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맨은 고급유가 필요합니다

출처 : SONY

소니는 프리미엄 음향기기로 꾸준히 대중의 소비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헤드폰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이 합쳐진 워크맨을 만나보시죠.

2

스마트폰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의 ‘NW-WM1ZM2’_출처 : SONY

얼마 전 소니가 고가의 프리미엄 음향기기(약 429만 원)를 출시했습니다. 희대의 명차로 불리는 2010년식 그랜저 Q270의 럭셔리 트림 중고차 시세와 맞먹는 가격입니다.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소니는 스마트폰 출현 이전과 이후에도 꾸준히 MP3를 선보였거든요. 혹시 이런 행보를 아셨나요?

아는 사람만 아는 명기

“오디오 마니아가 이상적인 사운드에서 가장 원하는 부분에 대한 질문에 입각, 강력한 사운드 재현을 통해 청취자가 마치 그 온도와 공기를 피부로 느끼는 기분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고품질 사운드 기술 집약의 모델을 통해 음악 감상을 경험으로 바꾸는 게 목표다.” 소니코리아가 금년 출시한 제품을 두고 기자에게 답변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애플의 아이팟도 단종된 상황이기에 휴대용 음향기기의 행보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만 출퇴근길 도로 위에서 음악을 즐기는 현대인에게 와닿는 설명은 아니었습니다.

WM1ZM2_FTCAP3-Large-1024x769

음질 왜곡을 최소화하는 디지털 앰프 S-Master HX를 탑재_출처 : SONY

429만 원을 호가하는 소니 워크맨 시리즈 중 하나인 ‘NW-WM1ZM2(이하 NW)’는 5년 만에 출시된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입니다. 앞서 언급한 ‘마니아’ 대상의 음향기기임을 인식해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제품 슬로건 또한 ‘모든 음원을 최고 수준의 음질로 즐길 수 있는 궁극의 휴대용 플레이어’니까요. 우선 이 제품은 흔히 알던 MP3와 큰 차이를 띕니다. 바로 FLAC(Free lossless audio codec, 무손실 음원)를 담아 들어야 제 값을 해냅니다.

기존 MP3음원은 오디오용 데이터를 압축해 음원 손실이 발생하지만 FLAC는 기존 음원을 지우지 않고 파일만 압축해 용량을 줄여 음원 손실이 없습니다. FLAC음원만을 즐기는 애호가들이 많답니다. 즉 NW는 일반 MP3파일이 FLAC파일을 담아 감상해야 진가를 발휘하죠. 고급유를 넣고 가속 페달을 밟아야 쭉쭉 나가는 8기통 스포츠카와 비슷한 원리죠. 국내의 경우 아이리버가 ‘아스텔앤컨’을 통해 대한민국 음향 기기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죠. 이 제품 라인 역시 수십~수백만 원을 호가합니다.

보이지 않는 안전자산 ‘금’

NW는 청취자가 한 번에 풍부한 소리를 알아챌 수 있을 만큼이 기술력이 담겼습니다. 구미가 당길만한 콘텐츠도 있으니 바로 순도 99.99%의 ‘금도금 무산소동’. 일반적으로 금으로 도금된 단자는 높은 전도율을 자랑해 음질이 좋다고 알려졌어요. 제품 내부에 금을 입혀 부식을 막거나 사용자의 감성을 극대화하는 대목이죠.

1

출처 : SONY

무엇보다 단자가 부식되지 않아 초기 컨디션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능과 마케팅 효과까지 잡은 셈이죠. 끝이 아닙니다. NW는 ‘DSD(다이렉트 스트림 디지털) 리마스터링 엔진’이 처음 적용된 제품입니다. FLAC도 알았으니 DSD에 관해 짚어 보죠.

4

출처 : SONY

예로 기존 PCM방식의 디지털 음원(기본적인 CD음원 스펙, 16비트/44.1kHz)을 DSD로 변환해주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DSD는 PCM의 비트수를 늘리고 샘플링 주파수를 높여 파일이 커지고 해상도가 높아져 아날로그 소리에 가까워집니다. 군더더기 없는 청명한 소리가 뻗어 나감을 경험할 수 있죠. 사용되는 비트(1비트 스트림)는 CD의 64배(2.8224MHz)의 주파수를 가지며 PCM과 비교해 고음역에도 귀의 피로가 적고 공간감이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한다는 평이 많습니다.

NW는 PCM 오디오를 11.2MHz DSD로 리샘플링하여 더욱 쉽고 편하게 음원을 즐길 수 있습니다. PCM파일을 DSD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이도 많답니다. 용량을 크게 잡아 먹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필요는 없습니다. 256GB의 통합 메모리와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을 제공하니까요. 1회 충전으로 최대 40시간의 음원 재생이 가능하고요. 안드로이드 OS도 탑재됐답니다. 와이파이 지원 공간에선 음원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서비스 지원도 용이하고요.

포켓몬 빵이 아닌 포켓몬스터

NW의 전체적인 스타일은 소니의 에릭슨 스마트폰과 애플의 아이폰13을 적절히 믹스한 무난한 외형입니다. 전자제품은 손맛이 소비의 8할입니다. 자동차랑 비슷하죠.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손바닥 안에 착 감기는 형용할 수 없는 감흥이 뇌리에 꽂혀야 내 것이 됩니다.

1)고음질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LinkBuds S
2)5세대 무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WH-1000XM5​
출처 : SONY

220609_보도사진_소니코리아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고음질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링크버즈 S(LinkBuds S)’_착용컷 (1)

고음질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LinkBuds S_출처 : SONY

6

5세대 무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WH-1000XM5_출처 : SONY

소니는 지난 1979년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워크맨) 출시 이후 2010년 판매 중단까지 세계적으로 3억80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음향 가전의 명가입니다. 최근엔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주로 ‘헤드폰, 카메라, 플레이스테이션, 스파이더맨(소니픽쳐스)’ 등 장르가 많이 섞인 기분입니다.

2000년대 초반, 아이리버의 MP3가 애플과 소니도 긴장할 정도의 글로벌 영향력을 자랑할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도쿄 중심가인 시부야에 매장도 있었으니까요. 일본에서 국내 브랜드의 단독 매장이 생긴 건 아이리버가 최초였습니다. 2003년 아이리버의 전 세계 제품(MP3) 점유율은 25%를 기록했죠. 현재 아이리버는 아스텔앤컨을 주축으로 럭셔리 음향기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처럼 막강한 포스는 없지만 MP3를 만든 기술력을 토대로 헤리티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결같죠.

소니 NW-WM1ZM2의 스펙(기술력)은 워크맨과 CD플레이어를 경험하지 못한 20대에게도 ‘대체 얼마나 황홀한 사운드일까?’라는 호기심을 자극할 요소는 충분해 보입니다. 다만 활발한 구입으로 이뤄지긴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기업이 가진 무수한 음향 관련 콘텐츠가 선택에 간섭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거든요. 좋은 사운드를 위한 대체재를 본체가 아닌 부품(헤드폰)에서 찾는 추세고 NW의 마케팅이 활발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좋은 것도 널리 알려야 빛이 나죠. 찾길 바라는 건 욕심입니다.

NW_WM1AM2_Situation04-Large

출처 : SONY

매년 프랑스 파리에선 하이 패션을 선보이는 ‘오트쿠튀르’를 엽니다. 예술에 가까운 작품을 통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죠. NW-WM1ZM2는 오트쿠튀르 컬렉션처럼 다양한 장인의 노하우가 투영됐습니다. 그림의 떡인 행사입니다. NW보단 진입장벽이 낮은 159만 원대의 ‘NW-WM1AM2’도 출시됐지만 폭발적인 반응은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00만대 규모에 그친 무선 이어폰 시장이 2017년에 1억700만대로 급성장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동소이한 스펙의 스마트폰 보급화로 사운드, 즉 블루투스 이어폰 품질이 소비의 주요 포인트가 됐습니다. 자연스레 음향 기기는 뒷전이 됐고요. 나무 없는 숲은 없다고 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흐름입니다.

프레타포르테를 기다리며

문과적 감성을 덧칠해 만나본 400만 원이 넘는 음향기기 어떠셨나요. 걷는 음악의 기쁨을 인류에게 선사한 도전은 산업의 도약을 이끌었죠. ‘워크맨이 곧 소니입니다’. 한때 여론에선 갈수록 세가 줄어드는 소니의 실패 요인 중 하나를 문어발식 마케팅으로 꼽은 적 있습니다. 가전제품, 영화, 게임, 금융, 음악 등 사업의 다각화로 기업 이미지는 흐려졌습니다. 기업의 제품이 대중에게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식은 애정만 남습니다. NW로 인한 경험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중이 A부터 Z까지 찾아 공부하고 접근해야 하는 거리감. 경제 활동 주체의 무게는 갈수록 소비에 기울고 있습니다. 화제를 만들고 여론을 집중해야 하는 가격대의 제품은 마니아에서 그치면 성장 한계에 부딪히고 맙니다.

소니 입장에선 NW-WM1ZM2의 가치가 모니터 속 오트쿠튀르가 되는 걸 원하는 건 아닐 겁니다. 상품가가 높을수록 소비자는 주변 시선에 민감해집니다. 브랜드는 대중이 400만 원을 훌쩍 넘는 음향기기를 구입하며 얻는 정서적 가치, 그 이상의 자랑이 될 포인트를 부여해야 합니다. 고객 니즈에 입각한 NW만의 럭셔리한 마케팅 전략과 한편으로는 부담스럽지 않게 지갑을 여는 프레타포르테*로의 회귀도 기다려봅니다. 우직한 소니의 고집이 좀 더 부드러워지길.

*오트쿠튀르의 영감으로 제작된 기성복

유재기

유재기

info@buybrand.kr

다른 콘텐츠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