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공유정원 에서 요가 어떠세요?
출처 : 앤로지즈
살다보면 진짜 내 정원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곤 하죠. 식물로 꽉 찬 공간이 주는 감흥이 있으니까요. 복잡하고 번잡한 도심의 근심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 고요함, 그리고 햇살을 받으며 계절의 감각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게 정원의 매력입니다.
현실적으로 정원이 있는 집에 사는 건 쉽지 않습니다. 주변 공원에 가서 야외활동들을 할 순 있지만 거긴 말 그대로 ‘공(公)’원이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프라이빗한 매력이 떨어집니다.
조경∙정원 스타트업 앤로지즈(Androses)는 ‘공유정원’을 통해 이 간극을 메워가는 회사입니다. 도심 속 정원이 주는 회복탄력성의 힘을 믿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도 공원을 즐길 수 있길 바라며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명동 한복판에서 즐기는 자연
롯데백화점 본점 맞은편에 있는 타임워크명동 7층에 올라가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탄성이 나옵니다. 눈앞에 다양한 색감의 수풀이 우거져 있기 때문이죠. 햇살을 받아 빛나는 노란 갈대와 추위에도 초록빛을 잃지 않은 맥문동, 붉은 잎사귀가 매력적인 남천과, 지금은 앙상해 보이지만 봄에 새 생명을 틔워낼 갈색의 나무들까지. 정원을 마주하는 순간 명동 거리를 거닐며 본 높은 건물들과 소음이 일소됩니다.
이 공간은 앤로지즈가 만들었습니다. 조영민 대표는 정원이 주는 가치를 모두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공유정원을 기획했고, 협업 파트너로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을 잡게 됐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주로 오래된 빌딩을 리뉴얼해 빌딩의 가치를 높이는 비즈니스를 하는 곳입니다. 한동안 맛집을 건물에 입점시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게 인기였습니다. 실제 효과도 거뒀지만, 시간이 지나 이 방법이 한계에 다다랐던 상황, 앤로지즈의 공유정원 제안이 들어온 거죠. 취지와 효과에 공감해 두 회사는 2021년 9월, ‘공유정원’ 녹녹(Nocknock)의 문을 열었습니다.
녹녹은 도시 사람들이 사계절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구성됐습니다. 설계나 식재 선택에 있어 계절과 날씨에 따라 늘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썼습니다. 보통 정원이라고 하면 푸른 잔디에 큰 나무들을 심는 경우가 많은데, 최신 트렌드에 맞게 중간 사이즈 수풀과 풀들을 많이 썼습니다. 또 색감이 다양한 식물들을 배치해 눈을 돌릴 때마다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출처 : 앤로지즈, 인터비즈
정원에서 진행된 요가 수업_출처 : 앤로지즈
겨울의 녹녹 공유정원_출처 : 인터비즈
여기까지만 들으면 좀 더 외관에 신경 쓴 것 말고 다른 도심 정원과 다를 게 없는데요. 차이는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빚어냅니다. 조 대표는 바라보는 정원이 아닌, 즐기는 정원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내 정원이 생기면 거기서 무엇을 하고 싶을까’를 생각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했죠. 요가 수업, 와인을 마시며 듣는 가드닝 수업 등이 이곳에서 진행됐는데요. 녹녹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알아야 갈 수 있는 곳인 덕에 사적인 감흥을 선사합니다. 공원과 개인 정원의 중간 역할을 하는 거죠.
직접 수익 외에도 공유정원은 중장기적으로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도 합니다. 건물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겐 쉼터 역할을 하고, 잘 가꿔진 공간을 즐기기 위해 방문객 트래픽을 늘려 건물 자체를 핫플레이스로 만들어주기도 하니까요. 건물주 입장에서 이런 액티비티 프로그램은 정원을 유지할 명분을 만들어줍니다. 녹녹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생긴 수익금을 건물주와 배분합니다. 그 돈을 정원 관리에 쓰면 되니 건물주 입장에서도 이득입니다.
나만의 정원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앱 서비스
앤로지즈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정원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원 생활을 간접체험할 수 있어요. 현재 주요 콘텐츠는 ‘외할머니의 정원’입니다. 조 대표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 네 명이 정원을 가꿔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잠시 각자 삶에서 주어진 자리의 무게에서 벗어나 할머니의 정원으로 돌아간 이야기를 전합니다. 정원에 심을 식물을 사고, 가지치기를 하고, 아지트가 될 비닐하우스도 직접 만드는 전원생활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어요. 채널 개설한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1만 7000여 구독자를 모았습니다.
녹녹 유튜브 '외할머니의 정원' 캡처
녹녹 유튜브 '외할머니의 정원' 캡처
이들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건 ‘앱’ 론칭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정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게 돼 온라인 서비스를 더 키우고 있는데요, 앱을 통해 사람들이 “나 정원 좋아했네?”라고 느끼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세상은 메타버스 등 비대면을 강조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원과 같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게 조 대표의 생각입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더 이러한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될 거라고요. 정원이 아직 충족되지 않은 니즈(unmet needs)라고 본 거죠.
3월에 론칭되는 앱은 정원으로 향하는 문턱을 낮춰주는 서비스로 구성됐습니다. 우선 도심 속 공유정원의 위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지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자신만의 정원을 조성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기능도 넣었습니다. 지금은 정원을 꾸밀 때 설계, 시공, 식물가게 등을 발품을 팔며 돌아다녀야 합니다. 녹녹은 이러한 공급자들을 플랫폼으로 데려와 소비자들이 누구나 손쉽게 정원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회복탄력성을 주는 정원
조 대표는 서비스를 통해 많은 사람과 정원이 주는 가치를 나누고 싶다고 말하는데요, 그녀에게 정원은 어떤 의미일까요?
앤로지즈 조영민 대표_출처 : 인터비즈, 앤로지즈
앤로지즈 조영민 대표_출처 : 인터비즈
도심 속 정원 '녹녹'의 야경_출처 : 앤로지즈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데 감각에서 얻는 위로가 크다고 생각해요.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오감에 대한 니즈는 더 커질 거라 보고요. 정원은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감각으로 경험하게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인간 삶에서 본질적으로 정원에 대한 니즈가 커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봅니다.
반려식물이 보여주는 회복력 역시 인간에게 주는 의미가 크고요. 겨울이 되면 식물이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새봄이 되면 새싹을 틔우며 살아나잖아요? 정원을 보고 자란 사람들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삶의 용기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정원이 도시에는 생태적 회복력은, 인간에겐 회복 탄력성을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울이 정원이 많은 도시가 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사람들의 삶 속에 정원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해나가고 싶어요.”
박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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