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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얼굴, 가상 인간 루이

2020년 10월부터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에 노래 커버, 댄스 챌린지, 브이로그 영상을 올리며 1년 만에 3만 2000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루이(22·여)는 가상 인간입니다. 오로지, 김래아 등과 함께 국내에서 손꼽히는 가상 인플루언서죠.

루이는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7명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해서 만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얼굴을 가졌습니다. 다시 말해, 루이는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고 오직 인터넷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얼굴만 세상에 없을 뿐이지 몸, 목소리는 실제 사람의 것입니다.

그런데도 루이를 만든 인공지능 개발 기술 스타트업 디오비스튜디오는 확신에 차서 루이는 ‘가상 인간’이라고 말합니다. 자신감의 이유를 만나서 들어봤습니다.

가상 인간 ‘루이’를 만나다

루이가 가상 인간임이 공개되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어떤 표정을 지어도, 어떤 각도에서 봐도 얼굴이 자연스웠기 때문이죠. 가상 인간임을 공개한 영상은 43만 뷰를 기록했습니다.

제작진과 실제(?) 루이를 만나기 전, ‘루이는 과연 누구일까’라는 생각에 들떴습니다. 루이의 몸과 목소리를 연기하는 모델은 오랫동안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했지만 현재는 평범한 대학생활을 즐기는 20대 여성입니다. 여전히 노래하고 싶지만 얼굴을 공개하고 싶진 않았던 그는 디오비스튜디오가 제안한 '루이 프로젝트'를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인터뷰 중인 루이 본체 / 루이커버리 촬영 현장_출처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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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루이 본체_출처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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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커버리 촬영 현장_출처 : 바이브랜드

"루이가 먹으면 제가 살이 안 찔 것 같아요. '얘는 괜찮아' 이런 생각이 들어 편해지거든요."

디오비스튜디오에 방문한 날은 루이의 먹방 콘텐츠를 촬영하는 날이었습니다. ‘먹방’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촬영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루이 본체(본캐릭터)는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먹방 콘텐츠를 자주 찍었으면 좋겠어요.”

루이가 자리에 앉자 촬영이 시작되었습니다. 루이커버리 채널의 촬영감독을 맡은 차선민 콘텐츠팀 총괄매니저가 그 옆에 앉아 디렉팅을 합니다.

*루이팀의 구조 : 디오비스튜디오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R&D팀, 가상 인간과 관련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콘텐츠팀, 디오비스튜디오의 전반적인 비즈니스 전략에 관여하는 BD 마케팅팀이 있습니다.

루이 몸과 목소리를 연기하는 실존 모델, 루이커버리 채널의 촬영 감독을 맡은 차선민 콘텐츠팀 총괄매니저, 콘텐츠를 기획하고 대본을 제작하는 한현정 BD 마케팅팀 매니저, 루이 관련 마케팅을 전담하는 우성천 BD 마케팅팀 수석매니저가 루이를 만들어가는 주요 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성천 BD 마케팅팀 수석매니저_출처 : 바이브랜드 / 가상 인간 루이_출처 : 루이커버리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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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천 BD 마케팅팀 수석매니저_출처 : 바이브랜드
가상 인간 루이_출처 : 루이커버리 유튜브 채널

촬영 과정은 일반 유튜버의 콘텐츠 제작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차이는 후반 작업에서 생깁니다. 실존 모델의 촬영본에 디오비스튜디오가 개발한 AI 프로그램 ‘디오비 엔진’이 만든 루이 얼굴을 실제 얼굴 대신 입혀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디오비 엔진은 딥러닝 과정을 거쳐 여러 사람의 얼굴 데이터를 학습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 얼굴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창조한 가상 얼굴을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얼굴 합성 변조 기술)를 응용해 영상에 입힙니다. 즉, 얼굴은 AI가 만들지만 몸과 목소리는 실존 인물의 것입니다. 우성천 디오비스튜디오 BD 마케팅팀 수석매니저는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얼굴을 영상에 합성해 세상에 없던 인물을 탄생시킨다고 설명합니다.

“딥페이크는 기존에 있는 인물의 얼굴을 기존에 있는 영상에다가 입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디오비 엔진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가상 얼굴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애초에 디오비스튜디오는 AI로 만든 가상 얼굴을 콘텐츠 산업에 활용하려는 회사였기에 루이는 비교적 수월하게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다운’ 페르소나 설정

얼굴을 제외하고 몸과 목소리, 심지어 노래하고 춤추는 능력까지 가진 실존 인물이 있다면 이를 과연 ‘가상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얼굴만 바꾼 것이면 여타 동영상 보정과 다를 바 없어서죠. 이에 루이를 연기하는 실존 모델은 “얼굴을 바꾼다고 해서 얼굴만 바꾸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며 자신과 루이는 다른 사람이라고 강조합니다.

“내 얼굴이 아니다 보니까 현실에서 드러내지 못하거나 더 시도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루이로서 도전할 수 있었어요.”

루이 팀이 루이의 페르소나를 만들 때, 실존 모델을 상당수 참고한 것은 사실입니다. 싱어송라이터라는 루이의 직업부터 밝고 활발한 성격, 말투 등도 그의 모습에서 따왔습니다. 하지만 실존 인물과의 일치도를 높였다고 해도 하나의 새로운 인물을 만드는 데 있어서 세부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상상 이상으로 많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아티스트를 관리하듯 루이를 만들어가야 했습니다.

한현정 BD 마케팅팀 매니저_출처 : 바이브랜드 / 루이는 꼼꼼한 세계관 설정을 통해 만들어진다_출처 : 루이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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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 BD 마케팅팀 매니저. 루이커버리 채널의 스크립트를 담당하며 각종 콘텐츠를 기획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데도 힘쓴다_출처 : 바이브랜드
루이는 꼼꼼한 세계관 설정을 통해 만들어진다_출처 : 루이커버리

엔터테이너로서 루이의 정체성은 한현정 BD 마케팅팀 매니저의 손끝에서 탄생합니다. 브이로그 등 루이가 출연하는 영상 대본을 짜는 일을 담당합니다. 글만 쓰는 게 아니라 루이가 일관된 이미지로 노출될 수 있게 세세한 것까지 신경씁니다. 한 매니저는 가상 인간이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을 넘어 단단한 팬층을 가진 인플루언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상호작용이 필수라고 강조합니다. 추후에 루이를 통해 제작하고 싶은 콘텐츠도 이 같은 소통과 맞닿아있습니다.

“(주 구독자인) Z세대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해서 콘텐츠를 기획하려고 합니다. 기존에는 노래 커버 영상만 올려서 아쉬웠는데 최근에는 댄스 커버 영상도 올리면서 Z세대와 공감대를 쌓는 중이에요. 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대중들로부터 반응이 좋습니다. 나아가 (시트콤 등) 패러디 영상도 촬영해 보고 싶습니다.”

불쾌한 골짜기 넘은 ‘기술력’

기술적으로 가상 인간 루이가 존재할 수 있는 초석은 마련됐습니다.

사실 그보다 중요한 건 대중의 반응이죠. 모니터 너머의 사람들에게 루이가 인간처럼 느껴져야 합니다. 90년대 사이버 가수 아담 등 이전에도 여러 가상 인간들이 존재했지만 불쾌한 골짜기(로봇 등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과 어설프게 닮을 경우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이론)를 넘어서는 데 실패했습니다.

차선민 콘텐츠팀 총괄매니저_출처 : 바이브랜드 / 출처 : 루이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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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민 콘텐츠팀 총괄매니저_출처 : 바이브랜드
출처 : 루이커버리

루이커버리 채널의 촬영감독인 차선민 콘텐츠팀 총괄매니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얼굴 자체가 데이터라서 얼굴 데이터가 최대한 많이 담겨야 합성도 자연스럽게 돼요.”

외모와 행동이 사람과 구별이 어려운 수준이 되면 호감도가 다시 상승한다고 하는데, 루이는 불쾌한 골짜기를 부쉈다는 평을 듣습니다. 다른 동영상 보정, 딥페이크 기술이 영상을 과도하게 왜곡하는 것에 비해 자연스럽습니다. 루이를 촬영하는 과정에서부터 일반 모델과 가상 인간의 차이를 인지한 세심함이 담겨 있어서죠.

당신도 가상 인간이 될 수 있다면?

루이 팀은 앞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가상 인간으로서 세계 각국에 존재하는 루이를 보여주며 대중과의 친밀감을 높이고 싶다며 밝게 말했습니다. 희망차게 루이와의 미래를 말할 수 있기 전까지 자잘한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사내 루이 팀은 루이의 실제 모델을 포함해 다섯 명뿐입니다. R&D팀, BD 마케팅팀, 콘텐츠팀에서 각 1~2명 정도 각출돼 나온 정도에 불과해서죠. 다행히 근 1여 년간 꾸준한 작업을 이어가며 기술적으로도 보완됐고, 구성 또한 시스템화하면서 이제는 한숨 돌렸다는 후문입니다.

메타버스는 루이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차 총괄은 “미래에는 누구나 쉽게 가상 인간을 만들 수 있고,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과 (놀이터와 같이) 소통하며 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우 수석은 이에 덧붙여 "가상 얼굴을 통해서 메타버스의 라이프로깅* 분야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아이디, 패스워드로 로그인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정체성이 담긴 새로운 얼굴로 메타버스에 로그인해서 자신만의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라이프로깅(Lifelogging) : 개인이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만나고 느끼는 모든 정보를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기록하는 것.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이 여기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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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비스튜디오는 2021년 하반기부터 가상 얼굴 제작 기술을 적용해 외연을 확장했습니다. 콘텐츠 사업에 가상 얼굴을 활용해 연예인들의 사생활 리스크도 줄이고, 작품에 최적화된 인물을 등장시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영화 ‘모가디슈’ ‘신과 함께’를 기획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와 MOU도 체결했습니다. 덱스터스튜디오 강종익 대표는 추후 ‘신과 함께 3’에 버추얼 캐릭터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죠.

2022년엔 B2C로 영역을 넓혀 일반 대중에 ‘가상 얼굴 분양센터’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모두 숨길 수 없는 사람에겐 디지털 치료제가 돼주고, 사생활을 지키면서 온라인에서만 부캐로 활동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기회가 되겠다는 포부입니다.

저변 확대를 위해 해결해야 될 문제들도 있습니다. 디오비 엔진이 디지털 성범죄에 악용돼 나쁜 인공지능(AI)의 대표 사례로 꼽혀온 딥페이크 기술과 유사한 만큼 시기상조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 수석은 “악용되는 면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협업해 딥페이크 기술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루이는 한국새생명복지재단 디지털 홍보대사로도 활동합니다. 가상 인간이 '진짜' 인간을 도우는 모습이죠. 기술이 선한 영향력으로 뻗어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메타버스가 일상 가까이 침투한 지금, 무수한 제2의 루이들이 탄생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 가상 인간 부캐로 활동할지도 모르는 일. 그 낯선 길을 먼저 걸어간 루이가 또 다른 수많은 루이들에게 설레는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루이가 되면서) 긍정적인 면들을 많이 받았어요. (부캐를 만든다는 것을) 단지 숨는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더 나아갈 수 있는 발걸음이 됐으면 해요.”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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