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을 원하는 순백의 신사, BYC

76년 역사의 토종 이너웨어가 반전 매력을 꾀합니다.

1946년 8월 15일, 광복 1주년에 출범한 내의 브랜드 ‘BYC’. 이 빨간 사각형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겁니다. 95년생 기자에겐 교복 안에 입던 흰색 반팔 티로 익숙하죠.

국민 브랜드란 인지도에 비해 정체된 이미지는 아쉽습니다. 76년 역사가 전통과 고리타분함 사이에서 회자될 때도 있는데요. 2030대 고객 비중이 낮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BYC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최근 3년간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 중입니다. 2022년 1월~10월 기준 공식 쇼핑몰의 20대 고객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고요. 잘하는 것에 집중하되 새로움에 도전하겠다는 BYC의 청사진을 들어봅시다.

2030대에게 든 백(白)기

7. 모시메리 매쉬런닝

BYC의 스테디셀러인 흰색 메리야스_출처 : BYC

패션 SPA 브랜드에게 연령대 타깃팅은 중요합니다. 스파오를 가면 개강룩이 눈에 띄고, 에잇세컨즈는 출근룩의 성지인 것처럼요. BYC가 노리는 건 전 연령대지만 주요 소비층은 5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타 브랜드 대비 캐주얼 의류 라인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젊은 층의 방문을 유도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얼마전 바이브랜드에서 취재한 K2 역시 50년 역사를 지닌 브랜드로서 영 타깃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MZ세대가 즐길만한 하이킹 커뮤니티도 운영하죠. 레거시 브랜드일수록 젊은 층과의 교류가 필요하단 점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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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C의 반팔 티셔츠 패키지_출처 : BYC

BYC도 소통의 일환으로 내의 디자인에 변주를 줬지만 반응은 미비했습니다. 메리야스 모양이 돌출돼 아재스럽단 놀림을 당하지 않도록 봉제선을 없앤 심리스형 제품이 첫 번째. 가슴 부분이 깊게 파여 와이셔츠 단추 2~3개를 풀어도 보이지 않는 반팔 티셔츠 ‘티반’을 선보인 적도 있죠.

BYC 측에 따르면 “메리야스와 반팔 내의에 대한 젊은 층 수요는 거의 없다”며 “BTS 사진을 프린팅하지 않는 한 구매 유도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개리야스와 복고로 시장 합류

5. BYC 전속모델 아린 2022년 FW 화보컷 (2)

보디히트 긴팔 티로 캐주얼룩을 연출한 오마이걸의 아린_출처 : BYC

BYC는 기능성과 패션을 겸비해 데일리룩으로 연출 가능한 제품을 확대합니다. 보디히트(발열 웨어) 소재의 조커팬츠와 터틀넥 긴팔 티가 한 예입니다. 예컨대 터틀넥 긴팔 티에 오버핏 블레이져 재킷 또는 롱패딩을 걸치면 2가지 룩이 완성되죠.

2020년 오마이걸 아린을 전속 모델로 발탁한 것도 기능성에 바탕을 둔 캐주얼 패션을 어필하기 위함이라고요. 일각에선 아린으로 섬유 테크에만 편향됐던 이미지를 탈피하려 한다는 시선도 있지만 BYC는 기능성을 강조합니다. 마 재질로 통기성을 높인 ‘모시메리’와 원단 사이 공기층으로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에어메리’처럼 소재 기술력이 곧 기업의 근간이니까요.

1. 2020년 BYC 헤리티지 양말세트 (2)

2020 BYC 국민양말_출처 : BYC

MZ세대가 복고풍 요소에 매력을 느끼는 ‘뉴트로’ 트렌드도 공략합니다. BYC의 묘수는 올드한 로고. 2020년 창립 74주년 기념용으로 출시한 ‘BYC 국민양말’을 보면 이해될 겁니다. 빨간 로고를 자수로 새긴 패션 양말인데요. 5가지 색상(블루/그레이/머스타드/레드/화이트)으로 기획된 해당 제품은 인스타그램에서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업력과 인지도가 분명한 브랜드의 비주얼 요소는 헤리티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죠.

1996년 BYC로 상표가 변동되기 전 약 20년간 사용됐던 ‘백양’ 로고는 2021년 ‘백양 BYC 비엔나라거’ 캔맥주로 재탄생합니다. 순백 이너웨어의 상징이던 백양 폰트를 패키지에 반영했죠. 초도 물량 40만 캔을 완판시키며 뉴트로 저력을 입증했습니다.

백양 맥주

2021 백양 BYC 비엔나라거 캔맥주_출처 : BYC

트렌디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인싸력을 높이기도 합니다. 2022년 5월, 반려동물 아이템 쇼핑몰 ‘로다’와 손잡고 반려견용 쿨런닝 ‘개리야스’를 론칭했는데요. 성인용 제품과 동일한 소재 그리고 BYC 로고가 돋보이는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전국 직영점으로 견주들을 불러 모은 데 이어 공식 쇼핑몰과 애견 박람회에서도 완판을 기록하죠. 긍정적인 성과에 힘입어 2022년 10월 BYC의 발열소재인 에어메리와 보디히트를 활용한 반려견용 겨울 내의도 출시했고요.

2. 개리야스 (3)

반려견용 쿨런닝 개리야스_출처 : BYC

왜 2000년대 초반에는 브랜드 자산을 적극 활용하지 않았던 걸까요? 최근 로고 새활용과 컬래버레이션의 향연이 유의미한 성과를 냈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제조사 특성상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고 합니다. 2023년부터 2030대를 겨냥한 마케팅 행보를 확대할 예정이라고요. “무분별하게 로고를 활용하거나 컬래버레이션하진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희소성이 떨어져서 감흥을 주지 못할 테니까요.”

국내 표준 사이즈 창시자

9. BYC 공장 (1)

BYC의 사업 초반 공장_출처 : BYC

BYC의 헤리티지가 76년 존속했다는 사실에만 기인하는 건 아닙니다. 여러 분야에서 ‘업계 최초’ 수식어를 구가하며 한국 내의 산업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죠. 1946년 BYC 창업주인 故 한영대 회장은 국민 수에 비해 내의 물량이 부족하단 사실에 주목합니다. 광복 직후 물자 부족으로 인해 국내 섬유 산업이 피폐해져 국민 37.6명당 내의 1장꼴로 버텨야 했으니까요.

한 회장은 메리야스 사업을 본격화합니다. 보유 중이던 양말 생산 설비 규모를 늘려 1950년대 ‘국산 1호 메리야스 편직기’를 개발하는데요. 여기에 국내 최초 아염산소다를 배합한 최신 표백 기술로 BYC의 스테디셀러인 순백 메리야스를 완성합니다. 앞서 언급한 백양 상표가 흰색 이너웨어의 대명사로 불리기 시작한 때죠. 오늘날 패션 업계에서 통용되는 4단계 상의 사이즈(85~100)를 처음 도입한 곳도 BYC입니다. 1950년대 후반까지는 내의(상의용) 사이즈가 대인용과 소아용으로만 분류됐기 때문에 옷에 몸을 맞춰야 할 때가 다반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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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명이 백양이던 시절의 매장 외관_출처 : BYC

BYC는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한 1980년~1990년대가 브랜드의 전성기였다고 회상합니다.

그렇다면 왜 혁신성을 유지하지 못했을까요? 꾸준히 변혁을 위해 힘썼다면 MZ세대에게 친숙한 상표가 됐을 텐데 말이죠. 돌아온 답은 ‘효율 경영’. 신사업에 투자하기보단 성과를 낸 기존 사업에 주력했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제품군에서도 카테고리를 늘리지 않고 내의 중심으로 R&D 투자를 단행하는 식입니다.

신규 비즈니스의 부재는 브랜드의 성장 폭을 제한시켰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경영 실적으로 귀결됐습니다. “1975년 BYC는 국내 메리야스 기업 최초로 상장에 성공했다”며 “국내 섬유 산업에서 50년 가까이 상장을 유지하는 기업은 드물다”고 설명합니다.

Next Level of Store

10. BYC 직영점 (1)

BYC 직영점 내부_출처 : BYC

‘우선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고집은 많은 매장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전국 50여 개 직영점은 BYC하면 연상되는 내부 모습을 지금도 유지하니까요. 젊은 층과 교류하기 위해 백화점에 진출했던 적도 있지만 입점 수수료(40%)를 감당하지 못해 직영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회귀했다고 합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론칭하거나 매장 리뉴얼 계획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효율 경영 키워드가 재등장. 아직은 2030대용 제품군이 부족해 플래그십 스토어 도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요. 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브랜드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겠죠. 직영점 리뉴얼에 대해선 꾸준히 투자 중이지만 아직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향후 앱 도입 여부를 묻자 “이미 매장별 인프라를 구축해 급격히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최근 BYC 캐주얼 패션템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전시 공간의 변화가 미비하다는 점은 아쉽네요.

1라인 이미지_BYC

캐주얼한 이미지를 표현한 BYC_출처 : BYC

1990년대 BYC는 화이트 칼라(사무직 노동자)에게 유용한 아이템이었습니다. 반팔 티와 메리야스 등으로 와이셔츠 안에 자리하며 신사의 속살을 지켜주는 또 다른 신사였죠.

2022년 BYC는 ‘워너비 컬러풀(Wannabe Colorful)’을 외칩니다. 단순히 옷의 색감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안에 받쳐 입던 옷에서 밖에 드러내고 싶은 옷으로, 오래된 로고가 아닌 복고풍 비주얼로 브랜드의 저변을 넓히며 다채로운 이미지도 강조하니까요.

2030대도 BYC가 그려갈 반전매력에 공감할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대한민국 내의 산업과 발맞춰 온 뚝심이 브랜드의 꾸준한 변화도 야기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이한규

이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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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랜드 22.11.05 승인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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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 역사를 자랑하는 토종 이너웨어
뉴트로와 캐주얼을 만족시키는 패션
브랜드 로고를 활용한 이색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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