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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지를 관광지로?
동해시의 역발상 도시 브랜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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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동해시

13년 만에 돌아온 아바타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1000만이 의미하는 바는 뚜렷합니다. 바로 대성공. 할리우드에선 10억 달러 수입을 흥행의 기준으로 삼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관객의 수로 영화의 대박을 가늠하죠. 비단 영화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가 봅니다. 관광 흥행 도시로 자리매김하고자 ‘관광객 1000만 유치’를 목표로 하는 도시도 있거든요. 이곳에선 폐광도 관광이 된다는데 이게 가능한 걸까요?

창조적 파괴? 창조적 재생!

550만 명. 지난해 동해시를 찾은 관광객 수입니다. 관광객 2천만 명을 향해가는 속초시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죠. 중요한 건 변화가 시작됐다는 겁니다. 그 중심에는 2021년 문을 연 ‘무릉별유천지’가 있습니다. 광산으로 수명을 다했던 이곳이 복합 문화 관광단지로 새 생명을 얻기까진 동해시의 '역발상'이 주요하게 작용했죠.

무릉별유천지로의 화려한 변신 이전, 삼화동 무릉3지구 산업단지는 한국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었습니다. 2017년 12월 폐광되기 전까지는요. 동해시는 죽음이 내려앉은 이곳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로 다짐합니다. 단순한 원상복구는 무의미했습니다. 탄광 지역 내 석회석 호수를 메우고 절개지에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남아있는 자연마저 훼손해야 했기 때문이죠. 철새의 서식지 보존을 위해 호수 또한 지켜야 했고요. 무엇보다도 석회석 폐광지는 지원받을 수 없는 현행법(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론 40년 이상 공해에 시달렸던 시민들을 위한 보상도 어려웠습니다.

1) 관광단지 개발 이전 무릉3지구 모습, 2) 무릉별유천지의 두미르 전망대_출처 : 동해시

무릉별유천지 이전

관광단지 개발 이번 무릉3지구의 모습_출처 : 동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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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별유천지의 두미르 전망대_출처 : 동해시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요. 동해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합니다. 석회석 채광지에서만 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 호수와 석회석 암벽 절개지 등 천혜의 경관을 살려 '폐광을 관광'으로 바꾸는 것으로 말이죠. 폐광지를 흙으로 덮는 통상적인 복구가 아니라 관광지로 만든다면, 오랜 시간 분진과 소음 등 불편을 감내해 온 시민들에게도 보상이 되고 지역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석회석 원석을 파쇄하던 쇄석장은 전시·체험·교육의 산업문화 재생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관광'에서 찾은 희망.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스웨덴의 달할라 야외무대, 영국의 친환경 실내 정원 에덴 프로젝트처럼 이미 폐광을 성공적으로 탈바꿈한 사례가 있었으니까요. 채석지의 독특한 자연 경관과 산업 시설물을 활용하면 동해시의 가능성도 충분했습니다. 마침 시멘트 공장을 운영하던 쌍용양회(현 쌍용 C&E)가 주변의 산지 복구 및 부지 기부채납을 약속해 공시지가 기준 1000억 원 규모의 예산도 절감할 수 있었고요. 다만 석회석 폐광지를 관광지로 만드는 시도는 국내 처음이었기에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6개월 동안 환경부를 설득하고 1년이나 걸리는 환경영향평가조사를 감내해야만 했죠. 그렇게 석회석 원석을 파쇄하던 쇄석장은 전시·체험·교육의 산업문화 재생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만큼 동해시는 수익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1년이 조금 지난 현재까지 약 28억 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자료에 따르면 무릉별유천지 개장 이후 1년(2021년 12월~2022년 11월) 동안 동해시의 방문자 유입은 22.9% 증가했습니다. 목적지 검색량과 관광 소비도 각각 27.8%, 22.8% 늘어났죠. 여름철에 집중됐던 외부 유입도 2021년 11월 이전 대비 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동해시는 지난해 도내 인기 여행지 5위를 차지하며 요즘 ‘뜨는’ 여행지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친환경적 복구와 창조적 재생을 통해 다시 태어난 폐광,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폐광산에서 발굴할 수 있는 세 가지 재미

지역 주민들은 삼화를 ‘3번 빛나는 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철광석과 시멘트 회사 그리고 무릉별유천지로 말이죠. 삼화처럼 무릉별유천지에도 빛나는 3개의 포인트가 있습니다.

콘텐츠가 된 역사
2030에게도 어필 가능한 매력

“동해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이야깃거리를 입혀 젊은 세대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다”라는 심규언 동해시장의 목표처럼 무릉별유천지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가득합니다. 총 4만 6천 평 규모의 호수 금곡호와 청옥호가 대표적이죠. 석회석 채광 과정에서 생겨난 대형 웅덩이에 인근 계곡의 물이 유입된 지형인데요. 물속의 석회질 성분으로 인해 청록빛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깊이는 최대 30m, 호수를 에워싼 석회석 절개면 역시 장관이에요. 2030대 방문객들에게 인스타그래머블한 포인트로 주목받은 비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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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별유천지 전경_출처 : 동해시

두 호수를 한눈에 담고 싶다면 ‘두미르 전망대’로 가볼 차례. 관광단지 전체는 물론 동해 바다 일부분까지 조망할 수 있어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두미르의 뜻은 ‘두 마리의 용’. 쌍용 C&E의 쌍용을 본떠 순우리말로 바꿨대요.

자연을 즐겼으니 이젠 역사에 빠져 보시죠. 쇄석장 2층의 전시물들이 ‘시멘트 도시’였던 모습을 온전히 전해줍니다. 안전모, 채석 도구, 작업복 등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죠. 쇄석장 밖으로 향하면 쌍용 C&E 측이 기부한 석회석 운반용 85톤 트럭을 마주합니다. 바퀴 높이가 성인 평균 키를 웃돌 정도로 거대해 포토존으로 제격이에요.

순서대로 무릉별유천지에 전시된 석회석 운반용 트럭, 안전모, 채석 도구_출처 : 동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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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별유천지에 전시된 석회석 운반용 트럭_출처 : 동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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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석장 전시장의 안전모_출처 : 동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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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석장 전시장의 채석도구_출처 : 동해시

폐광산에서만 가능한 액티비티
오직 여기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

광산의 지형 특색을 활용한 액티비티 시설이 이곳의 또 다른 진수입니다. 해외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내 최초 유럽식 산악관광 형태를 고민한 결과물이죠.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비롯해 각종 방송사에 소개된 명소들인데요. 해외생산품을 전문 기술진이 직접 방문 후 설치했다고 합니다. 시공 과정이 코로나19 초기와 맞물린 탓에 계약에서 설치까지 약 2년이 소요되며 시행착오를 겪었죠.

125m 상공을 활강하며 암벽 및 호수의 절경을 볼 수 있는 스카이 글라이더가 첫 번째입니다. 아시아 최초로 최대 4명이 탑승 가능한 왕복형 스카이 글라이더죠. 트럭이 오가던 운반 도로는 오프로드 루지 코스로 탈바꿈됐습니다. 산에서 산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여느 방식과 달리, 무성한 숲속을 곡예하는 롤러코스터형 짚라인도 명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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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롤러코스터형 짚라인, 스카이 글라이더, 일파인 코스터, 오프로드 루지_출처 : 동해시

시민들과 채워가는 맛과 멋
시멘트 아이스크림 아이디어로 대박나다

시민들과 함께 꾸려가는 공간으로도 활약했습니다. 황량했던 폐광장의 일부를 시민들의 손길로 채우며 단지의 매력을 높여왔죠.

쇄석장 꼭대기 층에 마련된 전망카페의 시멘트 아이스크림은 무릉별유천지의 시그니처가 됐습니다. 전망카페 측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월 매출은 5천만 원, 수익률은 50%에 달한다고요. 폐광산의 역사를 가미한 메뉴를 고민하던 중 떠올린 비책이죠. 소프트아이스크림에 흑임자를 섞어 시멘트 비주얼을 구현했습니다. 삽 모양의 스푼과 쌍용 시멘트 포대를 차용한 패키지로 디테일을 살렸고요. 관광객뿐 아니라 인근의 쌍용 시멘트 직원들도 즐겨 찾을 정도로 호평이 자자합니다.

1) 쇄석장 꼭대기층에 마련된 전망카페, 2) 시멘트 아이스크림_출처 : 동해시

전망 카페 (4)

쇄석장 꼭대기층에 마련된 전망카페_출처 : 동해시

시멘트 아이스크림2_동해시 블로그

시멘트 아이스크림_출처 : 동해시

전망카페의 경우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덕분에 임대 보증금과 관리비가 면제된다고 합니다. 관광단지와 동일하게 저녁 7시까지만 운영되고, 테라스에서 사진 촬영 후 테이크아웃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라 운영이 수월하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의자와 테이블을 포함한 기본 인테리어가 갖춰진 점 역시 F&B 창업가들의 데뷔 무대로서 적합했죠.

맛뿐 아니라 시민들과 기획한 멋도 있습니다. ‘거인의 휴식’ 조형물이 대표적입니다. 40여 년간 쉬지 않고 석회석을 채굴하던 거인이 드디어 휴식기에 접어들었음을 상징한다고요. 지난해 10월에는 쇄석장 2층 갤러리에 신진 작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여성 청년작가 5인의 33점 작품을 전시해 화제를 모았죠. 당시 이인섭 관광개발과장은 “산업현장으로서의 지난 40년간 석회석 채굴지였던 흔적이 체험시설과 이색적인 관광명소로 변모했듯이 문화와 예술, 관광이 어우러지는 문화 관광 명소로도 거듭나도록 하겠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거인의 휴식 (2)

거인의 휴식_출처 : 동해시

뚜렷한 지역 색채

치유와 복구에 초점을 맞춘 결과, 볼품없던 웅덩이는 드라마 촬영지가 되었고 빛을 잃어버렸던 땅은 보랏빛으로 물들여졌습니다. 쇄석장은 교육과 문화의 공간이 되어 파괴가 아닌 재생을 외치고 있죠. 더 나아가 무릉별유천지는 체험이라는 가치도 함께 전하고 있습니다. 지형적 특성을 살린 이색 액티비티는 다른 곳에선 어려운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잖아요.

심규언 시장은 무릉별유천지의 이색 액티비티를 ‘다른 지자체와 중복되지 않는 차별화’로 강조한 바 있습니다. 무릉별유천지가 국토교통부에서 선정하는 지역개발사업 최우수 사례와 강원유니크베뉴에 선정되며 지역 특성과 독특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는 까닭입니다.

전망 카페 (3)

호수와 석회석 암벽절개지 등 무릉별유천지의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카페_출처 : 동해시

산업화로 파괴된 자연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국내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무릉별유천지. 이곳은 폐광산을 활용한 첫 사례를 넘어 1000만 관광시대 개막을 준비하는 동해시의 모멘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2012년 부임 이래 줄곧 도시재생에 기반한 도시 브랜드의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해온 심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민간 자본 유치를 더해 무릉별유천지 후속 개발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모노레일과 야간 경관 관람 기반 시설을 포함한 풍성한 즐길 거리를 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재생을 통해 지역 본연의 색을 되찾고 지역 경제 활성화도 이끌겠다는 동해시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건 기자만의 착각일까요.

이순민·이한규·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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