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들의 요기요판 ‘다큐 3일’

요기레터 감자칩편 촬영 과정_출처: 요기레터·신동훈 포토그래퍼

4년 만에 대학 시절 사용한 이메일에 접속했습니다. 무수한 브랜드의 메일이 스팸함을 꽉 채웠네요. ‘뉴스레터’로 불리는 현대식 브랜드 메일은 다릅니다. 흥미로운 자사 소식 또는 업계 동향을 전하니까요.

‘바이브랜드 뉴스레터’도 같은 맥락입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바이브랜드의 신규 콘텐츠와 국내외 브랜딩 이슈를 공유하죠. 1만 8천 개의 성적표를 받는 긴장감이 들지만 자발적인 리뷰를 볼 때의 뿌듯함은 이를 상쇄합니다.

요기요의 김소라 마케터도 그 행복에 공감했습니다. ‘요기레터’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네요. 2021년 7월에 론칭한 뉴스레터이자 푸드 탐험서입니다. 첫째, 셋째 주 수요일마다 음식이 생산되는 공장 및 농가의 이야기를 풉니다. 평균 평점은 4.56(5점 만점). 좋아하는 메뉴가 아니라 짜게 줬다는 재치 섞인 평가를 감안하면 높은 점수입니다.

미디어사도 아닌 배달 앱 요기요는 왜 뉴스레터에 힘을 쏟을까요?

1년을 버틴 탐험가의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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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레터를 담당하는 김소라 마케터(좌), 고준석 콘텐츠 마케팅팀 리드(우)_출처: 바이브랜드

2020년 요기요가 전개한 리브랜딩이 요기레터의 출발점입니다. 더 많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로고와 브랜드 컬러를 리뉴얼한 시기였죠. 콘텐츠의 변화도 고민하며 기존에 공략하지 않던 타깃에 주목합니다. 25~35세 직장인 중 TV와 옥외광고 등 대중 미디어에 무관심한 이들로요. “표본이 작지만 목소리가 큰 고객군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일반적인 미디어에는 관심도가 낮지만 깊이 있는 콘텐츠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알리는 소비자니까요.”

요기레터 풀무원 라면 공장편 포스터 및 촬영 현장_출처: 요기레터·최용준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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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레터 풀무원 라면 공장편 포스터_출처: 요기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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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라면 공장의 제조 과정_출처: 요기레터·최용준 포토그래퍼

뉴스레터를 선택한 이유도 깊이감을 더하기 위해서입니다.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커스텀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고요. 제안 당시 뉴스레터가 뉴미디어로서 수명을 다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합니다. 1년간 수정을 거듭하며 쌓인 기획서만 무려 100 페이지. 그야말로 험난한 탐험기였네요.

콘셉트 기획 과정에서는 앱의 본질인 음식과 유익할 정도의 깊이감을 동시에 고려했습니다. 제조 현장을 가보자는 아이디어가 ‘푸드 탐험’이란 콘셉트로 뾰족해졌죠.

배달 맛집보단 공장으로

무턱대고 현장을 방문하는 건 아닙니다. 요기요 앱에서 주문 가능한 상품이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선정기준. 콘텐츠와 브랜드 간의 연결성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소비자가 궁금해할 만한 현장이어야 합니다. 배달 맛집을 다룰 거란 예상과 달리, 공장 및 농가를 방문하는 이유인데요. 맛집 콘텐츠가 포화 상태인데다 이미 요기요의 매장 인터뷰 콘텐츠가 있다는 점도 반영됐습니다. 던킨의 도넛 키친과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케잌 공장 탐험기 등은 타사 대비 프랜차이즈 입점률이 높다는 브랜드 이미지와도 부합했죠.

던킨 및 베스킨라빈스의 생산 시설_출처: 요기레터·송시영, 최용준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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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의 도넛 키친_출처: 요기레터·송시영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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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케잌 공장_출처: 요기레터·최용준 포토그래퍼

섭외가 완료되면 김소라 마케터 및 박찬용 에디터와 포토그래퍼가 나섭니다. 사진 작업의 경우, 피사체에 맞춰 전문가가 동행합니다. 예컨대 공장을 탐험할 땐 건축물 촬영에 특화된 포토그래퍼가 활약하죠. 매호마다 감각적인 사진이 유지되는 비결입니다.

섭외 과정이 어렵진 않을까요? 내부 시설을 공개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까요. 의외로 당당하게 수락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실제 방문해 보면 ‘왜 노출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깔끔한 시설이 많다고 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험은 매일유업의 요거트 공장. 엄격한 위생 절차를 준수하는 첨단 시설이 특징입니다. 수만 톤의 요거트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인력은 오직 5명. 촬영을 위해 얼음 공장에서 영하 23도를 견뎌야 했던 아찔한 추억도 들려주네요. 부산에서 명란젓과 만두를 취재할 땐 하루 전에 내려갔다고 합니다.

매일유업 요거트 및 덕화명란의 공장_출처: 요기레터·송시영, 신동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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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의 요거트 공장_출처: 요기레터·송시영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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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탐험한 덕화명란공장_출처: 요기레터·신동훈 포토그래퍼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란 명언처럼 특정 메뉴를 집중 리뷰하는 인기 시리즈도 예상치 못하게 탄생했습니다. 방문 이틀 전, 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일정이 취소된 것이 발단이었죠. 대체 아이템을 찾던 중 번뜩인 키워드, 삼각김밥. 뉴스레터 한 편에 20개 삼각김밥의 특징과 추천 포인트를 정리한 겁니다. 일관된 구도로 촬영한 제품별 확대 이미지도 재미 요소입니다. 긍정적인 반향에 힘입어 아이스크림과 감자칩 등의 후속작도 기획됐고요.

마케팅 맛집, 재료는 뉴스레터

‘잘 만든 콘텐츠 하나, 열 마케팅 안 부럽다.’ 요기레터를 보며 든 생각입니다. 뉴스레터를 오프라인 이벤트의 소스로 활용하니까요. 사진의 완성도가 높기에 가능한 전략입니다. 발행된 호의 이미지와 텍스트 일부를 엮어낸 엽서북이 대표적입니다. 직장인이 자주 방문하는 서점에서 배포했죠.

뉴스레터를 실물 매체로 재가공한 건 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사 레터인 ‘주간 배짱이’에 기고된 음식 에피소드를 ‘요즘 사는 맛’ 도서로 발간했습니다. 이메일 내용은 요기레터와 결이 다릅니다. 배민스러운 문체로 신제품을 리뷰하거나 조직문화를 소개하거든요.

요기레터 엽서북 및 무지 강남점에서 진행한 식품공장 사진전의 포스터_출처: 요기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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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레터를 활용해 제작한 엽서북_출처: 요기레터

요기레터_10_식품공장 전시 포스터

무지 강남점에서 진행한 식품공장 사진전의 포스터_출처: 요기레터

요기레터의 확장성은 어디까지일까요? 무지(무인양품) 강남점에서 ‘즉석밥, 커피, 만두’ 등 식품별 공장 이미지로 사진전까지 개최했죠. 스마트폰 베젤이 아닌 대형 액자로 테두리가 바뀌자 몰입감은 배가 됐습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였네요. 푸드 코너가 강점인 무지의 콘셉트와도 어울렸고요. 향후 요기레터는 뉴스레터와 연계된 이벤트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요기레터가 필요한 이유

뉴스레터가 브랜딩에 도움이 되는지 물었습니다. 두 사람은 ‘즐거움은 요기부터’라는 슬로건을 강조합니다. 앱으로 미식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면, 요기레터는 지식의 즐거움을 채운다고요. 도우의 제조 과정을 이해한 채 먹는 도미노피자가 더 맛있는 것처럼요.

브랜드 팬덤을 쌓을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기능으로 차별화되기 어려운 배달 앱의 경우, 감성적인 소구력을 높여야 합니다. 먹는 것에 진심인 독자에겐 음식의 근원지를 알려주는 요기레터가 매력적이고 그 호감도는 앱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로 연결되죠.

향후 요기레터는 주제의 범위를 넓힐 예정입니다. 최근 발행된 양재 꽃 경매시장 편처럼 앱에서 판매 중인 라이프스타일 제품의 현장을 찾아간다고요. 탐험이란 정체성을 유지한 채 잘 알려지지 않은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겁니다. 월 4회로 발송 횟수를 늘릴 계획은 없을까요? “팀원 보호를 위해서라도 당분간 격주 발송 체제를 유지할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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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공장에서의 탐험 과정_출처: 요기레터·표기식 포토그래퍼

뉴스레터가 스팸 메일함으로 밀려나지 않으려면 독자에게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요기요가 음식 생산지로 향하고, 바이브랜드가 브랜드를 인터뷰하는 이유죠. 요기레터의 여정을 정리하다 보니 바이브랜드 뉴스레터의 출발점도 복기되네요. 2021년 12월 담당자로서 ‘신규 콘텐츠 소식과 국내외 브랜딩 이슈’로 구성된 포멧을 완성한 때입니다.

그간 40여 편을 발행하며 많이 알려진 정보로는 이메일함에서 선택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브랜딩 이슈를 찾을 때도 먼저 다룬 매체가 없는지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우리 구독자의 손가락을 움직일 거라고 믿습니다.

이한규

이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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