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영원하다, 레이밴

패션엔 계절이 없다지만 ‘선글라스=여름’이라는 공식은 유효합니다. 그리고 여름마다 찾아오는 고민도 있죠. 클래식 vs. 트렌드.

36년 만에 돌아온 매버릭은 여전했습니다. 단순한 스토리에 최첨단 슈트나 초능력도 없었지만 그에게 다시 한번 빠져들었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매력은 클래식만의 특권이 아닐까요? 트렌드는 당장 보기 좋아도 금방 질리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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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Ray-Ban

외모에 대한 관심이 극에 달했던 대학교 시절 선글라스는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습니다. 아이웨어로 그 지위가 막 달라졌기 때문이죠. 레이밴은 구매 리스트에 있었지만 정직하고 뻔하단 이유로 ‘레트로슈퍼퓨처(Retrosuperfuture)’나 ‘수비(Ksubi)’보단 뒷전이었습니다. 그 이후론 감각적인 국내 브랜드나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제품에 눈길이 더 갔고요.

진화가 끝난 별에선 핵융합 반응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다양한 아름다움을 탐닉하던 젊은 시절이 지났기 때문일까요. 표출과 인정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든 지금은 특별함보단 꾸준함으로 주변의 시선과 무관하게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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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Ray-Ban

레이밴이 대표적이죠. 치장이나 과시는 없습니다. 렌즈와 실루엣이라는 선글라스 본질에 집중합니다. 탄생부터가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시간을 거슬러 1920년대로 가보죠.

미국 대륙 논스톱 횡단 비행에 최초로 성공했던 파일럿 존 매크레디는 비행 중 시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기술 발전으로 비행기는 인류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조종사를 위한 보안경 제작을 의뢰합니다. 바슈롬(Bausch + Lomb)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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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Ray-Ban

조종사의 눈을 보호하되 제복을 입었을 때 ‘간지’나는 보안경을 요구했다는데요, 존 매크레디는 미국 공군 소속이었습니다. 군인에게 제복과 핏은 생명과도 같죠. 바슈롬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눈부심 방지 처리를 한 특수 렌즈를 잠자리 눈동자가 연상되는 프레임에 넣었습니다. 이게 바로 ‘안티 글레어 고글(Anti-Glare Goggle)’.

여기에 들어간 짙은 초록색 렌즈, 'G-15'는 후에 브랜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렌즈 이름이 G-15인 이유는 초록색이고 가시광선을 85%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15%만 통과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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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Ray-Ban

잠자리가 떠오르는 형태는 철저히 실용적인 시각에서 완성됐습니다. 잠자리의 눈은 2만 개가 넘고, 얼굴의 2/3를 덮죠. 그만큼 멀리 정확히 보는 거죠. 시야는 안전과 직결됩니다. 수많은 버튼이 있는 콕핏(Cockpit)에서 빛으로 인한 사각지대는 파일럿에게 치명적이죠.

이전에 없던 새로운 디자인에 시력 보호까지. 파일럿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안티 글레어 고글의 높은 인기에 유사품이 나오기 시작하자 바슈롬은 고유성과 차별성을 지키기 위해 렌즈에 대한 특허와 상표를 등록합니다. 1937년 레이밴(Ray-Ban)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1937

에비에이터 출시

1952

웨이페어러 출시

1999

룩소티카 레이밴 인수

2003

레이밴 주니어 론칭

2021

레이밴 스토리 출시

에비에이터 출시

웨이페어러 출시

룩소티카 레이밴 인수

레이밴 주니어 론칭

레이밴 스토리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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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Ray-Ban

레이밴이라는 브랜드 론칭과 함께 바슈롬은 안티 글레어 고글의 프레임을 금속으로 바꾸고 ‘에비에이터(Aviator)’라는 이름으로 판매합니다. 아무래도 플라스틱보단 금속이 더 고급스럽죠?

1년 뒤엔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남성을 타깃으로 삼아 ‘슈터(Shooter)’도 출시합니다.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사냥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제품인데요, 담배를 끼울 수 있는 시가렛 홀이 브리지 사이에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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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Ray-Ban

더불어 안개 속 시야를 확보해 주는 옅은 노란색의 ‘칼리크롬(Kalichrome)’ 렌즈도 선보였고요. 후엔 ‘그라디언트(Gradient)’ 렌즈도 만들었습니다. 렌즈 위쪽만 진하게 해서 조종간 아래쪽을 편하게 볼 수 있게 한 거죠.

군인을 위해 탄생한 제품답게 브랜드의 전성기도 전쟁을 통해 맞이합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필리핀 해안에 정박한 군함에서 에비에이터를 쓰고 내려오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모습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두 번의 세계 대전에 참전한 미국 육군 원수이자 연합군 총사령관은 영웅이었기에, 에비에이터는 선글라스 그 이상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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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Ray-Ban

종전 후엔 평화와 풍요가 찾아왔습니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다른 생각이 나기 마련이죠. 쾌락과 사치에 초점이 맞춰진 라이프스타일의 등장에 레이밴도 새로운 제품을 고민합니다. 또 다른 상징, ‘웨이페어러(Wayfarer)’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에비에이터가 파일럿의 장비였다면, 웨이페어러는 엔터테이너의 무기였습니다. 가림의 미학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아이템이었죠.

제임스 딘·오드리 햅번·밥 딜런·믹 재거 등 유명 아티스트들에게 신비로움을 더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완성시켰습니다. 이를 추앙하는 이들도 많이 생겨났고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1970년대 후반 불어닥친 디스코 열풍은 본질에 집중했던 레이밴에겐 위기였습니다. 휘황찬란한 컬러에 독특한 프레임을 찾는 이들에겐 레이밴은 퇴물 같았을테니까요. 구세주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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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Ray-Ban

1983년 톰 크루즈가 영화 ‘위험한 청춘’을 통해 레이밴을 ‘멱살 캐리’합니다. 캐나다 국영방송 CBC 라디오에 따르면, 이 영화로 인해 웨이페어러의 매출이 약 50% 상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1986년 ‘탑건’으로 에비에이터의 부흥도 이끌어냅니다. 앞으로도 가장 위대한 뮤지션으로 회자될 마이클 잭슨도 힘을 보탰고요.

이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간택을 받은 레이밴은 강렬한 비트의 록 앤드 롤 같은 서브컬처와도 결합합니다. 록 앤드 롤에서 시작된 커넥션은 이제 힙합과 일렉트릭 등 여러 분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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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과 상징의 만남_출처 : Ray-Ban

현대인의 소비는 도구가 아니라 기호를 산다는 말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내가 사는 물건은 집단과 사회에서 나의 상황을 대변한다는 것도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부터 톰 크루즈까지, 그들의 사회적 위치는 동일하지 않더라도 대중이 그들에게 열광한 이유는 같습니다. 사람들은 영웅을 대변하는 상징을 통해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은 욕망을 채우는 것이죠. 묠니르를 든다고 누구나 토르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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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선글라스 레이밴 리믹스_출처 : Ray-Ban

그래도 마이티 토르는 될 수 있죠. 영웅은 유일한 존재일 수 있지만, 그 사람만 영웅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레이밴도 커스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자신의 세계에서 스스로 영웅이 되어보라고.

나만의 선글라스도 만들 수 있습니다. 프레임 선택부터 사이즈와 컬러도 원하는 대로 조합할 수 있어 클래식의 단점이 상쇄됩니다. 다음 시즌에도 똑같을 것 같은 단조로움에 변주를 주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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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디자인에 최신 기술을 더한 스마트 안경_출처 : Ray-Ban

확장도 있습니다. 지난해 레이밴을 소유한 룩소티카는 페이스북(現 메타)과 함께 ‘레이밴 스토리’라는 스마트 안경을 선보였습니다. 실루엣은 웨이페어러인데, 스냅드래곤 프로세서가 들어갑니다. 무게는 5g이니 걱정할 정도는 아니죠? 사진과 비디오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뿐만 아니라 스피커랑 마이크가 있어 통화도 가능합니다. 아쉽게도 국내엔 출시되진 않았습니다.

특정 직업군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패션과 테크까지 영역을 넓혀 온 레이밴. 세대와 계층을 넘나드는 매력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그 매력은 오랜 시간 동안 레이밴이 지켜온 원칙과 일관성에서 비롯된 것이고요. 대중의 눈치를 살피긴 보단 ‘마이웨이’를 갑니다. 유행이란 이름으로 ‘눈알가리개’를 만들지 않으니까요. 확장의 과정에서도 본질은 변하지 않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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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마스터·웨이페어러·라운드·에비에이터_출처 : Ray-Ban

가격에 거품도 없습니다. 매년 가격이 치솟는 럭셔리 패션 하우스에 비하면 레이밴은 겸손하죠. 20만 원으로도 80년이 넘는 헤리티지를 소유할 수 있으니까요. 트렌드가 아닌 클래식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가능한 거 아닐까요? 다시 만들고 광고하는 수고도 없을 테니까요. 더욱이 브랜드 가치도 남발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레이밴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다지고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클래식이냐 트렌드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너무 길었네요. 40년 넘게 할리우드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는 톰 크루즈만 보더라도 알 수 있죠.

‘탑건: 매버릭’ 2회차는 레이밴 쓰고 가야겠습니다. 분당에서 저를 발견하면 커피 한잔 사드리겠습니다.

이순민

이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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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2.07.10 승인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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