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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 가 요즘 창업가의 로망이 된 이유

소셜벤처 거리는 코로나19의 풍파로 텅 빈 거리가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창업가들의 입주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서울 성수동 소셜벤처거리와 역삼동 소셜허브센터, 대전시 소셜벤처 특화거리가 그곳들입니다. 주요 입주 연령대인 80년대 이상의 창업가 대다수는 ‘소셜벤처’란 단어를 동경한다고 합니다. 환경 파괴에 의한 기후 변화를 체감하고 인권 감수성이 어느 세대보다 높다고 평가 받는 그들. 사회적 가치는 이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 출발점이자 목표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돈을 벌수록 사회와 환경에 더 도움이 되는, 그런 사업 모델을 찾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80년대 이후 출생의 창업가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는 소셜벤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겠습니다.

소셜벤처는 뭐가 특별할까

“사회적 가치 실현이란 지향점이 없다면 그냥 중소기업, 벤처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80년대생 소셜벤처 창업가 A씨 소셜벤처는 영웅이 될 수 있을까요. 요즘 학계나 국제기구도 주목하는 게 소셜벤처라고 합니다. 정부를 포함한 기존 주체가 해소하지 못한 사회적 문제를 풀어줄 제 4섹터의 대안 세력으로 말이죠. 여기서 제4섹터란 공공부문인 1섹터, 민간부문인 2섹터, 공공과 민간부문이 공동으로 출자한 사업체인 제3섹터를 넘어 ‘기업 활동에 종사하면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조직 ’을 뜻합니다. 2018년 다보스포럼에서 제시된 이 개념은 사회문제 해결의 새 주체로 올라설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과 휴게 시설에서 쉬고 있는 소셜벤처 직원들_출처: 헤이그라운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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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_출처 : 헤이그라운드 홈페이지

소셜벤처 직원들의 일상

휴게 시설에서 쉬고 있는 소셜벤처 직원들_출처: 헤이그라운드 인스타그램

소셜벤처-사회적기업, 차이는?

우선, 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두 개념의 영어 스펠링은 ‘Social enterprise(사회적기업)’ 과 ‘Social venture(소셜벤처)’ 로 미묘하게 차이 납니다. 그런데 Enterprise와 Venture의 단어만으로 두 개념을 구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4차 산업 혁명의 물결은 기존에 기업과 벤처를 구분하던 기준(혁신성 등)을 더 이상 의미 없게 만들었으니까요. 공통의 생존 조건이 됐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은 두 단어를 어떻게 정의 내렸을까요. 사회적기업 인증 절차를 수행하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기업을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재화·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조직)’이라 정의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셜벤처를 “기술성과 혁신성을 보유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들을 말한다”라고 설명합니다. 여전히 모호하네요...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영웅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Future environmental conservation and renewable energy modernization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위키피디아에 ‘Social venture’를 쳐보니 위와 같은 설명문이 나왔습니다.

'소셜벤처(또는 사회적 기업이라고도 함)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가에 의해 설립된 기업이나 조직.'-위키피디아

이쯤 되면, 이 단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아직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려야 할 것입니다. 논문을 찾아봐도 비영리조직과 소셜벤처의 개념 차이를 설명하는 내용은 보여도, 위 두 단어를 구분할 명확한 기준은 나오질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게 말장난을 하고 싶거나 ‘영어가 한글보다 좀 더 있어 보여서’가 아니라면, 임팩트 투자자나 창업가 등이 실무 단계에서 필요에 의해 구분해 쓰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창업을 하거나 투자를 할 때, 기존 사회적기업이란 언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소셜벤처 만의 ‘어떤 것’이 체감되기 때일 것입니다.

사실 정부 인증을 받지 않은 채로 사회적기업이라고 말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도 그 ‘어떤 것’의 일부일 것입니다. 벤처기업 인증 없이 ‘벤처기업’이란 간판을 걸면 벌금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 문제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긴 하지만 인증을 받지 않은 기업이 스스로를 지칭하거나 임팩트 투자사(자)가 이를 지원할 때 이 단어를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셜벤처란 단어가 지금 널리 쓰이는 건, 이런 인증 제도에 따른 실무적 필요, 그뿐이었을까요.

소셜벤처, 그리고 어느 심사역의 고민

“미팅 자리에서 창업가가 너무 사회적 가치 실현에 과몰입 했다고 판단이 들면 수익 모델을 집요하게 캐묻고, 오히려 영리 추구에 집중하면 그 반대를 따집니다.”

어느 소셜 임팩트 심사역이 한 말입니다. 사회적 가치 실현과 재무적 성장, 이 양 극단의 기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인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 정량적인 수치 계산이 적용되긴 힘듭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이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문제의 정도는 어느 정도이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지?” 일련의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보니 심사 과정은 더욱 고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주목해봐야 할 부분은 심사역이 머리를 싸매면서까지 ‘왜 저렇게 중간 지점을 찾으려 하느냐’입니다. 더 정확히는 ‘재무적 성장을 빼놓지 않는 이유가 뭘까’입니다. 여기서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을 구분하는 기준을 찾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상대적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에 더 방점을 찍는 것은 사회적 기업입니다. 애초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려면 비즈니스 모델이 설정할 사회적 목적 자체도 세부적이고 한정적입니다.

예를 들어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을 설립했다면, 그 취약계층의 범위는 가구 월평균 소득의 100분의 60이하인 사람 등으로 제한됩니다. 그러다 보면 의도치 않게 해당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성이나 성장 가능성도 함께 한계가 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사회적기업 중에서 좀비 기업이 나타날 가능성이 생기는 것도 이런 문제가 있어서입니다.

소셜벤처는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이 미비한 대신, 사회적기업보단 사업 영역이 폭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 다른 모든 기업이 그러하듯 혁신과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셜벤처 또한 곧바로 존폐의 기로에 내몰립니다.

헤이그라운드 내부 전경_출처 : 헤이그라운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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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헤이그라운드 인스타그램

그러니까 제1섹터의 영역을 벗어나 좀 더 민간 영역에 가까이 있는 쪽이 소셜벤처입니다. 아예 사회적기업을 제3섹터, 소셜 벤처를 제4섹터로 나누는 구분법(논문 ‘사회적 혁신 기반 소셜벤처 생태계 활성화 전략’, 최용석 백보현)도 있습니다.

앞서 재무적 성장에 관심을 보이는 건 그런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이 다루지 못하는 사회문제의 피해 당사자(또는 손실된 가치)에게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죠. 끊임없이 밥벌이를 고민하면서 혁신을 일궈내고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일궈야 하는 것이 소셜 벤처의 숙명이자 매력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소셜벤처가 사회적 가치 실현에 소홀히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앞서 만난 심사역은 자신만의 소셜벤처 판별 기준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소셜벤처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정말 사회 문제(명확히 피해자가 존재하고, 얼마나 많은가. 얼마나 심각한가)인가.”
“정부나 비영리단체와 같은 다른 주체보단 기업의 형태를 따르는 것이 그 문제 해결에 더 효율적인가”
“돈을 벌수록 그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인가.”

팬데믹 사태와 이상 기온, 극심한 기후 변화 등 현시대인은 수백 년간 쌓아온 인류의 문제점과 직접적으로 마주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간 이런 문제의 해결 주체로 활동해온 제1, 2섹터에 대한 실망과 함께 새로운 주체의 등장을 갈망하게 됐죠. 사회적기업은 한때 그 대안 주체로 각광받았지만, 지금까지 설명드린 그런 이유로 다시, ‘소셜벤처’란 단어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지속 가능하며 사회적 기업보단 좀 더 포괄적인 대상을 다루는 주체가 필요했습니다. 이들을 지원하는 ‘임팩트 투자’도 글로벌 투자 업계의 신 트렌드로 조명 받습니다. 새 영웅의 등장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김재형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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