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logo_b

희석되지 않은 아날로그 플마제

3가지 사이즈로 구성된 선풍기 시리즈_출처 : 시코코리아

패션 플랫폼에서 더 잘 팔리는 소형가전 브랜드 플러스마이너스제로. 성능 좋고 예뻤으니 가능했겠죠?

“플러스마이너스제로(이하 플마제)의 제품은 무신사나 코오롱, EQL(한섬)과 같은 패션 플랫폼에서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전은 하이마트나 쿠팡에서 더 잘 팔리거든요. ‘어디에서 샀느냐?’에 대한 감성 코드가 지갑을 여는 키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 플마제 수입 총판을 맡은 시코코리아의 황정민 이사는 라이프스타일 가전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플마제는 지난 2003년 일본에서 시작한 소형가전 브랜드입니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의 손길이 닿은 제품이라 탄탄한 마니아층을 자랑하죠.

인테리어에 관심 있다면 위시 리스트에 있을 ‘MUJI 벽걸이 CDP’를 만든 장본인이 후카사와 나오토입니다. 조금 눈길이 가나요? 우선 가격대를 짚어봐야 깊은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플마제의 상품 중 하나인 선풍기(브랜드 기준, L사이즈) 한 대 가격이 약 35만 원이네요. 망설여지지만 하늘 아래 모든 브랜드가 그렇듯 이유가 있답니다.

도자기? UFO?

‘카레 컬러 선풍기도 있어?’ 기자의 눈에 비친 선풍기(리핑팬Z710, 옐로우 컬러)를 보고 느낀 속내입니다. 화이트와 블랙컬러가 99%를 차지하는 가전 시장에서 어떻게 옐로우 컬러 선풍기를 생각했을까요? 외관 변화가 거장의 전부가 아닐 겁니다. 황 이사는 선풍기 설명에 앞서 도자기 한 점을 보여줍니다.

“2003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가습기입니다.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며 프로젝트로 시작한 제품을 통해 회사가 되는 기틀을 마련했죠. 그해 출고가는 약 20만 원, 타 브랜드 가습기는 3~4만 원이면 살 수 있었습니다.”

1)머스터드 옐로우 컬러 선풍기
2)도자기를 연상시키는 가습기
출처 : 시코코리아

KakaoTalk_20220720_162605344

머스터드 옐로우 컬러 선풍기_출처 : 시코코리아

KakaoTalk_20220720_164225084_02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가습기_출처 : 시코코리아

도자기와 흡사한 가습기는 MOMA(Museum of Modern Art, 뉴욕현대미술관)에 소장됐다고 합니다. 2009년, 후카사와 나오토는 MUJI로 옮기기 전까지 플마제를 디자인 가전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끌어 올립니다. 10년 전에 만든 제품이 현재까지 생산될 정도로 완성도 측면에선 마침표를 찍은 셈이죠.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플랫폼은 이를 감지합니다.

몇 해 전, 플마제 리플렉터 에코히터(약 16만 원)가 29CM(무신사 셀렉트샵)에 입점해 보름 만에 1억5000만 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하네요. 패션 플랫폼은 꼼꼼한 2030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하는 아이템을 선보입니다. 무엇보다 각자 구입한 물건의 사용 후기를 사이트에서 공유하는 문화가 탄탄합니다. 입점도 쉽지 않을뿐더러 잘 팔리는 건 더욱 어렵죠. 코어 콘텐츠를 짚어 봤습니다.

유일무이한 컬러 바람

플러스마이너스제로는 말 그대로 연산기호와 숫자의 조합입니다. 0이란 시작점에서 출발, 더하거나 넘치는 부분은 덜어낸다는 네이밍이죠. 플마제의 5엽(날개) 선풍기는 이러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가전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페인트를 뒤집어 쓴 듯 모든 부품이 컬러가 동일합니다. “엽이 많을수록 바람이 쪼개지며 시원함은 줄어듭니다. 엽의 면적이 넓을수록 시원한 제품임을 꼭 알아두세요. 다소 가격이 높다는 의견도 있지만 철로 제작된 전면 가드에 도장을 칠해 버튼부터 헤드, 하단, 엽까지 통일성을 이뤘습니다. 애초에 하나의 ‘완제품’으로 빚어진 형상을 자랑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거실이나 방에 두면 근사한 인테리어가 됩니다.”

대나무 바구니를 모티브로 한 인상적인 공기청정기와 디스펜서
출처 : 시코코리아

KakaoTalk_20220720_162605344_09
KakaoTalk_20220720_162605344_08

대나무 바구니를 모티브로 한 인상적인 공기청정기와 디스펜서_출처 : 시코코리아

옐로우 팬보다 큰 사이즈의 선풍기(에일러론 DC팬 Y620)을 예로 들어보죠. 애써 인식하지 않으면 지나칠 디테일도 있습니다. 헤드가 90도로 꺾이는 것처럼. 여름이 아니라도 집안 공기 청정을 위해 사용하면 좋을 듯하네요. 사이즈마다 디테일이 다릅니다.

서두에 언급한 미들형 사이즈(Z710) 역시 5엽 제품으로 스탠드 높이 조절 시 헤드와 하단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이 최대한 일자에 맞춰 헤드가 상승합니다. 이 선풍기는 2015년부터 판매됐습니다. 8년간 변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완성된 디자인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컬러 선풍기는 세계 최초라고 하네요. 또 다른 원조가 남았습니다.

노트북 무게 청소기

대형 가전은 한 번 설치하면 옮기기 어렵죠. 소형 가전은 빛나는 조연을 자처합니다. 무선 청소기(C030 Ver3)는 주요 고객이 왜 30대 여성인지 수긍이 가는 스펙을 자랑하죠. 850g의 본체 무게와 모든 세팅을 마쳐도 1.15kg인 초경량 제품입니다.

“청소기에 대해 여성들의 가장 큰 불만이 뭔지 아세요? 바로 무게입니다. 일본은 70%가 주택인 국가로 20평 부지에 3층 규모의 단독주택이 비일비재하죠. 오르내리려면 청소기는 무조건 가벼워야 하죠.” 당일 메고 간 백 팩(다이어리 한 권과 얇은 책)의 무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무선 청소기 맞습니다.

1)여성 고객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초경량 무선청소
2)미니멀리즘을 표현 한 수트케이스
출처 : 시코코리아

KakaoTalk_20220720_162605344_07

여성 고객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초경량 무선청소기_출처 : 시코코리아

KakaoTalk_20220720_164225084

미니멀리즘을 표현 한 수트케이스_출처 : 시코코리아

이 제품의 배터리는 본체에서 분리됩니다. 공간에 예민하다면 충전 케이블마저 거슬릴 때가 있죠. 방 안의 콘센트에 따로 충전한다면 거실 인테리어는 조금의 훼손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런 걸 바랐던 게 아닐까요?

성능도 좋습니다. 내구성이 뛰어나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BLDC모터거든요. 수명도 약 1500시간 입니다. 본체만 한 거치대에 장착할 필요도 없습니다. 작고 얇은 거치대 중간에 살짝 솟은 부분에 본품 헤드 뒤에 달린 공간에 체결하면 끝. 최소한의 자리만 허락한다면 소형가전이 오브제가 되는 셈이죠. 이 밖에도 계산기, 슈트케이스, 스팀청소기, 히터 등 삶에 더하기가 되는 다양한 가전이 포진됐습니다.

나사마저 가린 완벽주의

플마제의 제품은 기존 가전 브랜드 제품에 비해 약 1.3~1.5배 정도 가격이 높다고 하네요. 디자인이 가격을 커버하진 않습니다. “제품 외부에서 나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완벽한 형태를 위해서죠. 자연스레 금형 제작이 까다로워집니다. 생각해 보세요, 이걸 해내는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완성도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능에 대한 의문보단 디자인(컬러)에 고민하는 게 플마제를 접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빼어난 디자인의 제품일수록 불필요한 기능은 없습니다. 쓰지 않을 디테일은 삶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니까요. 그럴듯한 의미만 부여한 브랜드를 접하며 누적된 피로에 지쳤다면 플러스마이너스제로를 마다할 이유는 없겠죠. 희석되지 않은 아날로그, 공간과 사용자의 일상을 간섭하지 않는 편안함.

유재기

유재기

info@buybrand.kr

다른 콘텐츠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