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공간을 장악할 때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점_출처 : 무신사
7월 1일,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점이 오픈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베이직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PB)를 선보인 공간이죠. ‘오픈빨’인가요? 제 시각에 맞춰 도착했지만 약 40명이 넘는 인원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대하던 매장에 입장합니다. 라운드 넥 티셔츠와 셔츠 등 계절감이 전해지는 의류가 근사하게 전시됐더군요. 지상과 지하 1층(남성), 지하 2층(여성/아동)으로 나눠졌습니다.
옷만이 이곳의 전부가 아닙니다. 기존 의류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에선 볼 수 없던 섹션이 두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그저 넓은 공간에 멋진 옷만 전시된 평이한 매장은 아니네요.
무신사 공간디자인팀 강현아 팀장(좌) 무신사 PB 마케팅팀 이나래 팀장(우)_출처 : 무신사
‘연관적 사고’라는 마케팅 용어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전통음식 하면 김치가 떠오르는 것처럼 무신사 역시 패션, 즉 옷이 떠오르는 브랜드죠. 왜 무신사는 공간(오프라인)에 꽂혔을까요? 아직은 구체적인 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분명한 건 제품의 소재를 느끼고 입어볼 수 있다는 오프라인의 매력을 무신사도 원했다는 겁니다. 쇼핑의 근본은 손맛이니까요.
이면이 궁금해지네요. 무신사의 공간디자인팀 강현아 팀장과 PB 마케팅팀의 이나래 팀장을 만나 무탠다드 매장의 전략과 방향성을 듣고 왔습니다.
1년간의 준비 과정
자본이 있다고 아무 곳에 매장을 열 수는 없습니다. 무신사는 철저한 상권 분석을 통해 무탠다드의 오프라인 무대로 적합한 곳을 찾습니다. 부지 후보가 정해지면 전사적인 피드백이 이뤄지죠.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점/강남점_출처 : 무신사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점_출처 : 무신사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점_출처 : 무신사
좌표를 찍었으니 공간 및 운영 방식을 기획할 차례입니다. 매장에서는 스태프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인력에 대한 부분도 꼼꼼히 체크합니다. 무탠다드 매장의 스태프들은 손님이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도록 먼저 말을 건네진 않습니다. 여느 매장처럼 ‘사이즈 있나요?’라는 질문이 들리면 자연스레 다가갑니다. 각 층마다 인기 코너, 주요 통로에 스태프가 상주하죠.
매장에 전시회 감성을 더하는 미디어 아트도 내부에서 꾀합니다. 공간디자인팀과 마케팅팀, 영상 관련 부서가 아이디어를 모아 빚습니다. 매장을 기획하고 실제 오픈하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길게는 1년 정도 소요된다고 하네요.
홍대보단 좀 더 넓고 근사하게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점 지하 1층, 2층 전경_출처 : 무신사
무탠다드 강남점은 홍대점의 ‘확장판’입니다. 더 많은 제품을 취급하기 위해 창고 포함 면적을 270평에서 450평으로 늘렸습니다. 디자인 요소 또한 더 넓은 공간감을 구현하는 데 한몫했죠. 더 큰 변화는 콘텐츠에서 드러납니다. 젊음의 거리 홍대는 10대부터 20대가 주요 고객이지만 강남은 다릅니다. 직장인과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 모이는 상권이죠.
자연스레 타깃은 30대가 됩니다. 이에 비즈니스 웨어로도 활용 가능한 ‘슬랙스, 블레이저, 셔츠’ 등이 진열된 포멀존을 따로 개설했습니다. 실제 기자는 백발의 근사한 노신사 고객이 웨이팅하는 모습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출처 : 무신사
출처 : 무신사
PB마케팅팀 이나래 팀장은 “2020년에 우먼즈 라인을 론칭했기 때문에 아직 남성 의류 비중이 더 높다”며 “강남점은 홍대점보다 여성 의류를 늘렸고 앞으로도 확장할 예정이다”라고 전합니다. 1020대 남성 고객이 주방문자였던 홍대점과 달리 강남점은 여성 고객도 많이 온다고 하네요. 덧붙여 오픈 한지 약 1주일간 방문 고객 연령층을 살펴본 결과 많은 3040대 소비자가 매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강남판 OOTD
라이브 피팅룸/비사이클 프로젝트_출처 : 무신사
라이브 피팅룸_출처 : 무신사
비사이클 프로젝트_출처 : 바이브랜드
강남점은 이색적이기만 한 체험형 매장을 지양합니다. 쇼핑하는 데 도움이 되는 체험을 선사하죠. 예컨대 옷을 입어볼 때도 조명 색을 바꿀 수 있는 라이브 피팅룸과 바닥이 천장으로 이어지는 호리즌 피팅룸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musinsa standard’가 각인된 거울도 포토스팟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보면 많은 이가 해당 공간에서 셀카를 찍어 그날의 룩을 자랑하기도 하죠. 아마 강남점에서 촬영한 콘텐츠가 SNS를 장악할 것 같네요.
아티스트의 친환경 작품이 전시된 비사이클 프로젝트 코너는 휴게 공간으로도 훌륭합니다. 쇼핑백을 한 손에 들고 자리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자로 쭉 뻗은 강남역을 걷다 보면 다리 아플 때가 많죠. 그때 이곳을 방문해 근사한 룩과 휴식을 겸하면 그야말로 직장인을 위한 만남의 장소가 될 것 같네요.
출처 : 무신사
“미디어 월이야말로 이곳의 강점이고 자랑하고 싶은 특징이에요.” 공간디자인팀 강현아 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디어 월을 강조합니다.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15m 수직적인 월과 지하에 이어진 24m 수평적인 월을 말합니다. 비디오 아트의 한 장르처럼 웅장한 이 작품은 3D 미디어 아트가 흘러나오는 곳입니다. 고객 동선에 따라 배치된 구조로 쇼핑의 지루함을 덜어주네요.
유아인을 닮은 무신사의 가상인간 ‘무아인’이 등장하는데 마치 런웨이를 연상시킵니다. 이어 여러 개의 구가 파도처럼 물결치는 풍경도 펼쳐집니다. 화려한 그래픽 이면에는 강남점의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브랜드 확장성을 상징하는 신규 매장인 만큼 영상에도 시공간을 초월하는 가상인간과 3D 파도를 넣었죠.
강 팀장은 “무탠다드의 톤앤매너인 모던함에 맞춰 컬러 또한 모노톤으로 설정했고 단층 스토어인 이곳의 특성상 고객 몰입을 유도하는 장치로 배치했다”라고 설명합니다.
출처 : 무신사
미디어 월만 내세운다면 자칫 단골 손님에게는 평범한 매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방문할 때마다 미디어 아트가 주는 압도감은 줄어들기 마련이죠.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여백을 넓게 잡은 매장 특성상 더 주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무신사는 이를 브랜드의 본질인 ‘패션’으로 해결합니다. 주기적으로 제품 구성과 매장 분위기를 리프레시할 예정이죠. 무신사에 대한 기대는 단연 옷이기에 필요한 과정입니다.
무신사도 소비자의 기대를 알았던 걸까요? PB를 넘어 오직 이곳에서만 구입 가능한 제품이 있습니다. 강남점의 독점적 컬러(exclusive color)인 아이리시 그린(룩)이 바로 그것. 청량미 가득한 그린 컬러가 지난번 취재한 ‘테니스 룩’을 연상시키네요. 두 눈을 시원하게 하는 색감의 엑세서리는 오직 무탠다드 강남점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출처 : 무신사
일일 100만 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오가는 강남역 부근은 경제와 유흥이 뒤섞인 곳이죠. 이에 아이리시 그린이 주는 색감은 경제활동에 지친 직장인에게 생기를 복돋아 주는 ‘풀잎 같은 존재가 아닐까?’라는 감상에 빠져봅니다. 기자 역시 사회인이기에 아트 월보다 강남점을 상징하는 독점 컬러의 무드가 깊숙이 와닿았거든요.
시그니처 컬러와 패션을 매 시즌, 혹은 매월 전개한다면 무신사 매거진처럼 새로운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습니다.
지방에도 열릴까?
무신사가 아무리 잘나가는 브랜드여도 홍대와 강남이라는 적잖은 비용을 감내하는 것이 한편으론 의아합니다. 매장이 없을 때부터 무탠다드는 인기 상품이었고 앱에서도 PB를 홍보할 방법이 많은데 말이죠.
출처 : 무신사
고객 피드백이 무탠다드가 오프라인에 눈을 돌린 계기였습니다.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다 보니 구매하기 전 입어보고 싶다는 고객 요청이 많았다고 합니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된 시기였죠.
백화점, 쇼핑몰에 입점하지 않고 단독 매장을 오픈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판매가 아닌 경험에 방점을 찍었으니까요. 제품과 즐길 거리를 조화롭게 구성하려면 자체 운영이 적합했습니다. 앱 기반의 무신사가 오프라인으로 확장한다는 취지에도 어울리는 스케일이었죠.
출처 : 무신사
출처 : 무신사
무탠다드 매장은 굳이 매장에서만 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온오프라인을 연결한 유기적인 쇼핑 경험을 추구하죠. 진열대에 부착된 QR 코드와 온라인 주문한 제품을 매장에서 픽업하는 무탠픽업 코너에서도 무신사의 의지가 돋보입니다.
지방에 진출하거나 서울의 숍인숍으로 출점할 계획은 없는지 물었습니다. 오프라인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당장의 계획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매장은 무탠다드의 결정적인 성장 요인입니다. 실제 강남점은 오픈 3일 만에 1억 9000만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제품을 편하게 입어보고 여러 콘텐츠와 감상하는 경험이 주효했죠. 매장이 무탠다드를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패션쇼인 셈입니다. 퍼스널 런웨이, 쇼핑이 즐거워질 것 같네요.
제작 이한규·조지윤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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