이로 가림막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상품화했던 것 입니다.

페이퍼팝

출처 : 페이퍼팝

이후에도 방역 테이블, 노트북 거치대 등 B2C로의 확장을 꾀한 결과 현재는 B2C가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가 됐습니다. B2C 영역의 매출 또한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페이퍼팝은 일본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등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이미 2008년을 전후로 스마트데코퍼니처(미국), 카톤(호주) 등 종이가구 전문 업체가 꽤 많이 자리잡은 상태라 쉽진 않을 것 입니다. 박 대표는 대량생산 기술을 활용한 저렴한 가격, 다양한 색상·디자인을 다루는 능력으로 글로벌 경쟁에서도 앞서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합니다.

종이로 침대, 의자, 노트북 거치대 등을 만드는 페이퍼팝의 다음 이야기의 무대는 해외로 넘어가는 걸까요?

조지윤

조지윤

info@buybrand.kr

결제완료

페이퍼팝에서 구매한 내역입니다

구매장소
승인일시
거래유형

바이브랜드 22.01.19 승인완료

구매내역

직접 만든 ‘공간박스’에서 착안
자체 제작한 연결부재 활용, 재활용률 최대 95%
2030에겐 친환경, 4050에겐 가성비로 어필

다른 스토리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